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6, 7층 높이의 인공 산과 인공 폭포.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두 실내 정원 중에 좀더 봉긋하니 올라선 쪽이 클라우드 포레스트.

 

폭포 자체도 거대한 가습기 역할을 하고 있겠지만 곳곳에서 마치 마트의 싱싱코너를 떠올리게 할 만큼 풍성한 습기가 피어오르던.

 

대략 35미터에 이른다는 인공 산은 온통 초록빛 식물로 잔뜩 뒤덮여 어찌 보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잊혀진 왕국 같기도 하다.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말그대로 열대우림 기후를 재현한 실내 정원. 폭포와 수증기는 그 자체로 두툼한 커튼이 되어

 

열대우림의 식물들을 울울창창하게 키워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고.

 

온통 사방으로 흩날리는 물방울을 각오하고 폭포 아랫도리로 바싹 접근해 봤다.

 

그리고 인공 산의 꼭대기에서부터 실내 정원을 온통 휘감으며 사방으로 내뻗는 트레킹 코스.

 

밖에서 볼 때는 잘 못 느꼈는데 막상 안에 들어오니 훨씬 더 넓고 광활한 공간이란 느낌이다.

 

 

 

곳곳에서 방문객들을 내려다보는 동남아 지역 특유의 토템상들. 아마도 싱가포르 원주민들의 스타일이려나 싶다.

 

그리고 차 한대를 온통 휘감아버린 듯한 연두색 이끼 덩어리들. 잃어버린 도시의 느낌을 한층 더 배가시키는 소품이다.

 

 

그리고 정상까지 엘레베이터로 오른 후 천천히 인공산을 휘감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내려오는 길, 더러는 인공산 바깥으로

 

걷기도 하고, 혹은 인공산 안의 코스를 따라 걷기도 하고. 유리벽 너머 언뜻언뜻 비치는 싱가포르의 시내 모습과 가든 모습들.

 

 

 

옆의 플라워 돔에는 주로 바오밥나무니 다육성식물이 많은 다소간 황무지의 느낌이 있었다면, 여기는 난이나 양치식물이

 

주종을 이루는 풍요로운 녹색의 세계.

 

 

인공 산 정상에 꾸며져 있던 조그마한 연못, 그리고 원숭이들이 점령한 조각배 두 척.

 

 

저 너머로는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보이고.

 

내부에는 기기묘묘한 형태의 꽃과 나무들이 사방에서 자기 좀 봐달라며 우쭉우쭉 자라있었다.

 

 

 

 

이런 게 바로 마트 싱싱코너의 느낌. 굉장히 시원하거나 상쾌할 거 같아서 머리를 디밀어 봐야 사실 별 느낌없는.

 

그래도 저 자잘한 물방울 덕에 배추니 쌈야채들은 더욱더 싱싱하고 맛나게 보이던.

 

정상에서 내려다본, 클라우드 포레스트의 입구. 아까 내가 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봤더랬다.

 

그리고 비슷한 포즈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원숭이 일가족.

 

마치 기차라도 지나갈 듯한 산을 휘감은 산책로. 그러고 보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스카이워킹을

 

실감케 해주는 코스들이 많다. 슈퍼트리 글로브에서나 여기에서나 발끝이 지릿지릿.

 

 

어떻게 보면 선녀옷에 붙어있다는 날개가 너울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실감나는 깊고 짙은 열대우림 숲속의 느낌. 뜨거운 싱가포르 정오의 햇살도 빽빽한 나무와

 

짙게 피어오른 수증기의 안개구름에 걸려 한결 부드럽고 여릿한 빛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점점 더 교육적인 내용이, 그러니까 숲과 자연 보호 및 지구 온난화 등등의 이슈에 대한, 본격 전개되면서

 

나름 흥미는 자연스레 북돋아졌지만 사진 찍을 거리는 조금 줄어드는 바람에, 출구 직전쯤에 발견한 거대한 악어 목각인형만 한 컷.

