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비가 쏟아붓고 난 목요일, 트레이드 타워 옥상에서 바라본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멀찍이 손오공의 근두운처럼 한조각 찢어져서 떠가는 애기 구름 하나.

 

건물 옥상에서 밤에 깜빡깜빡거리며 비행기 등의 충돌을 방지하는 붉은 등 너머로 남산타워까지 보이고.

 

역삼역과 테헤란로 저너머 관악산자락이 왼켠으로 웅크리고 있다.

 

 

높은 구름 그림자가 한강에 얼룩덜룩한 흔적을 남기고, 한강의 서안과 동안에 빼곡한 아파트들.

 

봉은사의 초록빛 녹지공간과 그 너머 담색 물결의 한강, 그 위엔 새하얀 구름이 떠가는 푸른 하늘.

 

 

주변을 얼추 돌아보고 나서는 옥상 위 구경. 군사시설로 쓰였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뭔가 낡고 녹슨 시설물들 위로 짙푸른 하늘을 내달리는 새하얀 구름들.

 

건물 옥상에 있는 이 안테나같이 생긴 시설물은 뭘까.

 

 

 

 

점심시간을 틈타 옥상에 올라와서 서울 시내를 굽어보는 재미에 홀딱 빠져있는 직장인들.

 

 

선릉. 봉긋한 능 하나가 앞으로 보이고,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이나믹한 녹지가 빌딩들에 포위됐다.

 

 

 

하늘 높은 곳에서 구름이 소리도 없이 내달리는 순간, 선릉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그리고 여의도 방면. 날이 맑으니 여의도 63빌딩이니 쌍둥이 빌딩이 쉽게 눈에 띄인다.

 

 

그러고 보면 서울 시내 끝에서 끝까지 한눈에 들어올만한 거리는 되는구나 싶다.

 

물론 날이 맑아야 하고, 이정도 높이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긴 하지만.

 

올라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가는 길. 옥상을 가리키는 친절한 화살표들이 사방에 붙어있었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화물엘레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워낙 고층 옥상의 풍압이 센지라 중간문을 닫지 않으면

 

엘레베이터가 출발을 못하고 휘청거린다는 위협적인 사실.

 

 

 

 

 

 

강남에 위치한 트레이드타워, 전체 54층으로 되어 있는 건물은 강남에서 가장 높은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63빌딩 위에서 강북의 하늘을 지키는 방공포병들이 이곳에도 한동안 둥지를 틀고 서울 강남의 하늘을 지켰다는.

 

 

날이 좋아 옥상을 개방했던 오늘, 카메라를 들고 위에 올라가서 아래 풍경들을 담았다.

 

바른말 하시던 명진스님과 그를 핍박하던 정치인들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강남의 봉은사.

 

그리고 사각뿔 모양의 강남파이낸스센터, 그 옆에 살짝 가린 GS타워가 있는 역삼역 인근 풍경.

 

삼성역에서 역삼까지 유독 높은 빌딩들이 좌우로 우뚝우뚝 솟아있는 곳이 바로 강남의 테헤란로다.

 

전체 54층, 그러니까 옥상은 대충 55층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헬기장이 있는 옥상에 올라와서

 

종합운동장 쪽을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조금 흐렸던 하늘이 개고 있었다.

 

근처의 높은 건물 옥상의 헬기장이 슬몃 보이는 뒤로 삼성동 아이파크, 그리고 청담대교.

 

그리고 트레이드타워 옥상의 헬기장. 여기서 헬기가 뜨고 내린 적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건물 옥상 한 귀퉁이에 있던 삼각점. 아마도 토지 측량이라거나 평가를 위해서 쓰이는 기준점 아닌가

 

싶지만 정확하겐 모르겠고, 모처럼 228미터에 이르는 트레이드타워 옥상을 밟고 서니 바람이 참 시원하더라는.

 

 

Episode 1. 경마장 가는 길.



