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라고는 그나마 티비로 보던 게 전부였었건만, 이렇게 직접 경기장에 나가서 프로팀들의 경기를 보는 날이 오리라곤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혼자 광역버스를 타고 수원까지 내려가서 말이죠.

 

경기가 세시에 시작한다고 했는데, 아직 시간은 한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경기장 주변의 공기는

 

잔뜩 들떠있었습니다. 축구공을 어깨에 척 걸친 꼬맹이가 씩씩하게 계단을 올라 경기장으로 향하네요.

 

뒷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왠지 스스로 조금씩 들뜨기 시작하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분좋은 전염인 거죠.

 

경기장에 도착하니 미리 대기하고 계시던 삼성 스마트카메라의 스포츠 출사 스탭분들이 점심부터 챙겨주시더군요.

 

도시락이라 좀 간소하긴 했지만 제법 뜨거운 태양 아래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녀야 할 테니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스포츠 출사에 참가한 분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 그리고 대여를 위해 챙겨나오신 장비들.

 

 

무엇보다 저 파란색 조끼가 확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음..앞주머니도 많고 편리해보이긴 하는데..음..

 

티켓과 비표를 받고 3시 경기 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으니, 카메라를 쥐고 나가 놀 시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바깥은 온통 삼성의 최신 IT 디바이스들의 전시회장 같았습니다.

 

 

삼성의 스마트 모니터라거나, 스마트 티비, 스마트 카메라 등등 스마트한 삶을 챙겨준다는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직접 체험도 해보고 시연을 해보는 부스들이 좌우로 정렬해서 경기장 한쪽 외벽을 따라 일백미터쯤.

 

갤럭시 노트의 모니터 사이즈라는 5.3인치를 맞추고 선물을 받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손끝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그리고 모니터를 노려보는 눈빛에는 강렬한 기대감이 한가득 담겨있었습니다.

 

아마도 형제겠죠? 수원삼성의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 입고선 동네 운동장에서 신나게 걷어차고 놀았을 꼬질꼬질한

 

축구공까지 척 안고 서있는 꼬맹이들의 눈빛도 덩달아 심각해집니다.

 

체험 버스 안으로 들어와 직접 갤럭시탭이니 갤럭시노트를 만져보는 아이들.

 

갤럭시노트의 화면을 마치 하얀 도화지인 양 세밀한 붓터치와 함께 색색의 빛깔을 칠해넣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곳도, 5.3이란 숫자를 맞추는 곳도 모두들 대성황, 어느 꼬맹이가 잠시 주차해둔 빨강

 

자전거가 온통 넘실대는 파랑색 물결 사이에서 유독 눈에 콕 박혀옵니다.

 

손의 움직임이나 목소리로 채널도 바꾸고 볼륨도 줄일 수 있는 스마트 티비를 시연해보이는 스탭분.

 

3D 기술도 갈수록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사실 날이 다르게 세련되어지는 3D 안경의 모양새에서

 

3D 기술의 발전 양상을 체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쥐고 사방으로 찍어대던 카메라와 같은 기종, NX20을 들고 수원삼성을 응원온 꼬마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아저씨, 선수들과 함께 찍는다는 게 좋았는지 '찍고, 담고, 바로 보내는' NX20의 매력에 빠진 건지

 

손님들이 끊이지 않던 인기 부스중의 하나였죠.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축구 경기를 보러 온 모양입니다, 레플리카를 골라주고 직접 입혀주던 어느 수원삼성의 팬분.

 

진행 스탭이 챙겨주신 아이스 커피는 순식간에 뙤약볕에 노출된 몸뚱이 속으로 스며들어버리고는, 잘그락잘그락

 

얼음이 녹는 소리만 간간이 열띤 응원의 빈틈을 메꾸고 있었습니다.

 

 

제법 치열하게 공수를 주고 받던 양 팀은 어느 순간 한 골 씩을 주고 받더니, 후반이 끝나가도록 그라운드 곳곳에서

 

불꽃튀는 접전을 벌였습니다. 골 점유율로만 따지면 살짝 울산현대 쪽이 우세한 거 같아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구요.

 

 

 

그 와중에 NX20의 버스트샷이니 1/8,000s의 셔터속도, 그리고 Full HD급 연속AF 동영상은 나무랄데없는

 

사진과 영상들을 남겨주었습니다. 동점골이 들어가는 순간을 마침 동영상으로 담을 수가 있었는데 한번 보시죠.

