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요리의 두드러진 봉우리 하나랄까,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똠양꿍'.

 

현지의 타협하지 않는 맛에는 생강과 온갖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거침없이 뿜어나오는.

 

꼬싸멧의 밀가루 모래사장에 길게 누워 마시던 코코넛 쉐이크.

 

 

그리고 태국의 이러저러한 해물볶음밥. 도대체 이들의 이름은 외우려고 해도 외우기가 넘 어렵다는.

 

웨스턴 스타일의 아침을 먹었을 때도, 유난히 진하고 샛노랗던 노른자위가 박힌 태국의 계란이.

 

역시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있던 매우몹시 맛나던 태국식 커리.

 

그리고 하얀 살이 가득 차있는 게와 커리가 범벅되어 있는 요리.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태국에 와서 한번은 꼭 먹어보아야 할 망고밥. 망고와 코코넛밀크와 동남아쌀밥의 심플한 조합이지만 맛있다.

 

또다른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 네모난 곽에 담긴 형태의 볶음밥이라거나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꽤 진하게 내려주던 맛있는 커피. 이른바 커피벨트가 지나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인접한 나라여서 그런지 맘에 들었다.

 

 

 

 

 

이쁜 까페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신사동 가로수길 옆길 이름은, 세로수길. 가로수에서 '가로'만 떼어서

 

그에 대응하는 '세로'수길이라 이름붙인 작명센스에는 감탄할 만 하다.

 

발 닿는대로 들어간 그 중의 한 레스토랑. 요새 브런치 메뉴가 없는 곳이 없다지만 여긴 그 중에서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음식도 괜찮았고, 새파랑 물병도 맘에 들었던 것이 왠지 새하얀 벽돌담을 가진 햇살 쨍쨍한 이국의 테라스를 떠올리는.

 

 

 하얀 회벽을 그대로 드러낸 인테리어야 요새 워낙 흔하게 보이는 스타일이라곤 하지만 저렇게 천장에까지 그림을 넣은 건 참신한 듯.

 

그리고 또다른 '세로수길'의 까페. 레스토랑을 나와 몇걸음 걷지 않아 나타난 까페였는데, 밖에서 봤을 때

 

그럴 듯 해보이기도 했고 밖에서 볼 때뿐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도 제법 이쁘겠다는 판단이 섰더랬다.

 

 

2층에 위치한 까페의 창문은 온통 활짝 열려 창밖의 풍경을 눈앞 가까이 끌어당겼다.

 

 

벽면 한귀퉁이의 칠판에 쓰인 흐트러진 글씨체, 그리고 책장 한 칸을 넓게 차지한 화분과 열쇠 하나.

 

 

아포가토와 에스프레소. 귀여운 차받침과 예기치 않은 장식용 인형들의 출현에 깜짝 놀랬다.

 

그렇게, 가로수길 옆 세로수길에 있던 어느 까페와 레스토랑.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이쁘고 한적한 공간이라 남겨둔다.

 

 

센트럴 파크, 59번가에서 110번가까지 이어지는 이 거대한 공원의 면적은 대략 서울 올림픽공원의 3.5배가 된다고 한다.

 

그 동남쪽 호숫가에 접해있는 보트하우스에서 먹은 아침식사 이야기.

 

 

아침 7시반, 무척 이른 시간이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도

 

엄청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아침을 먹고 가려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참새들이 포르르 날아올라와 주인없는 테이블 위에서 빵조각을 찾아 부리로 콕콕 지르는 중이다.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으신 이 아저씨는 자전거를 얌전히 주차시키고는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시고.

 

 

혹시 이곳에 대해 어디선가 본 듯 하다는 기시감을 느꼈다면, 그리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맞다.

 

캐리 브래드쇼가 미스터 빅하고 만나서 밥을 먹다가 호수에 빠지는 장면, 그게 바로 이 곳이다.

 

 

이렇게 보면 뭔가 기억이 더 생생하게 나려나, 저기 호숫가 저쯤에서 캐리가 빅하고 같이 허우적대던 장면이 떠올라야 하는데.

