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비색청자전(1-3부), 청자 변기의 호사로움.

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시중인 청자들 중 특히 4부, 국보급 명품들을 하나하나 조곤조곤 살펴보면서

 

담아본 사진들을 중심으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딱히 말을 더할 것도 표현할 것도 없는 듯.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 '천하제일 비색청자'展.

 

중국에서 천하제일(The Best under Heaven)을 꼽으며 그 중 하나로 고려청자의 비색을 들었다는 인용구가 아니더라도,

 

청자의 빛깔(色), 형태(形), 그리고 상감된 그림들은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곱씹을 만한 것들이다.

 

 

이 정도의 국보급 청자들이 한자리 모인 기회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건, 대부분의 문화재급 청자들이

 

해외-대체로 일본-에 반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시는 10. 16~ 12. 16까지.

 

 

총 4부로 이루어진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청자의 쪽빛으로 펼쳐진 풍경들. 아마 청자에 그려진 문양들을 따온 듯 낯익다.

 

 꽃을 따르는 나비의 화려한 자태.

 

 

 다기의 한 종류인 완에 새겨진 기사, 라는 연호. 은은한 비색이 우아하다.

 

 예전에도 한번 봤었지만, 청자로 기와를 얹었다는 건 대체 얼마나 사치스럽고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냈을까.

 

 

 기와 말고도 이렇게 담장 등에 장식이 되었다는 물방울 모양의 장식품도 얹혔었다고 한다.

 

 

 과하게 쓰이지 않은 금칠, 그리고 분방하게 만들어진 듯 자연스럽지만 세련된 뚜껑까지.

 

'콜라병 몸매'란 표현보다는 '고려청자 몸매'란 표현은 어떨까 싶을 정도로 곡선이 아름다운 병.

 

 

 학이 한마리, 구불구불한 꽃나무와 구름 사이를 날아가고 있다.

 

 

 이런 형태는 대체 어떻게 고안해내고, 어떻게 빚어냈을까. 색깔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눈에 익은 참외모양 청자. 주둥이의 저 물결치듯 리듬감넘치는 모양새라거나, 굽쪽까지 내려가는 봉긋한 곡선.

 

 

 1부, 2부에서는 청자의 역사라거나 여러 대표적인 제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중엔 청자 베개도 있었다.

 

 이런 청자 베개를 베고 자면 특히 한여름에는 머리가 시원하니 건강에도 좋을 거 같고, 만족감도 높을 거 같다.

 

 그리고 청자로 빚은 의자. 평상시에도 앉을 수는 있겠지만 주로 바둑 같은 걸 즐길 때 앉는 의자였다고.

 

 그리고 청자로 빚은 주사위까지. 유약 덕분에 적당히 동글해져서, 부르마블같은 거 할 때 저 주사위를 쓰면 좋겠다.

 

 게다가. 사치의 정점이랄까. 청자로 빚은 변기. 12세기에 만들어진 이 청자변기에는 심지어 연꽃무늬까지 그려져 있다.

 

길게 뻗은 고무신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적당히 오므려져 일을 볼 때 사방에 튀는 걸 방지하는 실용성까지 겸비한 듯.

 

은실이 입사된 청동경대의 동그런 거울판이 반질반질, 진짜 유리거울처럼 말갛게 반사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화장품들을 담는 통들도 청자로 만들어졌는지는 상상도 못했다. 자그마한 통들에 분이나 액을 담아 썼을 듯.

 

그리고 약사발. 초등학교 때 과학시간에 쓰던, 그리고 약국에서 쓰이는 그거랑 거의 비슷한 형태지만 '고려청자'라는 거.

 

 

 고려시대에는 불상이나 동자상들도 청자로 빚기도 했다는 설명과 함께, 조금은 생소한 분위기의 인간상들도 전시되어있었다.

 

 

 

 그리고 정병. 불교에서 쓰이던 제기의 일종이라고 해야 하나. 여느 청자들보다 맑고 연한 빛깔이 순하다.

 

대범하고 세련되게 그려진 국화꽃과 이파리들의 문양이 자기면을 온통 휘감았다.

 

 

 가느다란 목과 위아래로 봉긋하게 부풀은 모양, 우아하게 굽은 주둥이가 아름답다.

 

 청자 시대였다고는 해도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게다가 색감도 독특한 자기가 생산되기도 했나보다.

