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현장을 돌아보며 느꼈던 건..이 곳이 단순히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던 사고 현장일 뿐 아니라,

약자들을 위한 분향소이자, 거리의 감수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거리미술관이자, 또 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한

추모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대로 적나라한 한국의 현실과 빈궁한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근거지이기도 했다.


[용산참사 6개월] 참사 현장,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1/5)

[용산참사 6개월] 참사 현장,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2/5)

[용산참사 6개월] 참사 현장, "니들이 경찰이면 나는 송혜교다".(3/5)

[용산참사 6개월] 참사 현장, "용산학살를 용서하지 않다!"(4/5)

[용산참사 6개월] 참사 현장, 매일 추모미사가 열립니다.(5/5)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용산참사 해결없이 이땅에 민주주의란 없다.

진상 규명은 사실상 그들이 원하던 원치않던 어느정도 된 상황아닌가. 누가 잘못한 건지, 안전수칙을 누가 어겼는지,

그리고 누가 지시했는지는 대충 언론보도로 (중구난방식일지언정) 노출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선.

과잉진압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근본적으로는,

생존권대책 마련없는 난개발정책 중단하라.

용산 참사현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유가족분들에게 힘을 보태고, 귀막은 정부와 언론이 바라는 대로 잊혀지지는

않는다는 걸 직접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에 더해 민주주의를 위한 살아있는 교육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 가는 길 :

용산역 1번 출구, 혹은 신용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10분 이내.

저기 번개가 내리꽂힌 곳이 바로 용산4구역 철거민분들이 망루를 짓고 올라가셨던 곳이다.

..바로 여기.

다음 스카이뷰에 오른 사진은 언제 찍혔던 걸까. 아직 건물이 멀쩡히 제 기능을 할 때, 유리창들이 온전할 때, 그리고

그때만 해도 누군가 저 위에 올라가리라곤, 또 올라가 불에 타 돌아가시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때임에는 틀림없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강남권 등 지역에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60% 수준까지 치솟자 전세입주자들이 아파트에서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고 같은 서울 지역에서도 값싼 다른 지역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 수준이 하향이동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일부 있는 것.

아울러 아파트의 경우 전세난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서민들의 내집장만 여건도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

■전세난 속 서민 주거환경 악화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 전세난이 서울 강남권에서 강북지역 등으로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

서울 반포동의 부동산명가공인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무주택 서민들이 인근 단독주택가로 몰리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서초구 방배동이나 동작구 사당동 일대 단독주택의 전세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개발로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저가 수요가 몰린 빌라, 단독주택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이제는 저소득층이 서울 내에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2000년대 초에는 더 좋은 생활환경이나 투자처를 찾아 서울 거주자들이 외곽으로 나갔다면 지금은 전세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들이 김포나 광명 등 경기 외곽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시티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용산구 일대에 새로 분양한 재개발 아파트 전세값이 2억∼3억원을 호가하다 보니 인근 단독주택이나 빌라 전세가도 모두 억대로 급등했다”며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 가운데 전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경기도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용산구 용문시장 일대에서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3000만∼5000만원이면 투룸짜리 전세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 돈으로 원룸 빌라도 구하기 힘들다.

ⓒ 파이낸셜뉴스 (2009-08-03 17:44:21)


저녁 7시에는 어김없이 용산 참사 현장 바로 옆 골목에서 추모미사가 열린다. 6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제단을 설치하고

미사 준비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다. 대체 이런 골목에서, 더구나 차들이 씽씽 달리는 8차선도로를 바라보며..미사가

가능할까 싶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쳐다보는 걸까, 생각이야 약간씩 다르고 해법 또한 다를지언정 가슴속 답답함이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와서 이 자리를 채웠는지 모르겠다. 바닥에다가 길다란 깔개를 십여줄 깔아놓는 걸 방금전에

보았는데, 잠시 한눈판 사이에 사람들이 사이좋게 자리를 메웠다. 어린 아들과 함께 온 아버지도 보이고, 혼자

오신 듯한 할머님도 보이고, 친구들끼리 온 듯한 젊은 처자들도 보인다.