 

 

말 그대로 보트하우스, 보트를 빌려서 센트럴 파크 안에 누운 너른 호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침 한 커플이 운항 중.

 

 

 

아침부터 이름모를 꽃의 붉은 빛이 확 달아올랐다. 더운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

 

 

어느새 멀찌감치 밀어보내진 보트, 그리고 호수 주변으로 에둘러 모로 누운 빽빽한 보트들. 처음엔 뭔지도 못 알아봤다.

 

 

 

맨하탄의 제일 번화한 Avenue를 들라고 하면 흔히들 5번가를 꼽을지 모르지만, 사실 정말 부유한 사람들이 살거나

 

럭셔리한 샵들이 몰려있는 곳은 바로 Madison Avenue다. 그 매디슨 애버뉴 80가에서 81가 사이에 있는 E.A.T라는

 

브런치 까페는 관광객이나 외지인들보다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있는 곳이라고 한다.

 

 

ㅇ 위치 : Madison Ave. 80th St. ~ 81th St.

 

 

 

가게의 한쪽에는 테이크아웃을 위한 빵과 음료를 팔고 있고, 안쪽으로는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여 브런치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풍스런 난간을 딛고 올라가는 2층에도 자리가 있는 거 같은데 가보진 못했다.

 

 

우선 빵과 버터, 쨈이 나오는 바구니 하나를 시켰다. 따끈하고 고소한 빵에 칼로 썬 버터를 올리자마자 사르르.

 

 

이게 뭐라는 메뉴더라. cheese Blintzes라던가, 얇고 바삭한 껍데기 속에 온통 치즈가 꽉 차 있다는 느낌.

 

그리고 라즈베리가 사이에 숨어있는 팬케잌. 얇고 바스락거리면서도 적당히 메이플시럽에 저며든 식감이란 참.

 

후식삼아 시킨 건 Fruit Plate. Fruit Salad가 아니라 아예 Plate를 시켰으니 양이 꽤나 많을 줄은 미리 예상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나올 줄은 몰랐다. 베리만 해도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에다가 파인애플에 메론까지.

 

 

 

무엇보다 좋았던 건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에도 시끌벅적한 외국인이나 관광객 포스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나가는 부산스러움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사라베스 보다 가격은 조금씩 더 싸면서도 양은 조금 더 많았던 듯.

 

 

 

 

 

 

 

전날 14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온 탓일까. 인천에서 오전 10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이곳 뉴욕 JFK 공항에 오전 11시 20분에

 

내렸으니, 그날 하루는 내게 24시간이 아니라  37시간(10 1/3 + 14 + 12 2/3)이었던 셈이다. 온몸이 혼곤해진 채로 이곳 기준

 

새벽에 번뜩 눈뜨고 일어나서 숙소 옆의 센트럴파크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사실 알람도 두개나 맞춰놨었다.)

 

센트럴파크 남쪽의 플라자호텔. 이제 이 호텔을 두고 '나홀로 집에'에 나왔던 그 호텔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건 일종의

 

세대를 식별할 수 있는 리트머스 질문같은 게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당당한 황동기마상 아래 누워서 잠들어 있는 배낭객들, 혹은 노숙자들이려나. 아직 이른 아침이니 밤새 저랬는지도 모른다.

 

센트럴 파크에 들어섰다. 플라자호텔의 뒷통수가 보인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큰 센트럴파크의 동남쪽에 있는 동물원이 새벽잠에 뒤척거리는 틈새를 빠져나와.

 

 

 

이쁘장하게 아치 형태로 버티고 선 다리 밑을 지나.

 

녹색이 싱싱한 센트럴파크의 풀밭을 거닐거나 청소중인 사람들과 조우했다.

 

 

색색의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만큼이나 많이 보이던 산책 중인 개들.

 

 

오늘도 더우려나보다. 구름 틈새로 내리쬐인 햇살 하나가 불화살처럼 커다란 나무 하나를 하얗게 불살랐다.

 

 

그러고 보면, 맨하탄의 거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곳 센트럴파크에서까지, 성조기가 참 흔하다. 나라사랑이 참 그득하셔들.

