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리네 동대문시장같은 느낌의 부기스 스트리트 말고 그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아랍스트리트.


부소라 스트리트니 하지 레인이니 하는 부수적인 골목들 이름은 몰라도 좋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카펫이나 이런 직물들을 팔고 있는 가게들도 잔뜩 있고,


야트막한 이층건물들이 틈새도 없이 쭉 이어진 곳에서조차 그래피티는 용케 곳곳에 안착했으며,


이국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진짜 쓰이고 있는 아랍의 향취 물씬한 아이템들까지.



이런 모자이크등은 볼 때마 참 이쁘다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 들고 가면 참 안 어울리겠다는 생각. 


이렇게 우르르 모여있을 때,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 있을 때가 가장 이쁜 거 같다.


하지 레인의 벽화거리에서는 올 때마다 이렇게 (아마도) 쇼핑몰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 같다.


핫한 아이템으로는 커피 위에 본인 사진을 얹어서 만들어주겠다는 셀피커피샵이 있달까.



여전히 헤이즈 때문에 사람들은 꽤나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지만서도.


그와중에도 길거리 공연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온갖 의류들과 악세서리를 전부 취급할 테니 일단 들어오기나 해라, 라는 당당함의 표현이려나.



이건 직물에 무늬를 찍는 틀이라고 해야 하나. 금속으로 저렇게 세심한 무늬를 단단하게 만들어두고 잉크를 묻혀서


직물에 규칙적으로 찍는 거겠지.


이제 싱가폴에서는 시샤(물담배)가 불법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에 애플향


시샤임이 틀림없는 향기를 맡고는 찾아간 곳. 새 한마리가 짭새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그곳에서의 시샤 가격은


무려 35싱가폴달러. 동남아나 이집트에서의 가격을 생각하면 도무지 아닌 거 같아서 코만 몇번 벌름거리고 스킵.


아랍스트리트 어디였더라, 고양이 한마리가 저 조그마한 구멍으로 부비부비하더니 슬쩍 빠져나가는 곡예를 보여준 게.





이태원 이란음식점에서 물담배 한대 땡겨보시려는지.(물담배 원리도 첨부)

에서 포스팅했던 그 가게, 이제 이태원에 다섯 번 가면 한 번쯤은 꼭 가야 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평을 빌자면, 주인 아저씨의 한국어 실력은 그새 조금 더 진보했고 또 그만큼 페르시안 음식들의 맛도 조금 더

향상된 거 같달까. 조금 바뀐 인테리어도 이전에 비해 조금은 더 세련된 느낌.

메뉴판을 한번 찍어두고 싶었는데 이제야. 메뉴에 나온 음식은 거의 다 먹어본 거 같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약간씩 변주된 이란의, 페르시안의 음식들.

메뉴판 반대편, 농염한 자태의 글래머러스한 흑발 여인이 포즈를 취했고, 페르시아의 유물이 가게 이름 위에

내려앉았다.

Chelo Kebab, 양고기 비비큐랑 양파, 오이, 구운 토마토랑 밥이 함께 나오는 메뉴.

Gheimeh, 양고기와 렌틸콩, 감자와 레몬으로 국물 자작하게 만든 소스와 함께 밥이나 난을 함께 먹는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애써 눌러 잡지 않았지만, 딱히 거슬리진 않는다. 오히려 그 양 냄새를 즐기는 편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요구르트, 플레인이면서도 시지 않고 정말 담백하고 걸쭉한 느낌이라 난을 찍어먹기 딱 좋은 만큼의 점도.

모처럼 갔으니 시샤 한 대 한 피고 돌아오는 건 예의가 아닌 터. 가장 맛좋은 애플 대신에 주인 아저씨의

추천으로 '피치'를 택했다. 처음엔 다소 옅게 올라오던 복숭아향이, 어느순간 물기를 담뿍 머금은 촉촉한

수증기처럼 폴폴 올라왔다. 생각의 줄을 놓은 채 뻐끔뻐끔, 집에다 한 대 들여놓았음 좋겠다고 또다시

마음이 동해버렸다.





이태원에서 자주 가게 된 이란 음식점이 있다. 저번 주에 놀러갔던 날은, 마침 그 전날 K방송국이던가에서 방송이

나간 다음이라며 굳이 찾아온 손님들도 있었더랬다. 처음 이곳에 갔을 때는 막 문을 열었던 터여서 주인아저씨가

한국어에 무지 서툴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유창한 분이 서빙도 맡고 계셨다. 저~기 테이블 위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물담배 기구. 거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페르시안 아트. 흔히 이란을 아랍국가로 오인하거나 중동국가로 분류하긴 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아랍국가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정체성과 인종적 특성을 가진 나라가 이란이다. GCC, 그러니까

최근 한국과 FTA 협상 중인 걸프연안국가 22개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언젠가 한번

여행하고 싶은 나라라는 사실.

(추가 : 이란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시아파 이슬람교의 영향이 크다는군요. 서아시아 소재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

페르시아의 본산이기도 했던 이란은 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페르시아계라고 합니다.  BlogIcon sephia 님 감솨!)

이란의 전통 요구르트음료와 인도의 난과 비슷한 빵. 요구르트 음료는 시원하면서 살짝 까끌까끌한 모시같은 맛이랄까,

뭐 실제 모시적삼을 물었을 때 나는 그런 맛이란 게 아니라, 깔끔하고도 시원한 맛이었단 얘기.