7시. 미사가 시작됐다. 난 문정현 신부님이나 다른 빈민활동 담당하시는 신부님이 늘 미사 집전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이미 190여일째 진행되는 추모미사라 그런지, 전국에서 신부님들이 오셔서 돌아가며 집전을 맡는다고 하셨다.

이날은 인천에서 오신 신부님이 미사를 주관하셨다.

고 이상림, 고 양회성, 고 한대성, 고 이성수, 고 윤용현님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미사라고는 하지만 종교, 혹은 가톨릭의 신을 위한 제의가 아니다. 시작성가는 노찾사의 그루터기 1절. 민중가요가

골목 안을 꽉 채웠고, 골목을 삐져나간 가요소리는 지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신앙을 전파하려는 전도의

목적이 아니라, 세속의 일을 세속의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설득의 목적으로 열린 미사다.

제단을 향해 미사 참석자들의 머리가 숙여진다. 부디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라고 해야 할까. 사실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하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벼르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늘에 계신 분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관하시라 하고, 땅에 있는 우리들은

땅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일들을 알아서 챙겨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한쪽에는 '질서유지선' 뒤에 정복 차림 의경 넷이 뭔가 열심히 전화도 받고 무전도 받고, 보고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의경 네 명이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현장의 질서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이들이 질서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미사가 골목을 메우고 집전되고 있는데 정작

경찰들은 그렇게 질서정연하고 성숙한 분위기 바깥에 쫓겨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질서유지선이 왜 저기에 쳐져 있는지도 궁금하고, 이 경찰아저씨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저기에 나란히 넷이서

서있는지도 궁금하다. 사람들이 경찰에 질서를 부여해준 것만 같다. 경찰을 위한 질서유지선인 거다.

그러는 와중에도 흔들림없이 진행되는 미사. 혹은 미사의 형태를 빌어 죽은 자들을 위로하고 산 자도 더불어 위로하는

신부님의 부드럽지만 힘있는 나직한 말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쳐다본다.

앞에 길게 깔린 깔개들 말고 뒤에는 색색의 간이의자가 놓였더랬다. 엄격하게 열이 맞춰서 놓이지는 않은, 편할 대로

의자를 땡겨서 앉아 미사를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인 데다가, 나처럼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도 적잖았지만

미사 분위기만은 그 어느 미사보다 팽팽하고, 살아있었던 느낌이다.

7시 반..조금씩 해가 기울고 있었다. 다시 한번 올려다본 참사 현장. 네모반듯한 아가리들을 시꺼멓게 벌리고 선

건물이 참...흉흉해 보인다. 건물 탓은 아니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 탓이다.

여전히 질서유지선이 경찰들로부터 미사 참석자들을 보호해주고 있었고..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그치만 조금씩 속도를 내어 용산 참사현장을 벗어났다. 공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거긴.

진상 규명은 사실상 그들이 원하던 원치않던 어느정도 된 상황아닌가. 누가 잘못한 건지, 안전수칙을 누가 어겼는지,

그리고 누가 지시했는지는 대충 언론보도로 (중구난방식일지언정) 노출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선.

과잉진압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근본적으로는,

생존권대책 마련없는 난개발정책 중단하라.

단순히 약자에 대한 도덕적 공감이나 정서적 동정심으로 그쳐서 될 문제가 아니다. 한번으로 끝날 일도 아닐 뿐더러,

분명히 옳고 그름을 가리고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그런 종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이현세던가, 처음 포돌이 포순이 캐릭터를 제공하며 집회 현장에서 인형가죽을 뒤집어쓴 경찰을 만들어냈던 게.

그야말로 양의 가죽을 쓴 늑대란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물론 모든 경찰 구성원을 싸잡을 생각도 없고, 경찰력 자체가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렇게 착한 척 귀여운 척 '민중의 지팡이'입네 하면서도 결국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학살도 주저치 않는 엄연한 '합법적 폭력조직'의 양면성이 엄존한단 걸 잊으면 안 될 거 같단 이야기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랍니다..그날의 화염이 자꾸 눈 속에 어른거려서..오래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참사가 벌어졌던 건물 옆 골목을 들여다보니 지역 전체가 재개발로 인해 허물어진 상태였다. 이미 많이 부서졌고,

앞으로 철거를 앞둔 듯 텅 비어버린 건물들. 거기에 철거민분들과 유가족들은 다시 삶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여기 아직 사람이 산다. 여기, 사람이 있다.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반년, 여기에 있는 사람, 여기서 외치는 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사람은 뭘 하고 있는 걸까.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흥얼거리며, 아...나도 한때는 철거민이었고

소상인, 노점상이었으며 의분 넘치는 운동권이었노라고 자뻑에 취해 있는 걸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 노제 때도 반입이 금지되었던 만장용 대나무다. 죽창으로 언제든 변신할 수 있어서라나.