 

 

 

 

네팔 뿐 아니라 인도 대륙 전체를 통틀어 4대 시바 사원 중의 하나로 꼽힌다는 카투만두 파슈파티나스 사원.

 

쉼없이 쌓이는 장작들, 어디선가 끊임없이 옮겨오는 고인들의 유해들이 피워올리는 연기와 독특한 냄새가 특징적이다.

 

그리고 한쪽 강변으로는 11개의 새하얀 탑이 있는데, 이건 힌두교 최고의 신 시바의 성기, 양물을 형상화한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나.

 

그 거대하고도 수많은-무려 11개의-양물 아래에서 사람들은 초에 불을 붙인 채 유유자적한 강물에 띄워보내기도 하고.

 

그리고 그 강물은 또다시 화장터에서 쏟아져내리는 잔해들을 삼키고 계속 나아갈 테고.

 

사람들은 유해를 따라 움직이며 눈물을 흘리고 더러는 한국과도 같이 곡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장작 위에 안치되는 고인을 따르는 그 행렬 마지막에는 동전을 짤그랑짤그랑 흘리며 뒤따르는 사람까지.

 

 

파슈파티나스 사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왠지 굉장히 황폐하고 인적도 드물어, 조금 들어가보려다가 말았다.

 

강의 상류, 뭔가 낡고 잔뜩 허물어진 사원들이 이어져 있었지만 왠지 맥이 풀려서 의욕을 잃었다. 냄새 때문일지도.

 

그래도 이만큼 강을 거슬러 올라와 화장터와 사원 본진쪽을 바라보니 마치 삼도천 같기도 하다.

 

강변의 절벽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면에 기댄 허름한 오두막들, 이곳에 상주하는 힌두교 수행자들의 수행지라고 한다.

 

 

다시 내려온 화장터에서는 누군가의 화장이 막 시작되려는 참.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이렇게 트인 공간, 게다가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화장을 치르는 것 자체가 개념이 다르다는 반증일지도.

 

사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낡은 기부함. 저렇게 양철 껍데기가 삭아들어버릴 정도면 대체 언제 만든 걸까.

 

 

연기가 하늘로, 강변으로 번져나가고 슬슬 빗겨내리는 햇살 속에 까만 실루엣으로 자리한 파슈파티나스사원.

 

화장터가 살짝 그늘 속에 숨겨지고 나니까 그지없이 평화로운 풍경이다. 사진엔, 냄새가 담기지 않는다.

 

 

파슈파티나스 사원의 가운데에 위치한 탑. 힌두교 수행자인 듯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나이스 뷰, 나이스 뷰'를 외친다. 탑 안에 들어와 전망을 볼 수 있게 해줄 테니 팁을 달라는 거 같아 싱긋 웃고 지나친다.

 

파슈파티나스 사원 내의 사원 건물들은 대부분 힌두교도들에게만 입장이 허락되어 있다.

 

그래서 이 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그저 외관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낌이 전해진다.

 

역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카메라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는 사람들. 이들이 그 유명한 힌두교 수행자들,

 

사두라고 불리우는 이들이다. 사실 저렇게 치장하고 사람들 사이를 슬슬 지나다가 누군가가 카메라라도 쥘라 치면

 

기둥 뒤로 숨어버리거나 얼른 내빼버리고는 돈을 먼저 요구하는 사람들이니, 수행을 한다고 해야 할지는 의심스럽다.

 

내게도 여지없이 돈부터 요구하는 그들에게 지갑을 툭툭 쳐보이고는 카메라를 먼저 가리켰다. 나름 '선촬영 후보수'의 조건을

 

제시한 셈인데, 눈치빠른 이 수행자님들은 바로 알아들으시고 얌전히 포즈를 쥐어주었다. 일단 주도권을 쥐었으니 다양한

 

각도로 일단 쉼없이 셔터부터 누르고 본다. 그리고 나서 감사를 표하며 지폐를 한 장 꺼내들었더니 자기들은 두 명이라며

 

두 장의 지폐를 달라는 이 고명하신 수행자님들. 그냥 둘이 갈라쓰시라는 수신호를 하고는 꾸벅 인사를 해드렸다.

