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뿐 아니라 인도 대륙 전체를 통틀어 4대 시바 사원 중의 하나로 꼽힌다는 카투만두 파슈파티나스 사원.

 

쉼없이 쌓이는 장작들, 어디선가 끊임없이 옮겨오는 고인들의 유해들이 피워올리는 연기와 독특한 냄새가 특징적이다.

 

그리고 한쪽 강변으로는 11개의 새하얀 탑이 있는데, 이건 힌두교 최고의 신 시바의 성기, 양물을 형상화한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나.

 

그 거대하고도 수많은-무려 11개의-양물 아래에서 사람들은 초에 불을 붙인 채 유유자적한 강물에 띄워보내기도 하고.

 

그리고 그 강물은 또다시 화장터에서 쏟아져내리는 잔해들을 삼키고 계속 나아갈 테고.

 

사람들은 유해를 따라 움직이며 눈물을 흘리고 더러는 한국과도 같이 곡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장작 위에 안치되는 고인을 따르는 그 행렬 마지막에는 동전을 짤그랑짤그랑 흘리며 뒤따르는 사람까지.

 

 

파슈파티나스 사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왠지 굉장히 황폐하고 인적도 드물어, 조금 들어가보려다가 말았다.

 

강의 상류, 뭔가 낡고 잔뜩 허물어진 사원들이 이어져 있었지만 왠지 맥이 풀려서 의욕을 잃었다. 냄새 때문일지도.

 

그래도 이만큼 강을 거슬러 올라와 화장터와 사원 본진쪽을 바라보니 마치 삼도천 같기도 하다.

 

강변의 절벽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면에 기댄 허름한 오두막들, 이곳에 상주하는 힌두교 수행자들의 수행지라고 한다.

 

 

다시 내려온 화장터에서는 누군가의 화장이 막 시작되려는 참.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이렇게 트인 공간, 게다가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화장을 치르는 것 자체가 개념이 다르다는 반증일지도.

 

사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낡은 기부함. 저렇게 양철 껍데기가 삭아들어버릴 정도면 대체 언제 만든 걸까.

 

 

연기가 하늘로, 강변으로 번져나가고 슬슬 빗겨내리는 햇살 속에 까만 실루엣으로 자리한 파슈파티나스사원.

 

화장터가 살짝 그늘 속에 숨겨지고 나니까 그지없이 평화로운 풍경이다. 사진엔, 냄새가 담기지 않는다.

 

 

파슈파티나스 사원의 가운데에 위치한 탑. 힌두교 수행자인 듯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나이스 뷰, 나이스 뷰'를 외친다. 탑 안에 들어와 전망을 볼 수 있게 해줄 테니 팁을 달라는 거 같아 싱긋 웃고 지나친다.

 

파슈파티나스 사원 내의 사원 건물들은 대부분 힌두교도들에게만 입장이 허락되어 있다.

 

그래서 이 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그저 외관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낌이 전해진다.

 

역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카메라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는 사람들. 이들이 그 유명한 힌두교 수행자들,

 

사두라고 불리우는 이들이다. 사실 저렇게 치장하고 사람들 사이를 슬슬 지나다가 누군가가 카메라라도 쥘라 치면

 

기둥 뒤로 숨어버리거나 얼른 내빼버리고는 돈을 먼저 요구하는 사람들이니, 수행을 한다고 해야 할지는 의심스럽다.

 

내게도 여지없이 돈부터 요구하는 그들에게 지갑을 툭툭 쳐보이고는 카메라를 먼저 가리켰다. 나름 '선촬영 후보수'의 조건을

 

제시한 셈인데, 눈치빠른 이 수행자님들은 바로 알아들으시고 얌전히 포즈를 쥐어주었다. 일단 주도권을 쥐었으니 다양한

 

각도로 일단 쉼없이 셔터부터 누르고 본다. 그리고 나서 감사를 표하며 지폐를 한 장 꺼내들었더니 자기들은 두 명이라며

 

두 장의 지폐를 달라는 이 고명하신 수행자님들. 그냥 둘이 갈라쓰시라는 수신호를 하고는 꾸벅 인사를 해드렸다.

 

 

이 멋진 치장. 대체 저런 액세서리들은 어디서 다 조달해 오신 걸까. 그리고 온몸 가득 하얗게 분칠을 할 때는 무슨 화장품을 쓰는 걸까.