사실 용산참사의 일차적인 평가는 너무너무 명료하다.  생존권 투쟁에 나선 철거민에 대한 과잉진압. 거기에

덧붙여 철거민에 대한 보상의 법적 문제라거나 재개발사업의 불합리함, 등등을 따질수야 있겠지만, 일단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여섯 명이나. 안전수칙도 어기고, 그것도 용역과 함께 과잉진압했다, 미안하다, 진상조사해서

재발 방지하겠으며 책임자에 대해 처벌 확실히 하겠다. 이런 말 한마디 못한다니 말이 되나.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정도도 이분들에겐 사치스러웠나.

그러는 와중에 전면에서 부딪히는 건 극도로 날카로워진 철거민분들, 유가족분들과 전/의경들을 앞세운 경찰이다.

이곳으로부터 심심찮게 들렸던 신부님들에 대한 구타, 과잉 대응 사례들은 급기야 천주교 측의 공식 항의로까지

이어졌었다고 들었다. "권력자의 개", 혹은 "민중의 보호자"라는 극단적인 그림 가운데 근래 급격히 어느 쪽에

가까운 모습이 선연히 부각되는 건 사실이다.

주변 철거완료지역을 에워싼 벽에 붙어있는 경고문. 애초 손해 보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하루아침에 퇴거를

강요당한 철거민들이 살 길을 터달라고 이곳에 버티는 순간, 불법점유, 무단침입, 업무방해, 재물손괴, 폐기물관리법

위반, 폭력행위, 주거침입, 특수주거침입죄..에 더해 안전사고의 책임까지 몽창 떠맡게 된다. 국가의 보호로부터

배제당하게 된 그들인지라, 용역에게 협박당하고 구타당해도 의지할 곳이 없다.

"우리의 웃음이 없는 민주주의 민생은 거짓이다."

어쩌면, 민주주의란 환상인지도 모른다. 가진자들은 여전히 그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절대법칙은 공고한데

대체 뭐가 민주주의란 말인지. 그게 현실이다..라고 한다면 할 말이 궁해지는 거다.

용산 참사 유가족분들을 돕기 위한 장터랄까, 포차가 열렸었나 보다. 철거된 건물들, 철거될 건물들이 온통 주위를

삼엄하게 메운 가운데 샛노랗고 새파랗고 새빨간 간판이 왠지 슬프다.

바로 뒷 건물은 그림책 화가분들이 전시 공간으로 쓰고 계셨다. 전시공간이자 작업공간으로 쓰고 있는지 사람이

계속 상주하는 것 같았다. 우린 끝까지 간다. 우린 힘들지 않다. 최면 문구와도 같은 그런 말들을 현수막에 내걸고.

옆의 텃밭은 고추, 상추, 깻잎, 열무 등 이런저런 채소류를 품고 있었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서 드시라는 소개글과 함께,

'공동선을 위한' 공권력이란 문구가 언뜻 눈에 띈다. 공동선은 별게 아니다. 같이 살자는 거.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피해주지 않고 함께 살려나가자는 거. 쉽다면 이토록 쉬운 거다. 채소 나누기만큼.

한 쪽에 쌓인 녹슨 쥐덫들. 아마 예술하시는 분이 작업하려고 놔두신 건지, 퍼포먼스나 작품에 이미 쓰였던 건지.

80년 광주 학살, 09년 용산 학살. 단순 등치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리고 희생자에 대해 '우리'라는 마인드를 갖기란

더욱 쉽지 않을 거다. '전라도치'나 '철거민'이나 '우리'란 단어로 묶기는 어렵기 매한가지겠지만 말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란 책의 한대목에 그런 말이 있다. 철거민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이 철거민이 될 거란 상상은 꿈에도

못했노라고. 마치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처럼 재개발 사업이 닥친 거고, 제도적으로 '보험'조차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음은 그 이후에야 깨달은 것 뿐이었다. 그뿐이었다고 했다.

