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름난 곳, 유명한 곳을 따라 다니는 것말고도 재미난 일들은 많다. 동네 마실삼아 설렁설렁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만나는 풍경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으니. 낯선 눈으로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1만 있다면.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지만, 그냥 짠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천천히 낡아가는 마을의 살아있는 풍경들.


인공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너머에는 야트막한 울타리, 그리고 바로 짙푸른 남해 바다.


몇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샛노란 스쿨버스 두대가 얌전히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논밭 한켠에는 이렇게 생활하수가 흘러내리는 '싱크홀'.


그리고 이름과 외관의 이 아이러니도 참, 온통 낡고 헐어보이는 아주아주 오래된 새마을농업창고. 


그리고 이 오랜, 담쟁이조각이 눌어붙어있고 온통 붉은 녹물이 흘러내리는 철문짝.


언제 마지막으로 열렸을까 싶도록 오랜시간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듯한 철문이었다. 


그리고 등이 굽은 자전거 라이더.


굴양식을 위해 바다속에 걸어두는 조개껍데기들. 여기에 매달려 자라는 건가.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쪽에서, 이 나무 울타리는 왜 때문에 설치해 둔 건지 모르겠지만 새들의 좋은 쉼터가 된 듯.






바닷가 아스팔트길은 온통 갈라터지고 깨져있기 일쑤, 그 틈새에 머리박고 자라난 물색없는 이파리들.


바닷가를 떠나 크게 우회해서 마을로 돌아가는 길. 각기 다르지만 오묘하게 비슷하게 바랜 빛깔의 슬레이트로


누덕누덕 기워진 지붕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벌겋고 퍼런 차양이 갈기갈기 찢겨있는 어느 헛간.



그나저나 사람 한명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동네다. 아까 배 떠나갈 때 두어분의 어르신이 타시는 거 보고 계속 혼자.


이 가로등은 언제 이렇게 기세가 꺽여서는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걸까. 지난 태풍쯤이었으려나.



 

자그레브의 구시가를 형성하는 두개의 언덕 중 하나, 그라데츠 언덕의 동문에 있는 스톤 게이트는 오히려 '기적의 성모'가

 

현현했다는 이야기로 더욱 유명하다. 1700년대에 일어났던 화재로 동문이 전부 타버렸지만 그 잿더미 속에서 한점 손상도 입지 않은

 

성모 마리아의 성화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다. 이후 이곳은 성지순례의 장소가 되었고 이른바 '영험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욱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톤 게이트는 그런 이야기가 서린 동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짧은 터널 같기도 한 그 곳의 위로 향하는 조그마한 문에

 

빗겨 내려쬐는 햇살이 더욱 운치를 더한다. 아마도 스톤 게이트 위의 성당으로 이어지는 문일까, 평소엔 닫혀있는 듯 하다.

 

 

사람들이 모두 자석을 만난 철가루처럼 정렬하고 선 저 너머, 꽃으로 장식된 저 창살 너머에 언뜻 보이는 그림이

 

바로 그 '기적의 성모' 성화라고 한다. 신의 뜻이라는 게 고작 잿더미 속에서 그림 한장 구해낸 걸로 드러나는진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이 곳에 소원을 빌고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딱히 딴지를 걸고 싶진 않고.

 

그보다 스톤 게이트 입구에 세워진 여인상이 더 재미있는 스토리를 감추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단단해보이는 나무상자와

 

하트가 그려진 열쇠를 들고 있는 여인은 아름답지만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거부했다며

 

분노하고 질투에 눈먼 남자에게 독살당하는 어처구니없도록 단순하지만 강력한 비극의 주인공이라는데,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와 마음을 몇번이고 지켜내겠다는 결의인 걸까. 몸매 전체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스톤 게이트에서 동서로 이어지는 자그레브 구시가의 풍경. 따로 전봇대가 없이 길 위에 떠있는 가로등들이 특이하다.

 

 

이렇게 스톤게이트의 동쪽 문과 서쪽 문을 찍고 나서 보니 왠지 터널같이 생겼다는 느낌이 더 짙어진다.

 

문 위로 약간 시커먼 흔적은 터널에서 빠져나온 매연이나 연기가 그려낸 자국 같기도 하고.

 

스톤 게이트로 향하는 언덕길 위에서 커다란 뱀 혹은 용을 무찌른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성 조지의 기마상.

