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반딧불이같은 꼬마전구가 노란불빛으로 터널을 만들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색색의 휘황한 나무와 수풀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 열리는 '오색별빛정원전'의 풍경이다.

겨울해가 지는 걸 지켜보면 늘 마음이 조급해진다. 차라리 깜깜해지고 나면 맘이 놓이는 석양과의 경쟁. 가평 축령산

계곡이 스물스물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걸 보며 달려간 아침고요수목원, 입구부터 범상치 않던.

입구에 들어서니 사슴 두마리가 반긴다 싶더니, 한 녀석은 빨간코 루돌프인 듯 하고, 다른 한 녀석은 '원피스'의

쵸파처럼 목덜미에 커다란 리본을 매고 있다.

가녀린 미성으로 불렸던 '마법의 성' 가사가 떠오르던 빛무리들이다.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속

멀리 그대가 보여..어둠의 장막에 빛으로 드리워진 터널엔,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릴 법한 색색의 반짝이는 구슬과

별모양, 눈꽃모양 장식들이 아낌없이 달렸다.


10만평에 이르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주요 정원, 고향집정원, 분재정원, 하경정원, 하늘길을 지나 달빛정원에 있는

수만그루의 잘 생긴 나무들과 그 나무 형체 그대로 빛으로 되살아난 풍경을 보려면 생각보다 많이 춥다. 다행히도

길목 곳곳에 땔나무를 피워올린 연통 꼽힌 난로가 있어 사람들이 열을 보충하곤 떠날 수 있었다.

참 이쁘다는 말 밖엔. 원체 나무가 이쁘고, 그 나무의 수형과 수세를 잘 살려서 전등을 감아놓은 덕분이다. 다만 하나,

저렇게 전등을 칭칭 감아두면 나무들의 동면과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들은 거 같은데 괜찮으려나 싶었다. 아무래도

수목원 측에서 알아서 잘 했겠지 싶긴 했는데, 나중에야 '오색별빛정원전' 팜플렛에서 관련내용을 찾았다. 옮겨보면,

"LED는 일반전구와 달리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전구로,

일반 전구에 비해 점등시 발생하는 발열량도 적어 월동에 들어간 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좀 걱정스럽긴 하다. LED 조명으로 '열'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 하나는

'빛'일 텐데. 이렇게 강한 불빛이 밤 늦게까지 나무에 작열하고 있다는 건. 아, 정원전의 점등시간은 대충 밤 9시까지.

토요일의 경우는 10시까지 점등하는데, 그 정도면 그래도 나무와 인간간의 '타협점'이랄 수 있으려나.

수목원의 핵심부에 있는 대표정원, 하경정원에 들어서는 입구. 사실 말보다 사진으로 전해야 하는 공간이다.

높고 낮은 키의 나무들이 온통 색색으로 물들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슨 동양화에서 볼법한

기이한 형상의 소나무들이 둥실둥실 떠있기도 했고, 사람들은 몇 걸음 걷다말고 이내 사진찍기에 몰두하던.


특히 인상적이던 나무 한 그루. 시커먼 어둠 속에서 제 색깔을 잃어버린 나무에 빛으로 제 옷을 입혀주었다.

게다가 형광색의 소담한 열매들까지 주렁주렁.

하경정원의 전경들. 나중에는 살짝 눈이 어른어른해질 정도로 아낌없이 화려하고 호사스런 빛의 향연.


잠시 몸을 녹이기 위해 무작정 쳐들어간 초화온실. 빵빵한 온풍기가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금세 몸이 녹고 나니

주변에 꽃과 풀들, 초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태세를 정비하고 진입한 하늘길. 풍등이나 청사초롱처럼 만들어진 불빛이 굽이길을 따라 사람들을 인도했고,

잠시 후에는 불빛들이 모여 만들어진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그리고 튼실해 보이는 말 한마리가 나타났다.

