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에 물었다. 류블랴나 구시가에서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을 가장 제대로 하는 데가 어디니. 그렇게 찾아갔던 곳.

 

그리고 그곳에 찾아가 다시 물었다. 니들이 가장 자신있는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은 뭐니. 그렇게 맛보게 된 음식.

 

 

Game Plate, 체리 소스를 얹은 사슴고기, 버섯 소스를 곁들인 숫사슴 스테이크, 그리고 후추를 친 야생돼지고기.(19.5유로)

 

사실 일종의 샘플러 메뉴에 가깝지만, 그래도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는 데서 만족했다. 이전에는 류블랴나 성 근처의

 

숲에서 사슴이니 야생돼지를 잡아서 이렇게 조리해 먹었다는 설명 역시 그럴 듯 했다.

 

그리고 하우스 스페셜티.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 모두 라키야라는 과실 증류주를 전통적으로 마셨다고 하는데,

 

대략 30도에서 40도를 넘나드는 독주에 향은 그다지 달콤하진 않지만 목넘김이 굉장히 좋은 술이다. 400ml, 4.9유로.

 

 

레스토랑 풍경.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를 떠나기 전에 한번 더 찾아가 음식을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를 쫄딱 맞는 바람에

 

이것저것 계획이 많이 틀어져 두번째 방문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아쉽게도.

 

그리고 다른 날 아침 일찍, 피자 전문점 같은 곳에 찾아가 샐러드를 한 접시 주문하고 맥주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푸짐한 샐러드보울이.

 

샐러드를 한참 먹고 또 먹고 배부르도록 먹고 있는데 이제 슬슬 화덕엔 불이 들어가서 달궈지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 어디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던,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대중적이라는 맥주 중 하나.

 

 

뉴욕의 문화 거리, 소호에서 찾은 멋진 레스토랑 B&B. 무슨 약자였더라, 버거 앤드 비어였던가, 그 원래 의미는

 

잊어버렸지만 바에 서서 저렇게 열렬히 손님을 환영해주던 그녀는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온통 소호의 골목을 향해 열린 창문 틀 위에는 와인병들이 빼곡하게 빛을 가리고 섰다.

 

그리고 그녀는 바에서 초가 담긴 컵들에 하나씩 불을 붙이며 테이블마다 한 개씩 세팅하도록 했고.

 

 

때로는 손님이 주문한 칵테일을 만드느라 쉐이커를 출렁거리며 구불구불한 금발 웨이브를 출렁거리도 했고.

 

우리가 주문한 수박 샐러드는 언제 만들었나 몰라. 어쨌거나 신선한 조합이었다. 수박과, 치즈와, 살짝 튀긴 고추까지.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나니 더욱 배가 고파져서, 선그라스라도 썰어먹을 듯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오후 내내 걸어다니고 있었던 거다.

 

선그라스를 큼지막하게 토막치기 전에 다행히 눈앞에 나타나주신 고기.

 

두툼한 스테이크 고기는 미국 어디서 먹으나 마찬가지인 듯. 마음껏 레어의 육질을 즐기며 핏물을 흩뿌렸지만 사진은 없다..

 

사진이 좀 흔들렸지만 그녀의 머리칼을 보고 있으면 어차피 뭔가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으니, 그닥 나쁜 사진은 아니..랄까.ㅋ

 

그녀 뿐 아니라 그 역시, 바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멋졌던 멋진 레스토랑이자 와인 펍인 소호의 B&B.

 

 

 

회사 1-3년차 때 국제행사나 의전 업무를 맡아 호텔이나 럭셔리한 레스토랑 음식에 시큰둥해졌을 때만 해도

내가 이런 음식 사진을 찍을 줄 몰랐다. 그렇지만 남의 돈이나 행사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와 재원으로 간 건 처음.


폭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내린 1월의 마지막날. 모두가 집으로의 퇴근을 서두르며 철수하던 여의도로 거꾸로

바삐 거슬러 도착한 여의나루역에선 아무래도 나 혼자 내렸던 거 같다. 63빌딩 Walking on the Cloud에서.















올리비아 코스와 노르마 코스. 가격차가 좀 있어 6코스와 7코스, 나오는 메뉴도 조금 달라서 더욱 풍성했던 저녁.