 

 

그리고, 후반 42분께 터진 천금같은 역전골 덕분에 수원삼성을 사랑하는 팬들의 응원과 열정, 그리고 뜨거운 사랑에

 

당당히 감사를 표할 수 있었습니다. 후회없다는 이 사랑, 앞으로도 계속 멋진 투혼으로 지켜가 주시길~*

 

그래야 아버지 허리춤에나 겨우 닿을 것 같은 저 꼬맹이가 쑥쑥 자라나고 언젠가 자신의 아이 손을 역시 저렇게 잡고서

 

경기장을 다시 찾아 뜨거운 함성을 외칠 거 아니겠습니까.

 

 

전혀 예기치 않았던 어느 초여름(혹은 늦봄)의 축구 경기 직관, 어쩌면 곧 다시 한번, 이번에는 백퍼센트 온전히

 

나 자신의 의지로 경기장을 찾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Burst샷으로 NX20을 폭발시키는 순간, 골키퍼가 화면 끝에서부터 내달려와 공을 하프라인 너머까지 차올렸습니다.

 그리고 Burst샷이 터진 또다른 어느 순간인가는, 하프라인 언저리에서 통통 튀던 공이 멀찍이 이어졌구요.

 

잠시 시간을 되돌려, 수원삼성과 울산현대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한 순간을 되짚어봅니다.

 

울산현대와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버스가 차례로 나타났었습니다.

 

파노라마 모드로 한눈에 담기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전경.

 

 응원석 앞에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후끈 관중석을 달구는 녀석.

 

 

 

그리고 온통 파란 물결이 넘실대던, 후회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수원삼성의 팬들.

 

 

 

 경기 시작전 파이팅을 다짐하는 빅버드의 용사들입니다.

 

 그리고 경기장 안의 선수들에게 기와 운을 전하는 열두번째 선수들의 눈빛.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연이어 지나갔고.

 

 골키퍼는 있는 힘껏 공을 상대 진영으로 차올렸으며,

 

 

 격렬한 공다툼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분위기가 지속되었습니다.

 

경기장 곳곳에서 흰색 유니폼의 울산현대와 파란색 유니폼의 수원삼성이 격돌합니다.

 

 

 

 누군가가 그라운드 위를 뒹굴면서 고통을 호소할 때는 200mm 망원줌렌즈로 확 당겨서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공을 차올릴 때는 온몸의 무게를 실어 근육 마디마디에 힘을 실어 뻥, 있는 힘껏 차올리는 게 사진에 담겼습니다.

 

 

그리고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왠지 느낌이 온다 싶어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자마자 뻥 차낸 공을 따라갔습니다.

 

 

 전반전 중간즈음에 마셨던 아이스커피의 자잘한 얼음들은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후끈하기만 했죠.

 

 그리고 전반전을 1:1로 마친 상황에서 투입된 박지성 선수.

 

 

그가 경기장 관중석을 향해 대포알같은 슛을 뻥뻥 내지를 때, 저는 한숨을 뻥뻥 내질러야 했습니다.

 

사소한 불찰로, 그 순간 배터리가 모두 닳아버리고 말았으니까요. 마지막 샷은 박지성의 시크한 반신샷입니다.

 

 

 

by 스마트카메라 NX20.

 

 

 

 수원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길, 앞서 걸어가는 씩씩한 꼬마의 뒷모습이 너무도 늠름해 서둘러 카메라를 쟁여들었습니다.

 

 경기장이 가까워질수록 인파는 거칠고 강력한 파도처럼 넘실대기 시작했고, 공을 비뚤게 맨 꼬마는 자못 비장해졌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삼성의 스마트한 제품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호기심에 반짝거립니다.

 

 

 어느 곳에선가 갑작스레 등장한 색색의 팔레트, 화장도구도 아니고 이건 뭘까요.

 

 토실토실 귀여운 꼬마 숙녀가 수원삼성의 승리를 기원하며 브이를 척, 내걸었습니다.

 

 이 꼬맹이 녀석은 장난스럽게도 아예 배에다가 그리는군요. 참외배꼽이 툭 튀어나온 위에요.

 

 이 친구는 아마도 외국에서 왔나본데, 즉석에서 레플리카를 사서 입을 정도라면 꽤나 열성팬인 거겠죠?

