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왜 이렇게 고양이들이 많은지, 그리고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 액세서리, 소품들이 다양한지 모르겠다.

이유는 몰라도 고양이가 눈에 띌 때마다 꺄아~ 하며 쫓아가선 사진을 찍기 수차례, 제풀에 지쳐서 나중에는 옆에

고양이가 멀뚱히 날 좀 찍어줘, 라 해도 애써 외면하고 지나기도 했다.
하카다역 근처 캐널시티 쇼핑몰에서 만난 고양이 인형. 이 므훗한 표정하며, 두손곱게 모아쥐고 투명한 유리공을

받쳐든 폼하며, 번들거리는 T존까지. 입꼬리, 혹은 눈꼬리가 어떻게 살짝이라도 비틀리느냐에 따라 표정과

느낌이 그야말로 천양지차로 바뀌고 만다. 당장 요 두마리도, 조금 덜 과감하게 웃은 왼쪽 녀석이 상대적으로

다소곳하고 순한 느낌이라면, 오른쪽 녀석은 왠지 잔뜩 장난꾸러기 같다.

후쿠오카 대로변의 한 주차장에서 등을 웅숭그린 채 사주경계 중인 호랑무늬 고양이. 복슬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앞발이 귀엽다.

구시다신사였던가, 신사에 있는 소원적는 나무판에 그려진 고양이. 축 늘어진 볼살을 그려내고 싶었던 듯 한데,

왠지 어색한 주름살로만 보인다. 그래도 천금과 만복을 가져다주는 고양이라니 번쩍 쳐든 앞발과 살짝 초점잃은

시선이 귀엽다고 치자.

큐슈지방에서 최대 규모의 잡화 전문점이라는 텐진 니시테츠 야쿠인역 인근 INCUBE 매장을 둘러보다가 한켠을

가득 메운 고양이에 혹했다. 섬세하고도 자부심강한 야옹이들의 러시.

하카타역 옆의 쇼핑몰 커낼시티를 걷다가 마주친 또다른 고양이들. 자세히 보면 사슴, 돼지, 토끼 등속도 보이지만

내겐 전부 고양이로 보인다. 특히 저 까만 고양이가 자꾸 눈을 당긴다.

텐진, 나카쓰 거리를 걷다가 문득 뒷통수가 근질거려 돌아본 곳에 버티고 앉았던 두 마리 얼룩 고양이. 깜장이랑

하양이 굵게 얼룩져 있는데, 두마리 다 콧등성이에만 조그맣게 검은 얼룩이 두드러진다. 도망가지도, 겁내지도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당당한 녀석들.

다시, 인큐브(INCUBE) 매장에서 만난 깜장 고양이. 저 몽환적인 눈빛과 축 늘어진 사지하며, 따스하고

살짝 거친듯 부드러운 느낌의 재질하며. 은빛 단추로 표현된 코와 은은히 웃고 있는 입 모양까지.

그러고 보니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던 체셔 고양이 때문이었던 듯.

몸뚱이만 서서히 지워져 나가고 난 후에도 그의 웃음소리는 남아서 사방을 울렸다는 그 입째진 고양이의

독특한 캐릭터와 카리스마가 좋았다. 

초점이 뒤에 있는 황금거북이한테 맞아 버렸는데, 요 두마리 고양이 장식품도 참 이뻤다. 심플하게 표현된 바디와

머리 위 장착된 두 개의 똥글똥글한 안구까지. 유려하게 슬쩍 웨이브를 탄 꼬리의 곡선도 미끈하다.

온갖 동물들이 인형으로 만들어지지만, 얼마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산 이뿐 낙타인형과 더불어 이렇게 귀여운
 
고슴도치 인형은 본 기억이 없다. 보드랍고 포근한 느낌의 고슴도치.

실사 고양이인형..이랄까. 땡그란 눈을 두리번대는 것 같은 왼쪽 녀석도 귀엽고, 살짝 자긍심에 차 업되어 있는

느낌으로 코를 들어올린 오른쪽 녀석도 귀엽다. 어리버리하지만 순해보이는 왼쪽 녀석과 야무지고 똘똘해보이지만

살짝 건방져보이는 오른쪽 녀석, 멋진 짝이다.

