청담역 옆에 위치한 청담공원, 이전에 무한도전에서 여길 찾아오는 미션도 수행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때는 이렇게 너른 줄 몰랐었다. 화면에서 얼핏 봤던 동상도 직접

보고 한번 둘러보려 했는데, 가뜩이나 눈도 녹지 않은 데다가 생각보다 원체 넓어서

조금만 돌아보고 말았다.

곳곳으로 출입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대체 어디가 입구일까, 한참 고심고심하며 찾아들어간

곳은 하필 골프연습장 쪽. 꽤나 커다란 연습장이 초록색 그물을 늘어뜨리고 있어서 잠시나마

당황, 여긴 영업용 사설시설물인 걸까 아니면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용물인 걸까.

눈이 소복하게 내려있는 벤치가 굉장히 맘에 들었다. 나무 빈틈 사이로 숭숭 빠져나간 눈들이

고스란히 자취를 남기고 있는 것도 왠지 재미있고.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저 쌩쌩한 싸리비로 눈을 샅샅이 털어내고 잠시 엉덩이 걸치는

시늉이라도 해봤을 텐데, 그렇게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면서 괜시리 서로의 옷에 눈을

묻히기도 하고, 그러다가 조금 더 정색하면 눈뭉치를 뭉쳐 던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조금 더 정색하면 눈밭에서 뒹구는..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운동삼아 나왔던 길인지라 하얀 눈길이 다독다독 다져지고 까뭇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기분내어 걸을만한 길이다. 빼곡한 나무들이 저너머 아파트숲을

가려주어서 여기가 서울 한복판임을 조금은 잊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기도 하고. 다음엔

좀더 욕심내서, 눈이 함박 쏟아지고 나서 바로 달려가봐야겠다. 아무도 안 밟은 하얀길을

밟을 수 있을지도. 운 좋으면.



@ 서울, 청담공원.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가다가 청담역에서 내렸다. 무심하게 플랫폼을 밟고 계단을 향하는데,

문득 시선이 간 반대편 쪽에 전철이 문이 활짝 열린 채 뭔가가 바글바글한 거다. 그냥 잠시

정차해 있는 지하철이겠거니 했는데 다시 출발하지도 않고 그냥 계속 잠잠하다.


그러고 보니 양파자루도 보이고, 노랑 플라스틱 박스도 보이고, 어라 저게 뭐지.

궁금증을 못 참고 슬쩍 객차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건 무슨 마을 장터다. 손님들이 앉았던

의자는 박스들을 쌓아두는 간이창고로 바뀌었고,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할 위치에는

오이니 양배추니, 채소들이 진열된 채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림, 제법 사람도 복작한 게

너무 재미있는 거다.

아예 저렇게 커다란 현수막도 내걸고, 냉장고도 들여놓고 본격적으로 장사하는 분들을

보니까 이게 한두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행사는 아닌 듯 싶다. 아는 분들은 알음알음해서

퇴근길이나 어디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 두손을 무겁게 해서 전철역을

나설 것만 같다. 그동안 전혀 몰랐던 지하철 마을 장터, 주변분들은 애용하시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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