 

 

 스톤 게이트를 지나 자그레브의 구시가, 그라데츠 마을의 골목들을 하나씩 탐방하다가 만난 갤러리에서 발견한 크로아티아 고대문자.

 

영어 알파벳과도 같지 않고 마치 중국 고대 갑골문자 같이 생긴 이 도형들은 꽤나 자유분방해보이고 매력적이다.

 

 크로아티아의 중세 시대를 달궜을 온갖 무기들과 갑주, 방패들이 전시된 또다른 갤러리.

 

 

그러고 보면 길의 오르내리막이 뚜렷이 실감나는 게 자그레브 구시가의 특징인 거 같기도 하다.

 

두 개의 봉긋한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올망졸망 모여있는 크로아티아의 역사적인 장소와 건물들을 섭렵하게 되는 거다.

 

 

 

 

3월초, 정신이 번쩍 나는 맑고 차가운 공기를 부드럽고 새침한 봄볕이 살짝 뒤흔들고는 모른 척 돌아서는 그런 시기의 경주 대릉원.

 

천년을 버텼던 왕국의 천년 전 무덤들이 엄마 가슴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른 곳에는 어느새 세월을 먹고 자라난 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경주 시내의 고즈넉한 야경을 책임지는 가로등 갓 속에는 첨성대도 들어있고 초승달도 들어있고.

 

아마도 천마총에도 같이 묻혔었을 법한 신라 왕족의 금관 장식도 들어있다.

 

담백한 기와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대릉원 입구로 접어드니, 살풋 물오른 연두빛 버드나무가 휘영청.

 

 

파란 하늘, 황금 잔디, 그리고 아직은 덜 깨어난 겨울나무들의 짙고 투박한 검은 빛깔.

 

 

제법 커다란 공원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 대릉원을 둘러싼 야트막한 담벼락 너머 이어지는 기와지붕들이 보인다.

 

물론 신라시대 때의 가옥 양식이 저렇지는 않았겠지만, 콘크리트 네모 반듯한 건물들이 아니라 다행이다.

 

 

대릉원 안에는 천마총이 있는데, 무덤의 주인을 명확히 알게 되면 '릉'이라고 부르고, 누구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높은 신분의 무덤이라고 판단되면 '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천마 그림이 인상적인 무덤이라 해서 천마총인 셈.

 

내부 촬영은 금지, 주요 유물들은 경주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여기에는 모조품을 진열해두었다고 한다.

 

빨간 옷을 따뜻하게 여며입은 꼬맹이 하나가 동동거리는 걸음걸이로 무덤 안에 들어서는 모습이 귀엽다.

 

 

 

저 야트막한 언덕 같기만 한 무덤들 하나하나에 주인이 있고 부장품들이 있을 테지만, 그 안에 혹 품고 있을

 

보물들이나 금은보화 같은 것들보다도 저 무덤의 곡선이 참 탐난다. 사막에 갔을 때 반해버렸던, 바람이 만들어낸 듄 같다.

 

바람이 모래를 하릴없이 헤치고 깍고 부어내며 만들어내던 그 자연스럽고 우아하던 곡선,

 

아마 대릉원의 곡선들 역시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뿐, 자연의 손길은 마찬가지였으리라.

 

 

 

어떤 각도에서 보면 마치 이전에 대유행했던 텔레토비의 동산이 중첩되어 보이기도 하고,

 

어떤 각도에서 보면 사방이 온통 둥그스름하고 풍만한 언덕으로 둘러싸인 안온한 공간 같기도 하고.

 

 

그 사이를 이렇게 구비구비 휘여지는 산책로로 휘감아 돌아가는 모양새도 참 좋다.

 

딱히 어디를 꼭 찝어서 봐야겠어, 라거나 꼭 한바퀴를 전부 걸어봐야겠어, 라는 하릴없는 욕심 부리지 않아도

 

그저 눈앞에 펼쳐진 곡선의 풍경들과 곡선의 길들을 따라 흘러다니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공간.

 

 

경주의 가로등 만큼이나 눈길을 붙잡던 건, 기와지붕을 얹고 있던 경주의 버스정류장들.

 

대릉원을 나와서, 황남빵을 우물거리면서도 가슴 높이의 돌담길 너머 풍경에서 눈길이 떠나지 않았다.