원래 봄부터 가을에 이르는 기간에는 이 곳 하늘길 좌우로는 튤립이나 계절별로 화려한 꽃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생화들 대신 꼬마전구로 만들어진 서양란 같은 화려하고 커다란 꽃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하늘길의 끝에서 이어지는 달빛정원. 쭉쭉 곧게 뻗어올라간 나무들을 따라 담쟁이덩굴처럼 불빛들이 얽혔고,

신비로운 불빛을 타고 올라가던 기운이 뿅뿅, 터지듯 저 높은 가지 끝에서 열매로 맺혔다. 사방에서 새들이 날고

기린이니 코끼리니, 동물들이 열지어 선 가운데 천사가 지키고 있던 새하얀 작은 교회가 저만치 보인다.


교회를 지키고 선 천사들. 사방으로 새가 날고 별이 빛나는 풍경이 굉장히 몽환적이기도 하고 신비롭다.


돌아내려오는 길, 달빛정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노랑색 천사들을 지나는데,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어느새 토요일의 폐장 시간인 10시가 가까운 시간, 오히려 아까보다 바람도 덜 불고 덜 추운 거 같은데 아쉽..

돌아나오는 길. 크리스마스 즈음에 왔어도 정말 분위기 좋았겠다. 이런 수준의 조명이라면, 작년 연말의 심심했던

서울 도심의 루미나리에들 백개를 보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나오는 길목에서, 한참 눈길을 붙잡던 나무 한 그루. 당당하고 의연하며, 그러면서도 살짝 소슬해보이는.

아침고요수목원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돌아본 수목원의 앞모습. 요모조모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꾸며진 불빛들이 눈을 감아도 계속 반짝반짝거리는 느낌.
 







삼성동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나무 맨살에 전깃줄을 둘둘 감고 있는 모습이

맘에 안 들기는 작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지만, 워낙 날씨가 추워놓으니 왠지 저렇게라도

따뜻하게 온기를 입혀주는 게 나쁘지만은 않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작고 빤짝이는 불빛 굴다리 속에 들어가서 한번, 이쪽 바닥에서 저쪽 바닥까지 파노라마로

드르륵 긁었더니 나름 성공적으로 하늘과 땅이 맞닿게 나온 사진.



@ 포스코센터 앞. (by SONY a33)


Episode 1. 경마장 가는 길.



겨울에도 말들은 죽자고 달렸다. 가을철에 만났던 말들보다는 조금 뻣뻣하고 둔해진 네발놀림인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새하얀 입김을 격하게 토하며 팽팽한 근육을 조여대며 질풍처럼 내달렸다.

어찌나 빠르던지 눈앞까지 짖쳐들어온 말들은 휙 바람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트랙 너머로 사라졌고,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결승선에 가까울수록 아이유의 3단부스터처럼 높아가기만 했던 거다.

(이전 포스팅 : 쩍쩍 갈라진 말근육들의 향연, 과천 경마공원.)

그런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장면들,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역시 사진보다는 동영상이다.

중딩때 야설로 시작해 고딩쯤 야사(야한 사진)를 거쳐 야동으로, 그리고 이제 3D로 촬영된 야동으로

진화해 가듯, 분위기와 느낌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는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이 유리한 거다. 마찬가지로 같은 동영상이라도 그냥 동영상보다는 HD동영상이 화질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데다가 더구나 핸디캠의 전설 소니의 Full HD 화질이라면야.


이전에 경마장 왔을 때 미처 사진으로 못 나눴던 풍경들, 분위기들을 이제라도 소니a33의 힘을 빌어

사람들과 나눠보기로 한다. 물론 그건 사진을 발로 찍는 허술한 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세상엔 사진을 굉장히 잘 찍는 사람보단 웬만큼 찍거나 조금 찍을 줄 아는 사람, 혹은 나처럼

발로 찍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 사진 셔터 누르는 만큼 동영상 촬영하기가

쉬운지, 그리고 그렇게 찍힌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1. 사진 셔터 누르는만큼 동영상찍기가 쉬운지.