 

그리고 저 앙상한 다리. 아마도 이 분들은, 종교나 문화는 달랐지만 '신밧드의 모험'에 나왔던 그 할아버지와 동류일지도 모르겠다.

 

개울을 좀 건너게 해달라고는 무등을 탄 채 그대로 계속해서 신밧드를 말처럼 부리던 심술궂은 할아버지.

 

이 아저씨도 그랬다. 카메라를 보자마자 알아서 이리저리 포즈를 잡거나 웃거나 손을 흔들고는,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눈을 뗀

 

나를 보자마자 돈을 달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아저씨 찍은 거 아니라고, 저 탑을 찍은 거라고 (거짓)수신호.

 

네팔어인지 아니면 산스크리트어(범어)인지 모르겠지만 금이 쫙쫙 가고 가장자리가 깨어져 있는 종들.

 

 

허름한 건물, 아마도 수행자들을 위한 그나마 제대로 갖춰진 숙소인 듯한 공간에서 창살쳐진 창밖을 굽어보는 어느 수행자.

 

 

슬슬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의 구름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화장터의 불빛은 주홍빛으로 더욱 아름다워졌다.

 

몇 개의 사원 건물들이 군집해 있는 이곳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건 역시 파슈파티나스 사원. 금속제의 지붕이 황금빛으로 은은하다.

 

 

안 그래도 가장 센치멘털하고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시간대가 이렇게 뉘엿뉘엿 해가 지기 직전인데, 사방에서 오르는 연기와

 

싱숭생숭 착잡한 냄새까지. 문득 여기가 어디고 난 누구인가, 싶을 만큼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 버렸다.

 

 

떨어지는 해를 보는 걸까, 거뭇거뭇해지는 하늘을 보는 걸까. 아니면, 아직 작고 여린 새끼의 가쁜 심장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라에 큰 일이 생겼을 때는 봉수대의 모든 봉화를 올려 전력을 다해 불을 피웠다고 했다. 그게 네 개던가 세 개던가.

 

여긴 예닐곱개의 연기가 한꺼번에 피어오르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라의 큰 일보다 더 큰 일, 누군가의 부재를 알리는.

 

 

한쪽에서는 사람이 사라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연극을 하듯 강렬한 조명 아래에서 살아 숨쉬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뭔가 다른 세상에 잠시 떨어졌다가 돌아온 것만 같은 파슈파티나스 사원에서의 오후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엷은 보랏빛으로 물들던 하늘이 삽시간에 새까매지고 나서야 덜컥 걱정스러워져서 깜깜한 길을 십분여 더듬어 공항으로 걷다.

 

갈 때와는 달리 훨씬 금방 도착했다는 느낌으로, 'Buddha's eye'가 내려보고 있는 국제공항 입구에 도착해서야 안도하다.

 

어디나 그렇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올랐다 내려올 때도 그랬지만,

 

일단 한번 밟아보고 거리감을 익힌 길에 대해서는 훨씬 금방 도착하는 것만 같다. 훨씬 안정되고 안심한 채로.

 

 

그렇게, 꼬박 10일에 걸친 네팔 여행, 주로 안나푸르나 푼힐과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할애했던 여행에 마침표.

 

 

 

 

포카라의 페와 호수. 히말라야에서 터져나온 물줄기가 모여 호수를 이루었다는 곳이다. 해발 800미터의 포카라에서 해발 8,000미터의

 

즐비한 산봉우리들을 바라볼 수도 있고, 날이 맑고 좋으면 호수면에 비친 또다른 히말라야 영봉들을 볼 수 있다는 명소기도 하다.

 

 

 

굉장히 커다란 호수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바들이 성기게 늘어서서는 관광객들을 맞고 있기도 했지만, 여전히 네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빨래도 하고 낚시도 하고, 잠시 그늘에 쉬어가는 생활의 공간인 듯 했다.

 

띄엄띄엄, 뭔가 아직은 본격적인 관광지라기엔 엉성해보이는 배후시설들. 그래도 몇몇 군데 레스토랑은 당장 들어가 눕고 싶은

 

푹신한 쿠션이나 해먹을 걸어두고 있었다. 모히토 같은 거 한잔 하면서 한나절 빈둥대기에도 좋을 법한 곳.

 

 

아니면 저 산봉우리, '사랑곳'이라는 이름의 1,500여미터 고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도 시도해봄직하다. 쉼없이 산봉우리에서

 

낙하하는 분분한 낙하산들. 히말라야 산봉우리들을 뒤로 한채 휘적휘적 바람을 타며 내려오는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다.

