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도청도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뷰포인트 중의 하나로 이름높은 곳이다.

도쿄 타워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모리타워와 함께, 도쿄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고 날이 맑으면

후지산 봉우리도 볼 수 있다는 전망대가 있다.
 
(*이전글 : 도쿄타워가 있는 야경, 모리타워에서 보는 게 최고.)

도쿄도청 제1본청사 45층, 지상 202미터 높이에 남북으로 두개의 전망대가 있다고 하는데,

층수만 따지자면 그렇게 높은 건물은 아닌 거 같지만 도청 건물 밖에서 올려다본 건물 꼭대기는

꽤나 아득해 보였다. 단단하면서도 꽉 차보이는 도청 건물 자체가 주는 위압감도 적잖고.

이런 게 도청이라니, 딱히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닌 거 같다.


크고 호화롭게 짓느라 돈을 많이 들였고, 결국 재정상태를 악화시킨 주범 중 하나라는 반성이

있다던가, 한국의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높고 커다란 건물들 짓는 모습이나 중앙정부가 이런저런

대규모 토목공사를 강행하는 모습이 겹쳐진다.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꽤나 편하다고 생각했던 건, 곳곳에 있는 안내판에 대개 한글이

함꼐 병기되어있더라는 점.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만 잘 따르면 바로 전망대다.

엘레베이터 앞, 청경이 가방을 열어보는 등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일일이 가방을 열어보긴

했지만 딱히 금속탐지기도 없고 그냥 좀 요식적이라는 느낌. 아무래도 공공건물이고 관광객이나

외부인이 늘 왔다갔다 할 테니 안전문제는 신경을 써야겠지만, 동시에 한명한명 제대로 검사하면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명소로서의 위상도 추락할 건 뻔한 일이다. 그 중간 어디쯤에선가

타협을 했다는 딱 그 수준의 검사.

엘레베이터는 굉장히 평범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엘레베이터도

아니었고,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으니까. 도쿄 도청 전망대는 꽁짜니까 이런 곳까지

정비하길 바라는 건 무리인지도 모른다. 전망대는 뭔가 도청 건물의 '부록'같은 느낌이랄까.

단순히 '부록'이라고 표현하면 이 쪽에서 내려다본 야경에 대한 실례가 될 거 같긴 하다.

굵직굵직한 고층건물들이 옆에 나란히 서 있었고, 해가 저문지 꽤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빛이 층층이 새어나와 도쿄의 밤거리에 떨궈지고 있었다.

전망대를 한바퀴 돌아보며 도쿄 시내 전경을 360도 구경할 수 있었고, 눈에 띄는 주요 건물들이

무슨 건물인지를 알려주는 설명도도 붙어있었다. 그렇게 이름붙은 건물들 너머로 무수하게

빛나는 자그마한 불빛들, 너무 작아서 부스럭지같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래알처럼 번져있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는 거 같다.

한바퀴를 빙 맴돌고 나서는 전망대 안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모리타워 전망대에 비해서는

뭐랄까, 좀 어수선한 분위기다. 여기저기 기념품가게나 까페가 늘어서 있는 것도 좀

어색한데 거기서 파는 것들도 좀 두서도 없고 특색도 딱히 없고, 그래서 아마 그런 느낌이

더욱 심하게 드는 듯 하다. 일반 사무동 건물의 빈 사무실을 텅 비우고 활용하는 느낌.

그런 어정쩡한, 두서없는 기념품이랄까 오락거리 중의 하나. 정체를 잘 모르겠다. 한국어와

중국어로 된 설명이 적혀있긴 한데, 읽어도 잘 뜻이 전달되지 않는 데다가 살짝 바랜듯한

탁하고 뿌연 조명부터가 싸구려티가 풀풀 풍기는 듯. 그나저나 저 한국어는 왜 저렇게도

어색한 건지, '일본의 선물에 아무쪼록 한국어'? 자동번역기로 대충 번역한 거 같다.