 

중간에 만난 놀이터. 아직 아이들이 노닐기 전이라 그런지 굵은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개들만큼이나 많이 보이던 자전거타는 사람들. 심지어 길바닥에도 이렇게 누워서 페달을 밟는 중.

 

여우 꼬리처럼 엉덩이 양쪽으로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저것은 휴지가 아니라 수건. 아니 뭐, 그렇단 거지 별 뜻은 없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살짝 후끈해졌나보다. 연못과 분수를 보니 솟았던 땀이 쏘옥 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어디선가부터 귀로 새어들어온 노랫소리, 누군가 앰프를 크게 틀고 노래를 듣나 했더니 아니다. 무려 생음악.

 

 

 

너무 즐거워 보인다. 이른 아침에, 드넓은 센트럴파크에, 이 노래를 듣고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리고 그들이 돈을 몇푼이나 저 기타 상자 안으로 넣어주겠냐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침에 노래를 하는 모습이 행복해보인다.

 

 

 

커다란 열쇠구멍을 빠져나가듯, 그녀의 노래소리와 내 동전 몇푼에 행복한 웃음을 나눠주었던 그 온기를 꼭 쥐고 밖으로.

 

 

예상치 않게 내 시야 속으로 뛰쳐들어온 아저씨. 사실은 이 자전거에 치였을지도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가까이 다가왔었다.

 

깜짝 놀라며 누른 셔터, 엉겁결에 담긴 사진에 늘어진 뱃살과 뻘겋게 달아오른 피부가 고스란히 담긴 아저씨.

 

 

 

센트럴 파크 동남쪽으로 들어가서 위로 좀 헤메이다가 남서쪽 입구쯤을 찾아 돌아나서는 길에 발견한 커다란 지침.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위한 유원지도 조그맣게 있었다. 자그맣고 싱거워보이는 놀이기구들이 조금조금씩.

 

센트럴파크 남단에 바싹 붙어선 거대한 고층빌딩들. 이 정도의 스카이라인을 따라잡을 만한 도시는 흔치 않다.

 

 

센트럴파크 내의 보트하우스에서 가볍게 아침까지 먹고서 다시 숙소로 가는 길, 대략 한시간 조금 넘게 돌아다니고

 

도심으로 돌아오니 그새 사람이 북적북적해졌다. 어디선가 자전거 대여해준다는 간판을 들고 선 아저씨들도 블럭마다 보이고.

 

 

 

 

 

너무나도 잘 알려진 뉴욕의 명소, 분위기 좋고 맛도 좋은 브런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놓치지 않아야 할 사라베스.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온 후에 유명해졌다거나, 원래 빵과 잼을 만들던 사라베스가 브런치가게를 오픈하고 대박이

 

난 거라거나, 뉴요커처럼 센트럴파크를 산책하고 나서 브런치를 먹으면 그럴 듯 하다는 등의 이야기는 스킵.

 

 

뉴욕에 대한 정보는 이미 네이버니 다음같은 한국의 검색엔진으로만 찾아도 차고 넘칠 지경이니 직접 맛본 메뉴에

 

대해서 그림과 간단한 소개를 하기로 하고, 아, 몇몇 포스팅마다 위치에 대한 소개가 엇갈리거나 안 나와있어서

 

불편하길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첨부한다.

 

 

ㅇ 위치 : 40 Central Park South, 10019  (5th Ave와 6th Ave 사이, Central Park South St.)

 

ㅇ 전화 : 212-826-5959

 

ㅇ 팁 : 16%, 18%, 20% 중에서 선택해야 함.

 

 

 

입구 옆 테라스에도 자리가 있지만 안에 들어서면 이런 꽃밭을 가운데로 품고 있는 실내 공간이 나타난다.

 

자리마다 한 송이씩 깔끔하게 놓여있던 카라. 이런 생화는 매일 갈아줘야 할 텐데.

 

Fat and Fluffy French Toast라더니 역시 빵이 보들보들하고 달콤하다. 유기농 메이플시럽이 함께 나오는 스윗 브랙퍼스트 메뉴.

 

그리고 Classic Eggs Benedict, 캐나다산 베이컨이 들어간 빵에선 제대로 반숙된 달걀이 숨바꼭질중이었다.

