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틱섬은 가이드북에 따르면 가장 작고 조용한 섬이라고 했지만, 이미 한국인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휩쓸고

 

지나는 통에 조용한 섬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생겼다. 게다가 선착장과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바다가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보트가 많이 지날수록 수중 시계가 흐려진다는 단점도 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명불허전, 물속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물고기들도 굉장히 많더라는.

 

 

photo by SONY TX-30.

 

 

 

 

 

 

 

니모를 지키고 있는 아빠 광대물고기도 만나고.

 

 

 

 

 

  

 

 

더러는 이렇게 바싹 붙어선 물고기와 아이컨택도 하고.

 

 

 

 

 

 

 

마치 '언더 더 씨'의 한대목인 양 두 마리의 화려한 물고기가 꼬리지느러미를 휘영청 젖히는 장면.

 

 

 

 

 

그리고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법한 샛노랑색의 나비 물고기. 실제로 저렇게 우아한 물고기였구나 싶다.

 

 

 

 

 

 

 

 

 

 

 

그리고 수면 위에서 보아도 이렇게 물반 고기반의 느낌으로 가득한 물고기들.

 

재미있는 건 서양인들은 물에 들어가기 보다는 주로 모래사장에 누워 태닝을 하는데 집중하더라는.

 

 

유후인역에서부터 유후인아동공원을 지나 드디어 유후인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곳, 긴린코 호수 초입에 도달했다.

 

슬슬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살짝 목이 마르다 싶던 타이밍, 일본까지 와서 물을 사 마시느니 음료를 사마시고 까페에서 차를 마시는 게

 

낫겠다며 계속 그런 걸 마셨던 차에, 저렇게 신기한 '오이 막대'라니. 살짝 짭조름하게 간이 밴 오이가 와삭와삭.

 

기운이 불끈 돋아 씩씩하게 걷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보이는 한글들, 그리고 한국인들의 한국말 소리들.

 

 

긴린코 호수 주변을 어슬렁대는 오리들, 처음에 조우했을 때는 정말 화들짝 놀랐는데, 그런 사람 따위 관심도 없는 듯

 

시크하고 여유로운 뒤뚱거림으로 이내 시야를 벗어났던 오리 한 마리.

 

 

드디어 눈 앞에 호수가 펼쳐지기 시작!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호수가 쫙쫙 양팔을 벌린 만큼 커지는 것만 같았다.

 

'긴린코'라는 호수 이름은 金鱗湖, 즉 금색 비늘 호수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될 텐데, 석양에 비친 물고기들의 비늘이

 

금빛으로 번쩍거린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호수 수면 아래로 팔뚝보다 굵은 물고기들이 미끄러지듯 유영중이었다. 아침해가 빛날 때나

 

저녁해가 가라앉을 때쯤에는 정말 꽤나 볼만하겠다 싶다.

 

 

알고 보니 이 '긴린코 호수'의 물 절반은 뜨거운 온천수, 나머지 절반은 차가운 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자욱하게 물안개를 피워올린다고 하는데 일정상 그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한낮의 쨍쨍한 햇살 아래에도 짙푸른 녹색이 시원하게 수면 위로 내리깔린 긴린코 호수의 호젓한 분위기나

 

드문드문 호수를 내려다보는 찻집이나 레스토랑들, 잠시 앉아 쉬어가며 시간을 붙잡아 두기에 딱 좋은 곳.

 

멀찍이 신사도 보이고, 저건 왠지 일본 애니메이션 '지옥소녀' 오프닝에 나오는 그 곳 같은 느낌.

 

 

긴린코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산은 유후인의 명산 유후다케, 유후인 마을에서도 멀찍이 보이던 그 산자락이다.

 

 

 

호수변에 피어난 노란 꽃들이 제법 뜨거운 햇살에 축축 늘어졌다. 호숫물을 쭉쭉 빨아올리란 말이다.

 

 

유후인의 소로들을 거닐 때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들, 울창하게 숲을 이룬 커다란 나무들과 드문드문 호숫가에

 

모로 누워버린 나무들이라니. 꽤나 깊숙한 자연 속에 안겨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돌거나 이리저리 에둘러가는 길들이 꼬불꼬불 서로 꼬리를 물고 있었지만, 이미 유후인 료칸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며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으니 굳이 다 돌아보진 않기로 했다. 잠시 짙은 녹색 그늘 아래서 쉬다가 유턴.