아마도 외국인들이 만든 현수막인 듯 하다. 맞춤법도 맞지 않고, 다소 낯선 색감에 못알아들을 단어들이 가득하지만,

그 의도와 의지만은 분명하다.

집은 살 것, 상품이 아니라 살 곳, 기본적인 권리다. 집을 이윤을 위한 상품으로만 여기는 순간,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순간 그 공간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상이 길거리에 내동댕이쳐진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계속해서

열악한 지역으로, 철거와 재개발을 기다리는 지역으로 옮겨가 결국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그들의 게으름, 못 배움, 재수없음, 팔자...를 운운할 바에야, 차라리 2등국민의 존재를 인정하는 게 솔직하겠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몇몇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이 연필 그림. 그날의 장면이 생생하다.

얼굴이 비어있는 여섯번째 영정사진, 그 경찰과 유가족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부는, 그들에게는

제대로 사과하고 유감을 표했을까. 그조차 제대로 했을지 모르겠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집을 부수고 생겨난 멋진 도시는, 가구수도 적고 집값도 월등히 뛰기 마련이다. 주변집값도

덩달아 뛰어 버리니 결국 집주인과 세입자를 막론하고 원주민 대부분에겐 동네를 떠나는 길 밖에 남지 않는다.

사람들이 대통령을 정비해요. 시멘트를 발라서.

문득 걱정이 생겼다. 이런 작품 찍어올리는 것도 저작권 위반일까. 작가의 의지와 별개로 고발당할 수 있다고 얼핏

들은 거 같은데..문제가 된다면 바로 삭제하는 수 밖에. 쫓겨날 일없어 좋겠다, 불지를 놈없어 좋겠다.는 마지막 문구.

영업합니다, 란 간판이 되려 휑한 분위기를 더했다. 뒷쪽으로 쭉 늘어선 음식점들이 몇군데 문을 열긴

했지만...아마 조만간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할 거다. 제대로 보상은 받으셨을까.

무슨 일이 또 있었던 걸까. 바로 옆의 맥주집 지하로 내려가는 길엔, 폴리스라인이 쳐져서 출입을 금지했다.

참...황량하다. 잔뜩 깨져나간 유리조각들이 흥건한 물처럼 고여있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거리며 기울어지는 시각. 건물 철거가 완료된 공터를 둘러싼 가림막에 마지막 햇빛조차 텁텁하다.

사람이 살았던 곳, 누군가가 살림을 하고 누군가가 미래를 상상하며 몸을 뉘였을 곳. 세입자의 재산을 털어

건설자본과 구청, 일부의 배만 불려주는 현재의 재개발이 쓰나미처럼 예기치않게 지나고 난 현장이라 더욱 살벌하다.

돈없고 빽없고 힘없으면 당해야지, 어떡하냐. 라고 묻는다면 역시 할 말이 궁하다. 우리의 민주주의란 게, 그정도로

허약하고 별볼일없었다.

이런 식의 구도를 굳이 잡고 싶진 않았다. 뭔가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대립을 상징하려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런 의도가 아니고, 사실 그런 구도로 보는 게 맞지도 않는다. 이건 '부'를 둘러싼 싸움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한쪽 벽이 완전히 허물어져 집의 내부가 훤히 보이는 집 한채를 마주쳤다. 적나라하게 내부가 드러났다. '집'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안온함과 포근함 따위 모두 휘발되어 버린, 시멘트 블럭만 거기 남아있었다.


용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도 그런 거다. 적나라하게 내부가 드러났다. '우리'란 단어에서 헤아려지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들에 대한 국가의 대우란 게 얼마나 황공무지한지.





신용산역에서 내려 조금 걸었더니 저 앞에 문득 많이 보던 건물이 보인다. 특히 '세무사 조xx 사무소'라는 저 파란 간판.

문득,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직접 와보는구나. 계속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제야.

[여기 사람이 있다] 우리들의 '구차한' 밥그릇싸움에 사형을 언도한 그들.