 : 아무리 동영상 기능이 있으면 뭐하나, 조작하기가 쉽지 않고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야 한다면

정작 눈앞에서 UFO가 지나쳐가도 동영상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휙, 보내버리고 말 거다.
 

경마장 구경가야 하니까, 간단하게만 말하면 무지하게 쉬웠다. 그냥 버튼 하나. 저 빨간 눈알이

박혀있는 'MOVIE' 버튼만 누르면 바로 촬영. 화이트밸런스, 노출보정, 측광모드나 오토포커싱

기능은 사진 촬영때 쓰이던 설정값이 그대로 넘어가니 따로 손댈 것도 없고, 셔터속도와

조리개값은 자동으로 조정이 된다. 게다가 자동으로 초점이 계속 변환되어 알아서 찍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준다고 하니, 정말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이란 얘기다.


물론 여러가지 옵션이 있긴 하다. 사진찍을 때처럼 커다란 LCD모니터에 몇가지 디스플레이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자이로센서가 수평수직을 잡아주는 게 동영상 촬영 때 도움이 크더란 건 찍어보고

나서의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 이외에도 동영상 파일 형태를 바꾸거나, 동영상 크기를 바꿀 수도

있던데, 어렵지도 않거니와 부수적인 이야기니까 패스. 이럴 때가 아니라 경마장에서 '발로 찍은

동영상' 이야기 할 때란 말이다.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2.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 아무리 동영상 찍기가 간편하다고 해도 초점도 안 맞고 화질도 엉성해서 당췌 이게 뭘 찍어놓은

건지 알아보기 힘들거나 알아보기 싫다면, 차라리 발가락으로 사진찍기를 계속하겠단 거다.



1)
말돌리기 : 과천 경마공원을 기준으로 하자면, 우선 경마가 시작되기 삼십분 전 조그마한

광장에서 경주마들을 빙빙 돌리며 말의 상태와 워킹 등을 보여준다. 말의 저 탄탄한 허벅지와

굵직하고 강건해 보이는 말근육들, 이건 그야말로 '발로 찍은 말 사진'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다.





경주마들이 자그마한 원형 광장을 돌며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 말들을 하나한 렌즈로

훑으며 첫 촬영을 시작했다. 단지 장면 하나를 찍는 게 아니라 어떻게 화면이 움직이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야 할지 따위, 생각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잘도 돌더라는.




2) 기수태우고 말돌리기 : 위 영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좀더 확연하게 티가 난다. 지가 알아서

앞뒤의 말들로 초점을 순식간에 조정해내는 카메라의 AF, Auto Focusing은 가히 AI라고

할 만하다. 요새 유행한다는 조류독감만 AI가 아니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도 AI인 거다.

알아서 초점을 이리저리 조정하며 기수를 태우고 광장을 도는 말들의 흩날리는 갈기, 강인한 걸음,

잔뜩 긴장한 근육 매무새들이 앞뒤로 생생하게 잡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3) 트랙으로 나서기 : 저번에 청담공원 등지에서 잘 써먹었던 파노라마 기능, 넓은 트랙에

경주마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몸통만한 엉덩이근육을 씰룩거리며 잘 정돈된 트랙위로

나서는 말들과 기수들에서 풍기는 긴장감과 비장함에 입김마저 조심스럽다.


4)
출발선에 주차, 아니 주마(駐馬)하기 : 기수를 태운 말들이 하나씩 출발선 앞에 섰다.




5) 폭풍질주하는 말들 : 트랙을 한바퀴 돌고 다시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말들, 제법 엎치락뒷치락

손에 땀을 쥐는 순간들이 지나갔고, 사람들의 고성 소리는 높아만 갔다.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카메라는 듬직하게도 무리지어 지나가는 말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번호는 물론이고 발굽에서

뿜어져나오는 흙먼지까지 보여주던 거다. 비록 내 마권은 전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이런 멋진

영상들이 남았으니 그걸로 만족이랄까.