 

왠지 대릉원은 경주를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꼭 한번씩 들르게 되는 거 같다.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태하 등대가 굽어보고 있는 동그란 만 형태의 바다, 짙은 에메랄드빛 잉크를 풀어내린 듯한 파도가 부서지던 곳.

 

태하 앞바다를 따라 걷는 해안 산책로, 뱅글뱅글 올라가는 길을 걸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저런 건 거리를 살짝

 

두고 보는 게 인상적이지 막상 저 나선궤도 위에 올라서면 별반 흥취가 없다며.

 

태하까지 왔으니 울릉도 북쪽 해안의 동에서 서까지 걸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

 

야트막하고 자그마한 집들이 좁다란 골목을 함께 나눠쓰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

 

뜨거운 계절엔 누군가의 수영복과 옷가지를 얹어두고 두팔 펼쳤을 빨랫대도 얌전히 쉬고 있다.

 

다시 태하삼거리로 돌아가는 길, 아무래도 저녁은 남양약소숯불구이를 먹어야겠다.

 

 

도로변에 이어진 너른 공터 한가득 나물을 말리고 있는 아주머니들. 트럭까지 동원해서 정말 대규모로 널고 계셨다.

 

거기서부터 이젠 남쪽으로 걷기로 했다. 울릉도에 있는 두개의 둘레길은 태하에서 남양을 잇는 길 하나,

 

그리고 내수전과 석포를 잇는 길 하나. 그중 태하에서 남양을 잇는 약 7km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

 

태하 등대에서부터 남양까지 치자면 대충 9km 정도 되는 거리, 그치만 결과적으로 길을 잘못 들어버려서

 

태하령입구를 지나 구암으로 빠져 남양까지 걸었으니 대충 11.2km 정도. 2km 정도야 대충 30분 더 걸으면 되는 정도니까.

 

예부터 있던 길을 다시 연결해서 만들어놓은 둘레길이라고 들었는데,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살짝 의심부터 든다.

 

차는 고사하고 인적조차 한동안 끊겼던 길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거다. 온통 범람한 녹색의 이파리들도 그렇고.

 

생각보다 길도 험하다. 오르내리막이 연속되는 꼬부랑 고개가 꼬불꼬불, 하늘을 온통 가린 두터운 녹색의 장막.

 

게다가 여기가 어디쯤인지, 제대로 된 길은 맞는지 알려주는 표지가 굉장히 귀했던 것도 뭔가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사람 하나 없는 길에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가 울리면 사방에서 흑비둘기가 푸드덕거리는 짙은 숲속 외길.

 

 

그래도 한참 걷다보니 이런 정자도 나타나고. 숲에 대한 소개나 식생에 대한 정보가 담긴 안내판들도 정비되어 있고.

 

 

 

벤치도 중간에 조금 꾸며져 있긴 했는데, 정말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에 잡아먹혀서는 이제 엉덩이 반쪽 자리할 공간도 없으니.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며 점점 고도가 올라간다 싶다가, 태하령에서 고비를 찍고는 본격적으로 다시 내려가는 길.

 

'구비구비 버혀낸 긴긴 겨울밤'이 이럴라나 싶을 정도로 배배 꼬인 창자같은 길을 슬슬 풀어내는 참에

 

거꾸로 눈돌려 확인한 울릉도 제2둘레길의 호젓함.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는지라 굳이 걸어서 넘어갈 사람 아니고서는

 

이 길을 이용할 일이 없는 거다. 그게 이 길을 걷는 동안 사람 하나 발견하지 못한 채 짙은 숲을 음미할 수 있었던 이유.

 

둘레길의 시작점과 종점이 명확하지 않긴 하지만, 대충 사람의 흔적이 길 양옆으로 남아있는 즈음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가로등이 양쪽에 늘어서고, 하늘까지 치솟은 나무들의 키높이가 곤두박질치고, 비료 봉투를

 

뒤집어 세워 허수아비를 갈음하는 자그마한 개간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체 시작점과 종점이 어디인지 명료하지 않은 상황,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안내판들이 세워진 상황에서

 

몇 km 남고 몇 km 걸었는지 따위 계산은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외길이어서 그저 걸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어느순간 옆길로 새더니 구암 쪽으로 걷고 있었단 걸 발견했을 때 좀 신기하긴 했지만.

