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트램을 타고 올라선 높이에서 보이는 홍콩의 야경. 아무래도 홍콩의 밤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 중 하나.

 

 

그래서 그런지 갈때마다 사람들의 줄은 뱅글뱅글 꼬리를 물고 몇바퀴씩 또아리를 틀고 있다. 옆에 있는 마담투소 전시

 

티켓까지 같이 구매하면 더 빨리 입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유혹이 있지만, 밀랍인형 전시에는 그다지 흥미가 땡기지

 

않아서 늘 패스. 대신에 이렇게 옆에 전시된 피크 트램의 역사를 뚫어져라 공부하게 되는 듯.

 

오랜 기다림 끝에 이윽고 도착하는 협궤 열차. 사람들은 이미 잔뜩 달아오른 상태, 무질서와 혼잡이 극에 달하던 순간.

 

굉장히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열차인지라 나름의 스릴이 있다. 그리고 급격하게 올라가는 고도에 발맞춰

 

점점더 내려다보이는 홍콩 도심의 야경 역시 점점 멋져보인다.

 

 

 

그리고 산정상의 매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삼각대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몇 장 건진 홍콩의 야경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다시 떠나려는 참이다. 자그레브로 옮기고 나서는 1박하고 나서 바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떠나기로 일정을 잡았다. 제법 새퍼래진 하늘 아래 검붉은 기차, 샛노랑 문짝이 두드러진다.

 

검정색 기차 시간표, 그 아래 새파랗게 번져가는 검은 밤의 잉크, 붉은 기차칸과 샛노랑색으로 활짝 열린 문짝.

 

 

류블랴나의 중앙역 플랫폼도 생각보다 복잡한 구도여서, 제대로 자그레브를 향한 기차를 타려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잠시 고심.

 

 

여기도 열차들은 유럽의 어디선가 얻어온 훈장과도 같은 그래피티들을 옆구리에 하나씩 새겨넣고 있었다.

 

자그레브 행 기차는 플랫폼 6번. 지하 연결도로를 따라 플랫폼을 찾아가는 길에 발견한 거리의 아티스트 한 분. 지하보도의

 

서늘하고 꿉꿉한 공기를 파르르 울리는 그이의 연주가 슬로베니아의 마지막 추억이 될 거 같다.

 

 

 

 

* 2013. 3월 기준 자그레브-류블랴나 기차표

 

 - Zagreb to Ljubljana (1일 3회) : 12:30(14:53), 18:25(20:45), 21:20(23:36)

 

 - Ljubljana to Zagreb (1일 5회) : 06:35(08:53), 08:15(10:35), 10:47(13:03), 14:45(17:13), 18:35(20:55)

 

 

* 괄호 안은 도착시간

 

 

 

대략 두시간반의 기차 여행,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국경을 간단히 통과하고 여권과 티켓 검사를 한차례 하고 나서,

 

자그레브에 거의 도착할 무렵, 짐을 챙기고 미리 나와있으려 분주한 몇몇의 사람들이 담긴 열차 안 풍경.

 

그리고 다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글라브니 콜로드보르. Glavni Kolodvor.

 

중앙 기차역에 내려서 바로 앞 트램역에 서서는 구시가로 들어갈 트램을 기다리다가 한 장.

 

 

 

 

자그레브의 중앙역, 기차 대합실 안에 갖고 들어갈 수 없는 물건들. 휴대폰과 포크 앤 나이프까지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두개는

 

영 쌩뚱맞다. 총은 총대로 생뚱맞고, 아이스크림도 아이스크림대로 생뚱맞은 아이템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인접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로 가는 건 기차가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다.

 

 

* 2013. 3월 기준 자그레브-류블랴나 기차표

 

 - Zagreb to Ljubljana (1일 3회) : 12:30(14:53), 18:25(20:45), 21:20(23:36)

 

 - Ljubljana to Zagreb (1일 5회) : 06:35(08:53), 08:15(10:35), 10:47(13:03), 14:45(17:13), 18:35(20:55)

 

 

* 괄호 안은 도착시간

 

 

그리 길지 않은 플랫폼 한 켠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작은 성상도 모셔져 있어서 (아마도) 여행 안전을 빌거나 다른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을 위한 성당으로 부족함이 없다.

 

 

마침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오전, 온통 희뿌연 하늘 위로 붉은 자그레브의 지붕들과 성모승천 대성당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기저기, 잔뜩 낡고 녹슬어 빗물이 새다 못해 아예 줄줄 흘러내리는 천장 아래에는 여지없이 물구덩이가 잔뜩 생겼다.

 

이 기차는 이런 이쁜 그래피티를 유럽 어디에서 얻은 걸까. 아마도 이 기차는 서유럽 프랑스에서부터 동유럽 끄트머리의 이곳

 

크로아티아니 몬테네그로까지 달릴 텐데, 온 유럽의 합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중앙역 주변 풍경이 살짝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낙후해보이기도 하는 건 왠지 우리나라랑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함께 열차를 타고 슬로베니아 류블랴나까지 함께 한 우아한 할머니.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대화는 안 되었지만 그래도

 

들고 타신 간식도 조금 나눠주시고, 류블랴나가 본인 집이라며 같은 방향임에 굉장히 해맑게 즐거워해주시던.

 

그러고 보면 기차를 타고 나라 국경을 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어느 순간 할머니가 여권을 주섬주섬 꺼내시길래 봤더니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국경이란다. 검표원은 티켓과 여권을 검사하고, 바깥에서는 저 아저씨가 망치로 기차 바퀴를 두드렸다.

 

 

 

그러고 보면 국경이란 게 얼마나 인공적이고 뜬금없는 결과물인지. 국경을 기준으로 양쪽의 자연 풍광이나 분위기는 별로 다를 것도

 

없는데, 이쪽은 크로아티아 저쪽은 슬로베니아란다. 각기 다른 나라에 충성을 바치고 세금을 내고 엇비슷하게 떨어진 수도 중에서

 

자국에 속하는 수도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 일종의 거대한 놀이판 같단 생각.

 

 

그렇게 도착한 곳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어느 유스호스텔.

 

이전에는 감옥이었던 곳을 갤러리로 개조했다가 지금은 여행객들을 위한 호스텔로 꾸며놓은 곳이라더니, 나중에 다시 찾고 싶은 곳.

 

 

 

 

 

비오던 날, 툭툭 창에 돋는 물방울 너머로 트램이 달렸다. 보스포러스항 바로 앞에서 멈춰 승객을

주고 받는 트램들은 톱카피 궁전과 아야 소피아 뮤지엄까지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지상에서 버스나 승용차들과 함께 달리면서 교통 신호도 함께 지키고, 차도도 공유하는 트램은

이스탄불의 구도심처럼 작지만 응축된 지역을 커버하기에 딱 알맞은 탈 거리 같다.

한국에선 아직 운행하지 않는 이런 트램 열차가 서울 시내나 다른 지역에서 다니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한국의 트램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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