 

 선그라스도 멋들어지게 척 걸치고는 양손 가득 승리의 브이를 만들어보였다가 쑥스러웠는지 혀를 빼무는 게 귀엽네요

 

 빅버드의 승리를 맞이하러 당당히 입장하는 아버지와 아들, 마치 대부의 알파치노처럼 멋진 목도리가 인상적입니다.

 

 바디페인팅을 꼭 이렇게 뺨에 하란 법은 없지만, 이 아이는 왠지 나중에 축구선수가 될 것 같은 눈빛을 쏘아냅니다.

 

 

 그렇게, 모두가 파란 색 물결속에 뛰어들어 경기장의 부푼 함성을 불어넣습니다.

 

어딘가에선 꽃가루가 폭죽처럼 번지고, 열기를 못이겨 벗어던진 맨살에선 번들번들 땀이 차오릅니다.

 

 

이 사랑에 후회는 없다, 수원삼성을 향한 팬들의 마음이 둥근 공을 움직여 2:1의 승리를 얻어내기까지

 

NX20을 통해 경기를 보고, 팬들을 보고, 둥근 공만큼이나 둥근 마음들을 보았습니다.

 

 

by 스마트카메라 NX20.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불을 밝히고 있었던 거다.

하여 지키는 사람 하나 없는 골대가 어둠 속에서 창백하게 여위어 있었다. 그물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래도 다행이랄까,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이 막막한 평화의 순간을 틈입하려는 낯선 공이라거나

막무가내의 공격수 역시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공기가 단단히 철벽수비를 펼쳤다.


그렇지만 역시 뭔가 먹먹하고 서글프고, 지쳐보인다. 자기 구실을 못 찾고 관심조차 끊겨버린 모습이란 건.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 엄마들이 아이들을 소환하고 나서 텅빈 놀이터의 표정이 딱 저랬었다.



보송보송하고 달달한 바람이 파랗게 쨍한 하늘 저편에서부터 시원~하게 불어오는 계절, 가을.

가을은 그런 계절이어야 하는데 아침부터 비가 오더니 공기가 무겁다. 하늘은 온통 꽉 막히고 무거운

느낌의 회잿빛 구름이 빈틈없이 드리웠고, 때문인지 답답하고 음침한 공기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기분이 영 회복되지를 않아서. 며칠전 어느 대학 캠퍼스에서 찍은 가을 풍경 사진 몇 장.


아, 정말 얼마 되도 않는 이 좋은 계절, 좋은 날에 비를 흩뿌리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다.

갈래갈래 갈린 길, 양쪽으로 갈라지는 길을 표시하는 아스팔트 위 하얀 페인트가 꼭 뿔모양 머리띠를 쓴

와이(y)자 같이 생겼다. 쟤도 저러고 한일전 축구 응원가서 '일본 대지진 축하한다' 따위 헛짓하는 건 아니겠지.

이런 하늘이 보고 싶다구. 날씨 어쩔 거냐능.

riding on '가을'. 가을ing.




경쟁에 반대한다 - 10점
알피 콘 지음, 이영노 옮김/산눈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이다. "경쟁에 반대한다"

경쟁에 반대한다고? 시장 논리와 무한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신화가 경제 영역을 벗어나 교육, 정치,

문화 전 분야로 뻗어나가는 이런 시기에, 예컨대 '불공정한 경쟁'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경쟁' 그 자체에

반대한단 제목이다. 이런 책은 둘 중 하나 아닐까,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으로 '낚아보려는' 책이거나

혹은 작심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려보겠다는 결기 어린 책이거나. 둘 중 어떤 걸까, 이왕이면 후자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처음 집어들었다.


부제는 더욱 웃긴다. "왜 우리는 이기기 위한 경주에 삶을 낭비하는가?"

누구는 낭비하고 싶어서 하나? 그리고 나라고 지기만 한 경주는 아니었단 말이다, 라고 저쪽에서 루저 1이

울컥 핏대세워 이야기한다. 이번엔 졌지만 다음에 이기면 된다고, 더 큰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거라고

저쪽에서 또다른 루저 2가 자신없이 중얼거린다. 이건 낭비가 아니라 '두걸음 전진을 위한 한걸음 후퇴'라고

해병대 팔각모자쓴 저쪽 루저 3은 강단진 표정으로 이를 악문다. 1%의 인재가 나머지 사람들을 먹여살려

준다는 이야기는 이런 식의 경쟁, 줄세우고 비교하고 99%를 '비인재', 루저로 모는 무한경쟁 무한찬양의

극단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장 이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싫어도 경쟁 속으로 뛰어들고,

