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 맥주. 그 중에서도 바로 기네스.


일본에 여행다닐 때도 그랬지만 맥주 공장에서 바로 시음하는 맥주만큼 맛있는 게 없었던 터라 기네스 공장은


꼭 가보려고 별렀던 터였다. 그렇게 찾아간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입구에 정차해있던 굉장히 유니크한 기차 같은 자동차.


 

입장 티켓과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의 가이드 팸플릿.


티켓팅을 하고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공장 투어. 사실 이 건물 자체는 맥주를 만들던 공장이었는데 이제는 일종의


기네스 박물관이 되어 어떻게 맥주를 만들어내는지의 전공정과 관련지식들을 전파하는 샵이 되었다.

 

 

투어의 초입,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기네스 기념품샵이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기념품도 많던 곳.


예컨대 이런 식으로, 맥주 병따개가 차양에 붙어있는 모자같은 걸 팔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 투어 시작. 도슨트가 함께 하는 단체 투어가 수시로 출발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자유롭게 돌아보기로.


(워낙 거센 영국 악센트 때문에 알아듣기 힘드니 지레 포기한 것도 없진 않지만, 꼭 그런 때문만은 아닌 걸로)

 

기네스 맥주의 광고에 흔히 등장하는 코뿔새..라고 하나, 왜 그 커다란 천연색 부리를 가진 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중. 


 

맥주의 재료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특히나 기네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오랜 세월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의 빈티지함을 잘 살려내서 마치 갤러리나 박물관에 방문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기네스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이라는 마법의 이스트. 그 귀중함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금고 속에 꽁꽁


숨겨둔 채 틈새로 살짝 훔쳐보게 만드는 연출이라니. 센스쟁이들이다.

 

 

그리고 역시 좋은 맥주의 원천은 좋은 물. 물이 얼마나 맑고 훌륭한지를 보여주는 공간인데 바닥에는 온통 동전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 기네스는 아서 기네스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는 것. 저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 공장일 때 맥주를 발효시키고 보관했을 통들 옆구리에 안내문이나 설명글들을 적어두는 센스.

 

 

 

 

성미 급한 사람은 바로 전망대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기네스 시음을 하고 돌아선다지만, 각층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돌아볼 만한 내용들도 있는 데다가 공장을 개조해 만든 그 공간의 쓰임들만 봐도 흥미로울 듯.

 

 

 

 

 

3층이던가 4층이던가 올라가던 중간에 창밖으로 잠시 내다본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의 또다른 부분. 아마도 여기는


여전히 공장으로 작동하며 어마무시한 양의 기네스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듯 하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맥주는 


전유럽을 커버하고 있다고 했던가. 

 

  

 

기네스 맥주를 보관하는데 쓰였던 오크통들.

 

 

 

그리고 과거에는 이렇게 커다란 선박에 오크통을 가득 싣고서 기네스 맥주를 해외로 수출했었다고 한다.

 

 

 

 

뭘까, 아마도 과거 어느 시기 기네스가 지금의 영광을 확보한 즈음 만들어진 조각상 아니려나 싶다. 


시꺼먼 재료를 다듬어 약동하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도 그렇고, 왠지 기네스 수송선박에 쓰였을 법한 장식.

 

 

 

 

기네스의 상징이기도 한 하프 복원품. 

 

그리고 역대 기네스 광고에 쓰였던 여러 소재들을 한곳에 모아둔 채 명성을 얻은 광고들을 재상영해주던 공간.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광고가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찾아보니 이런 거다. 추운 겨울 물고기가 맥주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용이 정확히 와닿진 않지만 어쨌든 그 선뜻하리만큼 차가운 기네스의 맛은 상상이 된다.




 

 

한곳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기고 둥둥 띄워놓을 수 있도록 모니터도 크게 준비해놓고.

 

 

그리고 드디어 기네스 맥주를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곳. 그간 세네층을 돌아보며 맥주에 대한 


이야기만 실컷 듣다가 비로소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처음 얻게 된 셈이기도 하고, 잘 따르는 법을 배운 후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제법 흥미가 동하는 곳이다. 