 

긴린코 호수 옆을 빠져나가고 다시 샵들이 즐비한 거리로 나가기 전, 아까는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이쁜 가게가 하나.

 

 

인력거가 조금 탐이 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과연 이런 뜨거운 날씨에 사람이 헉헉거리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끄는데

 

나몰라라 맘 편하게 저 위에 앉아서 갈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어서 패스.

 

슬슬 유후인역까지 걸었다. 유후인역에서 긴린코 호수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무지무지 오래, 대충 네다섯 시간 걸렸던 거 같은데

 

여기저기 한눈 안 팔고 적당히 슬슬 내려오니깐 고작 30분쯤 걸렸으려나. 조금 이르지만 유후인에서 먹는 마지막 간식..이랄까

 

혹은 이른 저녁 part1이랄까, 유후인 수제버거.

 

 

이제 유후인에서 후쿠오카로 나가는 가장 늦은 고속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하카다역 버스터미널로~*

 

 

 

 

 

 

속초 해변의, (내맘대로 이름붙인) 사랑나무. 사랑이 주렁주렁.

저 생선의 이름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폴짝 뛰어올라 등대를 집어삼키려는 타이밍에 사진 한장.

겨울날의 바다는 잔망스러운 파도 앞에서 다들 멈춰서 있는 느낌이다. 벤치도, 감시탑도, 바다를 찾은 사람들도.

바다가 거칠어져 쓰나미가 몰려오면 바로 코앞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 가까운 이마트까지 도망가라는 안내판.

고놈 참 잘 생겼다. 사람들이 쉼없이 번갈아 사진을 찍어대는 틈새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본 사랑나무.


영광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운영하고 있다는 아쿠아리움, 그곳에서 만난 해양 동물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이 샛노란 해마. 생각보다 활달하게 물 속에서 톡톡 몸을 튕기며 돌아다니고 있었던 모양새도 흥미롭고, 울룩불룩한

뿔이 돋아난 형태의 노란 몸뚱이도 재미있고, 좀더 눈여겨보면 등쪽이나 배쪽에 지느러미가 하늘거리는 모습도

보이는 거다.

그리고 지들끼리 몸을 엮어서 둥둥 떠있기도 하고,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휘휘 돌기도 하고. 잡담하듯 서로 나란히

붙어선 사이좋게 흘러가기도 하고.

아쿠아리움 안에 있는 저 하얀색 스쿠터도 눈에 들어왔다. 진짜 스쿠터를 칠해서 갖다 놓은 건지 아니면 그냥

조형을 만들어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아래에서 가만히 제자리 헤엄질중인 물고기들.

호랑이 갈기처럼 생긴 지느러미를 너울거리는 이 물고기는, 어떻게 보면 이쁘고 어떻게 다시 보면 징그럽고.

사실 이런 열대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샛노랑 색깔이 이쁘다 싶기도 하지만, 저렇게 총천연색의 몸을

갖고 있단 건 징그럽기도 한 거다. 


 그리고 별 두드러진 특징은 못 잡아내겠는 횟감같은 생선 몇 마리. 


아싸 가오리.

아쿠아리움 건물 위에 올라있는 거대한 문어도 맘에 들었다. 문어인지 낙지인지, 꿈틀거리는 다리의 표현이 참.

아쿠아리움을 나서다가 신기한 열매가 달린 퍼러딩딩한 나무를 보고 한 컷.





*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의 일원으로 떠난 출사 여행이었습니다.


벌써부터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중이었다. 파스텔톤의 등불을 빼곡하게 달아두고 있던 경내 마당에

얼룩덜룩 팔각 그림자가 융단처럼 깔렸다. 올록볼록 엠보싱 같기도 하고. 전등사 이름부터 범상치

않더니 땅바닥에 연등 그림자를 내걸었다.

보통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만들어진 연등에는 익숙했는데, 이런 식으로 파스텔톤의 다정다감한

연등들이 바람불때마다 쏴아, 가만히 앉아 그 빛깔들이 섞여들어가는 걸 보고 있어도 좋았다.

아무리 날씨가 구질구질하고 여전히 바람이 쌀쌀해도, 5월이 오긴 하겠구나. 이런 식으로

4월이 슬그머니 닥친 걸 보면.