겨울에도 말들은 죽자고 달렸다. 가을철에 만났던 말들보다는 조금 뻣뻣하고 둔해진 네발놀림인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새하얀 입김을 격하게 토하며 팽팽한 근육을 조여대며 질풍처럼 내달렸다.

어찌나 빠르던지 눈앞까지 짖쳐들어온 말들은 휙 바람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트랙 너머로 사라졌고,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결승선에 가까울수록 아이유의 3단부스터처럼 높아가기만 했던 거다.

(이전 포스팅 : 쩍쩍 갈라진 말근육들의 향연, 과천 경마공원.)

그런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장면들,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역시 사진보다는 동영상이다.

중딩때 야설로 시작해 고딩쯤 야사(야한 사진)를 거쳐 야동으로, 그리고 이제 3D로 촬영된 야동으로

진화해 가듯, 분위기와 느낌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는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이 유리한 거다. 마찬가지로 같은 동영상이라도 그냥 동영상보다는 HD동영상이 화질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데다가 더구나 핸디캠의 전설 소니의 Full HD 화질이라면야.


이전에 경마장 왔을 때 미처 사진으로 못 나눴던 풍경들, 분위기들을 이제라도 소니a33의 힘을 빌어

사람들과 나눠보기로 한다. 물론 그건 사진을 발로 찍는 허술한 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세상엔 사진을 굉장히 잘 찍는 사람보단 웬만큼 찍거나 조금 찍을 줄 아는 사람, 혹은 나처럼

발로 찍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 사진 셔터 누르는 만큼 동영상 촬영하기가

쉬운지, 그리고 그렇게 찍힌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1. 사진 셔터 누르는만큼 동영상찍기가 쉬운지.

 : 아무리 동영상 기능이 있으면 뭐하나, 조작하기가 쉽지 않고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야 한다면

정작 눈앞에서 UFO가 지나쳐가도 동영상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휙, 보내버리고 말 거다.
 

경마장 구경가야 하니까, 간단하게만 말하면 무지하게 쉬웠다. 그냥 버튼 하나. 저 빨간 눈알이

박혀있는 'MOVIE' 버튼만 누르면 바로 촬영. 화이트밸런스, 노출보정, 측광모드나 오토포커싱

기능은 사진 촬영때 쓰이던 설정값이 그대로 넘어가니 따로 손댈 것도 없고, 셔터속도와

조리개값은 자동으로 조정이 된다. 게다가 자동으로 초점이 계속 변환되어 알아서 찍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준다고 하니, 정말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이란 얘기다.


물론 여러가지 옵션이 있긴 하다. 사진찍을 때처럼 커다란 LCD모니터에 몇가지 디스플레이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자이로센서가 수평수직을 잡아주는 게 동영상 촬영 때 도움이 크더란 건 찍어보고

나서의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 이외에도 동영상 파일 형태를 바꾸거나, 동영상 크기를 바꿀 수도

있던데, 어렵지도 않거니와 부수적인 이야기니까 패스. 이럴 때가 아니라 경마장에서 '발로 찍은

동영상' 이야기 할 때란 말이다.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2.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 아무리 동영상 찍기가 간편하다고 해도 초점도 안 맞고 화질도 엉성해서 당췌 이게 뭘 찍어놓은

건지 알아보기 힘들거나 알아보기 싫다면, 차라리 발가락으로 사진찍기를 계속하겠단 거다.



1)
말돌리기 : 과천 경마공원을 기준으로 하자면, 우선 경마가 시작되기 삼십분 전 조그마한

광장에서 경주마들을 빙빙 돌리며 말의 상태와 워킹 등을 보여준다. 말의 저 탄탄한 허벅지와

굵직하고 강건해 보이는 말근육들, 이건 그야말로 '발로 찍은 말 사진'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다.





경주마들이 자그마한 원형 광장을 돌며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 말들을 하나한 렌즈로

훑으며 첫 촬영을 시작했다. 단지 장면 하나를 찍는 게 아니라 어떻게 화면이 움직이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야 할지 따위, 생각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잘도 돌더라는.