 

 

잘 생긴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 1) 우선 깨끗한 잔을 준비한다. 2) 45도 기울여 기네스 맥주를 받는다.


3) 90%정도만 채운 후에 맥주가 안정될 때까지 가만히 냅둔다.(대략 1분 내외) 4) 새까맣게 기네스 맥주가 안정되면


남은 10%를 마저 채운다. 5) 기네스 잔의 로고가 손님을 향하도록 잔을 전달한다. 끝!

 

신나서 맥주를 따라보는 체험자들. 한잔씩 볼 때는 몰랐는데 저렇게 시차를 두고 따른 맥주잔들을 보니 정말


안정되어 까만 색이 우러난 맥주와 아직 거품이 일고 있는 갈색의 맥주가 확연히 구별되는 거다. 

 

그리고 완벽하게 따라진 기네스 맥주 위에 얹힌 두툼하고 크리미한 맥주거품. 


무사히 전원 인증서를 획득하고 신나서 찍은 단체샷. 꽤나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밖에서 저렇게 사진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본인의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파이널 스테이지. '더블린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기네스 맥주를 무제한 마실 수 있다'는 바로 그 전망대.


상상했던 것보다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아늑하다거나 여유로운 분위기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었지만


기네스는 무지무지 맛있었고,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도 거칠 것 없이 워낙 탁 트여있어 보기 좋았다.

 

 

일본의 맥주 공장들은 시음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마치 무슨 컨테스트에 나간 것처럼 일정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마시겠다고 무리해야 했는데, 여기는 전혀 시간제한이 없이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어 더욱 행복한 체험이었다.


그렇지만 기네스 맥주가 워낙 배가 쉬이 부르는 류의 맥주라서 고작(!) 4잔밖에 못 마신 게 아쉬웠을 따름.

 

통유리를 통해 360도 전경을 내려다보는 게 가능한,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고작해야 한 군데에서 창문가를


지키고 있는 게 최선이었던 공간에서 그래도 내려다보는 풍경이 심심치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콰하게 취해서 내려온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들어갈 때는 못 봤던 마차들이 마치 저녁시간에 강남역


택시 줄 서 있듯이 입구에 주르륵 늘어서 있었던.

 

 

맥주를 맛있게 잘 마시는 방법 중 하나는 맥주잔을 한번 들어올려 한모금 마실 때마다 일정한 양의 맥주를

들이키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 급하게 덤벼들거나 지루하게 할짝대지도 않으면서, 적당하고 일정한 템포로

맥주를 맛보는 것이 요체.


어렸을 적 키스를 잘하려면 체리에 달려있는 뒷꽁지를 입안에서 잘 휘감아 매듭짓는 법을 연습하라던 얘기를

듣고 종종 연습했던 적이 있었는데, 맥주도 마찬가지. 이렇게 크리미한 흑맥주류를 잔에 가득 따라서 거품이

일정한 간격으로 고리를 만드는 걸 확인해 가며 마시면 보는 재미에 마시는 재미까지 일석이조랄까.


에비스의 스타우트흑맥주는 달콤한 맛이 살짝 커튼 뒤에 숨은 채 이쪽을 훔쳐보는 발그레한 뺨의 소녀처럼,

쌉쌀한 맛이 막 장작개비 일백개를 힘껏 패고 굵은 힘줄이 여기저기 돋아난 당당한 마당쇠처럼 방울방울.



@ 도쿄, 에비스맥주박물관.
어제 '공기인형'을 보고 나서부터 기네스 맥주가 무지하게 땡겼었다.

[공기인형] 짤그랑대는 기네스 병맥주,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퇴근하고 나서 장보러 가신다는 부모님을 따라 코스트코로, 농협으로. 코스트코엔 병맥주가 없었고 농협엔

수입맥주라곤 호가든과 버드와이저 뿐이었다. 농협에 수입맥주가 있단 사실에 더 놀랬다.

