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격자무늬로 사통팔달 뚫려있는 맨하탄의 도로들이지만 유일하게 한 곳, 뻥 뚫려야 할 대로 앞의 풍경이

 

건물로 가로막히는 곳이 있다. 그 건물이 바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그리고 그 뒤의 메트라이프 건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은 미국 동부 곳곳을 연결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역이기도 하지만, 건물 자체로도 유서가 깊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마이클 조던이 한다는 샌드위치 바였던가, 그런 것도 있었다고 했다.(요건 10년전 이야기)

 

 

오랜만에 들른 김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분위기를 살짝 맛봐주고,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가고 떠나온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표지를 하나씩 달고 있는 듯 하다. 그 성마른 걸음새하며 살짝 낯선 표정하며.

 

그리고 찾은 곳은 그랜드 센트럴 지하 1층의 오이스터 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는 곳이다.

 

메뉴판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해산물 싯가가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메뉴판에 일기처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돔형의 지붕이 촘촘히 이어져있다고 해야 하나, 노랑 불빛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지는 않은 테이블마다 왁자하고 유쾌한 대화들이 오가는 레스토랑이다.

 

오늘의 메뉴, 랍스타. 메인주에서 직송되었다는 싱싱한 랍스타를 직접 고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이게 '싯가' 메뉴였던 거다. 오늘의 가격은 파운드 당 27.95달러.

 

그리고 새우도 빼놓을 수 없는 해산물. 갈릭 버터 점보새우를 고르고,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무래도 랍스터를 찌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았다. 많이 기다렸다. 한 이십분 이상.

 

(사실 서빙받는 데도 꽤나 굼떠서 '자본주의 최강국' 미국의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불만이 +10 상승했다)

 

드디어 나온 점보새우.

 

그리고 랍스터! 살이 토실토실, 탱글탱글한 랍스터.

 

먹기 전엔 꼭 이런 앞치마를 하고 먹어야 사방으로 튀는 랍스터 육수에 옷을 적시는 축성식을 피할 수 있다.

 

9월 17일, 18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유키 구라모토의 콘서트. 매년 크리스마스에 한국을 찾아 콘서트를

여는 그가 이런 계절에 오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in a beautiful season'.


그의 음악을 처음 알았던 건 중고등학교 때, 광화문 교보문고 옆 즐겨가던 뉴에이지 샵이랄까, '책방 정신세계'란

곳에서였다. 피라밋이니 펜듈럼이니 수정구니 범상치 않은 물건들을 팔던 그곳에서 틀어주던 노래는 대금산조,

명상음악, 그런 류였는데 여느 때처럼 바닥에 철푸덕 앉아 이책저책을 읽던 어느 날 유키 구라모토를 만났던 것.

그 이후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씨디도 사고 그러다가 한동안 잊혀졌던 유키 구라모토를 다시 만났다.

닥스훈트를 연상시킬 만큼 몸통이 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무려 30여곡 가까이를 연주하던 그와의

두시간여에 걸친 조우. 떠듬거리는 한국어로 곡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주고, '한국어 어려워요'를

연발하면서도 경쾌한 재기발랄함과 센스있는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공연은 꽤나 유쾌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의식이랄까, 테마는 바로 이것.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이것저것 앞뒤를 재지 않고, 미래를 앞서 걱정하거나 과거가 따라와 방해하도록 틈을 주지 않고,

여하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후회없이.


그의 콘서트에서 연주된 곡들이 삼십 곡에 가깝긴 했지만 일년에 앨범을 하나씩 발매하고 있는 그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감안하면 실제 내가 기억하고 있고, 유튜브에서 구할 수 있는 음악은 역시나 적잖은

시간의 세례를 거쳐 검증된 곡들이다. 특히나, Lake Louise...첫 소절을 듣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그리고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에서 특히 명성을 쌓는데 일조한 Romance,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Meditation..등등 이날 콘서트에서 연주되었던 곡들 중에서 구할 수 있는 클립은 전부 긁어왔다.













아야 소피아에 가까운 곳에 '그랜드 바자르'가 있다. 바자르란 시장을 의미하는 터키어니까, 한국의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같이 커다란 시장이 선 곳인 셈. 그냥 노상에 선 시장이 아니라 아치형의

통로를 따라 들어가 쭉 이어지는 실내 공간에 선 시장, 말하자면 강남역 지하상가같은 게 한 대여섯개

쭉 이어진 채 지상에서 사방팔방 이어지는 걸 상상하면 되려나.


입구부터 넘실넘실 파도치는 인파 속에서 관광객과 터키 현지인을 구분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터키인이랑 유럽인은 다른 거 같으면서도 비슷한 면이 많아서, 그저 내 눈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유럽인 정도가 식별되는 듯. 굳이 더한다면 미국인과 유럽인도 조금은 구별되는게

옷차림이나 스타일이 영 다른 거 같다.

저 입구로 들어서야 본격적인 그랜드바자르 내부에 들어서는 건데, 이건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사람들이 그득그득하다. 내부 공간을 채우다 못해 밖으로까지 삐져나온 상점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탓이겠지만, 정말 한번 둘러보면 재미있는 것들, 이쁜 것들이 꽤나 눈에 밟혔다.

맘을 붙잡던 몇몇 액세서리들을 눈여겨 보다가, 드디어 실내 진입. 내부의 벽면에 터키스러운 문양과

형태가 표현되어 있어서 그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시장과는 좀더 다르다. 터키의 느낌이 좀

진하게 배어나오는 공간이랄까.

그렇지만 또 진열대 안의 상품이나 벽면에 즐비하게 전시된 상품들에 시선이 붙잡혀 있으면

여기가 동대문인지 이스탄불인지 알 수가 없어지기도 한다. 지름신엔 국적이 없다. 특히나

저 독특한 고양이 도자기인형들. 톱카프궁전에서 한참을 뒹굴다 온듯 온몸에 모자이크

무늬가 지푸라기처럼 붙어있는 녀석들의 나른한 포즈와 장난스런 눈빛을 보니 불끈불끈.

그랜드 바자르에는 수십개의 출구가 있어서 자칫 길을 잃고 헤매기 딱 좋은 미로같기는 하지만,

어디로 빠져나오던 심심치 않은 풍경들이 나타난다. 오래 전 만들어진 대리석 구조물과 그 앞을

몇 겹씩 가리려 들고 있는 카펫들, 카펫이 아니어도 직물이라거나 악세서리라거나 온갖 것들이

나와 있는 곳. 다리가 아프도록 돌아다니다 보면 워낙 여기저기 물건값이 다른 데다가 흥정하는

재미 역시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내가 겪었던 제일 황당하고도 재미있던 경험, 어디선가 "한국말 참 잘하네, 어디서 배웠어요?"

너무나도 능숙하고 구수하게 이런 한국말이 들리길래 당연히 한국인 손님이 터키인 점원에게

하는 말인가 했다. 알고 보니 그 반대. 터키인 점원이 한국인 손님들에게 호객하면서 그토록

능숙하고 유들유들한 한국어를 구사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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