2) 기수태우고 말돌리기 : 위 영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좀더 확연하게 티가 난다. 지가 알아서

앞뒤의 말들로 초점을 순식간에 조정해내는 카메라의 AF, Auto Focusing은 가히 AI라고

할 만하다. 요새 유행한다는 조류독감만 AI가 아니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도 AI인 거다.

알아서 초점을 이리저리 조정하며 기수를 태우고 광장을 도는 말들의 흩날리는 갈기, 강인한 걸음,

잔뜩 긴장한 근육 매무새들이 앞뒤로 생생하게 잡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3) 트랙으로 나서기 : 저번에 청담공원 등지에서 잘 써먹었던 파노라마 기능, 넓은 트랙에

경주마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몸통만한 엉덩이근육을 씰룩거리며 잘 정돈된 트랙위로

나서는 말들과 기수들에서 풍기는 긴장감과 비장함에 입김마저 조심스럽다.


4)
출발선에 주차, 아니 주마(駐馬)하기 : 기수를 태운 말들이 하나씩 출발선 앞에 섰다.




5) 폭풍질주하는 말들 : 트랙을 한바퀴 돌고 다시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말들, 제법 엎치락뒷치락

손에 땀을 쥐는 순간들이 지나갔고, 사람들의 고성 소리는 높아만 갔다.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카메라는 듬직하게도 무리지어 지나가는 말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번호는 물론이고 발굽에서

뿜어져나오는 흙먼지까지 보여주던 거다. 비록 내 마권은 전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이런 멋진

영상들이 남았으니 그걸로 만족이랄까.



+ 알파(α). 실제로 동영상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경험담.

 :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도, 동영상으로 남기면 괜찮겠다 싶은 순간들,

혹은 동영상으로밖에는 표현이 안 되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 거다. 예컨대, 눈발이

거꾸로 땅에서 하늘로 휘날리는 광경이라거나, 불빛 가득한 밤거리를 즐겁게 떠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같은 것들.



고층빌딩 주변에서는 바람이 마구 뒤집혀 불기도 하고, 마를린 먼로의 치마도 펄럭 뒤집는

음흉한 광풍이 분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눈발마저 거꾸로 휘날리게 할 줄은 몰랐다.

그치만 사진으로는 그렇게 지상에서 하늘로 치솟는 눈발을 잡아낼 재간이 내겐 없는 거다.



다행히도, 버튼 하나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게다가 이렇게 화질이 뛰어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마침 갖고 있었기에 남길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그리고 포스코사거리 앞의 범상치 않은 루미나리에, 촘촘한 꼬마전구가 알박힌 그곳의 풍경을

경쾌하게 뒤흔드는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까지. 이런 것들이 멈춘채

굳어진 풍경이 아니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담긴 건 다행이다. 근경과 원경을 유연하게

오르내리며 풍경을 잡아내고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덤.


그렇게 저장된 파일들은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왼쪽에서 보이듯

동영상은 동영상 폴더에, 오른쪽에서 보이듯 사진은 사진 폴더에. LCD모니터가 넓어서인지

저렇게 폴더 두개가 한번에 보이는 빼곡한 구성에도 그다지 답답하거나 조그매보이진 않는다.





Episode 2. 고감도 & '노이즈'줄이기.



#1. 빛이 적은 곳에서도 좋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는, 고감도성능!!



ISO100에서 무려 ISO12800까지 올라가는 권장노출지수(ISO)는 과연 야경 촬영에 강하다

소니의 명성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ISO가 높을수록 적은 양의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사진이 찍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데, 감도가 높을수록 화면의 입자가

거칠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래도 사진 두장이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잔뜩 감도를 높인 사진,

덕분에 조그마한 사이즈에서도 입자가 거칠거칠 드러나보인다. 반면 왼쪽 사진은 감도를

ISO1600으로 낮춘 사진, 그래서 확연히 부드러워 보이는 거다.