저 위에서 여섯 생목숨이 날아가 버렸다. 망루를 짓고 올라간지 하루만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그야말로

'테러분자들을 진압'하듯 불구덩이 속으로 토끼몰이해버렸던 거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은 커녕 3000여쪽의 수사기록도 공개하길 거부하고, 진상 규명조차 마냥 소홀한 정부. 그들은

피해자 측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나 유감 표명 등은 고사하고 어떤 대화도 일절 거부해 왔다.

그런 곳이다. 그런 곳에서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한 사제단과 피해자대책위, 철거대책위원회 분들이 분향소를

설치하고 매일 추모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내가 갔던 저번주 금요일, 이날은 참사, 혹은 학살이 발생한지 무려

193일째 되는 날이었다.

시끄러운 도심의 소음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점차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신호등을 건너니

아마도 작가선언 측에서 나온 듯한 분이 길거리 선전전을 하고 계셨다. "평범한 시민이었다. 죽여야 했는가?"

뭐라도 들고 가야겠다 싶어서 우선 현장을 지나 근처 슈퍼에서 집들이 선물용 휴지를 사가는 길, 유족분들 중 한분인 듯한

아주머니께 들려드리며 "어머니, 잘 풀렸음 좋겠어요."란 멘트를 하고 싶었다. 건물 위에 언뜻 잔뜩 불에 그슬려 허물어진

컨테이너가 보인다.

자, 여기서부터 일상이 깨어져나간달까. 사람들이 부산하게 쏘다니던 거리의 어느 지점에서부터 뭔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안하게 만드는, 생경한 단어들과 '낯간지런' 호소들.

선연한 빨강색에 느낌표로 끝나는, 뭔가 강력한 어조로 요구하는 선전물들. 용산4구역 철거민들은 재개발을 틈타

한몫 벌어보겠다고 눈이 벌건 '속물'도 못 되었었다. 바랬던 건 단지 재개발 중에 영업을 계속하기 위한 가상가 제공,

그리고 재개발 이후의 임차/임대상가를 보장하라는 것이었을 뿐. 그조차도 묵살당하고, 이렇게 사태가 악화된 건

누구의 책임인가.

전철연의 삑삑거리는 소음 섞인 스피커, 낯설고 무서운 투쟁가, 그런 것들에 대한 관용, 나아가 이해를 바라는 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사실 무섭고 낯설기는 소리없이 사람을 짓밟는 세련된 공권력이 한 수 위라고.

검찰은 수사기록 3천쪽을 법원의 명령까지 거부하고 벌금을 감수하며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는 아마

용역과 경찰과의 공동 작전을 펼쳤던 정황이나 진압작전이 아무런 안전조치없이 취해졌음을 드러내는 증거가 있을 거란

추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의혹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비공개하는 이유는, 정말 뭔가 있는 거 아닐까.

7월 초에 인터넷 공간에도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다. 경찰의 진압훈련 시범 중에 용산 참사와 너무나도 흡사한 그림이

나타났던 것. 경찰은 이미 용산참사를 '도심 테러리스트 섬멸'작전 정도로 규정지은지 오래인 듯 하다.

분향소 앞을 지키고 늘어선 화분들. 조그마한 꽃집처럼,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봉싯봉싯 꽃망울을 열고 있었다.

꽃이라도 없었다면 어땠을까.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을씨년스런 건물에 자리잡은 분향소가 풍기는 허름한 분위기에

더해, 조화라거나 거대한 화환 같은 것들 하나 보이지 않는 삭막함까지 사람맘을 쳐댔을 거다.

분향소는 한산했다. 검은색 전철연 조끼를 입고 다니시는 분들은 의외로 매우 밝고 의연하셨다. 뒤늦게서야 이렇게

찾아뵙고 착잡하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돌아다니는 스스로가 더욱 부끄러웠다.

다섯분의 영정이 모셔져 있고, 역시 조그마한 화분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참사 이후 6개월, 아직 이분들은 장례도

치르지 못했고...끊임없이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이 정부 인사들에게 용산 참사란 마치 먼 옛날 일인양 까맣게 잊혀진게

아닌가 두렵다. 이분들에 대한 완벽하고 단호한 무시.