혹은 더 큰 과실을 위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치열한 몸값경쟁을 통해 낙찰,

낙찰가 88만원인 거다.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배웠네 하는 사람들도 이야기한다.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여태 인류의 발전 과정을

보면 끊임없는 약육강식의 갈등, 적자생존의 경쟁 상황 속에서 이런 '빛나는 문명'을 꽃피운 거랜다. 한국

사회로 스코프를 좁혀보아도 국내 기업간의 이기기 위한 경주, 뼈를 깍는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 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진단평가니 뭐니 시험을 보고 경쟁을 붙여야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도 올라가고, 그래야 우리 지자체의 경쟁력-이라고 쓰고 명문대 합격률이라 읽는다-도 올라가고

국가 경쟁력도 올라가고 나아가 인류 전체의 복지에도 공헌할 거라는 투다.


인류의 놀이문화를 봐도, 어쩌면 경쟁은 인간의 본성일 거라는 지레짐작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이미

우리는 고대 그리스 이래 스포츠와 놀이 문화조차 '인격 형성과 성숙에 도움이 된다며 경쟁 일편향으로

기울어져 왔으니, 지금의 축구나 야구 같은 현대 스포츠가 전쟁과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욱 폭력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어쨌든 경쟁적 스포츠로 인간 본성에 내재한

전투적 본능을 달랜다는 해석도 있는 거다. 스포츠맨십 따위 치장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건 굳이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고 승리를 통해 쾌감을 만끽하려는 욕구다. 승패 따위 가리지 않는 게임은 솔직히 지루하지

않은가, 라고 물어보기도 우스울 만큼 재미있으려면 당연히 경쟁적이어야 한다고 모두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티비에 만연한 온갖 버라이어티에서 보이는 경쟁 구도들, 갈수록 선연해지고 말초적으로 변해가는

경쟁들이 그 단적인 사례들 아닐까.)


그렇지 않다는 거다. 경쟁을 통해 더욱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믿음, 경쟁을 통해 삶이 윤택해지고

의미가 생긴다는 믿음, 심지어는 경쟁이 '인간 본성' 그자체에서 비롯한다는 믿음, 이 모든 것들이 잘못된

오해거나 혹은 악의적인 이데올로기라는 게 이 책의 골자다.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없어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자존감 부족이 바로 경쟁사회의 원인이자 결과,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진단. 실은 협력을 통해 더욱 재미있을 수 있고 생산적일 수 있으며, 개인의 자존감 역시 더욱 고양될

수 있는데, 충분히 그런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도 이미 나와 있음에도 워낙 근본적인 문제라 꼼짝도

안 한다는 거다.


생각보다 학술적으로 깊이 들어간 책이고 책 자체가 하나의 주장을 위한 탄탄한 논문이라 해도 좋을 만큼

논리 정연하고 논거가 풍부하다. 교육 심리학자인 저자는 기존의 학문적 필드에서 '정설'이라 일반화되어

버린 설들에 대한 강력한 반박을 하고 있어서 상당 부분 '팩트' 싸움, 유의미한 해석을 도출하는 실험의 인용

여부 및 신뢰도 싸움일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총 10장으로 구성된 챕터 중 무려 아홉 챕터나 할애해서

집요하게 보여주려는 것, "승리와 성공은 다르다"라는 명제 아래 지금의 "경쟁"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키워드, "협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상하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와 문제제기는 정말 너무나도 무겁다.


사실 이미 경쟁을 조장하는 구조가 문제냐, 경쟁적인 마인드에 절어버린 사람이 문제냐, 하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와 같은 무의미하고 무익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예컨대 '키작은 사람은 루저'라는

말에 분개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경쟁시스템에서 '키'라는 요소로 패배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한편 '키'라는 요소조차 타인과의 경쟁구도 속에서 생각하는 멘탈리티를 이미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키'라는 신체적/천부적 조건조차

이 도박장이나 주식시장같은-대부분의 사람이 돈을 잃는다는 점에서-경쟁시장의 칩으로 훌륭히 쓰이고

있는 거고, 또 칩으로 이미 유통되고 있으니 사람들은 '키'를 둘러싼 경쟁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뫼비우스의 띠.