 

음료로는 썸머 스페셜로 나온다는 White Peach Sangria. 화이트와인에 복숭아즙과 레모네이드를 섞은 후 딸기를 띄웠다.

 

그리고 Blackberry Spritzer. 블랙베리주스랑 클럽소다를 섞고 라임 한조각을 이쁘게 꼽았다.

 

아, 그리고 테이블 위에 조그마한 통이 터져나가도록 빼곡히 꽂혀있던 다양한 것들이 뭘까 궁금했는데,

 

각기 다른 종류의 설탕들. 그러니까 설탕과 스위트가 각 회사별로 총 네가지나 구비되어 있었다.

 

 

사라베스의 전경, 천장에는 그럴 듯한 샹젤리제가 은은한 주홍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테이블은 오전 9시가 넘어도

 

관광객들인지 여유로운 뉴요커들인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점점 빈자리가 메워져갔다.

 

열린 하늘로 보이는 맑은 하늘, 그리고 아침부터 제법 쨍하게 내려쬐는 햇볕에 투명하게 빛나는 초록색 나뭇잎들.

 

 

 

 

 

유후인 료칸의 체크아웃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 그때쯤 나서서 후쿠오카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 마련이지만 아예

 

하루를 유후인 마을에서 보내기로 했다. 유후인 역의 라커에 가방을 보관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걷기 시작.

 

인력거 아저씨가 토막난 한국어로 흥정을 걸어왔지만 기력이 쌩쌩한 상태에서 저런 걸 탈 리가 있나.

 

 

전날 밤에 미처 걷지 못했던 골목을 좀더 헤집어 보기도 하고, 밝은 대낮에 보니 또다른 풍경에 감탄하며 연방 사진을.

 

 

 

뭐지, 여기가 유후인의 긴자 거리쯤 된다는 걸까. 잔뜩 색바랜 간판을 보면 도저히 그럴 리는 없는데.

 

자판기 왕국답게 담배 자판기가 네다섯대 즐비하게 늘어선 건 제법 장관이었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숯의 정령을 만났던 곳, 여러 귀여운 아이템들이 많았다.

 

 

이렇게 굵은 터치로 파내어진 등불이 반짝반짝거리기도 했고.

 

 

이 정도 인테리어에, 이렇게 사람 없는 샵이라면 한번 앉아서 쉬어주는 게 예의지만, 아직은 몇 걸음 떼지도 않아서 패스.

 

 

샵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조그마한 왕복 이차선의 길거리. 그런 샵중엔 퇴마 효과를 연구하는 샵도 있다.

 

 

이런 류의 사이비 과학이랄까, 운명론이 발달한 나라답게 손가락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반지를 끼라고 유혹하는.

 

그러고 보니 일본은 아버지의 날이 있었다. 6월 17일, 아버지의 날.

 

조촐하지만 확연한 메인도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목길은 틈틈이 나타나서 손짓했지만, 꾹 참았다. 일단은

 

긴린코 호수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다.

 

 

 

 

준보석이라 불리는 돌멩이마다 '능력치'를 표시하고 있던 그림. 우와, 이런 건 역시 온갖 종류의 게임이 발달한

 

나라라서 그런지 굉장히 시각적이고 확연하다. 마치 삼국지의 장수들 능력치를 따지는 것 같잖아. 지력, 매력, 무력..

 

이 복을 던져주는 고양이는, 그 주인의 복을 사방으로 던져버릴 셈인지 굉장히 몸값이 비쌌다. 무려 28만엔. 헉.

 

 

그리고 완전완전 귀여운 것들이 가득하던 샵 하나 발견.

 

 

 

날씨도 적당히 따뜻하다 싶었다. 아직 오전이라 그랬겠지만, 5시 버스로 유후인을 뜰 생각이었으니 근 6시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었다. 흐느적흐느적 걷다가 쉬고 배고프면 군것질하고 차마시고 그러기로 했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서 이렇게 샅샅이 샵을 순례하며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살까 말까 재보기도 하고.