색색의 꽃들, 전등사는 그러고 보면 한해에 한번씩은 꼭 가는 거 같은데. 그때마다 차를 갖고 가서

순무김치를 안주삼아 인삼동동주를 마실 수 없음에 아쉬워하면서 번번이 그런다. 술기운 대신

꽃향기를 맡고서 힘을 내는 패턴이랄까.

그리고 풍경의 두가지 버전. 요새 토이카메라 모드가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자꾸 찍어보게

되는 첫번째 풍경 사진, 그리고 그냥 여느 때처럼 찍은 두번째 풍경 사진. 물고기가 하늘에 둥둥

떠서는 바람결에 퍼덕거리다가 산호초 사이에 낑겨 버렸다.




청계천에서 열리고 있는 2010년 세계등축제, 얼마전 화재사고가 터지는 등 불상사가 있었지만

워낙 사람들이 몰리고 호응이 좋은 탓에 일주일인가 축제기간이 늘었다고 했다. 정확히는 몰라도

슬쩍 주워들은 이야기만 믿고서 다짜고짜 청계천으로.

십장생들, 학과 영지버섯, 거북이 등등이 소라광장에서부터 시작. 청계천 양쪽 수변으로는

색색의 등들이 두 줄로 내걸려 있었고, 아랫쪽 통행로는 사람들이 기차놀이를 하며 순례중.

연보랏빛 벚꽃도 샤방하지만 그 나무에 슬몃 몸을 기댄 소녀는 더욱 샤방샤방.

용궁을 형상화한 듯 사람몸통만한 잉어들이 펄떡이며 호위하고 있는 화려한 구중궁궐.

중국의 경극에서 볼 수 있는 변검을 소재로 한 등인 거 같은데, 자꾸 어딘가의 도박장이 떠오르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빠찡꼬의 색감과 비슷해서 그런 듯.

굉장히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주는 두 개의 등. 일본의 무사거나 신 아닐까 싶은데, 얼굴에

빨간 칠하고 칼든 저 분은 스트리트 파이터의 옛 캐릭터 혼다를 닮았다.

타이완에서 온 이 아저씨는, 주위에 금전을 질펀하게 깔아두고 '금전의 신' 행세를 하는 중.

남미의 어느 나라에선가 왔다는 이 초록빛깔 괴물등과 그 너머 캄보디아의 앙코르왓 모양의 등.

피사의 사탑이 원래 이 정도로 심하게 기울었나, 싶도록 완전 기우뚱한 등은 좀 위태위태해 보인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마스코트들인 듯. 뭐, 치렁치렁한 머릿결 외에는 그다지 특징적이지는

않은 캐릭터란 생각이 조금.

그러고 보니 대충 한 달 후면 크리스마스도 오는구나. 굉장히 심플하게 만들어진 형태지만

이런저런 그림들이 그 단순한 형태를 잘 보완해서 이쁘게 만들어진 듯. 살풋 부푼 별도 그렇고.

여기는 G20를 위한 공간, 스무 개 나라의 국기가 청사초롱으로 만들어져 빛나고 있었다.

'지난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운운 할 때의 그 주마등, 등 안에 초를 켜두고 밑에 바람개비를

달아두면 안에 있는 그림통이 빙빙 도는 대류현상이 일어나서 '말이 움직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해서 주마등이라고 한다. 스무 개 나라에서 온 말과 국기가 함께 빙빙 돌던 주마등, 아무 것도

성취없이 원점으로 도로 돌아간 G20 서울 서밋의 훌륭한 상징이긴 하겠다.

익살스런 표정의 장승들, 특히나 활짝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있는 지하여장군의 기백이 대박이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한국의 전래동화를 소재로 제작한 등 중에서 가장 맘에 들던 것 하나.

마침 올해가 호랑이해였고 내년이 토끼해니까, 늘어지게 퍼져앉은 호랑이 옆에서 담배연기

훔쳐 마시고 있는 눈빨간 토끼녀석이 좀더 눈에 밟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여기도 토끼, 이 녀석은 좀 덜 귀엽다. 밑에 있는 별주부 녀석은 뭐가 좋은지 헤벌레, 아, 금세라도

토끼 녀석의 간을 빼다가 용왕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기쁨에 은근슬쩍 잠겨 있을 때겠구나.