 

뭐 잘못 들어선 길이긴 했지만, 꼭 다시 되짚어 바로잡을 생각은 없었다. 어쨌거나 '손바닥만한 섬', 아무리 애를 써서

 

모로 가려 애써봐야 거기서 거기다. 시속 4km의 도보로는 나름 굉장히 광활한 땅처럼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 해가 한참 남았는데 번쩍 가로등이 불을 밝혔다. 알게 모르게 슬슬 조바심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순간.

 

 

구비구비, 저기만 지나면 눈앞에 울릉도 남쪽 바다가 보이겠거니, 생각하다가 헛탕치기를 몇 차례.

 

뭐 그래도 발걸음이 한가로운 완만한 내리막길.

 

이 사진의 제목은 왠지 그런 거 어떨까 싶다. '삼송의 최후'라거나 뭐 그런거.

 

 

드디어 울릉도 남쪽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가 저만치 땡겨지도록, 태하를 출발한 이후부터 사람 하나 못 보고.

 

 

그러다가 우르르 길가에 나와 맞이해주던 까망색 흑염소 녀석들. 무슨 고산지대 산양처럼 맘껏 뛰놀던.

 

구암마을, 울릉둘레길로 돌아가는 안내판이랑 버스정류장을 보며. 무엇보다 눈앞에 바로 놓인 바다를 보며.

 

 

이제 해안도로를 따라 남양리로 걷는 길이다. 남양엔 유명한 남양약소숯불구이집이 있다니 저녁은 그곳에서 먹기로 하고.

 

 

구암과 남양 사이의 사태감 터널. 여느 터널과는 좀 다르다 싶어 유심히 살피다가 이유를 알았다.

 

 

구멍이 뽕뽕 나있는 외벽은, 언제고 바다가 거칠어지고 높은 파도가 몰아칠 때 터널 구조물이 좀더 버티도록.

 

바닷물이 들이칠 때 타격이 덜하도록, 그리고 빠져나갈 때 좀더 쉽게 빠져나가도록 만들어진 거 같다.

 

 

그리고 남양 몽돌해변으로 이어지는 동글동글한 자갈 마당이 파도에 씻기우고.

 

 

울릉도에서 공사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제법 여기저기 공사판이다. 그 앞에 보이는 게 구암터널.

 

 

남쪽 해안이라 해넘이가 잘 보이진 않을 거 같고, 살짝 바다가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양리에 들어서는 길에 바로 보이는 사자바위, 그 앞에 남근바위도 있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남근 비스무레한 건 찾는데 실패. 사실 이녀석도 딱히 사자다워 보이진 않는데.

 

그리고 투구봉. 신라장군 이사부가 울릉도의 우산국을 정벌했을 때 우산국 왕이 벗어놓은 투구가 봉우리가 되었다.

 

혹시나, 떨어지는 해와 경쟁해서 달리면 사진 한장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싶어 남양리 안쪽으로 들어가

 

남서일몰전망대를 찾아보았는데. 발은 아프고 배는 고프고 길도 모르겠고 하여 잠시 헤매이다 포기.

 

 

 

 

 BGM : '시장에 가면'.

 

재래시장임이 분명한 골목통 시장통에 떡하니 붙은 '현대시장'. '현대'라는 단어를 굳이 앞세워 촌스러움을 더하는 시장.

 

도로 앞까지 잔뜩 좌판을 벌이고 바가지마다 듬뿍담뿍 과일이니 생선을 올려둔 아주머니들.

 

 아직은 이르다 싶은 시간대부터 좁고 긴 시장 골목통에 머리를 삐쭉 내밀곤 불밝힌 가로등.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레몬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참외도 있고~ 수박도 있고~ 포도도 있고~

 

 불쑥 튀어나온 주차금지 표지판, 그 불그죽죽한 낯짝에서 전통시장의 신산한 속내를 넘겨짚어 볼 뿐.

 

 이윽히 내려앉는 어둠에 뒤질세라 시장을 뒤지며 몇백원을 아끼는 우리네 어머니들.

 

가게의 내용물을 모두 밖으로 토해낸 듯한 가게다. 간이고 쓸개고 온통 거리에 전시중.

 

 어둠처럼 내달리는 걸음걸이로는 잡을 수 없는, 알전구 위에 별빛이 피었다.