닥스훈트 밑에 깔린 새끼 강아지.

그리고 토토로~* 역시 인큐브의 잡화매장에서 찍은 건데, 한 코너가 온통 만화 캐릭터 상품들로 가득했다. 그 중

가장 눈여겨보았던 건 역시 토토로. 말도 몇마디 없고 단순히 행동과 표정만으로 존재감을 전달하는 이 캐릭터에

왜 그렇게 꽂혀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요녀석의 캐릭터상품을 내 사무실 책상에 꼭 올려놓을 생각.

당장 2009년 달력도 팔고 있었지만, 글쎄..1년만 놓고 버려야 한다는 건 좀 아쉽길래. 토토로 분수대를 사실 가장

갖고 싶다는.

만화의 나라 일본에서, 이런 식의 상품 설명 만화가 그려진다는 건 좀 굴욕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저

어색한 표정, 어색한 동작, 어색한 얼굴의 여자아이가 그려진 그림이라니.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밑의 아가씨는 저게 혀라고 빼물고 있는 건지 저건 뭔가 적잖이 속이 쓰려오는 그림.

일본의 음식점이나 가게에 들어설 때마다 보이는 본던져주는 고양이가 살짝 변형된 오른쪽 고양이. 이 아이는 다소

과하다 싶게 속눈썹을 그려놓아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나름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참해 보인다. 그래도 역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저 왼쪽 므흣고양이.

이런 식의 아이디어 상품. 비록 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글자가 선명하지만, 여튼 일본에서 봤으니깐. 저런 깜찍한

시계는 하나만 덜렁 있음 왠지 별로일 듯 하고, 다른 고양이 컨셉 소품들과 함께 있으면 정말 괜찮을 거 같다.

저런 독특한 소품들에 따르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효과랄까, 한두개로는 별로 괜찮단 느낌이 없지만 여러개가

뭉쳐 있어야 비로소 그 진가가 살아나는 듯한.

전혀 고양이나 동물과 상관없지만, 저런 관람차 모양의 액자, 혹은 회전목마 모양으로 실제 돌아가는

액자도 꽤나 참신한 아이템이지 싶다. 애기들 사진 꽂아서 곁에 놔두면 혼자서도 재미있어하며 잘

갖고 놀지 않을까.

텐진의 어느 펫샵에서 만난 고양이. 엄청 나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길래 장난삼아 살짝 톡톡 건드렸더니 귀찮다는

듯 몸을 딩굴거린다. 왠지 한손으로 다른 한 팔뚝을 잡고는 뻐큐를 날리는 것 같은 포즈, 그리고 시크한 저 표정.

얘들도 동물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커낼시티와 붙어있는 구시다신사에서 만난 상상속의

동물 녀석. 붉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 잘 못 봤던 거 같다.

보통은 이렇게 회색빛 돌을 깍아서 만들지 않나. 얘는 근데 왜케 복슬복슬해 보이는지, 푸들의 몸을 빌린 거 같다.

얘는 표정이 맘에 좀 안든다. 사람을 내리깔아 보는 느낌의 눈빛. 게다가 살짝 입꼬리를 말고 웃고 있다.

신성한 소라며 대접받는 소 동상도 신사에서는 흔히 보이는 것 같다. 딱히 귀여운 느낌은 없고, 걍 동물이니까

끼워 준 셈.

부록삼아. 이 아이는 동물인지 식물인지..명확치 않으나 유산균 캔디를 샀더니 그 사은품으로 딸려있던 걸로 보아

유산균이라고 봐야 할 거 같다. 유산균은...식물은 아니니 포함시키기로 하고, 사실 유산균 캔디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 휴대폰 고리를 갖고 싶어서 산 거였다. 꽤 귀여운 데다가 일본 여행의 기념품도 될 수 있을 듯하여.

일본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휴대폰에 달고 좋아라, 하면서 찍은 사진. 저 입모양은 딱 빙긋 웃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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