하나씩 접시가 늘어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양고기 케밥. 양고기가 냄새도 없고 기름기도 많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저게..이름이 뭐였더라. 양고기 스튜같은 건데, 난에 싸먹으면 무지 맛있다. 색깔이 잘 살지 않아 좀 칙칙한

느낌이 있는데, 실은 무지무지 먹음직스러웠다는. 담엔 메뉴판을 찍어놔야겠다..이렇게 교훈 하나 얻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서 왠지 아쉬웠다. 사실 음식이 위장을 자극해 뇌에 '배불러배불러 고만 처먹어'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너무 빨리 먹어버린 탓이었지, 결코 양이 적지는 않았다. 그저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닭고기 샌드위치(라고 불렸던가).

닭고기랑 야채가 꽉 차있어서 한입 베어물면 입안이 뿌듯해졌다.

먹고 나니 물담배가 땡긴다. 사과향기의 연기를 뽈뽈 대며 머금었다 뱉었다 그렇게 유유자적하고 싶었다. 문득

터키, 이집트, 그리고 알제리에서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올라서, 한 대에 무려 10,000원이나 한다는 물담배를

주문했다. 물담배 기구...에...그러니까 물담뱃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싶은데, 거기에 장식된 문양이나

그림들을 구경하면서 불을 쟁였다.

 

물담배는 마약이 아니다. 마약류로 취급되지도 않고, 그냥 담배연기를 물에 한번 걸러서 피우는 거라고 생각함 될 듯.

근데 표정은 무슨...뽕쟁이 같다.ㅡㅡ; 한 30분동안 뻐끔대다 보면 저렇게 된다. 마음이 놓이고, 정신이 쇄락해지며,

육체의 온갖 자잘한 질병과 만성적인 빈궁함이 치유되는 느낌. 캬아.


★ 물담배의 원리!!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플라스크 실험 그림을 구글해 보다가, 도무지 안 되겠어서 스스로 그려보았다. 짜잔~*


위에서 불타고 있는 apple-flavour의 물담배용 담배숯이랄까. 한 삼십분쯤 지나니 하얗게 불타버렸다.


이란 음식 전문점을 배경으로 한 물담배의 고고한 자태. 한 대 땡기시면 언제든 시도해보시길.






아마도 조상신과 헤르메스-여행자를 돌본다는-의 도움으로, 문득 6시에 눈을 뜰 수 있었다. 시계는 한개도 못 들었지만,

덕분에 아침도 먹고 샤워도 하고 일정도 점검하고 여유있게 택시를 탔다. 어제 그토록 찾기 힘들었던 투르고만 가리지와

부스를 쉽게 찾아 시와로 출발. 마루사 마투르와(Marsa Matru)에서 12시쯤 내려 점심으로 펠라페를 먹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1시반에 다시 출발.
 
여행자의 행색은 나와, 터키서 말을 섞었던 형님 한분밖에 없어서 살짝 비즈와히르 사막투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끝없이 황량한 지평선과 그야말로 먼지같이 뿌옇기만 한 풍경에 지쳐 꼬박꼬박 졸아버리고

말았다. 카이로에서 마루사 마투르와까진 5시간, 거기서 시와까지는 4시간을 더 가야 했다.

그리고 시와. 갑작스레 푸른 빛깔이 눈앞에 점점이 나타나더니 커다란 마을이 되어 불쑥 눈안에 차고 들어왔다. 흙은

여전히 물기 하나없이 풀풀 날리는 먼지같건만, 야자수가 더불어 숲이 되니 이런 오아시스가 생겨났다. 아마 생겨난 

순서는 반대로 오아시스가 있어 더불어 숲이 이루어진 거겠지만. 사막이 저멀리 보인다. 여우를 볼 수 있을까.

죽은 자의 산, 이곳에 미이라가 네 구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산 사이의 크레바스처럼 갈라진 틈에 고이 모셔져

있는, 바싹 마른 사자(死者). 그들의 죽음은 무섭다기보다는 왠지 처연했달까. 완전히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보다

껍데기만 남아 왜소하고 볼품없이 말라 비틀어진..

석양을 산위에서 맞이하기로 하고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메마른 바람이, 그 꺼칠함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몸을

휘감았고,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조금 떨어진 사막의 모래 사각이는 소리가 들리는 환상에 빠졌다.

이 한가로움과 유유함. 시끄럽고 정신없는 카이로에서 내가 정말 바라던, 그리고 여행이 어느덧 이주가 넘어가면서

살짝 지친 내게 꼭 필요한 그런 거였다.

저녁으로 지방음식 중 삭슈가인가, 발음도 제대로 안 되던 그런 신기한 걸 먹었는데, 음식이란 게 상상력만으론 닿기 힘든

그런 영역인 거 같다. 이름만 가지고서는 예상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설명을 듣고도 도무지 어떤 음식인지 상상해내기가

힘드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어치우고, 모처럼 간만에 배부르게 먹고, 물담배 시샤(seesha)를 한 대 피워올리며

포도 1킬로를 사서 나눠먹었다.


시샤가 생각보다 셌던 건지, 아님 내가 연기를 지나치게 몸안에서 많이 돌려버린 건지,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득 보였다. 마침 지나가던 당나귀를 붙잡고 장난을 치다가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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