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박물관에 있는 무령왕, 백제 문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백제인이지만 그가 어떻게 생겼었는지를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백제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버린 불꽃무늬 왕관은 오늘에도 그대로 남아 분명한

형체를 남기지만, 그 왕관 아래 얼굴과 분위기는 대부분 상상의 영역에 남겨진 것. 그저 문헌상 '온유하다'거나

'따뜻한 성품'이라거나 따위 몇 개 키워드로 상상해낸 분위기를 어슴푸레 더듬을 뿐이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진 않다. 공주박물관에서 발견한 백제인의 생생한 얼굴, 그리고 전신의 형체. 어느 정도

중국풍이 가미된 걸 감안하더라도 꽤나 귀티나게 그려놓았다. 자신만만한 눈매, 당당한 태도의 잘 갖춰진

의관까지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풀풀.


기원후 500여년쯤 중국 남조 양나라 때 그려진 두루마리 그림 '양직공도'에 남아있던 그림으로, 중국 황제에게

사신으로 방문한 외국 사람들이 그려진 것을 감안하면 양나라(혹은 중국)과의 우호도나 관계에 따라 어느 정도

이미지가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었겠다고는 생각되지만, 아무리 중국인 입맛대로 그렸다고 해도 이건 꽤나

긍정적인 이미지.

또 다른 버전의 백제사신을 봐도 그렇다. 똘망똘망하고 귀티나게 생겼다. 의복 역시 허투루 대충

걸치고 다니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세련되고 당당한 느낌.

고구려 사신의 모습도 있었다. 나름 화려한 복색과 깃털관의 모양이 특징적이지만 무엇보다 털이 복슬복슬,

뭐랄까, 짐승남의 매력이 풀풀.

신라, 조금 다른 나라에 비해 앳된 듯한 동안의 사신이다. 백제 사신도 그랬지만 다른 주변국에 비해 뽀얀 피부,

붉은 입술, 그리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까지.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살짝 퇴폐적인 눈매까지.

왜국의 사신, 뭔가 헐겁게 걸친 옷가지들, 그리고 새까만 피부색, 그리고 바로 옆 고구려 사신과는 다른 느낌으로

북실거리는 털들. 그렇지만 색감이나 감각은 훌륭하다. 나름의 의관과 맞춘 의복에 팔다리귀에 꿴 고리들까지.

다른 버전으로는, 조금은 피부가 하얗게 나온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 사신에 비해 약간 키가 작게 나오는 게

'왜(倭)'라는 글자의 연원을 떠올리게 한다. 왜소하다, 작다, 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는 한자 倭.


조금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당대의 루저'였던 왜나라 왜국인들이였달까. 뭐 그떄가 요새처럼 키높이를 가지고

결정적인 평가를 내렸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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