 

 

이 고양이는 가게 앞에 놓인 의자에 배를 깔고 누워서는 슈퍼맨 놀이 중이었다.

 

이 곰인형은 어메리칸 스타일의 바이크에 기우뚱 앉아서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역시 고양이, 고양이. 일본은 왜 이리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까.

 

그리고 술을 파는 가게 앞에서 빗자루를 쥐고 있던 고질라.

 

잠시 앉아 쉬었다. 사실 직선거리로만 따지면 얼마 걷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샵들이 많아서 꼬불꼬불 걸었던 걸 헤아리면

 

마치 꽁꽁 감겨있던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처럼 왕창 늘어날 거다.

 

 

너무너무 유명한-아마도 한국인 사이에서 특히?-롤케잌집 비스픽은 이미 가게 안이 바글바글하길래 스킵.

 

다리를 건너고 나서 만난 또다른 샛길. 개울을 따라 쭉 걷는 길 옆에 색색의 꽃들이 만발해서 유혹하는 중.

 

어느 길 모퉁이에는 누가 만들었을까, 페트병을 잘라서 어찌어찌 만들어낸 바람개비가 팽글거리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군부대의 움직임. 뭔가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유후인에는 자위대 주둔지가 인접해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보이는 상점들, 음식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간단하게 브런치랄까,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행 중에는 가볍게 여러 끼를 먹는 게 현지의 다양한

 

음식도 맛볼 수 있고 특히나 유후인 같은 데에서는 길거리 음식이라거나 군것질거리들을 위한 여지를 남기는 방법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막상 메뉴판을 보니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게 잔뜩. 치즈 케잌이니 단팥죽이니 고구마 세트는 뭘까.

 

그래서 이것저것 맛보고 일본의 맛난 커피도 마시고, 시원한 에어콘 바람 맞으며 쉬다가 정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그렇게 유후인 마을을 샅샅이 살펴보기로 한 하루 일정의 반나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마을의 분위기만큼 고즈넉하고 여유롭게.

 

 

 

 

'맛있는 인생', 현실까지 넘쳐들어온 강릉의 로맨스.

 

영화를 따라왔다곤 하지만, 이미 '보헤미안'은 워낙 유명해진 까페가 되고 말았다. 강릉의 까페거리가 있다곤 하지만

 

보헤미안은 이미 강릉을 넘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드는 까페가 되고 말았으니.

 

영화에서 보헤미안은, 호텔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찾는 그의 모습에 약간의 허술함과 허세스러움을 덧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기껏 명인 박이추 선생이 내려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셨던가. (아닌가, 그건 테라로사에서

 

한 행동이었던가, 기억이 그새 가물가물해져버렸다.)

 

 

여하간 보헤미안에 입성. 조그마한 건물 3층에 있는 까페는 이미 사람들이 바글거렸고, 박이추 선생을 비롯한

 

세네명의 직원들은 모두 잔뜩 기합이 들어가서 주문받고, 커피내리고, 서빙하는 중이었다.

 

하릴없이 한쪽에 앉아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중. 한쪽 기둥에 박이추 선생이 일본에서 취득한 교육이수증과

 

뭐라뭐라 막 일본어로 적힌 증서같은 것들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위에는 누군가 그려준 캐리커쳐. 여유롭게

 

커피를 쥐고선 부드러운 눈매에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맘에 든다.

 

그리고 이 스위치 박스도. 여러번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했는지 까맣게 때가 남았다. 뭔가 커피색으로 칠하거나

 

눈에 잘 안 띄게 치장하는 것도 괜찮았겠다 싶으면서도, 또 저렇게 테이프가 까맣게 때묻은 채 너덜거리는 , 살짝은

 

허술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커피 원두를 사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 옆에서 비닐 진공 포장을 해서, 이런 종이박스에 담아주기도 한다.

 

원두만 사가서 집에 가서 수동 기계로 갈 때 풍기는 그 냄새도 참 좋은데, 조금 사갈까 싶은 마음이 불끈.

