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싸멧 지도, 반페에서 배타고 삼십분이면 꼬싸멧의 나단페리항에 도착한다.

 

주로 동쪽 해안에 숙소가 몰려있지만 북쪽에도, 또 서쪽에도 리조트나 숙소가 있다.

 

반페의 누안팁 부두에서 받은 안내문. 가격과 행선지가 나와있다.

 

그리고 기타 정보.

 

문제가 되었던 지점, 방콕 에까마이에서 아침5시부터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더니 실제로 에까마이 동부터미널에서

 

받은 일정표는 아침 7시부터 첫차가 있었다. 역시 여행다니면서 가이드북을 100% 믿어선 안 될 일.

 

꼬싸멧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입장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인당 200바트.

 

그리고 티켓, 반페의 누안팁 항구에서 꼬싸멧의 나단 항구까지 오가는 티켓이다.

 

이건 방콕의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에서 반페까지 오가는 버스 티켓. (왕복으로 미리 구매하면 더 싸다.)

 

그리고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올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낸 톨게이트 영수증.

 

구간별 요금이 차등지급될 테고, 그 구간을 식별하는 방법으로 저렇게 티켓 테두리에 구멍을 뚫어서 몇번에서 몇번 구간까지

 

고속도로를 운행했는지 확인하는 듯 했다. 디지털화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나름 부족할 것 없는 아날로그의 감성.

 

 

 

태국 꼬싸멧, 섬 안으로 들어오고 나면 물가가 아무래도 조금씩 올라가는 데다가 환율 역시 조금 불리해진다.

 

몇군데 환전소를 들러보던 차에, 어느 환전소 앞 문간에 떡하니 드러누운 이 고양이 녀석. 완전 요염요염하게 널부러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넘어가야 하나 고양이랑 잠시 놀아줘야(잠을 깨워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환전소 안에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며 고양이 깔개를 근심스레 내려다보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이심전심.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 녀석은 날 밟고 가쇼~ 라는 투로 에라 모르겠다며 몸을 나른하게 부려놓았다.

 

참고삼아, 2013년 2월 초 태국 꼬싸멧의 환전소 환율표. 환전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저 수준인 듯.

 

미국 달러화의 경우 작은 액수의 지폐와 큰 액수의 지폐가 환율이 다르다는 점은 확인해둘 만 하다.

 

 

 

 

 

태국 중부의 국립공원 휴양지 꼬싸멧, 역삼각형 모양 자그마한 섬의 무게중심쯤에 있는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코발트빛 바다.

 

하루 300바트짜리(약 11,000원) 스쿠터를 대여해서 거의 산악 오토바이 수준으로 역동적인 코스를 내달린 후에

 

도착한 뷰포인트, 사실은 섬의 남단까지 가보려 했지만 비포장의 산길이 워낙 울퉁불퉁해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제법 높은 지대까지 올라와서 자그마한 섬이 온통 눈 아래, 게다가 이런 각도로 굽어보니 바닷물 빛깔도 훨씬 깊고 푸르다.

 

돌아오는 길에 섬의 동쪽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비치를 하나씩 돌아보며 쉬엄쉬엄, 음료도 마시고 바다도 보고.

 

저 서양 아저씨는 바다를 바라보며 태극권을 하는 듯 한참동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모래보단 돌로 이루어진 해안인 듯, 잠시 앉아서 코코넛 주스를 홀짝홀짝.

 

꽃과 양산으로 장식된 코코넛 열매엔 물이 그득 담겨있었고, 하얗고 탱글한 젤리 역시 두껍게 붙어있고.

 

해변에선 어느 서양인 커플이 영화를 찍고 있는 중.

 

해안에서 다시 비포장도로로 올라가는 길, 정글 한가운데로 스며들어가는 느낌이다.

 

24시간동안 빌려서 열심히 타고 다닌 125cc 혼다 스쿠터. 기름은 일단 만땅 채워주던데, 섬 내부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절반도 채 닳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골목 어귀에선가 만났던 용 그림. 화려한 색감의 용 두마리가 입을 쩍 벌린 채 지키고 섰다.

 

동쪽 해안가에는 방갈로나 값싼 숙소가 많이 모여 있었는데, 그런 숙소들을 가리키는 표지들.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서쪽 하늘.

 

 

 

둥근 홍등이 주렁주렁 내걸린 장대들이 맥주병이 놓인 테이블들 사이에 가로수처럼 불을 밝혔다.

 

 

몇걸음 내딛지 않아 바다에 들어가 파도랑 놀다 온 사람들이 물을 뚝뚝 흘리며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

 

자그마한 해안 모래사장 곳곳에 색색의 조명들이 불을 밝히고 한줌의 사람들을 꼬드기는 시간.

