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 접시, 물잔, 맥주잔과 숟가락이 비닐 포장되어 있던 상해의 어느 음식점. 웬만한 음식점에 가면 음식은

맛있다 해도 대부분 찐득찐득하고 더러운 접시 때문에 살짝 기분이 상하곤 했었는데, 이렇게 비닐로 잘 싸여있는

식기류라면 왠지 믿음직스럽겠다 기대가 되었다. 아마도 그런 부분을 감지하고 나온 아이디어 아닐까, 일인용

식기 세트를 완전히 비닐포장해서 그때그때 서빙하는 거.

비닐을 짝짝 찢어서 접시랑 컵이랑 숟가락을 세팅하니까 이런 모양이다. 비닐 포장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그닥

깨끗하진 않았다. 물이 질질 흐르고, 여전히 군데군데 뭔가 찌꺼기같은 게 붙어있어서, 그냥 비닐 포장하나

안 하나 별차이없는 중국의 식기구나 했다.

그런 접시들을 앞에 놓고, 상해의 명물이라는 '민물게요리'를 먹었다. 새우같기도 하고 가재같기도 하고, 커다란

집게 모양의 앞발이 두 개 달린 새우라고 하면 되려나. 매콤한 양념도 맛있었지만, 껍데기를 입으로 까서 먹는

그 속살의 쫀득이는 식감이 꽤나 매력적이어서 정신없이 먹었다. 접시가 깨끗하니 안하니는 이미 아웃 오브 안중.

먹고 안 죽으면 되지 뭘.

맥주는 맛있는 칭다오. 한국과는 다른 디자인이 꽤나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민물게요리랑 딱 어울렸던.





@ 서울 효자동.

보리밭 새순처럼 싱싱하고 여린 연두빛, 겨우내 노천까페를 감쌌던 비니루에 반사되다.

굳이 맨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렌즈를 거치고 또다시 구태여 (심술궂이) 비니루에 반사된 연두빛을

탐하는 건, 어느새 '젊다'는 것만으로 전부 이뻐보인다는 노친네의 음흉한 마음과 같아가는 징조인지 모른다.






포장이사를 했음에도, 주문했던 장들이 오지 않아 수납공간이 잔뜩 부족한 나머지..말그대로 '짐짝처럼' 마루바닥에

짐들이 잔뜩 부려져 있는 상태로. 5월 4일, 5일, 그리고 오늘 6일.

이 곰탱이 녀석은 사람만큼 큰 녀석인데, 비닐봉지에 꾹꾹 눌러담으니 영 볼품없다. 쫑긋한 귀도 바싹 내려붙었고,

팔다리는 잔뜩 퇴화한 채 형체만 간신히 남아있는 상태. 눈빛조차 흐릿한.

비닐에 둘둘 감긴 커다란 곰인형이 안쓰러워 매트리스에 기대 놓았다. 저녀석, 뭘 얼마나 몰래 훔쳐먹었길래

도톰하니 뱃살 오른 것 좀 봐, 비닐째졌다.

그러고 보니 이녀석, 꽤나 오랫동안 여기저기로 치였댔다. 무려 5년전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내 방에 오면 이렇게

방 천장에 올라붙어서는 날 응큼하게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정리중. 언제쯤 집이 좀 집다운 꼬라지가 될런지 원. 정리하느라 삼일째 힘들어 죽겠다...면서, 잠시 짬내어

포스팅이라니.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