어쩌면, 이곳은 그저 크고 화려하고 웅장하게만 지으려던 도쿄 신도청으로 생긴 재정악화를

해소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예정에 없이 대중에 공개된 전망대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큰 건물을 도청 기능으로 모두 채울 수 있을리도 없으니 공실율도 상당하지 않으려나, 일단

전망대 한층부터 빼서 이런저런 기념품가게니 까페 집어넣어놓고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뭐, 도쿄에 놀러간 입장으로서는 저런 그럴 듯한 야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니 땡큐지만.

일본이란 나라, 참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평해야 할 나라 중 하나겠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걷게 될 길은 이 나라가 걸었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패션이나 음식류의 최신 트렌드도 그렇지만,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들도 그런 거 같다.

어쩌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송도니, 용산이니, 아님 다른 지자체의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건물 꼭대기층 전망대에서 야경을 볼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진 않았음 좋겠다.





도쿄타워가 있는 야경, 모리타워에서 보는 게 최고. 에서 이미 보았던 그 야경,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안내도. 도쿄 타워를 기준으로 어디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빌딩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내게 와서 꽃이 될지도.






공룡이라고 다 무서운 건 아니지만, 여태 인류가 상상해낸 공룡의 표정 중에선 가장 불쌍한 표정 아닐까 싶다.

다른 광포한 육식공룡들에게 다구리를 당하다가 바닥을 기어 도망가려는 듯한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이 녀석, 표정이 너무 인간스럽달까. 애니의 왕국 일본이어서 이런 표정의 공룡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게 가능했던

건 아닐지. 어떻게 보면 조금 '개'같이 생기기도 했지만서두.



@ 일본 도쿄, 모리타워에서 열린 공룡전 광고판에서 한 컷.





도쿄의 야경을 보겠다고 도쿄타워에 오르는 건, 뭐랄까, 코끼리를 보겠다며 꾸역꾸역 코끼리 등짝을 기어오르는

개미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도쿄타워의 내부가 궁금하다면야 모르겠지만, 도쿄타워없는 도쿄의 야경은

왠지 심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래서 도쿄타워가 있는 도쿄의 야경을 보려면 모리타워에 가라고들 한다.

롯폰기힐즈에 있는 모리타워, '고작' 52층짜리 건물이지만 그래도 왠지 서울에 있는 54층짜리 트레이드타워보다

많이 높고 커보인다. 단순히 타워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쇼핑몰과의 연계라거나, 빌딩 주변의 녹지공간이라거나

본격적으로 마련해둔 전망대 공간이나 모리미술관 같은 시설물들이 양팔을 활짝 벌려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위기 때문인 거 같다.

전망대로 바로 직행하는 엘레베이터, 모리 아트뮤지엄과 도쿄시티뷰, 전망대가 있는 52층. 타이완의

101빌딩처럼 미친 듯이 빨리 쏘아져올라가는 느낌은 없었지만 뭐, 괜찮다.


그리고 다른 것들보다 도쿄의 야경. 도쿄는 참 크다는 느낌, 게다가 빌딩들이 이렇게 촘촘하게 늘어서있단

것도 인상적. 아무리 서울의 도심이래봐야 고작 몇 블록만 지나면 하늘까지 치솟던 스카이라인이 어느결에

땅으로 잔뜩 가라앉아있기 마련인데, 여긴 도쿄의 도심중에 도심이라고는 해도 참. 게다가 사방에서

반짝이는 불빛들까지.

도쿄에 오기 전 '도쿄타워'를 이제야 보았었다. 생각보다 영화 중에서 도쿄타워의 비중은 크지 않았고, 내부의

모습도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는데 다녀온 사람들은 전부 생각보다 별 거 없더라는 입을 모은 반응들. 낮에

보면 더욱 별거 없다는 둥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갔지만, 불빛이 온통 내려앉은 도쿄 시내에 우뚝 서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환하게 켜진 도쿄타워는 꽤나 멋지다.


모리 미술관에서의 전시와는 별도로, 전망대 내에서도 다른 특별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룡전'. 전망대의

유리는 뭔가 빛이 난반사되지 않는 특수유리를 갖다 꼽아놨으면 좋겠는데 사방에서 빛이 튕기는 바람에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지만, 심하게는 이렇게 공룡 한마리가 도쿄타워를 쥐고 흔드는 듯한 일루젼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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