혹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감도를 한껏 높여 조금 사진이

거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불빛을 보다 환하고 이쁘게 잡아낸 거다. 반면 왼쪽은 ISO를 낮추어

불빛이 부드럽긴 한데 너무 어두워서 다소 침침해 보인달까, 느낌이 안 산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ISO100의 저감도로 찍힌 왼쪽 사진은 잔뜩 흔들려 버렸지만, ISO12800

고감도로 찍힌 중간 사진은 또 조금 입자가 굵은 노이즈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ISO1600으로

잡아낸 풍경, 이래서 적당한 감도를 설정하고 최대한 노이즈를 줄여내는 게 관건인 거 같기도 하다.


여하간 ISO128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성능은 흐리거나 어두워서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기에 보다 수월하게 해주는 것은 확실한 거 같다. 이 자체로도 나름 멋진 야경을

부족한 발실력으로나마 잡아낼 수 있도록 해준 건 오로지 소니a33의 성능 덕분.



#2. 빛이 적은 곳에서도 '노이즈'를 최대한 줄여서 사진을 찍기 위한, 다중프레임 NR!


ISO감도의 폭이 넓어지는 건 분명 흐리거나 어두울 때, 혹은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좀더 디테일을 살려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함께 사진 입자가 거칠게 느껴지는 '노이즈'는

아무래도 고감도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단점에 가까운 거 같다. 그런 '노이즈'를 조금 덜어내고

가능한 밝고 선명하되 부드러운 사진을 구하는 건 인지상정.

그래서 소니a33에서 채용한 기능은 '다중 프레임 NR(Noise Reduction)'. 자동으로 6장을

연속 촬영하고 그 화상들을 합성한 후 노이즈를 줄여서 하나의 화상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그저 감도를 자동 설정하고 1장을 촬영하는 'AUTO' 모드에 비해 훨씬 진화한 기능인 셈이다.


AUTO 모드 외에도 ISO100~400 구간에선 (화창한 날씨에 야외에서) 밝을 때 촬영에 적합하도록,

ISO800~1600 구간에선 밝지 않을 때 촬영하는 경우(흐림, 저녁, 실내 등), ISO3200~12800 구간엔

조명이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하는 경우, ISO25600에선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할 때 각각

노이즈를 줄일 수 있도록, 이렇게 ISO100~25600의 총 9가지 '다중 프레임 NR' 모드

있다는 건, 꽤나 섬세하고 사려깊은 배려라고 감탄할 만하다.


이렇게 '다중 프레임 NR' 모드를 활용해 사진을 찍으면, 감도를 더 높여 밝으면서도 노이즈 역시

훨씬 줄어든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거다. 왼쪽은 ISO12800으로 찍은 한밤중의 놀이터, 오른쪽은

무려 ISO25600으로 찍은 같은 장소지만 훨씬 밝고 선명하면서도 노이즈 역시 줄어들었다.


혹은 같은 ISO12800으로 찍더라도, 좀더 밝고 노이즈가 줄어들어 부드러운 사진이 얻어지는 거다.

원목 재질의 안내판 배경이 좀더 따스하고 보드라운 느낌으로 찍힌 사진, 딱 보면 알겠지만 역시

오른쪽 사진이 '다중 프레임 NR' 모드가 작동한 사진이다.


+ 알파(α). 실제로 '다중 프레임 NR' 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몇 장의 사진들.



위에서 그저 ISO를 높여서 찍었던 풍경들도 '다중 프레임 NR' 모드로 다시 찍는 순간 좀더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따뜻한 느낌의 사진이 된다. 6장이 순식간에 찰칵찰칵 찍히는 소리도

맘에 들지만, '처리중'이란 안내화면이 지나가고 합성된 화면이 이렇게 뜨는 순간도 과연

어떤 사진이 나올지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드는 거다.