분향소 왼쪽에 지어진 평상엔 신부님들이 인터넷도 하고, 책도 보시고, 이야기도 나누시며 자리를 지키셨다.

문정현 신부님이 그 오른쪽 평상에 앉아 사람들을 맞이하고 계셨다. 나지막한 평상은 왠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어갈 수 있다고 유혹하는 듯 해서 나도 잠시 앉아 땀도 식히고..신부님과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귀기울여 듣고.

그러고 보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가시는 모양이다. 수박에 생수에 포도, 사과에 쌀포대까지. 좋은 분들이 많다.

다섯 분의 생전 모습이 그려진 액자가 분향소 옆 유가족 분들의 살림터를 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치 내장이

터져나온 생선처럼 삶의 '누추한' 흔적들은 여기저기서 불에 그슬린 양동이로, 손잡이가 떨어져나간 냄비로

나타난다. 이런 것들을 안전하고 위협없는 공간에 부려놓고 일상을 살아갈 만큼, 그만큼의 보장도 못해주는

정부라니 한심하다. 화가 난다.

유가족분들의 일상 아닌 일상은 분향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한쪽에서 매 식사를 준비했고, 또 건물외벽에

의지해 늘어뜨려진 빨랫줄에는 하루치의 빨래가 널려 있었다. 이토록 신산스런 삶을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이분들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어느 한계에 도달했음을, 정말 그분들 말씀처럼 '악밖에' 남지 않은 싸움이다.

건물을 반바퀴 에둘러 보았다. 어느 지점에선가 올려다본 하늘은 시커멓게 그을린 채 팍삭 허물어져내린 컨테이너의

잔해로 가려져있었다. 울컥, 눈물이 났다.

여기였다. 이곳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들은 용산 주변 출근길을 온통 마비상태에 빠뜨렸으며, 용역들과 공조하여

토끼몰이식 강경책을 일관했고, 안전대책 하나없이 죽어라, 하며 기름불에 물을 끼얹었다.

건물 뒤에 있는 주차장에는 반짝반짝 세련된 색감의 닭장차가 마치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늠름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닭장차 안에도 역시 먹고 살기 위한 양푼이며 냄비, 식판들이야 있겠지만 차곡차곡 잘 갈무리된 채

깔끔하게 숨겨져 있을 거다. 이건 인간의 존엄성 문제기도 하다.

참 허약하기 짝이 없는 철판 한장이다. 폭발물과 위험물질이 가득하고 인근 주민에 크나큰 위협이 된다 판단하여

해치워 버린 거라지만, 실제로 주변 주민들은 아무 위해도 느끼지 않았다고 증언했던 바 있다.

"죽이지 마라. 민중이 이긴다." 죽이겠다고 달겨들면 사실 방법이 없다. 죽고 나면 이렇게, 끝인가 싶기도 하다.

용산참사가 벌어지고 나서 한동안 여론이 술렁댔었고 이로써 정권이 끝난다는 성급한 예측, 기대섞인 전망도 있었댔다.

그렇지만 그렇게 산뜻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이야기란 거, 현실에서 찾긴 쉽지 않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철거민 분들, 저 망루에 오르셨던 분들의 마음이다. 정권 퇴진시키자고 올라간 거 아니다.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이한몸

열사되겠다고 올라간 거 아닌 거다. 내게 살 길 좀 마련해 달라고, 반토막나고 거리에 쫓겨나게 생겼으니 생계 대책

마련해달라고 올라간 거다. 용역이 경찰과 손잡고 죽어라죽어라 괴롭히니 올라간 거다.


최소한 국가라면, 정부라면, 지들이 국가고 정부를 '자처'하겠다면, 국민이 먹고 살게 해줘야 할 거 아닌가.

가톨릭사회교리에 따르면, 양심에 따라서 거부할 권리란 '공권력, 명령이 도덕 질서의 요구나 인간의 기본권 또는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국민들은 양심에 비추어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한다. 전/의경들한테도

못할 짓이다. 그들도 이미 큰 상처를 입었을 터, 거기에 더해 스스로 용기를 갖고 불의에 항거하라 말하는 건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초 그런 상황에 봉착하게 만드는 부조리한 명령의 발화자가 더욱 혐오스럽다.