 

 

이 멋진 치장. 대체 저런 액세서리들은 어디서 다 조달해 오신 걸까. 그리고 온몸 가득 하얗게 분칠을 할 때는 무슨 화장품을 쓰는 걸까.

 

그리고 저 앙상한 다리. 아마도 이 분들은, 종교나 문화는 달랐지만 '신밧드의 모험'에 나왔던 그 할아버지와 동류일지도 모르겠다.

 

개울을 좀 건너게 해달라고는 무등을 탄 채 그대로 계속해서 신밧드를 말처럼 부리던 심술궂은 할아버지.

 

이 아저씨도 그랬다. 카메라를 보자마자 알아서 이리저리 포즈를 잡거나 웃거나 손을 흔들고는,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눈을 뗀

 

나를 보자마자 돈을 달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아저씨 찍은 거 아니라고, 저 탑을 찍은 거라고 (거짓)수신호.

 

네팔어인지 아니면 산스크리트어(범어)인지 모르겠지만 금이 쫙쫙 가고 가장자리가 깨어져 있는 종들.

 

 

허름한 건물, 아마도 수행자들을 위한 그나마 제대로 갖춰진 숙소인 듯한 공간에서 창살쳐진 창밖을 굽어보는 어느 수행자.

 

 

슬슬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의 구름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화장터의 불빛은 주홍빛으로 더욱 아름다워졌다.

 

몇 개의 사원 건물들이 군집해 있는 이곳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건 역시 파슈파티나스 사원. 금속제의 지붕이 황금빛으로 은은하다.

 

 

안 그래도 가장 센치멘털하고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시간대가 이렇게 뉘엿뉘엿 해가 지기 직전인데, 사방에서 오르는 연기와

 

싱숭생숭 착잡한 냄새까지. 문득 여기가 어디고 난 누구인가, 싶을 만큼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 버렸다.

 

 

떨어지는 해를 보는 걸까, 거뭇거뭇해지는 하늘을 보는 걸까. 아니면, 아직 작고 여린 새끼의 가쁜 심장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라에 큰 일이 생겼을 때는 봉수대의 모든 봉화를 올려 전력을 다해 불을 피웠다고 했다. 그게 네 개던가 세 개던가.

 

여긴 예닐곱개의 연기가 한꺼번에 피어오르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라의 큰 일보다 더 큰 일, 누군가의 부재를 알리는.

 

 

한쪽에서는 사람이 사라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연극을 하듯 강렬한 조명 아래에서 살아 숨쉬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뭔가 다른 세상에 잠시 떨어졌다가 돌아온 것만 같은 파슈파티나스 사원에서의 오후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엷은 보랏빛으로 물들던 하늘이 삽시간에 새까매지고 나서야 덜컥 걱정스러워져서 깜깜한 길을 십분여 더듬어 공항으로 걷다.

 

갈 때와는 달리 훨씬 금방 도착했다는 느낌으로, 'Buddha's eye'가 내려보고 있는 국제공항 입구에 도착해서야 안도하다.

 

어디나 그렇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올랐다 내려올 때도 그랬지만,

 

일단 한번 밟아보고 거리감을 익힌 길에 대해서는 훨씬 금방 도착하는 것만 같다. 훨씬 안정되고 안심한 채로.

 

 

그렇게, 꼬박 10일에 걸친 네팔 여행, 주로 안나푸르나 푼힐과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할애했던 여행에 마침표.

 

 

 

 

 

인도, 델리와 뭄바이 출장 중에 들렀던 아그라. 오전에는 온통 우윳빛깔 대리석이 반짝거리던 타지마할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막 아그라에 도착한 참이었다.