경마장 건물 1, 2, 3층을 빼곡히 메운 채 주먹쥐며 말들을 응원하던 사람들,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아래에서 풍선을 들고 뛰놀던 아이들, 어느 일식주점의 벽면을 장식한 인형과 촛불들,

그리고 어느 까페에서 만났던 완전 푹신하고 편안해 보이던 낡은 의자까지. 다중 프레임의

세례를 받고 새롭게 조율된 사진 속에서 더욱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듯 하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초대장 배포(100장)] 화투패 좀 아시나요? 에서 '2010 서울 인형전시회'의 작품들을 조금

소개했는데, 그 이외에도 꽤나 재미있는 인형 작품들이 많았다. 우선 수많은 셀레브리티들.

007 요원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 안무, 한 동작으로 김연아임을 단번에 알아채게 했다.

시크릿가든, 현빈과 하지원의 인형. 슬쩍 올라간 현빈의 입매와 하지원의 동글한 눈이 이쁘다.

성균관 스캔들의 등장인물들이 황토담 앞에 분분이 서 있다. 이 드라마를 모르니 패스.

그리고 카라~ 한때 뭇남성들의 눈을 고정시켰던 '미스터'의 엉덩이춤 의상이다.

2NE1의 네마리 곰이 날씬한 자태를 도도하게 흔들어주는 센스. 복실한 얼굴털이 매력적이다.

빅뱅 테디베어들, 원색의 칼라풀한 옷차림, 그리고 음..글쎄, 남자는 관심없으니 패스.

그리고 업! 할아버지와 똥똥한 꼬맹이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이자 치히로인 소녀와 '가오나시' 괴물이 얌전히 열차를 탄 장면.

은하철도999의 철이와 메텔, 그리고 차장 아저씨..였던가. 워낙 어렸을 때 본 만화라.

파란요정을 만난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푸르스름한 피노키오의 낯빛과 요정의 파란 머리칼의

색감이 참 이쁘다. 근데 왠지 피노키오와 '마지막 잎새'쯤이 묘하게 섞인 느낌.

퇴화해서 형체만 남은 듯한 팔다리를 늘어뜨린 염소의 므흣한 웃음이란. 피노키오 이야기의 일부.

꺄아~ 고양이 인형 완전 사랑스럽더라는. 저 경직된 얼굴 근육은 금세라도 씰룩댈 듯.

폴스미스 스타일의 테디베어들, 곰팅이들 생긴 건 어슷비슷하다고 해도 천의 색깔과 느낌에

따라서 참 다르다. 저 세쌍둥이 곰돌이들조차도 약간씩 분위기가 달라서.

전시관 안쪽에 꾸며져있던 북극의 한 귀퉁이, 솜처럼 새하얗고 복실해 보이는 북극곰들이

단란한 한 가족처럼 모여있는 풍경이다.

아마도 1톤트럭 뒤를 꽉 채워서 실려왔을 거 같은 거대한 곰돌이 한 마리. 그 밑에 사람이라도

깔리면 옴쭉달싹도 못할 만큼 육중한 녀석이 제법 귀엽다.

수십 개의 부스에 나와있는 인형 전문업체들, 자리에서 직접 이렇게 계속 인형을 만드는 분들도

많았고, 둘러보는 손님들한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토이스토리3'에 나왔던 그 인형들이 우르르 모였다.

이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드는 표정과 분위기, 볼터치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뭔가

공포영화의 좋은 소재로 쓰일 수 있겠다 싶은 아이들.

강백호의 왼손은 그저 거들 뿐이고,

승리의 후레시맨은 왼손으로 비를 가리고 있다.

스파르타쿠스는 조금 닮았지만 그 살기와 단단함이 조금 부족하다 싶고,

인형의 집은 굉장히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온기가 없다. 인형들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그래서

따뜻하고 포근한 재질로 만든 인형들이 더 정감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자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보다 복실복실한 털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더 좋은 거다.