그들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을 아프고 병들게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나도 당신들처럼 살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을 뿐이라고. 돈이 있고 없음에, 나와 당신들은 창살과

인질을 격하고 마주하고 있다고. 실화를 주물러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얼마간 위험을 안고서 시작하는 일이기도 하다.

스토리가 뻔한 결말로 치닫는 걸 지루해할 관객들을 잡아놓아야 하고, 이미 많은 방식으로 해석된 실화에 대해 얼마나

그럴듯한 살점을 붙여넣을 수 있을지. 홀리데이도 그런 '뻔한' 스토리라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은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외침을 얼마나 와닿게 던져줄 수 있는가의 문제니까.

감독은, 얼마간 난관에 부딪힌 듯 하다. 처음의 철거촌 장면에서 드러나는 적나라한 공권력의 '합법적 폭력성'은 차츰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어디론가 스며들어가고 도망가버린다. 핏빛 낭자하던 콘크리트 바닥의 민들레꽃과 죽일듯

바라보는 그런 전장의 눈빛. 그런 건, '외국놈'들을 반기기 위해 정화된 서울거리에 어울리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소소하지만 따스한 일상의 공간들에 '침입'해들어간 '탈옥수'들은, 그래서 한낱 바이러스처럼, 아님

살인강간강도전과에 총칼로 무장한 괴한이란 말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차츰 흐릿해지는 그들의 현실인식, 그리고 감독의 대략 낭패스러움, 큰일났다, 자꾸만 지강혁 '일당'과 대치하는 공권력,

내지 국가란 녀석이 어디론가 내빼고는, 지강혁은 단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또라이 정도..로나 보이게 된다는 거다.

어쩔 수 없어진다, 감독은, 지강혁이 수북이 피워올린 담배가 올림픽종합경기장 모양의 재떨이에 꾸욱 비벼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이 가진 따스한 인간성과 최민수의 야비한 목소리와 말투, 표정을 대치시키려 하지만, 자꾸 전선은

허물어진다.

 
야비함과 비인간의 화신이 된 최민수를 죽이지 않고 극의 끝까지 그들과 대척시키려 하지만, 그정도론 어림없다. '우리의

대한민국'과 '대머리아저씨'는 피한방울 안묻어있을 뿐더러, 초코파이에 열광하지도 않고, 걸핏하면 욕지거리나 해대고

싸워대는 '시정잡배'가 아니란 말이다.
 
결국, 최민수가 마지막 쏘아올린 세 발의 총성, 실제와 다르게 감독이 영화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마무리한 그것은,

최대한 '공권력'을 감각시켜내려는 상징 그 자체다. 그런 식으로밖에는, 그 실체를 잡아낼 수도, 보여줄 수도, 느끼게

할 수도 없다는 거다. 슬프게도, 지강혁이 무엇과 멱살을 잡고, 무엇에 대고 욕지거릴 내뱉었는지 볼 수가 없는 거다.

고작해야, 말갛게 닦인 시꺼먼 각그랜저 보디쯤에서, 그리고 최민수의 예기치못한 깍듯한 모습이 거기에 비쳐지는
 
것으로, 그렇게 보여질 뿐이다. 그렇다면, 그 총성 역시도 공권력, 국가 그 자체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반향 정도? 차체에 비친 최민수의 모습처럼, 국가의 압력이 최민수의 둘째손가락쯤에 가해져 작렬한 총탄. 

갈수록 투명해지는 국가권력의 압박, 그리고 아직 cloaking되지 않은 그 끄트머리쯤은 계속해서 감각적인 차원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안타까움. 난곡, 봉천3동...용산. 그리고 가슴저릿저릿한 비지스의 음색. 
 

Ooh you're a holiday , such a holiday
Ooh you're a holiday , such a holiday

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
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If not then you're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Ooh it's a funny game
Don't believe that it's all the same
Can't think what I've just said
Put the soft pillow on my head

Millions of eys can see
Yet why am I so blind
When the someone else is me
It's unkind, it's unkind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Yet millions of eyes can see
Yet why am I so blind
When the someone else is me
It's unkind, it's unkind

Ooh you're a holiday , ev'ry day, such a holiday
Now it's my turn to say , and I say you're a holiday
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
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If now then you're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 throwing stones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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