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동성당. 벌건 벽돌 그림자가 늘어뜨려진 성당 앞 공터에 사람들이 비켜나가길 바라던 기대는 가당치도 않았다.

 

 

 촘촘하게 햇살을 체쳐내던 하얀 창문틀. 황사가 누르께하던 중부지방과는 달리 이른 봄볕을 선물처럼 받던 그곳.

 

 

 한옥마을의 어느 까페. 야트막한 담장과 소담한 울타리 너머로 골목들을 가득 메운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다 조그마한 단층 까페의 폭신한 의자에 잠시 앉아 쉬어가는 봄볕 한 줌.

 

검푸른 바닷빛깔의 기와지붕이 넘실넘실, 하늘을 향해 검포도빛 치마 끄트머리를 쥐고 살포시 인사하는 것만 같다.

 

 

 시퍼런 기와물결 너머, 동해 바다 저멀리의 조그마한 섬처럼 아스라히 보이는 전동성당의 실루엣.

 

 

전주한옥마을에서 삼천동 막걸리골목까지 걷던 길, 지름길이라 지레 짐작한 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던 산길을 겨우 빠져나온 순간.

 

 

 

 

초보비행 (by 에피톤프로젝트,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서툰 실력이 늘 힘들지만

오늘만큼은 내 모든 용기를 같이 가자

우린 모든 것이 다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어디로든지

이렇게나 많은 짐은 필요없어

준비되면 이제 내게 말해

함께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그대여

내 손 잡아 날 붙잡아

휘청이는 별에 넘어지지 않게

수많은 시간의 기적들을 끌어안고

할 수 있는 마음 모두 다해

같이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그대여

내 손 잡아 날 붙잡아

휘청이는 별에 넘어지지 않게

 

 

우리의 음악

 

 

유난히 길었던 계절이 가고

아쉬운 봄의 끝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걸 기억해

말투와 글씨를 알아나가며

그대가 좋아한다던

음악을 듣고 다닌 걸 기억해

그대여 사랑을 미워하진마

우리가 함께 했던 계절을

때로는 눈부시던 시절을

모든게 조금씩 빛을 바래도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대가 듣던 음악을

다시 또 듣고 있겠지

오늘처럼

 

 

 

새벽녘

 

밤새 내린 빗줄기는

소리없이 마름을 적시고

구름걷힌 하늘 위로

어딘가 향해 떠나는 비행기

막연함도 불안도

혹시 모를 눈물도

때로는 당연한 시간인 걸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 했던 시간을 꺼내놓고

오랜만에 웃고 있는 날 보며

잘 지냈었냐고 물어보네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 했던 시간의 눈물들은

어느샌가 너의 모습이 되어

잘 지냈었냐고 물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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