그래서 약간은 섬뜩한 아이들. 구체관절인형의 일종인 듯 한데, 소녀의 몸매가 풋풋하다.

포셀린, 도자기를 구워 인형과 옷을 모두 고슬고슬 만들어낸 건데 저 레이스의 화려함도 그렇지만

저 매끈한 도자기 피부. 그리고 저 각선미..훙훙.


이건 아마도 구워내기 전의 인형인 걸까. 굉장히 정교하고 여리여리한 디테일이 인상적.

이런 것들도 은근히 많았는데, 가뜩이나 사람을 많이 닮은 인형은 섬뜩하거나 무서울 때도 있거늘

굳이 저렇게까지 무섭게 할 건 뭐람. 그러면서도 그 생생함이나 신기함에 눈이 자꾸 가는 거다.

이런 따뜻하고 귀여운 인형이 사실은 좀더 내 취향에 가깝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몽실몽실한.

아 물론 이런 인형님들도 대환영. 어렸을 때 바비인형도 갖고 놀았던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전시기간이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딱 연말연시 분위기가 절정인

타이밍이라 그런지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많았다. 산타클로스 인형은 케잌 위에 올라가는

여느 자잘한 설탕인형과는 비교도 안되는 크기인데다 이쁘기도 하다.

인형 전시회가 벌어지는 코엑스몰에서 인형옷입고 홍보중인 아저씨-누나-형-동생님.

요즘처럼 찬바람 씽씽 부는 겨울에는 그래도 꽤나 할 만한 아르바이트 자리일 거 같다.





삼성역 트레이드 타워와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 아마도 80년대 후반 올림픽을 앞두고

지어지던 즈음에 찍힌 사진인 듯 싶다. 지금은 반짝반짝거리는 외벽 때문에 그 내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상상도 해보지 않았지만 이 사진을

보니까 감이 대략 잡히는 거 같다.


채 껍데기가 다 씌워지지 않은 채 내부가 슬쩍 들여다보이는 트레이드타워 꼭대기층이라거나

골격만 앙상하게 서 있는 그랜드인터콘의 뼈대라거나. 게다가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코엑스몰

공사도 있었을 텐데 사진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는 또 얼마나 대대적인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때만 해도 참, 나직나직한 건물들 사이에서 불쑥 돌출한 두 건물이 눈에 딱 띈다.

그때에 비하면 고작 20년여가 지난 지금은 뭐가 너무 많단 느낌이다. 뭐 54층짜리 건물이니

아직은 낮은 건물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렇다고 딱히 높은 건물이라기도 그런 높이.





매년 11월 30일은 '무역의 날', 올해는 그 무역의 날이 제정된지 47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공과가 어찌되었건 우리 나라를 지금의 경제 발전 루트로 견인해 온 건 바로 '무역입국'의 기치

아래 머리카락부터 북어까지 돈되는 건 전부 수출에 나섰던 그 시절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

그 때 이래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수출은 좋은 것, 수입은 나쁜 것'이라거나 '우리나라의 살 길은

오로지 수출, 대외지향형의 경제'라는 정형이 생긴 건 이제 좀 교정이 필요할 때지 싶지만,

여하간 그 때나 지금이나 포스터에서 읽히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맨날 도약이래.

세계 속의 수출한국. 한국이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so 심플한 거다. 사는 것보다 많이 팔면

된다는 식. 이 포스터의 테두리에 감긴 국기들이 아마도 당시 한국의 주요 교역 국가였나보다.

외국 앞에서는 항상 '우리'로 똘똘 뭉치는 성향도 있거니와 그걸 부추기는 건 이런 식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세계 시장을 우리의 무대로, 온 동네방네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퍼뜨리며 가슴 뿌듯해 하는 건 일종의 병이겠지만, 아직 상품 무역에 치중하던

때 무역이야말로 바로 그런 가슴뛰는 애국심의 원천, 용광로였을 거다. 나라를 부강케 하고

당장 우리 가족들을 잘 살게 만든다는 믿음에 기반했을 테니 마냥 냉소할 일도 아니다.