 

 

페와 호수 가운데에는 조그마한 섬이 있는데, 힌두교 여신을 모셨다는 바라히 사원이 세워져있다고 한다.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빌려타기로 하고 가는 길에, 거리의 악사가 잠시 내려둔 네팔 전통 현악기와 타악기를 보았다.

 

현악기의 경우에는 그다지 맑거나 이쁜 소리는 아니고, 좀 탁하고 텁텁한 소리가 났던 거 같다. 튜닝장치도 좀 엉성해보이고.

 

 

 

호수변을 따라 좀 걷다보니 나타난 선착장. 배들이 전부 여기다 모여있었다.

 

 

선착장에서 배를 한시간 빌리고, 코스는 가운데의 조그마한 섬을 돌아보고 호수를 크게 한번 돌아보는 걸로 잡았다.

 

뱃사공이 포함된 요금은 400루피, 한국돈으로는 대충 4천원쯤인데 그에 더해 구명조끼 대여 비용도 개당 20루피.

 

  사랑곳 너머 새하얗고 두툼한 구름이 잔뜩 깔려있어 보이지 않지만, 저쪽 방향이 히말라야의 하얀 만년설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있는 곳이라고 했다. 하늘이 맑고 구름이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호수면에 그대로 반사되어 멋진 풍경이 보인다던데.

 

바라히 사원이 세워져있는 페와 호수 가운데의 조그마한 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원에서 기도도 할 겸 더위도 식힐 겸 들어왔다.

 

해발 800미터의 포카라는 바나나나무가 길거리에 왕성하게 자라나있는 열대기후에 가까운 지역이다. 얼마전까지 안나푸르나에서

 

밤새 추위로 떨었던 걸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만큼의 온도차이다.

 

 

그리고 조그마한 섬을 꽉 채우다시피한 바라히 사원의 모습들.

 

힌두교도로서 하루를 맞을 때 신을 경배하는 의미로 이마에 새기는 빨간 꽃장식을 한 아저씨와 아이가 호숫가로 나왔다.

 

그리고 바라히사원의 중심탑. 왜 그리도 비둘기가 많던지, 그 녀석들이 푸드덕거리고 사방으로 종횡무진 날아대는 통에 시껍했다.

 

호숫물도 왠지 색깔이 혼탁해보이고 지저분해 보여서 뭐가 살기는 하려나 싶었는데, 팔뚝만한 고기떼들이 섬 주변에 잔뜩 몰렸다.

 

 

바라히 사원에서 소원을 빌고 향을 올리는 사람들. 스스로의 이마 가운데에 붉은 꽃잎을 묻히듯 사원을 지키는 사자상들에도,

 

그리고 신들의 조각상들에도 온통 붉은 꽃잎이 핏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섬 주변을 에워싼 안전망 너머로 뭐가 그리도 궁금한지, 조그마한 꼬맹이가 위태롭도록 올라가서는 수면을 바라보느라 정신없다.

 

힌두교 최고의 신 시바와 팔바티의 아들, 가네쉬의 신상. 실수로 아들의 목을 베어버린 파괴의 신 시바가 급한 대로 지나던 코끼리의

 

얼굴을 대신 붙였다는 신화가 바로 가네쉬가 코끼리 형체를 가진 신으로 정형화되는 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섬의 부둣가에서 신에게 바칠 꽃을 팔고 있는 여인, 그리고 맞은편 부두에서 섬을 향해 순례하러 오려는 수많은 사람들.

 

 

바라히사원에 마지막으로 눈길을 주고는, 다시 보트에 올라타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호수를 한바퀴 크게 돌아볼 차례.

 

내가 탄 보트도 다른 배에서 보면 저런 모양새인 거다. 나와 가이드는 샛노랑 형광색의 구명조끼를 입었고, 사공은 노를 젓는다.

 

  혹은 단체의 경우 저렇게 그늘막이 드리워진 배를 타기도 하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빛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왠지 집이 둥둥

 

떠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 직접 타면 그다지 운치는 덜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호수의 맞은편, 굉장히 울창한 숲이 호숫가에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가끔 원숭이나 사슴떼들이 사람 구경을 하기도 한단다.