 

생각보다 금방 자리가 났고, 받아든 메뉴판에는 예멘이나 페루의 커피도 있었다. 커피마다 간단한 설명이 있었는데

 

괜히 어렵거나 고상하게 꼬아서 표현하지 않고 '산뜻한 신맛'이라느니 '부드러운 맛'이라느니 '스모크향'이라느니

 

한두가지 특징만 잡아서 평이하게 써두었다.

 

 

잠시 문틈으로 구경한 배전실. 커피 원두를 볶는 배전실에서 박이추 선생님이 뭔가 분주히 움직이고 계셨다.

 

주문했던 건, 고로케 세트랑 브런치 세트였던가. 일본에서 배우신 분이라 역시 고로케 맛이 남달랐다.

 

 

감자 고로케는 따로 나왔는데, 고기 고로케는 이렇게 빵 사이에 아예 양배추처럼 포개져서 나왔다. 완전 대박 맛있던.

 

그리고 카푸치노. 커피가 다르니 당연하겠지만 카푸치노 맛도 확 다르다. 잔도 이쁘고.

 

'커피의 여왕'이라는 예멘 모카마타리. 원래 이전에 맛봤던 커피 중에 흙맛이 나는 예멘 커피가 굉장히 기억에 남아서

 

그건가 하고 주문했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지만 역시 만족. 아무래도 모든 커피를 하나씩 다 마셔보고 싶어지던.

 

 

나오기 전에 계산대를 아무생각없이 훑어보다가, 빼곡하게 늘어선 찻잔 접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종류별로, 아마도

 

만들어진 나라도 다 다르지 싶은데 저렇게 모아둔 건 아무래도 바로바로 서빙할 수 있도록 한 편의를 따진 거겠지만

 

보는 입장에선 그 자체로 이쁘다 싶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 있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산속 풍경. 정말 보헤미안 오가는 길이란

 

대중교통으론 오지도 못하겠다 싶도록 험하고 외딴 동네였던 거다.

 

 

주말에 줄기차게 쏟아지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 힘들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주4일 근무인 셈이다.

 

월화수를 쉬는 주4일라면 그래도 나머지 목금토일, 열심히 일할만도 하지 싶은데. 전국에 전파가 시급하다.

 

 

보헤미안 앞에서 어딘가로 이어지는 꽃길. 사람이 좀만 덜 찾아오기만 하면 참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곳일 텐데.

 

그러고 보니 왜 건물 3층에 까페를 차렸을지도 슬쩍 짐작이 간다. 박이추 선생의 속내를 알 것 같달까.

 

번잡함이 싫어 서울 대학가에서 강릉, 하고도 외딴 곳을 찾아 들었을 텐데, 그리고도 굳이 3층에 까페를 만든 걸텐데

 

맛 좋은 커피와 장인의 솜씨에 기갈이 든 사람들은 거기까지도 꾸역꾸역 잘도 올라간다.

 

 

나 역시 그곳을 찾아 그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에 일조한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렇게라도 한켠 박이추 선생과

 

보헤미안의 분위기를 차지해 보고 싶은 거다. 모두들 그런 생각으로 어깨를 부비며 이곳에 찾아드는 거겠지만.

 

 

'맛있는 인생'에서 그가 보헤미안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한적함과 여유로움의 편린일망정. 인생을 즐기고 싶어서.

 

 

 

대학로, 처음 문 연 날 가보고는 두번째로 찾아간 까페. 방송대 옆에 있는 고색창연한 낡은 건물 '예술가의 집' 안에

있는 슬로우가든이다.

천장이 높아 소리가 웅얼웅얼 울리거나 답답하지 않고, 은은한 조명이 샹들리에 크리스탈에 마구 반사되어 한결

부드럽고 화려해졌고, 그리고 테이블 간격이 널찍널찍해서 다른 사람에 방해받지 않고.

브런치세트가 오후 세시까지. 와플세트랑 토스트세트가 있던가. 하나씩 시켰는데 샐러드 드레싱도 맛있고 양도 솔찮던.

프렌치토스트는 포실포실하니 촉촉했고, 벨기안와플은 보들보들하니 부드러웠고. 탱글탱글한 소세지를 뱀처럼

빈틈없이 휘감고 있던 도톰하고 쫀득거리던 베이컨까지.

