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싸멧의 동부 해안가, 핫 싸이 깨우(보석모래 해변)에서 아오 힌콕(돌 언덕 해변), 그리고 아오 파이(대나무 해변)이란

 

이름으로 이어지는 그곳에서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우선 아침 겸 점심. 탁한 색깔로 바래버린 먼지투성이 팬이

 

머리 위에서 빙빙 돌아가는 길가의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로 토스트, 햄과 베이컨 등.

 

텔레비전이 있는 음식점을 들어갈 때마다 꼭 한번씩은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를 봤던 거 같다.

 

여전히 한국의 촌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시골 상회같은 느낌으로 번다한 음식점의 카운터.

 

그리고 꼬싸멧 동부해안의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쉽게 구분하기 쉽지 않은 어느 해안으로 들어가는 길목.

 

아마도 아오 힌 콕과 아오 파이의 사이쯤이랄까, 사실 해변의 이름이 중요하진 않다.

 

이렇게 하얗고 보드랍고 고운, 밀가루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법한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쉴 수 있다면.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천을 파는 아저씨가 온몸을 칭칭 가리고서 모래사장을 산책중이셨고.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파라솔과 긴의자들은 따끈하게 덥혀지는 중이었으며.

 

비로소 자리를 잡고 돌아본 주변 풍경은 정말이지..

 

구아바니 망고니 코코넛을 바구니에 담고 팔러다니시는 행상아주머니도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주시고.

 

 

어느 중년의 부부는 양산을 하나씩 받쳐들고서, 한손엔 신발을 덜렁거리면서 나란히 백사장을 거닐고 있었다.

 

 

모래사장이 워낙 하얗고 깨끗해서 더욱 맑고 투명해보이는 바닷물.

 

 

바닷물이 이런 파스텔톤의 에메랄드빛이랄까, 청록빛으로 반짝거리는 데야 뭍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거다.

 

 

잠시 뛰어들어 파도랑 놀다가 다시 파라솔 아래로 들어오면 파라솔에 걸러진 기분좋은 햇살이 몸을 말려준다.

 

이런 풍경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지만 잘 모르겠고. 크흠.

 

 

해가 슬금슬금 중천으로 오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내몰렸나보다.

 

그러고 보니 긴의자 옆에 적힌 저 태국문자, 이국적이고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슬슬 많이 보인다 싶더니 패러세일링 하는 사람도 계속 보이고, 멀리 나간 배들도 많아진 듯 하다.

 

파라솔 이용료를 걷으러 다니는 아주머니의 움직임은 살짝 부산해진 거 같지만 역시 여유롭기만 하다.

 

 

파라솔 아래서 뒹굴, 청록빛 파도 아래서 뒹굴, 하다가 슬몃 몸을 일으켜 술을 찾으러 가는 길.

 

술집에는 시계를 걸어두지 않는다더니, 여긴 그래도 시간은 봐가며 마시라고 하나보다. 저 온갖 류의 신의 물방울들은 어쩌고.

 

꽁무니에 태국 국기를 펄럭이며 앞코를 들썩들썩, 벌름벌름하는 게 어지간히 배고픈 모양새다. 내달리는 모터보트.

 

숨은 쉬고 있나, 걱정될 정도로 몸을 운신하지 못하던 검둥개 녀석. 만사 귀찮거나 어지간히 나른한 게다.

 

 

꺄아..이런 물빛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패러세일링이나 스노클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찾아다녀주시는 서비스.

 

흠..찍으려던 게 뭐였냐면..저 푸른 바다..

 

아니면 이렇게 의자까지 갖고 다니시는 간식 파는 아주머니 아저씨.

 

그러고 보면 파라솔 아래 긴의자 밑에는 예기치 않게 강아지들이 숨어있다. 곳곳에 숨은 강아지를 찾아라.

 

그치만 다시 시선은 푸른 바다..로 쏠리고.

 

서양 꼬맹이들은 왜케 인형처럼 귀엽게 생긴 건지, 금새 커버리고 징그러워지겠지만서도.

 

어느 험난한 시절엔가 목을 잘린 불상이런가, 해변 들머리에 놓여있던 부처의 미소가 은근하다.

 

MEDITATION이란 글자 왼쪽에 이렇게 내리깔고 있는 눈매도 인상적이고.

 

그러고 보면, 여기서 이렇게 목걸이도 꿰고 팔찌도 꿰는 이네들의 눈매가 저 그림이랑 닮았다. 순하고 정신적인 느낌.

 

꼬싸멧의 동쪽 해변,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굴려대며 보낸 한나절.

 

달리 해야 할 것도 보다 중요할 것도 없던 그런 더할나위없던 시간.

 

 

태국 꼬싸멧의 북부해안,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아예 헐벗은 비포장도로길을 짐가방 돌돌거리며 걷는 참이다.

 

적당히 따끈한 햇살, 그리고 오른켠에 계속 따라오는 맑은 청록빛의 바다 덕에 마냥 기분좋게 걷던 길.

 

드문드문 뭉텅이 져 있는 건물들엔 이미 휴양이 한참이다. 휴양지의 로망 해먹을 매달고 까무룩 잠든 사람 아래선

 

서늘한 시멘트 바닥에 최대한 몸을 밀착한 채 널부러진 백구 한마리가 동반 수면중이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제단이랄까 자그마한 불당이랄까. 이번 여행동안 다치지 않고 즐겁기를 빌어본다.

 

당장은 묵기로 한 리조트까지 짐가방을 무사히 끌고 가는 게 급선무.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늑하고 살짝 럭셔리한 리조트의 느낌들. 꼬싸멧의 동쪽 해안은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고

 

서쪽 해안은 고급 리조트가 하나 있다더니 북쪽은 이제 슬슬 뭐가 생기는 참인 듯 하다.