 

 

 

순식간에 까맣게 불살라진 하늘 아래 점점 휘황찬란한 느낌으로 번뜩거리는 노랗고 붉은 등불들.

 

 

 

태국 중부지방의 꼬싸멧,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조그마한 섬 북단에 있는 리조트 중 하나인

 

Samed Seaside Resort 앞의 조그마한 해변가. 그 앞에서 유유히 낚시중인 외국인들.

 

꼬싸멧의 해변에 형성된 모래사장은 대체로 매우 곱고 하얗다.

 

리조트, 라는 이름이긴 하지만 그렇게 럭셔리하거나 비싸지는 않은 곳.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고 왔는데 만족만족.

 

 

 

해변으로 나있는 숙소 건물의 측면. 모서리에 있는 방은 방의 두 면이 바다를 향해 넓게 뷰가 트여있다.

 

그늘막이 넓게 그늘을 드리운 앞마당에는 긴의자가 여러 개.

 

 

바닥을 장식한 색색의 조개껍데기들.

 

 

 

 

그리고 다소 흐리게 시작하던 날의 아침.

 

해변을 나눠가진 다른 리조트들이 쪼르르 이어진 모래사장.

 

 

파도가 발자락을 적실듯 달려오는 해변 긴의자에 누워 꼬냑을 홀짝홀짝.

 

 

 

 

맑은 청록빛, 투명한 하늘빛, 때로는 노르스름한 쿠키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멍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어디선가 종종걸음으로 내달려온 누렁이 한 마리가 파도를 슬쩍슬쩍 경계하며 반대쪽 해안가로 사라질 떄까지.

 

그리고 다음날,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조개껍질들이 부옇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표정.

 

 

햇살이 조금씩 번져내리는 거칠거칠한 태국의 앞바다. 따스하던 햇살이 이내 뜨거운 남국의 태양을 실감케 했다.

 

 

태국 꼬싸멧의 북부해안,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아예 헐벗은 비포장도로길을 짐가방 돌돌거리며 걷는 참이다.

 

적당히 따끈한 햇살, 그리고 오른켠에 계속 따라오는 맑은 청록빛의 바다 덕에 마냥 기분좋게 걷던 길.

 

드문드문 뭉텅이 져 있는 건물들엔 이미 휴양이 한참이다. 휴양지의 로망 해먹을 매달고 까무룩 잠든 사람 아래선

 

서늘한 시멘트 바닥에 최대한 몸을 밀착한 채 널부러진 백구 한마리가 동반 수면중이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제단이랄까 자그마한 불당이랄까. 이번 여행동안 다치지 않고 즐겁기를 빌어본다.

 

당장은 묵기로 한 리조트까지 짐가방을 무사히 끌고 가는 게 급선무.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늑하고 살짝 럭셔리한 리조트의 느낌들. 꼬싸멧의 동쪽 해안은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고

 

서쪽 해안은 고급 리조트가 하나 있다더니 북쪽은 이제 슬슬 뭐가 생기는 참인 듯 하다.

 

 

 

중간중간, 저런 데서 늘어지게 앉아서 커피 한잔이던 맥주 한잔 하면 딱 좋겠다 싶은 레스토랑 겸 바들이 보이고.

 

 

싱싱하게 피어오른 붉은 꽃이 더없이 화려하다 싶은가 하면, 돌돌 말뚝을 감고 올라선 푸른 잎사귀는 그야말로 남국 스타일.

 

 

어느 허름한 가옥 앞에 붙어있던 팔괘거울. 무협지에서나 혹은 강시와 영환도사가 등장할 법한 영화에서 보일 듯한 아이템.

 

조그마한 섬에서 움직이는 방법은 용달차처럼 생긴 택시인 '썽태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다.

 

300바트에 약 11,000원(2013. 2월 기준)이니까 보통 하루에 300바트하는 스쿠터는 대여료가 꽤 싸다. 그리고 재미있다.

 

 

곳곳에 있는 부두들, 그리고 자그맣게 펼쳐져 있어 마치 개인 모래사장같은 해변들.

 

꽃잎들이 겹겹이 포개져서 붉은 하트를 만들었다.

 

 

방갈로나 리조트라는 이름이 붙은 숙소들은 으레 이런 시원한 그늘막을 마련해두고 사람들을 뒹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오토바이 주차장 옆에 있던 자그마한 경비 초소..랄까나 사무소랄까나. 누런 선풍기 날개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숙소. 삼십분 동안 휘적휘적 걸으며 사진찍으며 온 거 치곤 꽤 금방 와버린 느낌이다.

 

애초 가이드북도 없이 그냥 꼬싸멧까지 오는 길, 그리고 이 곳만 아고다 통해서 예약했으니 이제부터 휴양.