상품 수출 뿐인가. 중동으로, 독일로 간호사나 건설 노동자를 내보내어 외화벌이에 나서게

하고, 일본 관광객을 겨냥한 기생 관광도 암묵적으로 조장하고. 언제나 그렇듯 대다수의

이름없고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이 나라 경제를 이만큼 이끌어왔다.

한국에서 '수출기업'은 한때 굉장한 특혜와 정책적 배려를 누렸고, 여전히 그런 점이 없잖다.

의도적인 고환율을 유지하거나 거의 0%에 가까운 이율로 자금을 융통해준다거나, 사실은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데다가, 특히나 한국처럼 원자재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라면 수입과 수출 모두를 잘 챙겨야 하진 않을까 싶은데. 이전이야 수출, Export만

강조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작고 약한 경제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이제 어쨌든 OECD도 들어가고

G20도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 마구잡이식 달러벌이에선 벗어날 때가 된 거 아닐까.


군수물자 팔아서 달러 벌고, 빈국에 제공하는 무상원조는 가능한 쌩까거나 수익 조건을 달거나,

노동자들이 파업만 하면 '소나타 몇대분 손실'이네 협박하는 행태는 이제 벗어던져야 더욱

발전할 동력을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빵과 '하면된다' 정신으로 해결될 수준은 지났으니까.

이건 언제적의 포스터일까. 정말 상상속의 '로봇손'이 반도체를 쥐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계산기처럼 생긴 컴퓨터 초기모델이 휭휭 날아다니고, 아, 반도체는 심지어 한반도 어디메에서

뻗어나온 빛과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 위에 날고 있는 건, 인공위성인가 설마.

왠지 조금씩 포스터에 들어가는 메시지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기술혁신과

품질의 고급화로, 소득을 높이고 생산을 많이 하고 외화를 벌고 고용을 많이 하자는 메시지.

왠지...낯설지 않다. 사실은 수출입국의 기치를 세운 이래, 혹은 대부분의 수출을 담당하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이 펼쳐진 이래 늘 일관된 이야기였던 거다. 기술 혁신에는 비단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인적자산 관리기술, 쉽게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따위라 표현할

기술도 포함되는 것. 뒤집어 말하자면 모든 정책이 표방하는 목표는 한결같았다. 다행이랄까.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부분을 빼고 나면 역시 "소득 증진과 고용 증대"가 관건이다.

'근로자'라는 단어는 여전히 거슬리지만 참 집요하게도 계속된다. 오늘도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의 날 행사 축사 중에 '근로자'란 단어를 몇 번이나 썼던 것. 수출 500억불을 달성했음을

축하하는 포스터가 86년에 만들어졌고, 조만간 무역 1조불을 축하하게 될 테니 여전히 한국

경제는 고속 성장중인 듯 보이기도 한다. 수출, 수입에 한정하자면.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86년 포스터에서 '국회' 건물 이미지가 보인단 사실과 '수입업자'는

발 딛을 곳이 없이 빠져있다는 사실. 정부는 적절한 시책을 펼 테니 국민들과 국회는 그저

정부만 잘 이고 지고 따르라는 걸까. 수입은 적을수록 좋다는 기조 아래서 수입업자들이야

뭐, 찬밥 아닌 찬밥 신세인 거는 어쩔 수 없었을 테고.

세계를 한국의 무대로. 곧게 솟은 태극기가 워낙 작아서 혹시 거꾸로 들린 건 아닌지, 사방의

괘가 제대로 그려지긴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때나 지금이나, 촌스러운 색감과 도안만 조금

손보고 나면 딱히 메시지에서 바꿀 거는 없어 보인다. 수출 증진, 수출 몇백억, 몇천억, 규모로

세계 몇 위라느니 등등 수치에만 목 매달고 축하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란.