 

 

타지마할이 온통 희뽀얀 백색의 광선으로 가득했다면 이곳은 온통 붉은 벽돌이다. 과거 16세기 이곳이 무굴제국의

수도였을 때 악바르 대제가 착공해서 샤자한 황제가 완공했다는 아그라포트. 타지마할과는 고작 2.5킬로 떨어진 곳.

 

 

 

성채의 입구에서 빈 페트병을 두드리며 여행자들을 반겨주는 원숭이들. 성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놀던.

 

 

 

이곳 아그라포트는 왕비를 위해 타지마할을 지으면서 재정이 사실상 파탄 상태까지 이르게 한 샤자한 황제가

 

말년에 유폐되어 있던 곳이라고도 한다. 붉은 사암의 독특한 느낌에 비애가 덧씌워지는 이야기가 서려있는 셈.

 

 

 

 

 

샤자한이 갇혀있으면서 창너머로 내다보는 풍경은 저런 게 아니었을까. 눈앞에서 창살이 어른거리는.

 

 

파란 하늘에 하얀 달이 떴다. 붉은 사암 벽돌로 지어진 건물, 파란 하늘, 그리고 하얀 달.

 

 

 

 

 

붉은 건물이라지만 속살은 또 하얗다. 타지마할에 쓰였던 하얀 대리석과 같은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건, 왠지 스파르타의 근육맨들이 나왔던 영화 '300'의 그 세트장 같은 느낌의 구덩이.

 

여차하면 괘씸한 신하나 다른 나라 왕의 사신을 발로 차서 저 구덩이 아래로 밀어뜨려버리는 건가 했는데,

 

건물 안으로부터 수로가 저렇게 파여져 있는 데다가 그렇게 깊지 않은 구조를 보면...목욕탕 같은 건가 싶다.

 

 

성탑의 창 너머로 보이는 타지마할의 하얀 실루엣. 야무나 강을 사이에 두고 고작 2.5킬로미터 떨어져있단 게 실감난다.

 

샤자한은 타지마할이 가장 잘 보이는 곳, 무삼만 버즈(Muasamman Burj)에 갇혀 있다가 죽었다는데 아마 이 근방일 듯.

 

 

아마도 여기 어디쯤. 타지마할에 잠들어있는 그의 아내를 그리며 보냈을 샤자한의 한숨과 불면의 밤이 새겨진 곳.

 

 

 

 

 

 

성을 떠나 돌아나오는 길, 여전히 밀려들어오는 여행자들과 나가는 사람들이 오가기에는 다소 벅차보이는 성문.

 

성곽 높은 곳에서 어미 원숭이를 졸졸 쫓아다니는 살짝 여윈 새끼 원숭이, 그리고 그 위에서 내려보는 앵무새 한쌍.

 

 

 

여행을 다녀오면 남는 것, 기억, 사진 그리고 티켓.

 

16세기에 만들어진 아그라포트만큼 오래되어 보이는 포스를 풀풀 풍기는 쓰레기통.

 

아그라포트 옆에 버스들이 열맞춰 세워져있는 대형차 주차장..이랄까. 버스가 들고 나는 문이 참.

 

그 옆에 섰던 자전거도 인상적이다. 일일이 고철을 하나씩 붙여 만든 것 같은 빈티지스러움이 가득.

 

아이들은 아그라포트의 붉은 성벽 따위는 배경처럼 밀어둔 채 뛰어노느라 여념이 없다.

 

택시가 주차되어 있는 한쪽 구석에선 달구지에 매인 말이 물을 벌컥거리며 마시고 있고.

 

어른들이 장기 비슷한 걸 두고 있는 평상 앞엔 염소들을 돌보는 까무잡잡한 아이가 그림자에 숨었다.

아그라포트를 감싸고 도는 해자는 과거엔 분명 좀더 깊고 넓었을 텐데, 이젠 염소가 풀을 뜯는 곳이 되고 말았다.

 

 

 

버스를 타고 아그라를 떠나는 길, 엉망진창인 교통질서는 카이로에 못지 않구나.

