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통로 끝 비상구 사인 속에 황망히 선 채 굳어버린 녀석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인지 강렬하게

하얗고 파란 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공연장 1층에서 뻗어올라온 조명들만큼이나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의

빨갛고 파란 의자들이 얕은 내를 건네우는 징검다리처럼 점점이 놓였더랬다.


왠지 정엽의 '니자리'란 노래가 생각나던. 텅빈 의자들, 누군가가 앉았던, 혹은 앉을 그 자리에는

사람의 온기따위 간데없고 누군가의 실루엣과 상념만이 스물스물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더이다.



니자리 (에코브릿지 Feat. 정엽 of 브라운아이드소울)


이제와 멍하니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았어
내 눈에 눈물이 고여진것도
떠나서 한참이 지난뒤

나도 몰래 니가 준 옷을입으면
왜 그리 참 잘어울려
오래된 친구와 술을 마실때면 늘 내게
말투가 너 같데

몰랐었어 니가 얼마나 나 같은지
익숙해져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종일 니가 없었더니
하루를 다 채울수없나봐
니가 없는 내 하루에 가득찬 니자리

이제와서 문득 나 생각해보면 참 따뜻했었어
내가 준 선물이 제일 좋다며
그렇게 꼭 쥐고다녔지

술취한 밤이면 걱정된다며
언제나 넌 내게 왔지
아직도 내 곁에 니가 내 여자라면
내내 취하고 말텐데

몰랐었어 니가 얼마나 소중한지
익숙해져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하루종일 니가 없었더니
하루를 다 채울수없나봐
니가 없는 내 하루에 가득찬

내겐 없는 니자리 하루를 다 채울수없나봐
니가 없는 내 하루에 가득찬 니자리





광주 쿤스트할레, 여러 뮤지션들이 나오는 공연장에서 그들의 연주와 노래를 즐기다가 문득 앞에 앉은

관객들이 만든 담장의 높이가 어디선가 훅 땅으로 꺼져버린단 느낌을 받았다.

번쩍번쩍 빛나는 조명 사이로 가만히 보니까 플라스틱 의자 사이에 앉은 사람들과는 엉덩이 높이가 확연히

다른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근데 가만, 저 사람이 깔고 앉아있는 건 뭐지 싶어서 자연스레 시선이 멈췄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인형의 집, 아니면 그냥 인형의 집 외관만 하고 있는 바구니라거나 수납가방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발랄한 핑크빛 네 벽면이 시선을 확 끌었다. 공연과 공연 사이 잠시 쉬는 시간에

옆 테이블에 올려놔진 그 녀석을 요모조모 살펴보며 계속 한번 열어보고 싶다는 욕망에 손끝이

근질근질했지만, 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맘을 끝내 참아내는데 성공.


근데 정말 저게 어디서 나서 저렇게 의자로 쓰이게 된 걸까. 꼬리를 무는 의문들.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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