 

 가게마다 주렁주렁한 하늘색 반투명 까슬한 비닐봉지. 바스락보스락 소리조차 죽여주는.

 

그리고, 이게 바로 재래시장의 흔한 S라인.

 

 

 

5호선 애오개역, 출구에서 내리고 몇걸음 떼지 않아 저너머로 보이는 황폐한 옛 성같은 느낌의 외딴 건물.

 

 

큰 길가에서 한발, 골목을 내딛었을 뿐인데 공기부터 달라지는 듯한 분위기.

 

 

 

 

 

 

가로등과 건물들이 켜켜이 어깨를 이어붙이고 선 좁은 골목, 불빛이 사정없이 짓쳐드는 게 불편했던지 아랫도리를 둘렀다.

 

마치 종로 피맛골 골목통에서 옛 국세청 건물을 올려다보는 듯한 풍경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 세발 자전거는 누가 타고 놀았을까. 언제부터 저 야트막한 지붕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 얹혀 있었을까.

 

 

 

 

 

 

골목 한 귀퉁이엔 언제 잘려나갔는지 제법 굵직한 나무 밑둥이 그대로다. 심지어 연둣빛 싹마저 돋았다. 어쩌려고.

 

 

아귀가 틀어져버린 붉은 벽돌담. 언제부터 저런 계단식 균열이 생겨난 건지 모르겠지만, 철거가 빠를까 붕괴가 빠를까.

 

 

 

하늘에다 대고 날리는 주먹감자처럼, 뻐큐손가락처럼, 삐뚜스름하게 올려세워진 연통.

 

 

 

방범창살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져버린 위에는, 고작해야 나무 판넬 몇장에 헝겊이 덮인 천장 뿐인데. 하늘이 무거웠나보다.

 

 

어디론가 계속 발걸음을 유도하는, 골목과 골목과 골목들. 이집트 카이로의 옛 거리나 상해의 골목통을 찾을 일이 아니었다.

 

 

납작 엎드린 건물 뒤에서는 훤칠하고 반듯한 아파트가 위세를 부리고 섰다.

 

 

벽돌들과 폐건축자재로 가림막을 친 조그마한 채소밭..이랄까. 행여 누가 뜯어갈세라 사람사는 집만큼 높은 담장을 둘렀다.

 

 

어느 집 대문 밖에 내걸린 채 하릴없이 바람에 시달리던 몸뻬바지 한 벌.

 

 

 

 

한줌 볕조차 다닥다닥한 게딱지 지붕에 걸려버려서, 골목은 으레 어두침침한 데다가 선뜻한 냉기마저 감돈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어느 집에선가 커다랗고 호들갑스러운 라디오 광고도 들리고,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좁은 골목통을 비집고 들어오기엔 벅찬 한줌 햇살 대신 골목을 채운 건 어디선가 날아온

 

짙고 끈적한 메주 냄새, 음식물 썩는 냄새.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사방으로 난반사되는 소음들만 난무하는 덕에 현실감각이 살짝 비틀어지는 듯 했지만,

 

그래도 여기 사람이 산다. 비닐봉투에 야무지게 묶여 나온 하얗게 타버린 연탄 네장.

 

 

 

 

가로등이 점점이 비춰주는 고수부지 아래 아스팔트 도로와 잔뜩 엉켜버린 노랑개나리 덤불.


금요일 밤, 술을 적당히 한잔하고 집에 가려는데 왠지 아쉬웠다. 택시타고 휙 가면 금방 갈 거리긴

하지만 술과 안주를 많이 먹은 듯 부담스런 속사정도 있었고, 약간 서늘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봄밤공기도 좋았고. 건대에서 걷기 시작해서 청담대교로, 한강 북단을 따라 걷기 시작해서 만난

첫풍경이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 멍하니 손들고 있는 나무들에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 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단

가로등 기둥위에 둥글게 엉킨 채 봄바람에 흔들리던 주홍 불빛이 따뜻하면서도 왠지 서늘하다.

청담대교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한강 남쪽으로 건너갈 길을 찾지 못하고 영동대교로 가는 길.

길게 늘어진 나무 그림자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불꺼진 구조대 건물에까지 뻗었다.

