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운영하고 있다는 아쿠아리움, 그곳에서 만난 해양 동물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이 샛노란 해마. 생각보다 활달하게 물 속에서 톡톡 몸을 튕기며 돌아다니고 있었던 모양새도 흥미롭고, 울룩불룩한

뿔이 돋아난 형태의 노란 몸뚱이도 재미있고, 좀더 눈여겨보면 등쪽이나 배쪽에 지느러미가 하늘거리는 모습도

보이는 거다.

그리고 지들끼리 몸을 엮어서 둥둥 떠있기도 하고,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휘휘 돌기도 하고. 잡담하듯 서로 나란히

붙어선 사이좋게 흘러가기도 하고.

아쿠아리움 안에 있는 저 하얀색 스쿠터도 눈에 들어왔다. 진짜 스쿠터를 칠해서 갖다 놓은 건지 아니면 그냥

조형을 만들어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아래에서 가만히 제자리 헤엄질중인 물고기들.

호랑이 갈기처럼 생긴 지느러미를 너울거리는 이 물고기는, 어떻게 보면 이쁘고 어떻게 다시 보면 징그럽고.

사실 이런 열대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샛노랑 색깔이 이쁘다 싶기도 하지만, 저렇게 총천연색의 몸을

갖고 있단 건 징그럽기도 한 거다. 


 그리고 별 두드러진 특징은 못 잡아내겠는 횟감같은 생선 몇 마리. 


아싸 가오리.

아쿠아리움 건물 위에 올라있는 거대한 문어도 맘에 들었다. 문어인지 낙지인지, 꿈틀거리는 다리의 표현이 참.

아쿠아리움을 나서다가 신기한 열매가 달린 퍼러딩딩한 나무를 보고 한 컷.





*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의 일원으로 떠난 출사 여행이었습니다.


저질 포스터가 망쳐버린 영화의 컨셉과 이미지.

영화 포스터를 다운받으러 네이*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랬다. 영화 평이 왜 이렇게 안 좋지?

내레이터가 쓰레기네, 좋은 영화를 이렇게 망쳐놨네, 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왠지 내가 본 

영화와는 굉장히 달라 보이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던 거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이라고? 아빠가 딸애에게 재미있게 바다이야기를 해주는 식의

내레이션이라고? 정보석이나 '빵꾸똥꾸'양에게 사심은 없지만, 대체 이 영화를 수입해서 국내에

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싶다. 이건 아동용 교육영화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말랑한 오락영화도 아니고, 단순히 해양의 신기한 볼거리들 보여주려는 괴수대백과사전같은

관상용 영화도 아닌 거다. 내 생각이 그렇단 얘기다.

'바다가 뭔가요'란 질문에서 비롯한 영화

아마도 외국에서 쓰였던 영화 포스터는 디비디 케이스의 이 그림이 쓰였던 듯 하다. 서로 판이한

영화 포스터의 이미지와 분위기만큼이나 원래 의도나 메시지는 한국에선 꽤나 뒤틀린 거 아닐까.

(사람의 시각에서) 귀엽고 독특한 '눈길을 끄는' 동물들이 우르르 배치된 한국 포스터와는 달리,

오리지널 포스터는 바다가 보인다. 영화 제목은 '오션스', 바다다. 영화는 '바다가 뭔가요'라는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100분동안 바다 곳곳의 생명체들을 보여주는

이 영화, 그렇게 만만한 영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맞다. 굉장한 볼거리들이 우르르 나온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눈을 못 뗄만큼 굉장한

이미지들이 쉼없이 이어진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기묘묘한 생명체들이 나왔고, 고래나 상어같은

거대한 생명체의 몸에 그어져있는 주름이나 툭툭 불거진 혹들도 완전 생생하게 보았으니 굉장히

신기했다. 화면 한장면한장면 눈을 뗄 수 없도록 순식간에 그들은 먹이를 삼켰고 사랑을 했으며

우아한 곡선을 그으며 몸을 뒤틀고 유영했다. 마치 '괴수대백과 사전'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스펙타클의 측면에서 가히 '해양 블록버스터'라 부를 만큼 압도적이기도 했었다.


어항은 바다가 아니다, 생명은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건 단순히 물고기들이 가득 담긴 커다란 어항 이야기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어항과는

철학이 다른 영화다. 그들이 등장할 때 학명이니 뭐니 이름이 등장하던가. 인간이 제멋대로 분류하고

붙여놓은 이름 따위, 혹은 그들의 생태나 특징에 대한 박물학적이고 과시적인 지식의 편린 따위, 영화는

전혀 관심갖지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보기 편하게 잘 꾸며진 공간에서 원래 삶의 신비나

생명력같은 것들이 거세된 것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저 그것들이 원래 살고 있는 방식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에게 보여지기 위해 정리되고 가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며 결국 바다가 뭔지 그 질문에 집중하고 싶은 거다.