등불만 봐도 전체 스토리를 빠바박 떠올릴 만한 몇 개의 동화 내용들이 담긴 아름다운 등들이

지나가고, 그 담에는 좀더 경쾌하고 즐거운 모양의 등불들이 등장. 제기를 차거나 말뚝박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어린이들. 그렇지만 가만히 보면 말뚝으로 박혀있는 녀석의

표정이 썩 밝고 재미있지만은 않다. 외려 굉장한 리얼리티.ㅋ

눈이 벌건 거북선도 떠있었다. 토끼의 해를 맞이하여 거북선의 용머리 눈알도 토끼눈처럼

빨갛게 충혈시켜주는 건 센스일지도.

뜬금없지만 무지 귀엽던 개 등불 옆을 지나, 메뚜기가 느적거리고 쇠똥구리가 거대한 똥을 말고 있는

풀밭을 지났다. 그러다보니 거의 종로1가쯤까지 걸은 듯 하다.

세계등축제의 마지막 전시 등불은 뭔가 '등불'의 개념파괴를 시도한 듯한 LED조명이 휙휙

지나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 파트라슈의 개처럼 얼룩덜룩한 무늬가 개의 온몸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녔는데, 그냥 난 좀전에 있었던 그 귀엽고 작지만 따뜻한 불빛을 품고 있는 강아지가 좋았다.

그리고 조금 맘에 걸리던 것들, 청계천을 대낮같이 밝힌 등불과 청계천 수로 가운데에 수십개씩

설치된 철구조물 때문인지 수로 가장자리에 잔뜩 뭉친 채 부유하고 있던 조그마한 물고기들.

치어 수준의 어린 물고기들 같았는데, 이 녀석들은 어느 수족관에서 사왔을라나.

당장 눈에는 보기 좋고 사진찍기 이쁘기는 하다지만 그런 등불들이 청계천 위에 둥둥 떠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수로 바닥에 이렇듯 튼튼한 철제 구조물을 받쳐두어야 하는 거다.

저것들이 위생상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고, 밤 시간에 저렇게 밝은 불빛들이 한동안 켜져 있어도

수중 생태에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고, 저런 장애물들이 수로에 잔뜩 있으니 물 흐름에 장애가

생기지 않을지 그것도 모르겠고.

돌아나오는 길, 청계천 내에는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물흐름장애 및

수질오염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인데, 두 가지 전부 세계등축제에도 해당될 여지가 있어보인다.

청계천이 정말 복개천인지 아니면 거대한 인공수조인지, 거기 사는 물고기들이 생태계가 되살아난

증거인지 아니면 서울시청에서 사다가 뿌린 건지, 따위의 문제들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으니 생략.


다만, 마치 백조가 물 위에서 우아하고 아름답게 미끄러져 다니는 것 같아도 그 밑에서는 쉼없이,

그리고 고생스럽게 물갈퀴를 젓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사람들이 한줄로 서서 순례하듯 구경하는

어여쁜 세계등축제가 벌어진 청계천 수중에서는 뭔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생스럽고 힘겨운

삶을 사는 물고기나 수중생태계가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상해엑스포장 내의 한국관, 멀찍이서부터 뽕뽕 구멍뚫린 듯 표기된 글자가 한국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포서 지역보다 포동 지역에 중국관을 비롯한 국가관이 모두 모여있는지라 관람객들이 훨씬 많이

바글대고 있었고, 비단 한국관만이 아니라 일본관, 중국관 모두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려야 했다.

최근에 중국 칭하이에서 큰 지진이 나고 또다시 많은 사람이 죽었을 때, 각 국가관에서 모두 조기를 게양해

비극을 애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관은 조기를 게양하지 않아 중국 내 반한감정을 건드리는 불씨가 되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여튼 아이티 지진이 났을 때와는 너무 달랐던 국내의 분위기는 내 생각에도

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똑같이 사람 목숨이 날아간 비극이었는데.

벽면 가득 색색의 한글이 차 있었다. 무슨 200자 원고지에 빼곡히 글자를 적어 건물 벽면에 둘둘 바른 느낌.

근데 심지어 그 글자들이 이어져 문장이 된다.