강바람이 제법 씽씽 불어서 몸을 옹송그리고 겉옷의 단추를 전부 잠궜다. 파닥파닥 나부끼던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따라 나뭇가지들이 춤을 췄고, 멀찍이 풍경들도 따라 흔들렸다.

영동대교에 가까워지는 길, 양쪽으로 어긋나는 화살표는 고집스레 서로의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고, 도로와 둔치를 가르는 안전바 역시 완강하게 짙은 그림자로 두 개의 공간을 갈랐다.


영동대교 북단 아래쪽에 이런 운동기구들이 있었는지 몰랐다. 새벽 세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누군가 후드를 걸치고 운동기구를 쓰며 운동중이어서 더 놀랬다. 왠지 저런 곳에서는 담배 뻑뻑

피우는 청소년들이 꼬맹이 하나 놓고 삥뜯기 알맞은 장소가 아니던가.

영동대교 위로 올라서는 길, 이 시간에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건넌 사람은 여태 어디서 뭘하고

있었던 걸까.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차들만 레이싱하듯 굉음을 뿜는 공간에서 만난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 더 반가웠던 거 같다. 왠지, '오늘 고생했어요'라고 말건네고 싶은.

이리저리 휘영청 감아돌아가는 도로들이 사방으로 내달렸다. 금속 안전대의 싸늘하고 딱딱한

감촉이 전해져오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 유연하게 아스팔트 도로를 휘어 들어가는 모습 자체가

속도감을 느끼게 했다.

영동대교를 한참 건너던 중, 바람소리가 맹렬하게 나부꼈지만 그보다 더 강렬했던 건 거침없이

내달리며 바람과 부딪히고 바람을 끊어내던 카레이싱의 굉음. 그리고, 끝이 안보이던 길 하나.

높이높이 떠오른 풍선처럼 도무지 손뻗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보름달이 뿌연 불빛을 흘렸다.

반대쪽 한강 둔치에서 가로등 불빛이 떨궈진 곳마다 고운 연두빛과 하얀 꽃빛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듯, 가로등 불빛이 뿌려지면 봄이 오는 걸까.


올림픽대로로 올라탈지, 아님 서울 남쪽으로 섞여들지 갈라지는 분기점, 차들이 드리프트하듯

맹렬한 기세 그대로 갈래갈래 갈리는 와중에 조심스레 길을 건넜다.

그러고 나니 다시 눈에 보이는 차로변의 벚꽃나무들. 누가 그랬더라, 봄날의 꽃구경은 밤에

하는 게 진짜라고. 까뭇까뭇한 밤풍경 속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풍성한 꽃잎들이 이쁘기는

하다지만 하나 단서조항은 필요하겠다. 적정한 조명이 받춰줘야 하겠다는.







얼음만 남기고 홀딱 마셨던 라떼, 얼음이 녹은 자리엔 물이 들이찼다.

물과 기름이 미끌거리며 서로 버텨내듯 가만히 녹아내린 얼음은 잔뜩 흐려진 라떼의 잔해와 버텨낸다.

창밖에서 볕이 손가락을 뻗쳐왔다. 이미 봄볕에 사로잡힌 꼬마아가씨는 분홍빛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룰루랄라 스텝을 밟으며 봄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조용히 스며들어온 봄볕은

꽃무늬가 커다란 테이블을 지나 보랏빛 쿠션이 보드라운 의자위에 느긋이 몸을 눕혔다.

풍성하게 바람넣은 머리처럼 불룩한 화분을 둥지삼아, 붉은 새 한마리가 가만히 앉았다.

주체못하고 쏟아져들어오는 봄볕, 강물에 빠져버린 자동차의 깨진 창문으로도 저렇게 쏟아져

내리지는 않을 거다.

예전에 왔을 때도 눈여겨봤던, 그렇지만 별다른 감상없이 봤던 곰 두 마리. 사선으로 그어진 채

첫째 곰의 몸뚱이를 두개로 쪼개놓은 햇살 아래서 보니 표정이 떠오른다. 저 녀석들의 조심스런

손의 위치는, 살짝 외로 꼬은 고개의 각도는, 조금 우울하게 늘어진 표정은. 뭘까.

그리고 벽면에 장식되어 있는 몇 장의 도자기 접시. 몇 장의 도자기도 붙어있고, 몇 장의 흔적도

여전히 붙어있다. 벗겨진 페인트로 그 존재를 주장하려는 것들은 깨져서 떼어낸 걸까 아니면

억지로 떼어내어 다른 곳으로 옮긴 걸까.