 

 

 

 

태국 중부지방의 유명한 휴양지로는 파타야 정도가 흔히 알려진 곳이지만, 파타야 조금 아래쪽에 있는 해안마을인

 

반페(BANPHAE)에서 배를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꼬싸멧은 그야말로 (한국인들에게) 숨겨진 휴양섬이다.

 

 

* 가는 길 : 방콕 동부버스터미널(에까마이)에서 07:00부터 1시간 간격 반페행 버스 운행(3시간반 소요)

반페 항구에서 꼬싸멧행 배 1시간 간격 운행(30분 소요)

 

방콕 에까마이에 있는 동부 버스터미널에 도착, 7시에 출발하는 반페행 첫 버스를 탔다. 역시 정시 출발은 무리.

 

반페까지 달리는 길은 대체로 왕복 이차선에 아스팔트 포장도 군데군데 벗겨져나간 편치 않은 길이지만 버스는 나쁘지 않다.

 

에어콘도 나오고, 제법 시트도 푹신하고, 차냄새도 심하지 않은데다가 운전기사 아저씨도 편안하게 운전했던 듯.

사실 태국 방콕까지의 5시간여 밤비행 덕에 다소 지쳐있기도 했고, 공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새벽 시간에

 

짐을 끌고 가는 길도 쉽지 않아서 꽤나 지쳐있던 터라 반페에서 배에 오르는 시점으로 순간이동.

 

항구에 가득한 배들이 제각기 구명복들을 오징어처럼 널어두었다.

 

저 얄팍하고 약하디 약해보이는 발판을 딛고 배로 가야 한다는데, 들고 있던 짐은 20키로가 훌쩍 넘는다는 게 함정.

 

 

부두의 널빤지는 이빨이 어찌나 넓던지 짐가방의 돌돌이 바퀴를 계속 깨물려고 들어 더욱 쉽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부둣가에서 일하던 아저씨들의 저 여유로운 의자 위 소품들과 긴의자의 세상이 머지않았다는 예감.

 

반페의 부두에서 내다본 방파제, 그리고 그 너머 아늑한 언덕같은 느낌의 섬이 아마도 꼬싸멧.

 

 

정시마다 반페를 떠나 꼬싸멧을 출항하는 배는 이제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

 

시원한 바닷바람과 강렬한 태양이 이제야 조금 태국에 있음을 실감케 했다.

 

 

그렇게 작지 않은 배는 잔잔한 바다 위를 제법 빠르게 내달려 꼬싸멧을 왈칵왈칵 끌어당기고 있었고.

 

아무리 남국이라도 여기 역시 북반구인지라 현재 계절은 겨울, 현지인들은 목도리도 하고 비니도 쓰고 그런 날씨였다.

드디어 손에 잡힐 정도의 거리에 육박해오는 꼬싸멧.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리조트 건물들과 빌라들이 멋지다.

 

그리고 꼬싸멧의 항구 도착.

 

 

저 거대한 뒷태가 뭔가 했더니 아마도 바다의 신, 이런 분이신가 보다. 손에는 사람들이 바친 꽃다발이 주렁주렁.

 

그러고 보면 역시 태국의 꽃의 나라. 뱃전마다 꽃다발이 모셔졌다.

 

항구를 벗어나 처음 밟는 꼬싸멧의 풍경은 살짝 허름한 방콕의 골목 같달까.

 

(아마 세븐일레븐 앞의 저 아저씨가 피리를 불며 바다의 신을 위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역세모꼴 모양의 섬 북부에 위치한 숙소까지 걷기로 맘을 정하고 몇걸음 떼지 않아 발견한 풍경들.

 

이곳이 태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하늘이 조금만 더 청명했다면 더욱 이뻤을 테지만, 하얀 모래사장하며 맑은 청록빛의 바다.

 

서울에서 이 곳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10시간여의 여독이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쁘리아 꼬(Preah Ko)는 씨엠립 동남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롤루오스 유적군 중 하나다. 롤루오스 유적군은

앙코르 왕조의 초기 유적, 대개 900년대를 전후한 유적지여서 훼손도 그만큼 많이 되었고, 또 기교도 전성기만

못해서 여행객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 듯 하다.