사실은 그 수출의 순이익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원재료를 수입해 왔는지,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국가의 총이익이 전체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고 있는지 그런

질적인 측면을 더욱 앞세워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 걸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 '무역의 날' 행사에서 본 장면 하나, 회사의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사장이 마침 그

회사의 수출 실적이 몇 백억, 몇 천억에 도달해서 행사장에 나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산업훈장을 받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사실은 그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수십년째

한결같이 일해 온 그 밑의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상 아닐까. 이씨 일가의 삼성이나 정씨

일가의 현대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영광'이-이명박에게 받는 건 영광은 아닌거 같지만-

사장 혹은 회사대표의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건 웃기다. 이 나라 경제가 몇몇 대기업 덕분에

이만큼 커지고 자라난 게 아니듯이.




@ 삼성동, 코엑스 무역전시관
세계 곳곳의 풍경은 골목길 구석까지 샅샅이 훑어볼 수 있게 되었다지만, 우리 동네의 오래 전 풍경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거다. 서울 삼성역 일대의 풍경 역시 80년대까지만 해도 비가 조금만 오면 물웅덩이가

사방에 포탄자국처럼 생겨나는 '깡촌'이었다던가.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장소에 봉은사는 그대로 있어서 그걸 기준삼아 대충 코엑스는 어디, 트레이드타워는 어디,

아티움은 어디, 한전 건물은 어디 등등 위치를 잡아볼 수가 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얻어낸 삼십년 전 항공사진,

그러고 보면 참 순식간에 변했다.

삼십년 전, 정확히는 1982년에 국제무역박람회장을 준비했던 장소다. 뒤로 보이는 숲속 한옥이 바로 봉은사.

사진의 발색이 살짝 희미해지고 바랜 듯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련하다.

80년대 초만 해도 칼라사진과 흑백사진이 혼용되던 시기였나보다. 사진 오른쪽 쯤에는 타이어 모양으로 생긴

종합운동장이 세워질 테지만 아직은.

저 너머 보이는 숲은 선릉. 아마도 좀더 이전에는 이 근방이 모두 저렇게 숲이었을 텐데, 야금야금 땅따먹기

해서는 지금 저만큼 남을 걸 테다. 왼쪽으로 쭉 올라가는 테헤란로는 그냥, 신작로 하나 덜렁 난 느낌.

88년에 삼성역 옆에 들어차는 종합무역센터 신축 현장. 54층짜리 무역센터랑 코엑스, 현대백화점, 인터콘호텔,

도심공항터미널 등이 한 곳에 집결하게 된 곳이다. 이곳에 그런 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믿거나 말거나라지만, 88년 서울올림픽 때 종합운동장 전경을 전세계에 생중계로 내보낼 때 뒷배경이 너무

허해 보인다는 '쩌~ 위'의 지시가 있었다나.

봉은사 꽤나 뒤숭숭했겠지 싶다. 이런 커다란 공사장이 코 앞에서 온갖 소음을 내며 쉼없이 돌아갔을 텐데.

그리고 2010년. 현재의 삼성역 인근 전경이 찍힌 항공사진이다.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지만

정말, 삼십년도 채 안되었는데 논밭이 빌딩숲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도 봉은사와 선릉이 녹색벨트처럼 단단히

매여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누군가 백투더 퓨처했을 때 알아보기 쉬운 징표들.

서울이라고 전부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끝없는 마천루를 가진 건 아니어서, 조금만 시 변두리로 나가도 굉장히

낯선 풍광에 당황할 때가 있다. 신작로 하나 덜렁 났었던 테헤란로 인근은 그래도, 가장 '국제도시' 서울의

이미지에 값하는 풍경인 거 같다. 고작 한세대, 삼십년동안 이렇게까지 극적으로 풍광이 바뀌어버린 동네라니,

압축적으로 달려온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실감케 하는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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