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구조라 선착장, 외도나 소매물도로 나갈 수 있는 유람선을 타는 곳이다. 생각보다 조그마한 선착장

앞에 컨테이너 하나가 덜렁 있다 했더니 화장실. 그야말로 제일 기본형의 화장실 표시를 달아두고 있다.

뻣뻣하게 선 채 두 팔을 늘어뜨린 파랑색 사람의 이미지.

여자화장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남자화장실 표시랑 비교하니 드러나는 몇가지 흥미로운 지점.

우선 남자와는 달리 다리를 딱 붙이고 섰다는 점, 아마도 현숙하고 조신한 모습을 알게 모르게

주입하려 했던 걸까. 그리고 양쪽으로 한옥 처가지붕마냥 휘영청 올라간 치마의 흔적. 여자는

전부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듯한. 양쪽으로 어정쩡하게 귀여운척 하듯 올라간 두 손은 아마도

치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 같기도 하지만, 왠지 애교부리는 포즈같기도 하다.

이렇게 앞에 배들이 둥실둥실 떠 있고, 남해의 수많은 섬으로 떠날 생각에 설레있는 사람들한테 조금은

더 이쁘고 여행 분위기 돋우는 화장실 표지를 보여주진 못한다는 건 좀 아쉽다. 게다가 그냥 기본형의

표지를 썼을 때 알게 모르게 거기에 묻어있는 남/녀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파하는데 일조하는

건 아닌가 싶어 더욱 아쉽다. 지자체에서 이런 부분들을 좀만 더 신경쓰면 충분히 명물이 될 수 있을 텐데.

올린 김에, 구조라 선착장에서 외도나 매물도로 떠나는 유람선 요금표. 2011년 2월 기준.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자신이 본 최고의 화장실 표시를 제보해주실 분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통영 미륵산 정상까지,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고 나니 발아래 저만치 보이던 잔뜩

갈기갈기 찢긴 듯한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 정말 저 너머가 바다라고 느끼기에는 너무 빼곡하다

싶을 정도로 크고 작은 섬들이 수평선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섬마다 소보록하게 덮여있는 나무들의 질감은, 마치 습기찬 어느 바윗돌 위에 잔뜩 덮여있는

촉촉한 이끼같이 부드럽고 보슬보슬할 거 같다. 저 너머 너울너울 오르내리는 섬들의 실루엣은

무슨 장대한 산맥이 몇겹으로 놓여있는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


전날 저녁에 횟집에서 푸짐한 상차림을 마주하기 전에, 얇은 비닐이 한 겹 깔려있는 테이블 위에

또르르 물방울이 굴렀었다. 사방으로 퍼진 물방울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는 땡글땡글 섬처럼

자리잡았다. 한려수도의 수많은 이름모를 크고 작은 섬들처럼.



2월말, 조금 흐려진 하늘이 걱정스러웠지만 소매물도를 위시한 남해바다의 숱한 섬들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고 나가는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바다는 기세등등하게 검푸른 빛깔이었다.

갈매기가 몇 마리 따르고, 어느 지점에서 배가 달리던 간에 가깝고 먼 섬들이 사방을 온통

둘러쳐주는 모습이란. 게다가 그 섬들의 기기묘묘한 풍경까지.





@ 외도, 소매물도.

조그만 선착장 위에 부려진 채 커다란 동물처럼 웅크리고 있던 짐꾸러미와,

어딘가에 그 끝이 묶이지도 않은 채 하염없이 감겨있을 뿐인 투박한 밧줄과,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움키고 있었을 구명튜브의 뻥 뚫린 가슴 속으로,

병풍처럼 앞바다를 둘러친 섬들의 어깨를 훌쩍 짚고 넘은 햇살이 달겨들었다.



@ 외도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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