+ 알파(α). 실제로 동영상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경험담.

 :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도, 동영상으로 남기면 괜찮겠다 싶은 순간들,

혹은 동영상으로밖에는 표현이 안 되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 거다. 예컨대, 눈발이

거꾸로 땅에서 하늘로 휘날리는 광경이라거나, 불빛 가득한 밤거리를 즐겁게 떠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같은 것들.



고층빌딩 주변에서는 바람이 마구 뒤집혀 불기도 하고, 마를린 먼로의 치마도 펄럭 뒤집는

음흉한 광풍이 분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눈발마저 거꾸로 휘날리게 할 줄은 몰랐다.

그치만 사진으로는 그렇게 지상에서 하늘로 치솟는 눈발을 잡아낼 재간이 내겐 없는 거다.



다행히도, 버튼 하나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게다가 이렇게 화질이 뛰어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마침 갖고 있었기에 남길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그리고 포스코사거리 앞의 범상치 않은 루미나리에, 촘촘한 꼬마전구가 알박힌 그곳의 풍경을

경쾌하게 뒤흔드는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까지. 이런 것들이 멈춘채

굳어진 풍경이 아니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담긴 건 다행이다. 근경과 원경을 유연하게

오르내리며 풍경을 잡아내고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덤.


그렇게 저장된 파일들은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왼쪽에서 보이듯

동영상은 동영상 폴더에, 오른쪽에서 보이듯 사진은 사진 폴더에. LCD모니터가 넓어서인지

저렇게 폴더 두개가 한번에 보이는 빼곡한 구성에도 그다지 답답하거나 조그매보이진 않는다.





Episode 2. 고감도 & '노이즈'줄이기.



#1. 빛이 적은 곳에서도 좋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는, 고감도성능!!



ISO100에서 무려 ISO12800까지 올라가는 권장노출지수(ISO)는 과연 야경 촬영에 강하다

소니의 명성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ISO가 높을수록 적은 양의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사진이 찍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데, 감도가 높을수록 화면의 입자가

거칠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래도 사진 두장이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잔뜩 감도를 높인 사진,

덕분에 조그마한 사이즈에서도 입자가 거칠거칠 드러나보인다. 반면 왼쪽 사진은 감도를

ISO1600으로 낮춘 사진, 그래서 확연히 부드러워 보이는 거다.


혹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감도를 한껏 높여 조금 사진이

거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불빛을 보다 환하고 이쁘게 잡아낸 거다. 반면 왼쪽은 ISO를 낮추어

불빛이 부드럽긴 한데 너무 어두워서 다소 침침해 보인달까, 느낌이 안 산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ISO100의 저감도로 찍힌 왼쪽 사진은 잔뜩 흔들려 버렸지만, ISO12800

고감도로 찍힌 중간 사진은 또 조금 입자가 굵은 노이즈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ISO1600으로

잡아낸 풍경, 이래서 적당한 감도를 설정하고 최대한 노이즈를 줄여내는 게 관건인 거 같기도 하다.


여하간 ISO128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성능은 흐리거나 어두워서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기에 보다 수월하게 해주는 것은 확실한 거 같다. 이 자체로도 나름 멋진 야경을

부족한 발실력으로나마 잡아낼 수 있도록 해준 건 오로지 소니a33의 성능 덕분.



#2. 빛이 적은 곳에서도 '노이즈'를 최대한 줄여서 사진을 찍기 위한, 다중프레임 NR!


ISO감도의 폭이 넓어지는 건 분명 흐리거나 어두울 때, 혹은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좀더 디테일을 살려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함께 사진 입자가 거칠게 느껴지는 '노이즈'는

아무래도 고감도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단점에 가까운 거 같다. 그런 '노이즈'를 조금 덜어내고

가능한 밝고 선명하되 부드러운 사진을 구하는 건 인지상정.