"그림을그릴때눈을반쯤감고그려야좋은그림이나온다가장좋은냄새는학교앞문방구에서방금산책받침냄새다서울서인천까지걸을만하다파송송잘끓인라면을당할음식이없다감싸고보듬으면살아난다남자들은대체로피부가맑은여자를좋아한다 서울은잠을자지않는다흐린날밤산속에서는손바닥도안보인다라면은양은냄비에끓여야한다전기통닭은무맛이다지하철에서나와방향을모를때는맞다고생각하는쪽의반대로가면된다얼짱사진각도는사십오도가아니라사십팔도라고한다 양손을가슴에얹고자면꼭가위에눌린다붐비는식당이맛있다코가닮은사람끼리친하다 계란을좀더오래삶으면껍질이저절로까진다토끼는토끼굴에여우는여우굴에서산다"

1층은 한국기업연합관과 마찬가지로 파시드, 벽면이 없이 기둥만 세워져서 트인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5월의 뜨거운 상하이 햇살을 피해 줄을 선 사람들. "닌더펑요따한민구어", 당신의 친구 대한민국.

한국관 벽면은 참, 한글을 가지고 이쁘게 만들어냈지 싶다. 평면으로 글자와 음가들을 배치하기만 한 게 아니라

툭툭 모음과 자음이 튀어나와 있다. 벽면에 빼곡히 들어차다 못해 밖으로 튕겨나오는 듯한 단어들.

한국관 관람은 커다란 대형 패널을 사용한 티비 사이를 걸으면서 시작된다. 한국의 태권도, 영화, 제품, 그리고

미술이니 전통문화 등을 소개하는 영상들, 그리고 연예인들의 축하 노래까지.

녹색 성장을 모토로 잡고 있는지라 역시 녹색 차양이 잔뜩 드리워져있고, 이것저것 뭔가 자연친화적인 냄새를

풍기도록 기획된 것 같다. 기업관에 비하자면 부지가 두배가 넘어서 그런지 공간이 아주 널찍하다.

나무의 느낌을 살린 다른 한켠의 전시공간. 시간이 많지 않아 휘 둘러보고 나오고 말았지만, 따뜻한 느낌의

백열등 조명과 은은한 나무결이 괜춘하다.

한국관 내부의 이동통로에 매달린 등의 갓. 한국어, 영어, 혹은 그림과 기하학적 무늬까지. 한 개만 있으면 꽤나

썰렁하고 어색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여러 개 있으니까 제법 그럴 듯 하다.

한국관의 하이라이트,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이거다. 2012 여수 엑스포를 홍보하는 공간, "자신만의 물고기를

만들어보아요" 던가. 화면을 터치해서 물고기 종류를 고르고, 물고기 등에 업히거나 채울 수 있는 기계 종류를

고르고, 그렇게 물고기를 "만들어서" 바다로 내보내면 위쪽의 커다란 모니터에 본인이 만든 물고기가 유유히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는 거다.


뭔가, 익숙한 그림 아닐까. 4대강에 풀어놓겠다는 그 물고기들. 수온 측정하고 오염도 측정하고 하수 방류

감시하는 그 물고기 발언에 이어지는 과학과 조직의 공명이다. 하아. 끔찍해라.

한국관 마지막 전시물은 이 나무다. 설명에 따르자면 한국과 중국을 상징하는 나무 두개가 칭칭 얽혀 올라가는

듯한 모양이라는데(마치 연리지처럼), 글쎄 잘 모르겠다. 그냥 자세히 보면 엽전을 이어붙여서 나무둥치를

만들었구나 정도, 주렁주렁 매달린 종들이 땡그랑대는 것도 그렇고 엽전으로 만든 둥치도 그렇고, 돈 좋아하는

중국인들 굉장히 즐거워하는구나 라는 인상.

그리고 정말 마지막, 요새 트렌드가 워낙 3D 티비 이런거다 보니까 부랴부랴 세팅되었다는 쌈쏭의 3D TV.

아무리 3D면 뭐하나, 콘텐츠가 별로 재미가 없어서, 게다가 안경을 쓰고 멈춰서서 여유있게 관람하기엔 동선도

전혀 배려가 되어있지 않아서 걍 나와버렸다.

크게 중국어로, 그리고 작게 한국어로, 한국관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잘 가라며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건넨다.

안에서 가장 임팩트있었던 것은 그 뭔가를 연상케 하는 불쾌한 물고기 만드는 체험프로그램, 그리고 밖에서

가장 임팩트있었던 것은 이 건물의 외관.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는데 성공한 거 같다.

그리고 한 100여미터도 채 못 가면, A-10 지역. 조선관(북한관)이 기다리고 있다.

엑스포 사상 첫 참가한 'Paradise for people' 조선관(북한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