 

 

 

 

씨엠립에서 프놈펜으로 이동하려는 참,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노 머니, 노 허니'의 격한 티셔츠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이 티셔츠가 작년 여름에 캄보디아에서 대유행이었던 게 틀림없다.

시엠립의 재래시장통을 옆으로 스쳐보내고, 이 조그마한 마을이 옆에 품고 있는 거대하고 웅장한 고대 유적들을

돌아본 기억을 차곡차곡 갈무리.

시엠립 시외버스터미널, 어딘가에서 모여 작은 미니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옮겨가는 식이었다. 처음엔

이런 미니버스를 태워서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지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얼마 달리지 않아 대형 버스들이

잔뜩 주차해 있는 흙먼지 풀풀 날리는 황량한 공터에 도착했다.

버스에 짐을 싣고, 아직 출발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6시간이나 시골길을

달려야 시엠립에서 프놈펜에 도착한다니 미리 좀 먹어두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다행히 우리네 버스터미널이 그렇듯 슈퍼가 있어서 다양한 간식거리나 음료도 많이 팔고 있었고, 요기거리가

될 만한 것들도 노점에서 많이 팔고 있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저 소세지들은 딱 보기에도 위생상 뭔가 문제가

있어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름에 다시 지글지글 튀길 테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은근 맛있어 보이기도.

노점 말고도 건물로 된 음식점에서도 전부 이런 류의 소세지를 파는 게 왠지 안 먹으면 후회하겠다 싶어 주문.

칼로 잘라놓고 보니 꽤나 먹음직스러운 조리 예 시현, 무슨 고기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맛도 꽤 좋았다.

숙주랑 함께 볶아진 닭고기-아마도..?-요리도 간단히 맛보고,

닭요리처럼 보여서 시켰는데 왠지 뼈도 자잘하고 맛도 살짝 다른 것이, 주인 아저씨한테 몇번을 물어봤지만

영어도 손짓발짓도 (심지어) 한국어도 안 통한다. 결국 이게 무슨 고기인지 밝혀내는데 실패, 왠지 찝찝해서

다른 것들은 싹 먹어치웠지만 이 녀석은 조금 남기고 말았다는.

가게 한 켠에 놓인 평상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는 아저씨, 그리고 선풍기 앞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대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아이 하나. 시선은 티비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벌거벗은 가슴 가득 선풍기 바람을

부딪기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슬금슬금 가게를 빠져나가던 고양이 한 마리, 잘 못 먹었는지 바싹 야윈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 닭인지 비둘기인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 한 점을 던져주려 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버스 껍데기는 그래도 제법 깨끗하다. 더구나 내부에는 이렇게 화장실도 있었던 것. 여섯 시간쯤 달리니 필요하겠다

싶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문득, 아무리 그래도 중간에 휴게소도 설 테고 한국에서도 그정도 달려도 차에 화장실은

없는데 싶어 새삼스레 신기하게 바라봤댔다. 언제든 필요할 때, 급할 때 쓰라는 세심한 배려.ㅋ

그리고 뭔가 우스운 방석. 버스의 각 좌석마다 전부 이 알록달록한 핑크 톤의 방석이 매달려 있었다. 이건 뭐지.

버스 앞에는 그래도 티비도 달려 있고, 캄보디아의 대중 가요를 뮤직비디오랑 함께 쉼없이 틀어줬다. 뭐랄까,

80년대 한국 트로트 가요에 맞춰 성인 배우들이 80년대풍의 과장된 감정 연기를 하는 스토리다. 해변에서 함께

손잡고 하하호호 웃으며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그 해변에 홀로 앉아 눈물 글썽이며 옷을 쥐어뜯는.

바깥에서 휙휙 풍경이 지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복 2차선의 외길, 이대로 쭉 프놈펜까지 가는

길이라 했다. 엔간한 차 한대 보이지 않는 구간을 한동안 달렸고, 드문드문 스쿠터가 앞에서 알짱대기도 했고.