이층과 일층을 잇는 계단,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은 종종 수평감각을 희롱한다.

이렇게 보니 계단이 아니라 격자처럼 좁아져 나가는 통로같기도 하고 거울은 천장에 붙은 듯.

여기에 올 때마다, 뭔가 삼청동에서 숨겨진 잠수함 같은 곳에 올라타는 느낌이다. 의미상

잠수함이라면 수면 밑으로 내려가는 게 맞겠지만, 여긴 위로 부상해있음에도 조용하고,

사람들 눈에도 딱히 안 띄는 거 같고. 그리고 저 제법 든든해 뵈는, 잠수함 창문같은

이중 유리창들을 활짝 여는 건 뭔가 역설적인 즐거움을 준다.

제법 선명하고 튀는 색감의 테이블, 의자들, 쿠션들이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지만 나름 분위기는

어찌어찌 정돈되는 게 신기하다. 창문이라고 뚫려있는 곳에 보이는 곳은 이웃한 건물의 붉은 벽돌

뿐이라지만, 그것도 나름 호의적으로 봐줄 수 있다.

벽에 있던 이집트 냄새나는 조각상 하나. 쭉 찢어진 눈이라거나 칼처럼 날카로운 콧날들이 좀

영특하다 못해 교활한 분위기를 주기도 하지만 화려하고 정교한 꾸밈을 보면 대충 만들어진

물건은 아닌 거 같다. 하긴, 이집트가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음..어디려나.

이층에서 삼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많은 사람들의 발이 나무를 조금씩 깎아낸 거다. 색깔이

빠지고, 나무의 이빨이 빠지고, 그렇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궤적이 남았다. 무질서하게 늘어선

와인병들이라지만 일정한 수량이 넘어서는 순간 나름의 미감이 생겨난다. 규칙없이 내걸어둔

티스푼 장식장들이라지만 역시, 나름의 균형이 잡히고 미감이 떠오른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고만고만하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탑처럼 우뚝 솟아난

나무하며, 해가 지면 바통체인지해서 불을 밝힐 야트막한 가로등 하나. 밑을 내려다보면 여느

때처럼 줄을 늘어선 채 삼청동을 순례중인 사람들. 여기서 저쪽은 잘만 보이는데, 왠지 저쪽에서

여긴 안 보이는 거라고 자꾸 의심하게 되는 거다.

자리에 앉아 가져간 책을 조금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위로 들린 창문에도 불빛이 하나 떠있다.

앨리스가 빠져들어간 거울나라, 원더랜드의 시작은 이런 조그만 균열감, 일상의 것이 아닌 듯한

약간의 낯선 기미부터 시작했을 거다. 이곳의 불빛과 저곳의 불빛. 저 창문을 거울삼아 비치고 있는

풍경 속에는, 좀더 각도를 틀어서 여기저기 이쪽 세상을 비쳐본다면 뭐가 더 보일런지.

가져갔던 책을 다 읽고 라떼를 다 마시고 다이어리를 다 정리하고 이곳의 추억들을 조금 되씹고도

못내 아쉬워서, 이리저리 고개를 휘휘 돌렸다. 이미 나보다 늦게 들어온 몇몇의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나가버린, 그래서 다시금 혼자가 된 공간이었다. 그때 발견한 외계인들의 우주선. 까페를

침공하는 중이었다. 스크류 모양으로 생긴 메탈빛 강한 것들이 짙은 그림자를 바닥에 새기며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외계인들이 이층 혹은 삼층에 불시착할 것을 일찌기 예측이라도 했다는 양, 까페 주인님께서는

친절하게도 이런 안내문을 계단 내려오는 길목에 붙여놨댔다. 머리 조심. 제법 가파른 그 계단은

보통의 지구인들도 자칫 머리를 부딪힐 가능성이 농후한 곳인 거다. 마지막으로 아쉽게 주위를

둘러보고 까페를 떠나는 나를 배웅한 건 역시, '머리 조심'. 또 올께요.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의 야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이 신도시가 투르크를 외부에 보이기

위한 일종의 '쇼윈도 시티'라는 사실도 알고 있고, 저토록 불필요하게 곳곳에 촘촘이 박힌 불들이 얼마나

에너지 낭비인가 탄식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는 해도, 그래도 밤늦게 일을 보러 다니면서도 늘 카메라를

손에서 뗄 수가 없었던 거다.