그래서 소니a33에서 채용한 기능은 '다중 프레임 NR(Noise Reduction)'. 자동으로 6장을

연속 촬영하고 그 화상들을 합성한 후 노이즈를 줄여서 하나의 화상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그저 감도를 자동 설정하고 1장을 촬영하는 'AUTO' 모드에 비해 훨씬 진화한 기능인 셈이다.


AUTO 모드 외에도 ISO100~400 구간에선 (화창한 날씨에 야외에서) 밝을 때 촬영에 적합하도록,

ISO800~1600 구간에선 밝지 않을 때 촬영하는 경우(흐림, 저녁, 실내 등), ISO3200~12800 구간엔

조명이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하는 경우, ISO25600에선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할 때 각각

노이즈를 줄일 수 있도록, 이렇게 ISO100~25600의 총 9가지 '다중 프레임 NR' 모드

있다는 건, 꽤나 섬세하고 사려깊은 배려라고 감탄할 만하다.


이렇게 '다중 프레임 NR' 모드를 활용해 사진을 찍으면, 감도를 더 높여 밝으면서도 노이즈 역시

훨씬 줄어든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거다. 왼쪽은 ISO12800으로 찍은 한밤중의 놀이터, 오른쪽은

무려 ISO25600으로 찍은 같은 장소지만 훨씬 밝고 선명하면서도 노이즈 역시 줄어들었다.


혹은 같은 ISO12800으로 찍더라도, 좀더 밝고 노이즈가 줄어들어 부드러운 사진이 얻어지는 거다.

원목 재질의 안내판 배경이 좀더 따스하고 보드라운 느낌으로 찍힌 사진, 딱 보면 알겠지만 역시

오른쪽 사진이 '다중 프레임 NR' 모드가 작동한 사진이다.


+ 알파(α). 실제로 '다중 프레임 NR' 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몇 장의 사진들.



위에서 그저 ISO를 높여서 찍었던 풍경들도 '다중 프레임 NR' 모드로 다시 찍는 순간 좀더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따뜻한 느낌의 사진이 된다. 6장이 순식간에 찰칵찰칵 찍히는 소리도

맘에 들지만, '처리중'이란 안내화면이 지나가고 합성된 화면이 이렇게 뜨는 순간도 과연

어떤 사진이 나올지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드는 거다.


경마장 건물 1, 2, 3층을 빼곡히 메운 채 주먹쥐며 말들을 응원하던 사람들,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아래에서 풍선을 들고 뛰놀던 아이들, 어느 일식주점의 벽면을 장식한 인형과 촛불들,

그리고 어느 까페에서 만났던 완전 푹신하고 편안해 보이던 낡은 의자까지. 다중 프레임의

세례를 받고 새롭게 조율된 사진 속에서 더욱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듯 하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휴가여서, 하루종일 강남과 종로, 시청쪽을 돌아다녔다. 역시나 올해도 시청 앞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꼭대기에 별이 아닌 십자가를 매달고 번쩍번쩍, 휘황하고 가로수 역시 온통 손톱만한 불빛들을 휘감은 채

무슨 열매처럼 눈송이 모양 불빛장식들이 주렁주렁하다.

어둠이 짙게 내려 나무의 형체는 쉬이 보이지도 않지만, 나뭇가지 끝까지 세심하게 잘 단도리해놓은 조명

덕분에 한밤에도 나무 한그루가 어떤 형체인지 여실히 보여줄만큼 촘촘하게 해놓아서 더 이뻐 보이는 게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즈음한 연말 분위기를 내는데 빠질 수 없는 장식이기도 하고.


물론 한철만 지나면 전부 거두어질 '반짝 환경미화'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작된 '루미나리에' 행사보다도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연말이면 나뭇잎을 잃고 앙상한 나무들이 불빛을 품는다고 여겼었다.