연극을 보고 나서 돌아가는 길, '예술가의 집'로부터 새어나오는 노랑색 불빛.

알고 보니 여기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슬로우가든' 지점이 존재하는 체인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삼청동에도

체인점을 냈나보다. 체인점이 번지는 속도도 슬로우슬로우.





프랑스 여행 갔을 때 빵을 참 맛있게 먹었었다. 바게트도, 크로와상도, 타르트류도. 동네의 빵집들도

굉장히 맛있었고 뽕드뺑이니 뽈(Paul)이니, 그런 베이커리 체인점도 엄청 맛있었던 거다. 늘 잊지 못하던

차에, 작년 상해 출장 중에 리츠칼튼 호텔 1층에서 '뽈'을 발견하고 완전 반가워서 잔뜩 빵을 사먹기도

했었고 남은 건 검정 봉다리에 뚤레뚤레 들고 다니며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었다. (그래도 맛만 좋더라는)

한국에서도 있다고 듣고만 있던 차, 여의도까지 갈 일이 쉽게 생기지 않아 항상 맘속에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만 있었는데 드디어, 드디어 한국에서 뽈 입성. 프랑스나 중국이나 한국이나, 매장의 인테리어는

똑같이 꾸며놓았구나, 클래식한 느낌의 어두운 색 철제 프레임 위의 하얀색 글자, PAUL. 주말 오전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두고 몇분 기다리는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브런치 메뉴를 시켰더니 우선 검은깨가 잔뜩 박혀있는 바게트와 버터가 나왔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버터용기가 아니라, 도자기로 만들어진 용기 속에 버터가 꽉 채워져서는 저런

종이로 뚜껑삼아 덮여있었던 것. 원래 빵에 버터 발라먹는 거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거칠딱딱한 바게트를 먹자니 속이 좀 부대끼겠다 싶어서 버터를 꼼꼼히 발라먹었다.


매장 안은 커다란 통유리창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고 천장도 높은 덕에 굉장히 개방된 느낌이었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감이나 단정하고 우아한 느낌의 커튼, 그리고 따뜻해 보이는 백열등 샹들리에가

잘 어우러진 분위기. 파리에서도, 상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였던 거 같다. 아마 전통적인 인테리어 컨셉을

고수하는 거겠지, 어설픈 현지화라거나 분위기 쇄신을 거부하는 게 왠지 프랑스스럽다.

뭘 먹었냐면, 이런 거. (아놔, 음식 포스팅은 이래서 못해먹겠다는. 제목을 기억해야 하는데 그 맛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말이다.) 분명한 건, 내가 여태 뽈에서 먹어봤던 빵들이나 브런치 메뉴, 커피까지도

별로 실패다 싶었던 적은 없었다는 점. 특히 강추하고 싶은 건 크로와상, 아몬드 크로와상하고 타르트류.

메뉴판의 한대목. 벌써 120년도 넘은 역사를 가진 빵집이었구나. 메뉴판을 보면서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준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 아니면 정자동

까페골목 같은 곳에서 브런치를 먹을 때보다 조금 싸거나 비슷한 정도랄까. 브런치가 아니라 빵을

먹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요새 베이커리집들 얼마나 빵값이 비싸졌는지, 그닥 차이가 없어 보인다.

브런치를 먹고 아쉬워서 빵 하나 더 골라서 맛나게 먹고 나서 한참 앉아서 창밖도 구경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샹들리에(전등)와 샹젤리제(거리이름)를 내내 헷갈리다가, 파리에 다녀오고서 그 도시의

거리 곳곳을 걸으며 몸에 새기고는 비로소 그 두 단어를 제대로 구별할 수 있게 되었던 것도 기억나고.

그 이래로 파리와 상해, 서울의 추억을 이어주며 이렇게 어디서든 변함없는 퀄리티와 맛으로 반겨주는

빵집 하나를 서울에 갖게 되었다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옆 테이블의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볍게

브런치를 먹고 오붓하니 이야기하는 걸 보며, 그네들의 추억은 어디에서부터 이어졌을까 괜한 상상도

해보게 되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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