그들은 인간들의 편의나 필요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다. 단순하고 당연하지만 너무도 쉽게 잊고 마는

사실이다. 때로는 경이롭고 섬뜩하기까지 한 바다 생명들은 인간의 눈으로 재단되지 않은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수만년에 걸쳐 진화를 하고, 먹이 사슬에 따라 포식하고 포식당하며, 제각기의 목소리로

울부짖고, 그렇게 아침해가 뜨고 저녁해가 진다. 그들의 생생한 피부 질감과 지느러미나 촉수가

움직이는 방식, 그런 디테일을 망연히 보다보면 '생명의 귀중함'이란 말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림이나

조악한 모형으로 익숙하던 고래들의 모습이 실제 날것의 그들 모습과는 또 얼마나 다르던지.


달달하고 말랑한 대신, 불편하고 딱딱하게 읽어야 할 영화

영화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사고가 개입되는 걸 느끼기도 했다. 문득문득 쟤들의 저런 삶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지는 거다. 그 의미란 것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인 거겠지만, 그저 눈뜨면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때가 되면 교미를 하고. 운좋으면 살아남고 운없으면 먹이가 되는 세상이란 게 너무 잔혹해

보였다. 그렇지만 인간의 세상과 인간이 사는 방식과 계속해서 비교하게 되면서 '인간우월'의 감정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녀석이 먹이로 바쳐져 포식자의 배가 부르면 아무리 먹잇감이

눈앞에 있어도 평화로운 정경, 자족할 줄 아는 그 자연스러움이란 건 인간에겐 참 쉽지 않은 경지다.


결국 그런 인간의 마음이 빚어내는 결과는 바다에서도 참담하다. 상어를 잡아서는 지느러미만 베어내고

다시 바다로 던지는 무표정한 어부들, 바다에 방치된 그물에 휘감긴 채 죽어가는 바다 생명들, 하늘에서

바다 수면 아래로 쏘아내려지던 바닷새들처럼 돌고래와 고래를 향해 쏘아지던 작살들, 그리고 곳곳에서

망가지는 자연 환경들. 앞서 잔뜩 놀래켰던 경이로운 바다와 바다 생명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바다란 뭘까. 단순히 인간을 위한 거대한 어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이로운 공간이라 감탄만 하는 것도 아닌 거 같다.


바다 생명들에게 바다란 뭘까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시야가 넓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어쩌면 '바다란 뭘까요'

그 질문 앞에는 '우리(인간)에게'라는 말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꼬마도 암묵적으로

그렇게 물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바다는 뭘까요"라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오션스'란 영화를 보고 나서는 질문을 좀더 명확하게, 그리고 바르게 고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인간과 바다 생명들에게, 바다는 뭘까요."


두바이의 인공섬 팜 쥬메이라, 두바이 시내 어디서든 그 야자수 모양의 이미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섬의

형태는 갖춰졌지만 아직 애초 구상한 시설들이 들어서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여전히 많은 부분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있지만 일단 섬 모양은 그럴듯한 야자수 모양으로 완성된 상태, 그리고

그 위에는 '아틀란티스 호텔'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인공섬 팜 쥬메이라로 들어서는 지하도로. 저 너머에 보이는 분홍색 건물이 아틀란티스 호텔이다. 두바이의

다른 호텔들이 그렇듯 이곳의 외양도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십분 엿보이는 건물이다.

내부에도 꽤나 볼 만한 게 많다고 해서, 바다 밑 지하도로 진입.

왕복 6차선의 지하도로.

창밖으로 언뜻 비치는 아틀란티스 호텔의 꼭대기층 모습. 저런 특이한 형태의 꼭대기층을 실제 객실로 쓴다면

꽤나 독특한 경험이지 않을까. 실제 객실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틀란티스 호텔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그 '아쿠아벤처' 공간이라고 한다. 해저로 가라앉아 잃어버린 사원

분위기가 물씬한 수족관 내에 온갖 물고기들을 우글우글 모아놓은 곳.

그곳까지 가는 길도 컨셉 자체가 바다를 형상화했다. 마치 디즈니의 '언더더씨' 기념관이라고 해도 믿으려나.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동굴같은 복도 안을 울리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르스름한 불빛.

물고기떼들이 겁도 없는 듯 상어의 지느러미를 건드리며 유유히 지나고, 배부른 상어는 고양이처럼 미묘하게

물살을 가르며 몸을 놀리고 있었다.  