집앞 편의점도 두군데 들렀다. 한군데에서 드디어 기네스 캔맥주와 조우해서, 분명 다음 편의점에선 짤랑대는

기네스 병맥주를 만날 수 있으리라 가슴이 벅차올랐었다. 웬걸, 아예 기네스는 보이지도 않았다.


하여 다시 처음 편의점으로 돌아가 두 캔 사버렸다. 캔이지만 살짝 달그락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져서, 타협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맥주캔 두개를 한 손에 계주 바통처럼 옴쳐쥐고는 내달렸다. 캬~ 소리내어 마시고 싶었다.

꼴꼴꼴...맥주가 흘러나오면서 짙고도 자욱한 안개 덩어리를 만들다간 조금씩 검정 액체와 뽀얀 거품의 형체를

만들어 간다. 진한 커피같이 쌉쌀하면서도 굉장히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의 갈색 거품이다.

그리고, 마음. 공기인형 그녀가 백 안에 넣고 방울처럼 흔들어대던 그런 짤랑짤랑 소리가 아니라 조금은 탁성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던 이유다. 캔 속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탈탈 털고 나니 기네스의 마음이 얼핏 나타났다.

이리저리 굴려가며 자세히 살피니 하얀 플라스틱 탁구공같이 생겼다. 세련된 검정색의 중후한 알루미늄 외양

속에 저런 가뿐한 느낌의 플라스틱을 굴리고 있었다니, 다시금 공기인형을 생각한다.


텅 비어있는 속을 채우지도 못하면서 도리어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그 결락감만 더욱 또렷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게 마음. 하찮은 플라스틱 한 조각일 뿐인데도, 그게 이렇게 다르다.

무려 "기네스 고유의 맛인 크리미 헤드(부드러운 거품층)을 생성시키"는 능력을 가진 거다. 공기인형에게

마음이란 게 덜컥 생겨버리고 나서는 마냥 쓰잘데기없고 가슴 아픈 일들만 있었던 게 아니듯, 기네스 캔을

덜그럭덜그럭 귀찮게 부딪혀댔던 녀석도 마냥 쓸데없이 굴러다닌 건 아닌 셈이다. (물론 위젯 때문에 기네스는

일단 흔들거려서 흥분하고 나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 풍요로운 거품이 팝콘처럼 튀곤 하는 거다.)

마시고 나면 꼭 아쉬워지는 거품. 맥주라곤 마신 적이 없다는 결백함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 깔끔이 주걱으로

싹싹 야무지게 닦아낸 것만큼 거품이 한점 남김없이 모조리 내게 흘러들어온다면 참 좋을 텐데. 게다가 기네스,

비싸단 말이다. 편의점에서 무려 캔 하나에 3,500원.

복부 절개를 시술했다. 그녀의 마음이 보고 싶었다. 주둥이에서 흘깃흘깃 비치는 마음조각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불끈 힘줄이 선 손가락이 껍데기를 와그작, 찌그러뜨려 버렸더니 거품범벅의 '마음'이 잔뜩 당황한 채

배회하고 있었다.

기네스의 마음을 얻으려면 마법의 성을 지나 숲을 건너..어둠의 동굴 속 멀리멀리 나아가야 한다. 날카로운

알루미늄제 이빨을 조심조심 어루만지며, 달그락달그락 떨고 있는 매끌한 마음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손끝에

감각을 집중한 채 섬세하게 쥐어야 한다. 너무 세게 쥐어도 안 되지만 너무 약하게 쥐어도 안 된다. 너무 많은

손가락들을 들이밀어도 빼내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최소 두 손가락은 집어넣어줘야 한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기네스의 '마음'. 일곱개를 모아서 소원을 빌면 기네스의 신이 나타난다나.




*                                                     *                                                     *

기네스 드래프트. 알콜 4.2%, 원산국은 아일랜드.

안에는 '위젯'이라 불리는 조그마한 플라스틱공이 들어가서 제멋대로 휘젓고 있어 기네스 흑맥주 특유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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