프놈펜에 거의 들어와간다 싶을 무렵, 똔레 쌉강인지 메콩강인지, 뜨겁던 태양이 한풀 꺽인 듯한 하늘 아래

강폭이 잔뜩 벌여진 수면 위로 배들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강변으로는 수상가옥스러운 가건물들이 비탈지게 세워져 있기도 하고, 양철판을 이어붙인 선박들이 쭉 정박해

있기도 하고. 목욕탕의 쑥탕같은 이벤트탕 색깔이랑 비슷한 강물 색깔이 묘하다.

프놈펜 시내에 들어섰다. 아줌마들이 열맞춰 서서는 쿵짝 리듬에 맞춰서 에어로빅 같은 걸 하고 있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인도차이나의 파리'라 불렸다는 이곳은 아무래도 시엠립 같은

시골의 조그마한 동네와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었다. 비교적 높은 스카이라인도 그렇고 북적대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리고 웃통도 제대로 챙겨입은 꼬맹이들이나 아저씨들도.

그리고 시내 곳곳에서 쉽게 보이던 원숭이들도. 좀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얼굴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막상 가까이 가거나 관심을 보이면 슬금슬금 도망가 버린다. 뭔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 떠나가는 듯.

어떤 면에서는 서울의 골목길에서 자주 보이는 길냥이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프놈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길에 잠깐 들러본 왓 프놈, '언덕 위에 세워진 사원'이란 의미의

왓 프놈은 프놈펜 시민들의 도심 공원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위치도 딱 프놈펜 시내 중심쯤에-약간 북쪽에

치우친 감이 없진 않지만-자리잡고 있다.

얼핏 보면 세느강변 옆의 파리 시내 분위기도 얼추 느껴진다. 가로등과 건물들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그렇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저녁의 어슴푸레한 풍경 속에서 촛불빛을 밝혀 바치는 걸로 보아 뭔가 종교적인

지도자 아닐까. 동상에 장식되어 있는 목걸이도 그렇고.

숙소, 호텔 캄보디아나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나니 객실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건 벽면에 찰싹 붙어있던

도마뱀 한 마리. 안뇽.

똔레 쌉강과 메콩강이 합류하는 지점쯤에 호텔 캄보디아나가 서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어디서부터가 똔레쌉강이고

어디까지가 메콩강인지 뚜렷하게 구분하는 거 자체가 좀 넌센스다. 두 줄기 모두 홍수로 잔뜩 탁해진 한국의

강들처럼 온통 흙탕물인걸 뭐. 그치만 조금 낡긴 했지만 꽤 괜찮았던 오성급 호텔에 걸맞는 뷰라고 해두기로.

저녁이나 아침에 해넘이, 해돋이 보기엔 딱 좋은 위치다.

메콩 익스프레스, 시엠립에서 프놈펜까지 여섯 시간 걸려 달리는데 요금은 USD 11$ 이었다.(09. 8월 기준)

버스 짐칸에 짐을 실어주면서 가방에 묶어 두고 식별하기 위한 표찰을 떼어주기까지 하니까 나름 체계는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짐표에 그려진 저 돌고래..는 메콩 익스프레스의 로고. 근데 메콩강에 돌고래가 사나.



"숭, 숭숭,내 말 좀 들어봐."
"끽끽"
"숭, 사랑은 시소와 같대. 서로의 마음이 얼추 비등비등해야 재미있어진다던가. 누구 한 명의 마음이 가벼워지면 다른 한 명이 무거워지면 되고, Vice Versa. 뭣보다 상대가 있어야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거기도 하고. 뭔 말인지 알겠어?"
"끽끽"

"끽끽"
"잘 듣고 있어 멍충아"
"끽끽끽끽 끽끽끽 끽끽끽끽끽끽끽끽 끽끽끽끽"
"니미뿡이다."


@ 미술관 옆 동물원.


아그라포트에 오르던 길, 꼬맹이 하나가 근엄하게 포즈를 잡았더니 뒤에서 뭥미,하고 꼬나보는 원숭이 하나.

