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재 해수욕장, 그야말로 제주도 관광의 성수기이던 8월 언젠가쯤이어서 그랬는지 해변가엔 온통 쓰레기가

검정 현무암돌바닥을 가리울 지경이었지만 나름의 운치는 여전했다. 홀로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반백 아저씨의

살짝 굽은 뒷 등덜미가 바닷바람에 조금 도닥여지는 거 같기도 하고.

해수욕장 앞으로 이어진 마을은 온통 구멍숭숭한 현무암 돌담으로 집집이 구획되어 있었는데, 그 엉성한 돌담에

하나 더 얹어진 돌멩이인 양 엉성하게 끼어 있는 새파랑 우편함이 웃겨서 사진 한장.

바다에 연한 시멘트 방조제. 하루방을 저런 식으로 표현해 놓으니까 무슨 모아이의 석상 같기도 하고, 표정도

뭔가 굉장히 엄하거나 화난 듯 하기도 한데다가 서로 등 돌리고 있으니 영락없이 싸우고 삐친 모습이다.



바다 색깔이 진짜로 이뻤는데, 사진엔 채 반의 반도 담지 못한 거 같다. 동남아의 유수한 신혼여행지 앞바다라며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여기에 펼쳐져 있었는데.


먼 바다에서 둘둘이 짝지어선 서로 마주보며 데이트 중인 어선들.

그리고 현무암질 용암이 질질 흐르다간 바다를 만나 쩍쩍 갈라지며 급격히 식어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해변가.


해녀상. 튜브를 한팔에 꿰고 있는 다소 현대적인 매무새의 해녀도 있었고, 저고리 고름을 곱게 맨 채 등짐을 지고

있는 해녀도 있었고. 그리고 그녀들 너머로 보이는 투명한 바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내려앉기 전에 바닷물에 발톱부터 담군 타이밍, 사람들이 슬슬 바다 밖으로 상륙하기 시작했다.











제주 한림공원에서 토실토실 잘 자라고 있던 선인장들, 심심하거나 단조롭게 생겼다 싶은 외관과는 달리 피어내는

꽃들은 제법 천연색이 발랄하니 샤방샤방한 모습이었다. 다만 사람들이 이름을 남기고 기록을 남기고 싶은 욕구는

어쩔 도리가 없어 손 뻗어 닿기 쉬운 곳에 있는 선인장들은 마치 '골든벨' 최종도전자의 그것과도 같이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명찰들이 바글바글 달려있는 모습. 

이 나무의 이름은 '와싱토니아'.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와싱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라는데 와싱톤이라..

아무래도 저 안내판은 이 '와싱토니아'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1971년쯤 만들어진 거 아닐까 싶었다.




곳곳에 있던 제주 전통 현관문인 '정낭', 자연스레 한림공원 내부의 동선을 잡아주고 있었는데, 이런 돌담들도

은근히 어거지로 밀고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돌담을 허물지 말아달라는 표지판이 서 있을 정도.

내부의 온실에서 자라고 있던 뱀이나 도마뱀 같은 동물들에 더해 거북이들도. 두마리가 서로 반대쪽을 바라보면서도

무슨 탑쌓기하듯이 포개어져 있었다.


 






그리고, 만지면 느끼는 게 아니라 보면서 느끼는 꽃들. "보기만 허고 만지지랑 맙서예!"








한림공원에는 협재굴과 쌍용동굴이 있다. 그쪽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저 만화 캐릭터를 보면서 왠지 '낢 이야기'의

낢 작가 캐릭터가 떠올랐던 건 왜일까.



협재굴 들어갔다, 협재굴 나왔다. 빛이 반겼다.



그리고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왔던 정령들처럼 봉긋봉긋 튀어나온

돌 인형들. 짙고 거칠게 파인 눈매가 장난스럽기도 하고 살짝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림공원을 떠나 바로 앞의 협재해수욕장이나 금능해변으로 옮겨가는 길, 하루방과 해녀가 어깨를 걸고는

살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 제주도 2박3일 실제로 다녀온 일정을 기록한 것으로,

렌트카, 빡빡한 시간표, 그리고 짧은 시간에 많이 보려는 욕심, 이렇게 세 가지에서 해방된

삼무(三無)의 일정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토요일(첫째날)

6시반,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출발.

7시반, 제주공항 도착.

8시,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도착. 모슬포행 시외버스 탑승.

9시반, 모슬포항 도착. 숙소 IN.

11시, 읍면순환버스 탑승. 화순해수욕장 도착

11시반, 올레길 10코스(화순해수욕장-모슬포항, 약 16km) 시작.

12시~13시, 점심(고등어구이, 해물뚝배기)

17시반, 올레길 10코스 끝, 모슬포항 도착.

18시반, 숙소에서 휴식.

20시, 저녁(고기국수 등)

일요일(둘째날)

8시, 모슬포항 도착.

9시, 가파도행 배 탑승.

9시15분, 가파도(올레길 10-1코스, 5km) 도착.

12시~13시, 점심(가파도정식)

14시20분, 가파도 출발.

14시35분, 모슬포항 도착.

17시, 모슬포항 인근 까페.

18시, 숙소에서 휴식.

18시~20시, 저녁(고등어회)

월요일(셋째날)

10시, 모슬포항 출발.

10시반, 읍면순환버스, 초콜렛박물관 도착(농공단지 버스정류장)

11시, 도보 2km, 초콜렛박물관 도착.
 

12시반, 초콜렛박물관 출발.

13시~14시, 점심(밀면 & 수육)

14시, 숙소 OUT, 서일주버스 탑승.

15시, 협재해수욕장 도착.

16시, 한림공원 입장.

18시, 한림공원 퇴장.

18시~19시, 저녁(빅허브버거)

19시반, 서일주버스 탑승, 협재해수욕장 출발.

20시반, 제주공항 도착.

21시반, 비행기로 제주 출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