다음번엔 여의도 63빌딩보다 뷰가 좋은, 강남 도심의 마르코폴로에서 된장질 한번 시도.(그래봐야 회사 3층 위지만)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말은 뱃속으로'란 말이 가장 맞지 않을까 싶었던 말고기

오찬. 제주도산 말만 취급한다는 전문점에서 세트메뉴를 시켰더니 가장 먼저 나오는 건 말고기 사시미.

참치살처럼 새빨갛고 촉촉한 살점이 가지런히 놓여 나왔다. 굉장히 부드럽고 단 맛이 도는 고기라서 사진 한번

찍고는 훌떡훌떡.

이어지는 육회. 생고기로만 만드는 육사시미의 맛을 알고 나서부터는 저가의 냉동육에 계란과 배로 맛을 내는

육회는 그다지 안 먹게 되었지만, 말고기의 경우는 물론 예외인 거다. 계란과 배를 잘 섞어서 맛보는데, 딱히

냉동고기 같지도 않고 비린 맛도 없다. 아니,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말 특유의 냄새가 약해진 거라 말해야

하지 않을까. 많이 안 먹어보던 고기, 예컨대 양이나 염소 같은 고기에 노린내가 나니 냄새가 심하니, 말하지만

사실 모든 고기엔 특유의 향취가 있는 거니까. 다만 우리가 소와 닭과 돼지 냄새에 익숙해 있을 뿐인 거다.

말의 향취를 그야말로 응축시켜서 느낄 수 있던 건 육회 다음으로 나왔던 말엑기스. 시꺼멓고 끈적한 느낌의

액체가 막걸리잔보다는 조금 작은 잔에 담겨나왔다. 원래 한약냄새 풀풀 나는 것들도 잘 먹는지라 조금씩 맛을

음미하며 마셨는데, 에스프레소처럼 첫맛은 쓰고 시다가 뒷맛은 뭉근하니 단맛이 퍼지는 그런.

왠지 힘이 불끈하는 느낌..?ㅋ

이어지는 말고기쌈. 얇게 썰린 무채에 올려놓인 다른 야채들과 함께 한점 올려진 말고기가 참 촉촉하기도 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눈에 보인다. 젓가락으로 잘 감싸서는 한입에 쏙.

육사시미 때부터 계속 느꼈던 거지만 말고기 참..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색깔도 투명한 선홍빛으로 이쁜데다가

사방으로 갈라지는 고기의 결도 그렇고, 촉촉히 배어나오는 고급스런 윤기까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투명한 색감 그대로 깔끔하고 산뜻한 맛에다가 입안에서 바로 허물어지는 부드러움, 그리고 촉촉하고 매끄러운

치감이라니. 말고기 초밥을 먹으면서, 만약 이게 요리만화라거나 그렇다면 아마도 난 지금 보드랍고 매끄러운

갈기를 나부끼는 구릿빛 튼튼한 말을 타고 드넓은 녹색의 대초원위를 경쾌하고 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말고기 스테이크와 내장. 말고기 스테이크는 뭔가 소스가 가득 뿌려져 있는 탓에 내용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던 데다가, 소스의 맛과 향이 말고기 특유의 향을 상당부분 감춰버려서 그다지 별 차이점을 못 느끼고

먹어버렸다. 그냥 다진 고기로 만든 여느 함박스테이크랑 비슷했던 듯. 그렇지만 내장은 정말, 말 특유의

냄새가 가장 진하게 났던 부위였던 거 같다. 소나 돼지에 비해 좀더 부드럽게 씹혀서, 내장의 쫀득한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그래도 정말 말 한마리 어느 하나 못 먹을 부분이 없단 걸

체감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이다.

그리고 말고기 갈비찜과 말고기 구이. 마지막으로 나온 말뼈사골국까지 해서 그야말로 말고기를 날로 먹고

쪄서 먹고 구워 먹고 다져 먹고 고아먹고 엑기스로 짜서 먹고, 온갖 방식으로 조리해서 맛볼 수 있었다. 

갈비찜에 들어간 말갈비는 소갈비랑 얼추 비슷한 사이즈였던 듯 하고, 고기의 육질은 (조리하기에 달린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말고기엔 기름이 많지 않은 건 확실하다.