끼약끼약 소리를 지르며 어디선가 줏어온 빈 페트병을 콩콩 바닥에 치고 있던 녀석.

왠지 부시맨이 콜라병을 처음 집어들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녀석의 페트병 탐구생활.

바로 옆으로 사람들이 와글와글 지나가고 지나오고 있었음에도 별 관심도 없고, 경계심도 없다. 소니 개니

말이니 낙타니 원숭이니 새니 다람쥐니, 어떤 동물이건 좀체 사람을 경계하질 않는 동네였다.

그러고 보니 붉은 빛을 띈 성채 아그라포트에는 원숭이가 많았다. 자기들끼리 뛰놀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저 아래를 굽어보며 상념에 젖어있기도 하고.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새끼 원숭이 덕분에 시선을 왕창 끌던 (아마도) 어미 원숭이. 새끼일 때는 대개

어떤 동물이건 귀엽다던데, 원숭이는 예외인 거 같다. 차라리 큰 놈이 좀더 귀엽다 싶을 만큼 뭔가

얍실하고 음흉한 표정의 꼬맹이.



롤루오스 유적군에서 씨엠립 시내까지는 약 15킬로, 뚝뚝을 타고 열심히 달리면 반시간이면 도착하는 듯.

교통 정체도 교통 신호도 딱히 발견치 못했던 씨엠립 근교의 도로들에서 그래도 가장 많이 발견해 냈던 건

'아이 조심'(을 의미하는 듯한) 표지판.

뚝뚝, 자전거, 오토바이, 트럭, 승합차, 승용차..탈 것들이 뒤엉킨 채 차선도 없고 중앙선조차 없는, 게다가 더러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길 위를 종횡한다. 시장 주변을 지나며 조금은 복잡해지는 도로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가로등조차 없어 꽤나 위험해질 수 있다.

뚝뚝의 생김이란 이렇다. 오토바이 뒷쪽을 잘라내 버리곤 이륜차랑 연결한다. 쇼바 따위 특별히 갖추지 않은

이륜차인지라 노면의 굴곡이 고스란히 엉덩이로 치받아 올라오지만 나름 푹신한 쿠션을 배려해 놓은데다가

햇볕을 막아주는 차양이 믿음직하니 꽤나 만족스러운 탈 거리다.

정말 놀랐던 장면, 워낙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지만, 저 오토바이는 무려 세명이 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마도 계속 맞고 있는 듯한) 수액 링겔병을 몸소 받쳐 들고 있는 아주머니 한분과

젊은 여성 둘이다. 자신이 맞고 있는 링겔을 저렇게 높이 들고 오토바이에 낑겨 타고 가시다니, 굉장히 급한

무슨 일이 있거나 대장부이신 거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듯한 자전거도 지나간다. 마대자루 네 개를 자전거 뒤에다가 이어놓았는데, 저 분이

청소부는 아닌 거 같고 어쩌면 자전거를 탄 '넝마주이' 분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참 오랜만에 기억해내는

단어, '넝마주이'.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부쩍 그 단어를 많이 듣고 썼던 것 같은데.

꽤나 신선한 충격을 주고야 만 저 티셔츠의 문구. No Money No Honey. 간결하면서도 직설적이다. 그리고

와닿는다. 뭔가 재밌다고 생각했더니 시장 내 판매대마다 색색깔로 팔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길거리에서 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적잖이 봤더랬다. 말하자면 씨엠립은 지금 'No Money

No Honey' 티셔츠 홀릭중인 건가.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거칠은 한국어' 표현.

밤에는 빵빵하게 틀어놓은 팝송을 들으며 느긋하게 쉬어 앉아 라임 모히토(Lime Mojito) 같은 칵테일을 홀짝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아직 해가 중천에서 내리쬐어대는 시간대인지라 조금 기다려야 한다.