 

호수 수면위에 온통 둥둥 떠다니는 풀떼기들 때문에 아무래도 호수가 더럽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수면을 뒤덮은

 

해파리떼같은 부레옥잠들도 제법 이쁜 꽃을 틔워낸다. 연보랏빛의 하늘거리는 꽃잎, 진흙 속에 뿌리박은 연꽃이나 부레옥잠 꽃이나.

 

 

 

이 드넓은 페와 호수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지 않을까 싶다. 일종의 어업이라고 해야 하나. 배를 가지고

 

이렇게 관광객들을 유람시켜 주기도 하고, 팔뚝만하던 그 물고기들을 잡아서 팔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곳. 왠지 한국어와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로맨틱해보이는 이름이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

 

영어로는 Sarangkot이라고 쓰던, 저 산봉우리를 언제고 다시 찾아서 패러글라이딩을 꼭 해봐야겠다는 다짐.

 

 

 

한시간을 꽉 채운 뱃놀이가 끝나고 다시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커다란 호수 곳곳에 흩어졌던 배들이 제각기의 궤적과 페이스로 선착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배들을 꽁꽁 동여매서 배다리를 만들면, 이곳에서부터 바라히 사원이 있는 조그마한 섬까지 금세 이어져서는

 

사람들이 다니기도 훨씬 편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생각보다 다양한 원색으로 두텁게 칠한 보트들이 이쁘다.

 

그 작은 보트가 미어지도록 사람을 태우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태울 수도 있다. 보트 허릿춤이 거의 물살이 찰박거리도록

 

가라앉아서는 묵직하게 나아가는 보트. 저분들은 전부 바라히 사원에 기도하러 가시는 현지분들인 듯.

 

 

 

 

 

해발 2,874미터의 마을 고레파니. 백두산이 2,744미터였던가 그러니까 이미 백두산보다 높은 지역으로 올라온 셈이다.

 

제법 기온도 서늘해졌다 싶더니, 해가 떨어지고 나니 삽시간에 추위가 몰려온다.

 

아직은 해가 떨어지기 전, 아침 7시반부터 3시까지 근 7시간여 걷고 난 후에 숙소에 들어오고 나서 마을 구경에 나섰다.

 

머물게 된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그럴듯하게 휘감긴 염소뿔의 위용. 슬쩍 집어오고 싶을 정도로 위풍당당하더라는.

 

 

하루의 트레킹을 끝내고 숙소로 오면 일단 맥주부터 시원하게 한 캔 혹은 한 병씩을 마시는 게 그렇게도 맛났다.

 

네팔의 국산맥주인 에베레스트 맥주는 좀 싱거운 느낌이었고, 원래 유럽맥주지만 네팔에 공장이 있다는 투벅 맥주는 훌륭한 편.

 

그 외에 위스키나 럼, 아니면 옥수수나 곡물을 증류해서 만든 네팔 전통주 락시도 있는데 락시는 약한 안동소주의 느낌이랄까.

 

 

마치 서울의 여느 달동네나 산동네처럼 야트막한 집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이 입체적인 마을에서 그나마 너른 편인 광장 한켠,

 

아저씨들이 모여서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이런 게 바로 그 유명한 '투전판'이로구나. 주사위가 들어있는 검정 사발을 흔들고 뒤집는 아저씨들의

 

손놀림이 유쾌하다. 타지에서 온 트레커 따위는 거의 신경쓰지도 않고 즐겁게 놀고 계셨다.

 

 

어느 틈에 그 조그마한 광장을 점령해버린 당나귀 동무들. 등짐도 안 올리고 어딜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몰려다니는 거요.

 

좀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표식. 여긴 초등학교에서 뭔가 마법진 연성하는 걸 가르치는 건가 싶은 저 별모양이라니.

 

사실 네팔에 대한 흥미는 어렸을 적 '3X3 EYES'로부터 유래했는지도 모른다. 시바와 파르바티, 삼지안이 등장하는 그 초현실적인 만화.

 

 

그렇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정작 신체 건강하고 정신도 건전한 네팔의 남녀 젊은이들이 무려 성대결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들이 토스하고 스파이크하는 소리가 산중에 메아리치는 느낌, 대결을 지켜보는 어느 어머니의 표정이 따사롭다.

 

이런 빈티지스러운 학교 간판이라니.

 

 

 

 

마을 입구에서 아까 지나쳤던 사당, 제법 모질게 부는 바람에 사당 입구를 수놓은 붉은 리본들이 마구 휘날린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 고레파니 마을을 내려다보니, 온통 파란 지붕들이 시루떡처럼 층층이다.