구이로 나왔던 고기들도 기름기가 많지 않아 담백하고 부드러운 살코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구제역이 한참일 때 소나 돼지와는 달리 말고기의 소비가 제법 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발굽 사이에서

물집이 잡힌다는 구제역은 발굽이 두개 이상으로 쪼개진 동물이나 걸리는 병인지라, 통굽인 말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라던가. 그렇지만 구제역이 무서워서뿐 아니라, 말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고기가

사람 몸에 '그렇게도 좋다'더라는 이야기를 전파하곤 한다. 말 머리에서부터 신장, 허파, 심장, 음경과 고환,

심지어는 말꼬리와 말굽에 이르기까지 참 세세하게도 효능을 적어둔 이 내용을 그대로 믿어보자면,

말한마리를 잡아먹으면 뭔가...변강쇠가 될 거 같다. 아저씨들의 취향에 맞춘 효능 안내인 걸까.

효능이야 여하간에, 말고기는 기름이 적어 꽤나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질을 가진, 별미로 맛봄직한 고기인

거 같다. 제주도에서 갈수록 눈에 쉽게 띄는데다가 이제 슬슬 서울에까지 분점을 내고 있는 말고기전문점은

어디가 되었건 한번 들어가서 시도해보면 색다른 제주도 체험이 되지 않을까. 다만 이렇게 길가에 망아지가

자유롭게 노니는 제주도에서 혹시 동족의 냄새를 맡은 녀석이 뒷발로 차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험할지는

모르겠다.



상해 신천지를 가로질러 마주한 음식점 하나. 이러저러한 행사들 때문에 제법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에 익숙한

입맛으로 변질되어 버렸음에도 굳이 기억해 둘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들이었다.

무려 9개짜리 코스요리. 보통 호텔 오찬이나 만찬이래봐야 많아봐야 7개 코스가 대부분일 텐데. 인당 388위안이면

대략 7만원에...택스 붙으면 8만원 정도 하려나. 맘잡고 가는 한끼 식사로는, 아무래도 중국 물가 감안하면

꽤나 비싼 거긴 하다.

우선 목 마른 김에 중국의 '입을 즐겁게 하는 음료' 하나 시키고.

오이 위에 얹힌 캐비어, 전복, 장어, 그리고 마 같기도 하고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마지막 한가지의 에피타이저.

샥스핀이 이렇게 커다랗게 등장하는 스프는 처음 봤다. 거의 지느러미 하나를 통째로 썰었나 싶을 정도로 큰.

그러고 보니 난 여태 아무 생각없이 읊던 단어였는데, 샥스핀이 Shark's Fin이었다. 아. 그렇구나.

묵직하게 시큼한 맛의 스프,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고 결이 살아있던 상어지느러미.

랍스터. 반으로 잘린 랍스터안에 꽉 차 있는 속살이 뽀송뽀송, 탱탱하다. 이녀석은 대가리가 크고 껍데기가

두꺼워서 늘 문제다. 이등신이다, 몸 반 머리 반. 쳇. 늘 아쉽게 만드는.

이게 무슨 생선이더라..껍데기가 두툼하면서 쫀득하고, 비늘 벗겨낸 자리가 까칠까칠한 식감을 주는 생선.

사진을 찍으면서 계속 거슬리던 조명. 샥스핀에 샹들리에 조명이 반사되고, 노리끼리한 조명 때문에 영

색깔 내기도 쉽지 않아서 불만이었지만, 사실 등 자체는 이쁘장했다. (너한테 유감은 없단 말이다.)

계절 채소 조금과 함께 나온 건,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메인 음식. 양갈비거나, 혹은 스테이크거나. 난 양갈비를 골랐는데 꽤나 맛있었다.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요리재료가 다양하니 먹을 만한 옵션도 넓어지는 거 같다.

연어알이 얹힌 대나무통밥. 메뉴상으로는 'home-made' 스타일이라 주장하고 싶은가 본데...날치알과는 비교도

안 되는 풍성하고 호사스런 바다맛을 내는 연어알이 우리집 밥상에 오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마지막 디저트. 들깨를 갈아만든 푸딩이랄까, 굉장히 고소하고 탱탱한 푸딩. 그리고 망고와 수박과 키위 삼형제.

원래 먹는 거 포스팅은 피하려 하는데, 그래도 상해에서 먹었던 잊을 수 없는 호사스런 자리 중 하나였기에,

게다가 지금 쪼끔 배가 고픈 나머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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