거대 가오리가 진동안마기처럼 쉼없이 바닥을 두들두들 두드리고 지나가고, 이끼낀 오랜(듯한) 돌조각들은 

폐허로 변해버린 고대의 신전을 재현해 놓은 듯 디테일이 충실하다. 

자꾸 '생선'들의 사진에 액자처럼 건물벽면이 들어선다. 아님 이렇게 시선이 천장까지 가닿거나.

한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며 원통처럼 생긴 커다란 수족관을 요모조모 구경할 수 있었다. 그새

수족관 안에 들어가 먹이도 주고, 유리창도 닦는 부지런한 다이버.

비단 우리 일행만이 아니라, 여기를 '버즈 알 아랍', '버즈 두바이(이제 버즈 칼리파로 이름이 바뀐)'과 함께

투어로 돌아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다. 어느샌가 사람이 바글바글 수족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런 관광객들을 후덕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호텔 직원 한 분. 분명 아랍 인구의 1/3 상당을 차지한다는 인도나

파키스탄인임에 틀림없다. 여기서부터 이 계단을 올라가는 건 호텔 투숙객만 가능하다는 안내판.

일종의 테마 파크같다. 여긴 '언더더씨'에서 인어왕이 앉았던 옥좌 같기도 하고, 그 궁궐 자체를 본딴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계속 든다. 사실은 '테마 파크'의 이미지 차용과 약간의 키치스러움, 그런 것들은 두바이

여기저기서 쉽게 느낄 수 있지 싶다. 뭔가 불모의 사막 땅에 억지로 접붙인 듯한 묘한 느낌.

팜 쥬메이라에서 돌아 나오는 길, 두바이가 품고 있는 바다는 굉장히 황량해 보였다. 우리 나라 서해도 수심이

얕고 황하로부터 토사가 유입되어 꽤나 흐린 물색을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긴 더욱 심한 거다. 가뜩이나

사막인데다가 억지로 '관광 자원' 만들겠다고 바다에 무한정 토사를 부어넣어 '야자수 모양' 섬을 만들어 버린
 
거니까 주변이 온전할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것도 이른바 '두바이 성공신화'의 이면 아닐까.





지난주 토요일, 사람으로 미어터지던 코엑스 아쿠아리움.

매번 갈까말까 하다가 너무 비싼 입장료에 돌아서서 메가박스로 향하곤 했고, 다른 곳으로 가서 맛난 걸 먹고

말았었는데, 마침 건국60년 재외동포 초청행사 스케줄의 일환이었다. 이미 임진각과 도라산 전망대, 상암동

디지털 파빌리온단지를 거치면서 지쳐버리신 재외동포분들은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쾌속주파해 버린 그 곳에서

나름, 호흡을 잃지 않고 찬찬히 보려고 애썼다.


생선들의 정글. 미처 거둬내지 못한 생선이 둥둥 떠다니던 수족관을 유유히 떠다니던 돼지코 거북이는,

주둥이로 장난치듯 톡톡 그 사체를 쳐보고는 한입 베어물었다. 이미 그런 식으로 너덜너덜해지고 만 물고기.

어디선가 다 자란 거북이의 턱힘이 왠만한 손가락은 끊어낼만큼 강하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사진에 찍혀나온 그 고지식하고 우왁스런 표정을 보곤 왠지 납득이 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위를 맴돌며 한입만~을 연발하는 생선떼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금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비늘이 이뿌지만, 이게 바로 피라냐.

어렸을 적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는 아마존강에 산다는 무시무시한 식인물고기의 이름을 대면서, 난 흔히

'피라미~'라고 실수하곤 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게 곰치였던가. 잘 생긴 똥떵어리처럼 생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왠지모를 기시감은 횟집에서 생긴 거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통 아쿠아리움이라 하면 상어가 머리위로 휙휙 지나다니는 원통형 터널을 생각하지 않나. 난 그랬는데.

근데 이렇게 좁고 짧고 싱거울 줄이야. 중국에서 오신 동포분들이 코웃음쳤단 뒷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그다지 다시 가보고 싶지는 않은 곳이었다.

몇가지 조건이 갖춰진다면 또 모르겠지만.

1) 사람이 적은...평일 오전쯤.
2)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바로 와서...두시간쯤 걸어다닐 수 있는 체력.
3) 수족관의 어류를 보고 "뭐야, 다 똑같은 생선이잖아"라고 치부해버리지 않을 호기심과 흥미.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번 와봤음 다시 올 일이 있겠나 싶네. 너무 냉혹한 평가일지 몰라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