불과 몇 시간 전, 해가 떨어지기 전의 같은 장소. 삼엄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나무마다 허리춤에 전기설비

기구를 차고서는 온통 전기줄로 칭칭 동여매어져 있다. 시꺼먼 전선과 허여멀건 알전구가 나무등걸을 타고

가지마다 빼곡히 올라가는데, 무슨 벌레가 기어오르는 것처럼 징그러운 생각마저 든다.

나무마다 굉장한 품을 들였을 게 틀림없다. 한 그루 한 그루에 모두 전기 배선설비를 하고 나무 꼭대기쯤까지

전선을 돌려감아주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소모되었을까. 저렇게 전기줄로 칭칭 감긴 나무는

스트레스가 심각한데다가 조명으로 인해 야간에도 쉬지 못해 생장에도 적잖은 부작용을 끼친다던데, 연말

분위기를 꼭 저런 식으로 내야 하는 건가. 야경만 보고 만다면야 이뿌다고 치울 수도 있을지 몰라도, 벌건 대낮

발가벗겨진 저 나무들의 흉물스런 모습은 참아 줄 수도, 모른 척 하기도 쉽지 않다. 내가 오버하는 걸까.

무려 '전기위험'이다. 지금이 무슨 나무 전봇대를 세웠다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도 아니고-하다못해 그때도

죽은 나무줄기를 사용했다지만-잘만 살아있는 나무에 저런 식으로 고문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

정부는 '녹색'을 기치로 내건 정부 아닌가. 정부나 서울시청이나 간에 말이다. '녹색'을 이야기한다는 사람의

감수성이라면, 이런 거 불편하고 낯설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부만 탓할 것도 아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즈음만 되면 거리 곳곳의 나무들이 몸살을 앓는다. 당장 광화문

인근의 까페니 음식점이니 호텔이니 주변 나무들만 봐도 그랬다.

나는 처음에 무슨 가시나무인가 했다. 이건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경악스럽고 경탄스럽게, 징그럽도록

세심하게 꼬마전구를 말아올린 거다. 아마도 밤에는 굉장히 이쁘겠지. 어둠 가운데 나무 한그루가 온전히

제 모습을 다 드러낸 채 둥실 떠올라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것도 따뜻한 황금색 불빛으로.

그걸 위해 이렇게 뱅뱅뱅, 벌레들이 나무를 점령한 채 위로위로 좀먹어 들어가듯 전구와 전선은 나무

하나를 꼼짝없이 결박하는 거다. 징그럽고 추하다. 그리고 나무에게 미안하다.

작은 나무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게에서 마련한 트리용 나무인데 뭔 상관이냐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나무를 괴롭히고 백주대낮의 이미지를 흉물스럽게 해야 하는지, 한번 따져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될까 묻고 싶은 거다. '미감'의 문제라 하면, 단지 야경의 아름다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무 자체에 미칠

영향과 햇볕 아래 풍경의 아름다움까지도 함께 따져보자고 하고 싶다.

p.s. 집에 오는 길에 역삼역 근처에서 마주한, 최강의 나무 조명들. 건물을 둘러싼 나무들이 온통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마냥 이쁘다, 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이미 저 정도 조명의 밝기와 세기라면 일종의

공해라고 인정될 수조차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굳이 연말에 나무들에 이렇게 꼬마전구들을 칭칭 감아놓아야만 이쁜가, 하는 고민은 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다들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살아있는 생나무에 이렇게 야만적으로 괴롭히는 방법 말고

뭔가 낮에도 이쁘고 밤에도 이쁠 수 있는 그런 방식, 궁하면 통한다고 우선 이런 미친 듯한 조명에 대한 

거부감부터 생긴다면 새로운 방식은 고안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조명을 휘감고 있는 나무들, 여전히 이쁘게만 보이는가. 연말연시의 야경, '환경미화'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최소한 한번쯤 생각하는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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