도시 너머로는 온통 사막뿐인가 했더니, 어느 한쪽으로는 투박한 산맥이 등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등뼈

끄트머리에 살짝 얹힌 마지막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증거하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 어물쩍 해가 넘어가려는 무렵부터 시작인 거다. 어느 순간 팟 소리를 내며 켜졌을 법한 가로등들과

그 너머 띄엄띄엄 세워진 거인같은 건물들이 보랏빛 황혼이 무색하게 빛을 밝혔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도시의 가로등들이 세워진 간격은 한국의 서울보다 두배쯤은 촘촘한 거 같다.

이맘때, 빛과 어둠의 투쟁이 막바지에 치달아 태양의 잔광이 마지막 숨을 깔딱거리는 즈음의 분위기란 어디고

참 싱숭생숭하다. 퍼렁빛의 하늘, 왠지 크게 술렁거리는 듯한 대기, 그리고 갈피를 못잡는 사람 마음.

어둠의 완승, 빛의 세상을 완전히 지구 반대편으로 몰아내고 나서 자축하며 잔뜩 꼽아둔 노랑색 촛불들.

여기도 중동 지역의 돈많은 국가들처럼 아스팔트가 다르다. 빛이 한없이 미끄러져 내리며 번쩍번쩍하는, 그런.

중동 지역은 비도 많이 오지 않고 오일머니랑 바꾼 최고급 스포츠카들이 잘 달리기 위해서 F1같은 레이싱트랙에

발라지는 특별한 아스팔트를 썼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의 여느 아스팔트보다 훨씬 조밀하고 맨들맨들해서

승차감도 좋고 타이어도 찰싹 달라붙지만, 비가 오면 완전 잘 미끄러진다는 그런 특성의 아스팔트란 거다.

여기도 그런 건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비슷하게 건조한 기후인데다가 오일머니, 가스머니 많은 나라니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이제 그냥 조용히 사진들 보여주기. 야경에 딱히 멘트라고 달 것도 많지 않은 거다.

가로등이 촘촘한 것도 그렇지만, 하나에 네다섯개씩 휘영청한 전구가 들어있는 것도 사람 할 말 잃게 만든다.

저 가로등들은 차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행인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만든 게 아닌 건 분명한 거다.




청계천 광장의 재림이랄까. 색색으로 변하는 분수들은 밤이나 낮이나 꺼질 줄 모르고 그 구간 역시 청계천의

지극히 일부만 포장해둔 쪼잔한 사이즈와는 비교되지 않는단 점에서 오히려 여기가 한 수 위인 거 같기도 하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배하는 과거 공산정권의 잔재, 냉막한 얼굴과 건조한 분위기에다가 예측 불가능하고 느린

일처리 같은 것들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야경이 참 이뻤다고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사진으로라도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찾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둠에 짙게 깔린 주펀의 길거리, 이번엔 내리막을 따라 내려오던 그 길에서 문득 고양이 한마리를 만났다.

길에 면한 풀숲 사이에서 시원해 보이는 돌판을 돌침대 삼아, 역시나 쿨쿨 자고 있던 녀석.

고지대에서 내려다본 타이완의 동북부 지역의 해안선. 타이완은 커다랗고 토실해서 먹음직스런 고구마처럼

생긴 섬인데, 이렇게 한쪽 끝 바다를 보았다.

낮에 햇살이 지글거리던 때 들렀던 사당에도 다시 들러보고. 뭔가 창백한 형광등 불빛이 중앙에서부터 강렬하게

쏟아져내려 주변의 불그죽죽한 빛깔을 전부 탈색시키는 느낌에 되려 섬뜩하기도 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방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정겹다. 아마 이곳이 금광촌으로 이름을 날리던 때에도

일확천금의 꿈을 바라던 사람들이 저런 곳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내일을 기대했겠지.

슬슬 인적이 끊겨가는 산비탈의 작은 마을, 관광객이나 여행자들이 떠난 자리에 가로등 불빛만 남았다.

더이상의 촬영은 무리, 완전 깜깜해져 버려서 불빛들이 너울대다 픽, 하고 꺼져버릴 듯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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