(그게 어느 부위던 간에) 원숭이 성분으로 만든 연고인 줄 알고 깜짝 놀랬었다. 점원을 붙잡고 이게 정말

원숭이로 만든 거냐고 일부러 묻기까지 했는데, 일부러 물어본 보람이 있어 이건 이름만 'monkey balm'일뿐

실제 재료는 온갖 허브들이고 원숭이같은 동물성재료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리 반띠아이 쓰레이라 해도 역시 크메르 사원 양식을 벗어나진 않는다. 내부는 의외로 담백하고 밋밋한

그대로 인 거다.

조금씩 기울어져 있는 외벽들, 물론 중앙성소가 있는 중심부로 갈수록 화려함은 더해가고 보존상태도 훨씬

훌륭해지지만, 이 곳 역시 천년의 시간을 빗겨나가진 못한 거다.



이빨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벽면, 그리고 황토를 개서 만든 벽돌을 딱딱하게 말려서 반들반들하게 만들었을

벽돌은 조금조금씩 비바람에 갉아먹혀서 구멍이 숭숭 뚫린 채 단단한 부분만 남았다.

링가의 늠름한 자태.

그러고 보니 이런 장식들도 우선 라테라이트 벽돌을 쌓아올린 후에 저렇게 입체감 넘치도록 조각을 해버린 거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복명'의 자세로 나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숭이들. 얘들은 근데 최근에 복원한 건지

전부 색깔이 다르다. 주변의 때묻고 빈티지스러운 느낌과는 전혀 이질적이다.

도마뱀도 더러 지나가던 곳, 어찌나 빠르고 귀엽던지. 문득 초등학교 때 괌에 이민 사전조사차 갔다가 맥도널드

앞 유리창에 떼로 몰려있던 도마뱀들을 콜라 빨대 속으로 몰아놓고 장난치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중앙사원의 네 대문 중 세 개는 역시 가짜문이다. 동쪽으로 난 문만 진짜. 가짜문이라고는 해도 외관상으로는

진짜 문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이 장식을 해 놓았다.

얼핏 보면 원숭이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한담을 나누는 거 같기도 하고. 멀찍이 등돌리고 앉아있는 녀석을

나머지 네 녀석이 뒤에서 뒷담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신 뒤의 남신, 여신상에 비해 참 담백하다. 그냥 뭐, 아무 장식이 없이 지팡이 같은 거만 하나 들었다.

저런 식물들, 돌 틈새에 들어가서 뿌리라도 내리면 조각들 떨어져나가는 거 금방일 텐데. 다른 사원들에선

시간을 거슬러 아등바등 외관을 유지해보겠다고 애쓰는 게 안쓰럽고 조금은 치사(?)해 보였지만, 여긴 달랐다.

좀더 잘 지켜졌으면 좋겠고, 좀더 잘 보존되어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참 간사하고 기준도 없다, 그러고 보면.





링가와 한쌍을 이루는 '요니'의 바닥. 어디론가 연결되어 샘물이 솟아오를 거 같기도 하고.

또다른 요니, 여기는 연꽃무늬 벽돌이 네모반듯한 요니를 막고 있었다.




또다시 화장실 앞의 넓게 펼쳐진 연꽃밭에서. 아직 봉오리가 터지지 않은 탐스러운 연꽃송이는 정말 크메르

사원의 정형적인 형태와 닮아 있었다. 그 터지기 직전의 봉긋한 옆구리도 그렇고, 봉오리 위쪽의 삐쭉거리는

꽃잎매들도 그렇고. 연잎마저 탐스럽게 늘어졌던 반띠아이 쓰레이.

그 앞에는 상점들의 정비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제대로 외관을 갖춘 높은 지붕의 건물들에 입주한 각종 상점들.

지붕을 덮은 갈색 짚이엉이 야무지다.

크메르 전통 공예가인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나무를 깍아만든 '크메르의 미소'에 색깔을 입히는 모습이

굉장히 몰입해 있었다. 가격을 슬쩍 물어보니 왠지 씨엠립 시내의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비싸다 싶어서 그냥

돌아나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