 

 

숙소 안으로 들어와 그새 차갑게 굳은 몸을 녹이려 밀크티 찌야를 마시며 이번엔 숙소 안 구경. 여기는 식당마다 휴지를 저렇게

 

한장한장, 삐뚤빼뚤 포개넣으며 탑을 쌓아놨더라. 그게 꼭 활짝 피어오르는 꽃송이 같더라.

 

그리고 밤새 추위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난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모처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요, 땀에 흠뻑 젖은 옷들을

 

슬쩍 빨아볼 엄두를 내게 해준 것도 이 난로 덕분이었다.

 

그리고 저녁. 아무리 롯지마다 다른 레시피의 달밧을 내어준다지만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주문한 베지터블 카레.

 

 

 

그리스 신들이 올림푸스 산에 오밀조밀 모여살고 있다 하면, 힌두신들이 모여사는 산 이름은 '메루산', 바로

바꽁(Bakong)의 사원이 바로 그 메루산을 형상화한 힌두교 사원의 최초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불이라도 붙은 듯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기운을 이미지화한 사원의 중앙성소가 바로 메루산, 힌두신들의

고향이다. 중앙성소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피라밋처럼 층층이 쌓인 채 동물상들로 수호되고 있다.

중앙성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여신상 조각들. 뭔가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잡기가 필수적인 것 같다. 너무 가까워도 전체 그림과의 조화가 뭉개지고, 너무 멀어도 디테일의 섬세함이

사라져 버리니 말이다.

군대에 있을 때 일년에 한 번씩 했던 '동계전술훈련', 대체 공군에 가서 하이바에 꽃꽂이하듯 풀떼기를 꼽고는

뛰어다니는 경험을 한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그냥 저 화분처럼 되어버린 사원을 보고 그 하이바가 생각났다.

중앙성소를 오르는 길에 마주했던 코끼리상, 길쭉하게 뻗어나가야 할 코가 부러져나가버리고 없지만, 그래도

얄포름하니 쉽게 펄럭일듯한 큼직한 귀의 묘사라거나, 완고하고 굳건해 보이는 네 다리와 넙데데한 발바닥,

그런 걸로 충분히 코끼리의 특징을 잘 잡아내고 있는 것 같다. 굳이 진짜 코끼리 가죽처럼 거칠거칠하고 완전

건조한 채 두툼한 느낌의 조각상 표면 감촉을 들지 않더라도.

사원이 드리워낸 시꺼먼 그늘, 강렬한 태양 아래 고스란히 노출된 세계와 극명하게 대비된 채 어둠이 내린 듯

어둡고 촉촉한 느낌의 또다른 세계.

중앙성소로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편으로 내려가면서 돌아본 풍경. 여기저기 풀들이 자리를 꿰어차고 앉아

조금씩 사원을 허물고 있었다.

거의 완전히 허물어져내린 전탑 하나. 어디로도 이어지지 못하는 가짜문 하나만 간신히 남아있다.

얼핏 보면 앙코르왓 사원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알고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원래 바꽁의 중앙성소는 이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전쟁으로 파괴되고 나서는 그새 건축된 앙코르왓의 중앙탑 모양을 따서 재건되었다는 얘기.

사원만 바지런히 따라다니며 보다보니, 퍼석퍼석하고 낡은 느낌의 누런 사암색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 보다.

광택이 번쩍거리는 생생한 샛노란 꽃 한송이를 보니 생명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바라본 바꽁 사원, 혹은 힌두신들의 고향이라는 메루산의 전경. 뭔가 느낌이 달라진 거 같기도.

시바신의 화신이라는 소 한마리, 메루산에 안 오르고 사원에서 돌아나오는 길 뚝방에서 풀을 뜯고 계셨다.

롤루오스 유적군은 롤레이, 쁘리아꼬, 바꽁으로 이어지며 얼추 돌아본 셈이다. 다시 씨엠립 시내로 들어가기 전

아쉬워서 슬쩍 돌아본 주변에서 발견한 캄보디아의 쓰레기통.

그리고 여기도 시바의 화신,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뽄새가 아늑해 보이기는 하는데, 지천에 깔린 녹색 풀들을

두고도 넌 대체 왜 이리 갈비뼈가 앙상한 거니. 소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영 풀지 못하는 궁금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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