 

 

 

 곱게 발린 유약이 자잘한 균열을 자기 위에 살짝 끼얹어주어서 더 운치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감탄했던 뚜껑 중 하나. 저렇게 섬세한 표현에 독특한 장식이라니.

 

 

 

 청동 은입사 포류무늬정병. 이건 예전에 고려 불교문화 관련 전시때 봤던 거 같은데. 참 우아하다.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고 있는 학과 사람을 그려놓았는데, 저 소나무의 대범한 구불거림이 참 인상적이다.

 

 

 

지방에 그럴 듯한 박물관이 있다는 건 꽤나 행복한 일이다. 모든 게 서울에만 편중되어 있는 이 지독한

'서울공화국'이라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슬쩍 맘만 내키면 훌륭한 전시품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일이기도 하고, 각 지역의 지방색이 드러나는 좀더 특성화된 전시 테마나 기획을 통해

국가 단위의 역사인 '국사' 속에 숨겨져 있는 지방사나 홀대되었던 역사를 발굴하는 일이기도 할 거다.


무엇보다도, 날씨가 죽도록 촙던 날 사방으로 쏘다니다가 잠시 들어가 몸을 녹이며 설렁설렁 둘러보기에

딱 좋은 경유지라는 점. 전주에 있는 국립박물관, 높지 않은 2층짜리 아담한 국립전주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일 뿐더러 이 지역에 위치했던 마한이라거나 가야의 유물들이 제법 풍부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은 가야의 철제 갑옷, 굉장히 이국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가야의 역사나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


이 곳이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느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유물들에 붙어있는 이름표들에 있었다.

'점을 치는 뼈', 이 정도면 뭔가 갸우뚱하면서도 그럭저럭 별다른 낯선 느낌없이 넘길만하다 치더라도,

'신께 바친 다양한 제물', '크기를 줄여 만든 석제품'이라니. 왠지 이런 건 '제사공헌물', '석제모조품'

따위 한자어로 퉁명스럽고 고압적인 느낌으로 이름이 붙어있었던 게 일반적이지 않았나.


그런 식의 '친절한 이름표'종결자랄까, '고종 황제의 도장'이란다. 나이 든 사람들은, 아니 당장

나부터도 '어보'라거나 '옥새'라거나 '국새'라거나 따위 한자어로 적혀야 뭔가 있어보이고 격에

맞다고 얼핏 느껴지는데 과감하게 '도장'이란 단어를 써버렸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쉽게 풀어쓴

이름표를 보니까 그 유물이 뭐에 쓰인 건지 감이 확 온다. '네귀달린청자항아리'라니 실제 유물

특징이랑도 딱 와닿고, 이름만 들어도 상상이 대충 되고.


아이들을 데리고 교육삼아 오는 학부모들이 급격히 많아진 걸 생각하면 바람직한 변화인 듯 하다.

게다가 사실 괜히 어렵고 함축적인 한자어로만 이름표를 적어두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 전주국립박물관에서처럼 한글로 풀어쓴 이름을 크게, 한자어로 작게 병기하는 정도가

딱 좋은 거 같다.


박물관에서 본 신기한 것들이 몇 점 있었다. '시가 새겨진 청자 조롱박모양 주자',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신기하다기보다는 집에 저런 거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 청자에 저렇게

술을 권하고 풍류를 즐기는 시를 새겨두고 술을 담아 주거니 받거니. 얼마나 멋졌을까.

집에서 저런 청자 주전자에 술을 담고 분위기 맞는 깔맞춤한 잔에 따라마시면 멋질 텐데.

그리고 실내 전시관 한켠 장독대에 뜬금없이 붙어있던 하얀 버선발 한짝. 알고 보니 집의 장맛을

지키기 위해서 숯도 깔고 꼬추낀 금줄도 두르고, 요기까지가 익히 알고들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버선발을 거꾸로 장독에 붙여두는 것도 '잡귀'를 쫓는 방법 중 하나였다고.

그리고, 사방에서 출몰하는 쥐는 '토끼의 해'특별전시 공간도 비켜가지 않았다는. 정작 토끼에

관련된 전시도 몇 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눈에 번뜩 뜨인 쥐 녀석. 요새 엿기름에도 빠지고

케잌속에도 들어가고 파란집에도 들어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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