 

 

 

중간중간, 저런 데서 늘어지게 앉아서 커피 한잔이던 맥주 한잔 하면 딱 좋겠다 싶은 레스토랑 겸 바들이 보이고.

 

 

싱싱하게 피어오른 붉은 꽃이 더없이 화려하다 싶은가 하면, 돌돌 말뚝을 감고 올라선 푸른 잎사귀는 그야말로 남국 스타일.

 

 

어느 허름한 가옥 앞에 붙어있던 팔괘거울. 무협지에서나 혹은 강시와 영환도사가 등장할 법한 영화에서 보일 듯한 아이템.

 

조그마한 섬에서 움직이는 방법은 용달차처럼 생긴 택시인 '썽태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다.

 

300바트에 약 11,000원(2013. 2월 기준)이니까 보통 하루에 300바트하는 스쿠터는 대여료가 꽤 싸다. 그리고 재미있다.

 

 

곳곳에 있는 부두들, 그리고 자그맣게 펼쳐져 있어 마치 개인 모래사장같은 해변들.

 

꽃잎들이 겹겹이 포개져서 붉은 하트를 만들었다.

 

 

방갈로나 리조트라는 이름이 붙은 숙소들은 으레 이런 시원한 그늘막을 마련해두고 사람들을 뒹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오토바이 주차장 옆에 있던 자그마한 경비 초소..랄까나 사무소랄까나. 누런 선풍기 날개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숙소. 삼십분 동안 휘적휘적 걸으며 사진찍으며 온 거 치곤 꽤 금방 와버린 느낌이다.

 

애초 가이드북도 없이 그냥 꼬싸멧까지 오는 길, 그리고 이 곳만 아고다 통해서 예약했으니 이제부터 휴양.

 

 

 

 

태국 중부지방의 유명한 휴양지로는 파타야 정도가 흔히 알려진 곳이지만, 파타야 조금 아래쪽에 있는 해안마을인

 

반페(BANPHAE)에서 배를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꼬싸멧은 그야말로 (한국인들에게) 숨겨진 휴양섬이다.

 

 

* 가는 길 : 방콕 동부버스터미널(에까마이)에서 07:00부터 1시간 간격 반페행 버스 운행(3시간반 소요)

반페 항구에서 꼬싸멧행 배 1시간 간격 운행(30분 소요)

 

방콕 에까마이에 있는 동부 버스터미널에 도착, 7시에 출발하는 반페행 첫 버스를 탔다. 역시 정시 출발은 무리.

 

반페까지 달리는 길은 대체로 왕복 이차선에 아스팔트 포장도 군데군데 벗겨져나간 편치 않은 길이지만 버스는 나쁘지 않다.

 

에어콘도 나오고, 제법 시트도 푹신하고, 차냄새도 심하지 않은데다가 운전기사 아저씨도 편안하게 운전했던 듯.

사실 태국 방콕까지의 5시간여 밤비행 덕에 다소 지쳐있기도 했고, 공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새벽 시간에

 

짐을 끌고 가는 길도 쉽지 않아서 꽤나 지쳐있던 터라 반페에서 배에 오르는 시점으로 순간이동.

 

항구에 가득한 배들이 제각기 구명복들을 오징어처럼 널어두었다.

 

저 얄팍하고 약하디 약해보이는 발판을 딛고 배로 가야 한다는데, 들고 있던 짐은 20키로가 훌쩍 넘는다는 게 함정.

 

 

부두의 널빤지는 이빨이 어찌나 넓던지 짐가방의 돌돌이 바퀴를 계속 깨물려고 들어 더욱 쉽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부둣가에서 일하던 아저씨들의 저 여유로운 의자 위 소품들과 긴의자의 세상이 머지않았다는 예감.

 

반페의 부두에서 내다본 방파제, 그리고 그 너머 아늑한 언덕같은 느낌의 섬이 아마도 꼬싸멧.

 

 

정시마다 반페를 떠나 꼬싸멧을 출항하는 배는 이제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

 

시원한 바닷바람과 강렬한 태양이 이제야 조금 태국에 있음을 실감케 했다.

 

 

그렇게 작지 않은 배는 잔잔한 바다 위를 제법 빠르게 내달려 꼬싸멧을 왈칵왈칵 끌어당기고 있었고.

 

아무리 남국이라도 여기 역시 북반구인지라 현재 계절은 겨울, 현지인들은 목도리도 하고 비니도 쓰고 그런 날씨였다.

드디어 손에 잡힐 정도의 거리에 육박해오는 꼬싸멧.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리조트 건물들과 빌라들이 멋지다.

 

그리고 꼬싸멧의 항구 도착.

 

 

저 거대한 뒷태가 뭔가 했더니 아마도 바다의 신, 이런 분이신가 보다. 손에는 사람들이 바친 꽃다발이 주렁주렁.

 

그러고 보면 역시 태국의 꽃의 나라. 뱃전마다 꽃다발이 모셔졌다.

 

항구를 벗어나 처음 밟는 꼬싸멧의 풍경은 살짝 허름한 방콕의 골목 같달까.

 

(아마 세븐일레븐 앞의 저 아저씨가 피리를 불며 바다의 신을 위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역세모꼴 모양의 섬 북부에 위치한 숙소까지 걷기로 맘을 정하고 몇걸음 떼지 않아 발견한 풍경들.

 

이곳이 태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하늘이 조금만 더 청명했다면 더욱 이뻤을 테지만, 하얀 모래사장하며 맑은 청록빛의 바다.

 

서울에서 이 곳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10시간여의 여독이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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