'쁘리아 꼬'란 말의 의미는 '신성한 소'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목걸이도 하고 커다란

코를 위풍당당하게 벌름거리는 듯한 제법 그럴듯한 소 조각. 뒤로 피어오르는 한 줄기 버섯같은 흰구름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쁘리아 꼬는 크메르 왕국의 시조부터 세 쌍의 왕/왕비 부부를 모셔 놓은 사원이라 한다. 그래서 탑도 총 여섯개

쌓아올린 거라고 하고, 탑마다 계단 아랫쪽에는 이런 특이한 모양의 기단을 받쳐놓았다.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는 '월장석'이라 하여 달을 형상화한 돌조각이라 하는데, 저게 왜 달일까 한참 고민하게 만들었다. 왜

보통 '달'이라 하면 똥그랗거나 반달이거나 이지러졌거나 여하간 동그란 원의 형태로 상상하기 마련인데, 이건

무슨 말미잘처럼 너울너울 달빛이 퍼져나가는 것까지 형상으로 잡아낸 건가. 그때의 사람들은 달을 그리라하면

저렇게, 똥그란 원이 아닌 달빛 파장까지 반영된 그림을 그렸지 않을까. 아니면 어쩜 그때는 정말 저렇게 생긴

달이 이 '쁘리아 꼬' 사원을 비쳐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래 된 만큼 손대어 복원할 곳도 많은가 보다. 아예 탑 맨 아랫단부터 촌스럽도록 신선한 새 벽돌로 괴어나간

귀퉁이. 저렇게 '난 새 벽돌이요~'라고 티내는 것들이 대체 이 천년묵은 돌탑하고 융화될 수 있을까. 만약

진품 부분과 복원된 부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일부러 그러는 거라면, 차라리 자연스레 무너진 부분에서

더이상의 붕괴를 막되 저렇게 어줍잖은 복원은 안 하는 게 차라리 보기 좋지 않을까 싶다.

사원 한 귀퉁이에서 길다란 목줄을 질질 끌며 유유자적 풀을 음미하고 계신 하얀 소님. 힌두교의 영향권 하에서

소는 파괴와 창조의 신인 시바의 현현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인도에서 소를 신성시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하는데, 여기 캄보디아는 이제 힌두교의 영향력에서 완전 벗어났다고 해야 하나. 식당에선 쉽게 소고기

음식을 찾아 볼 수 있고, 딱히 소를 존경하지도 않는다. (캄보디아는 소승불교가 95%를 차지하는 불교국가다.)

오랜 세월을 견딘 인간의 건축물들은 조금씩 '인공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어느순간 그냥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연'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인간의 것으로 본다면 정말 남루해지고 퇴락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신비로운 느낌이 피어오르는 바윗덩이같은 거다. 저렇게 이삼천년 더 지탱해낸다면

이제야 기자의 피라밋처럼 그냥 '산'이 되고 '언덕'이 되어 버릴 거다.

지금도 벌써 드문드문 초록 이끼가 끼어 있는 바윗돌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바윗돌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모래알 깨뜨려, 뭐 그런 식으로 나가면서 차츰 닳아빠지고 없어져 버린다. 어떻게 보면 허무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정작 신비로운 게 그런 가차없는 풍화, 무화의 과정 자체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건 왠 오동통한 참새냐, 했는데 가이드북 상으로는 '사자상'이랜다. 뭐 입도 쫙 찢어졌고 가슴에 불룩한 저게

탄탄한 근육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왠지 참새 몸뚱이에다가 괴물딱지 머리를 갖다 붙여 놓은 느낌은 피할

수가 없다. 아마 앙코르 문화의 초기니만치 조금은 서툴렀던 것일까.

이 다소 현대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건물은, 위에 구멍이 뽕뽕 나 있다는 것에 주목해 '화장터'로 여겨진다고

하지만 왠지 믿음이 안 간다. 아무런 기록도 없다고 하니 좀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사실 경주의

'첨성대'를 두고도 수많은 설들이 오가고 있는 상황인 거다. 실용적 천문관측대였다느니, 하나의 상징에

불과했다느니, 커다란 기준표지였다느니, 주술적 의미가 담겨있다느니 등등. 그런 종류의 '여지'가 남아있어야

흥미로워진다. 현대의 시각으로 과거의 것을 대면하고 있을 때의 낯섦, 생경함 따위의 감정이 살아나는 거다.

쁘리아 꼬 옆에는 캄보디아의 유수한 사원들을 자그마한 사이즈로 줄여서 전시해둔 미니어쳐 전시관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제대로 구색을 갖춘 건 아니고 그냥 마당 한복판에 앙코르왓이 있고 반띠아이 쓰레이던가

그런 유명한 사원들의 모형이 놓여 있었던 곳이다. 아이들은 그 옆에서 무심하게 자기들끼리의 놀이에 열중해

있었다. 어이 이봐, 나는 이런 거 보겠다고 한국에서부터 몇 시간씩 날아온 거란 말이다. 왠지 저런 걸 보면

억울해질 때가 있다. 피라밋 옆에서 나른하게 파리를 쫓거나 졸고 있다거나, 에펠탑엔 눈도 안 주고 시크하게

걸어가는 파리지앵들, 혹은 9/11 전 쌍둥이 빌딩 전망대를 오르는 여행객들에게 웃어주던 뉴요커들..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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