그렇게 보면 참 공고하다. 아무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경쟁하는 동물이 아니며, 경쟁 말고 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떠들어봐야, 마치 맑스주의를 오늘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그래, 니말은 다 알겠는데, 참 논리정연하고 그럴 듯하고 멋져보이는데, 그래서 어쩌라구. 그런 차갑고

단단한 벽에 부딪히는 느낌 때문에 책을 읽어내리다가 덮어버리기를 몇 번. 단순히 경쟁 말고 협력에 의한

문화, 경제, 사회가 가능하겠구나 정도 고개 몇 번 주억거리고 말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뭔가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 지, 기업 구조, 경제 시스템, 학업 시스템 따위 거대한 것들 말고 당장

경쟁에 길들어버린 '내 입맛'은 어떻게 바꿔야 할지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저자는 치사하게 자기

전문분야인 '교육'에 대해서만 몇 마디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말았다.


그냥, 계속 생각해 볼 만한 책이고 어쩌면 좀 확장해서 읽어보아야 할 책일지도 몰라서, 정리가 채 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쓰고 있다. 아니, 정리해 버릴 책이 아닌 거다. 계속 책상 위, 머릿속에서 ing로 남아있어야

할 책, 남아있어야 할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외부의 자-타인이 되었건

그들이 정해둔 기준이 되었건-를 빌어 스스로를 재어 보며 위축되거나 과시하지 않고, 스스로 혼자 설 수

있도록 좀더 애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취직 시즌이라 알게 모르게 또 마음속의 자를 가동해보는 자그마한

모터 소리가 윙윙 들리는 거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어디쯤, 내가 다녔던 학교는 어디쯤, 이런 식의 등수

놀이를 피하려면 다소간 '도 닦는 마음'이 필요한 거다. 스포츠에 비기자면,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려는

축구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신기록을 갱신하려는 역도나 높이뛰기쯤에 임하는 마음이랄까.
 

책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대학교 2학년 때의 기억 하나. 학과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새내기준비위원회

회장을 맡아서는 오리엔테이션에 뭐하고 놀지, 뒷풀이에선 뭐하고 놀지, 새터가서는 또 뭐하고 놀지

나름 열심히 고민고민했었다. 뭐 결과물이야 통속적이고 보잘것 없었지만, 만약 내가 '경쟁'과 '협력'을

감별해낼 만큼의 미각을 갖고 있었다면 좀더 신선하고 즐거운 놀이들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함께 즐겁고, 서로의 얼굴을 기억해내고 이름과 쉽게 매칭시킬 수 있게 만드는 게임들.

누구보다 앞서고, 누굴 제치고 이기려고 바둥바둥대느라 잔뜩 지치고 상처받았을 녀석들하고 굳이

또 그런 게임을 할 필요는 없었던 건데.


오늘 시청앞에서 뜬금없이 마주쳤던 말과 포도대장 아저씨, 옆에는 버스가 씽씽 달리고 있는데 요 잘생긴

말들은 벌써부터 주눅이 들었는지 잔뜩 겁먹은 표정이다.

이번 월드컵, 사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은 그다지 마뜩찮다. 축구에 평소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닌데다가

사실 별로 긴장감도 없고 스릴도 없는 경기를 두시간여 멍하니 지켜봐야 한다는 건 고문에 가까운 일이다.

더구나 갈수록 그 'Reds'들이 대기업에 놀아난다는 느낌. 처음 2002년에 거리를 그들이 접수했을 때만 해도

오, 이건 뭘까 멋지다~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점점 상업화되고 대기업의 도구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하여

'대한민국은 샤우팅입니다' 요 짧은 문장 하나에서 맘에 안드는 글자가 무려 일곱글자나 된다.

우야튼, 교보빌딩 앞을 지나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 교보빌딩이 포장중이었다.

아직 어떤 문장인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대들의 함성으로 승리를 두드려라' 정도 되려나. 홍명보

형님이 활짝 웃고 있는 오른쪽의 그림은 열심히 건물 외벽에 부착작업 중이었다.

참 고생이시구나, 싶었다. 늘 여길 지날 때면 교보빌딩 외벽에 적힌 몇마디 촌철살인의 문구들이 참 좋았는데

저기도 월드컵 열풍을 빗겨나가지는 못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하고. 사실 난 차라리 SBS가 월드컵

중계를 독점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월드컵 기간이라고 개자식들이 사건사고를 안 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채널에서는 그래도 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무기력하게나마 이야기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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