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높이가 무려 508미터. 버즈 칼리파(버즈 두바이)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인증받던

타이페이101인지라 시내 곳곳에서 그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하구나, 왠만한 빌딩은 아무리 바싹

눈앞에 땡겨놓고 원근법의 힘을 빌린다 하여도 딱히 상대가 안 된다.

길가를 다니는 타이완 현지인들이야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막느라 양산을 쓰고 다니느라 다른 곳에 시야를

두진 않겠지만, 마냥 모든 게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대는 여행자의 마음으로는 뭔가 계속 낯설고 새롭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내려 눈이 벌개져 있는 거다.

오토바이가 유난히도 많은 타이페이 시내, 어디서든 신호만 걸리면 마치 모래와 자갈이 분별깔대기에서

분리되듯 오토바이가 맨 앞으로 몰려나온다. 그 뒤론 커다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고. 멀리 하얀 햇살에

투명하게 탈색되어 버린 타이페이101의 윤곽.

어디쯤이던가, 도심을 걷다가 어느 순간 불쑥 눈앞에 나타나버린 101에 깜짝 놀랬었다.

다른 건물들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우리나라 서울이랑 비슷하게 적당히 오래된 저층 건물들도 많고 새롭게

올라간 높고 두꺼운 건물들도 적당히 섞여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높이와 외관이다. 죽순의 형태를 형상화했단

말을 듣기 전에도 슬쩍 예감할 수 있었다.

단수이에 가는 길이었던가, 어딘가의 고가 위를 달리는 차에서도 멀찌감치 타이페이101의 우뚝 솟은 실루엣이

보였다. 다소 도도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외로워보이기도 하고.

타이페이101의 91층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겠다며 나선 길, 조금씩 빌딩 앞으로 다가설수록 고개를 젖히는

각도가 가팔라졌다. 호오...서울의 트레이드타워나 63빌딩보다는 확실히, 월등히 높구나.

모양새도 꽤나 정묘하게 만들어진거 같다. 미끈하고 유려하게 뻗은 라인과 금빛 번쩍이는 외관을 자랑하는

63빌딩이나, 상승을 거듭하는 그래프 모양처럼 생긴 트레이드타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우선 외관 자체에

돌출된 부분이나 장식물처럼 매달린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고, 왠지 손으로 만질만질하면 그 오돌토돌한

골격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질 거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두바이를 떠나는 길,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다시 마주친 버즈 두바이. 이제는 두바이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책을 펼쳐준-그리고 애초 두바이의 경제를 부흥하기 위한 자본의 주된 출처기도 했던-아부다비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이름이 바뀌었다. 버즈 칼리파.

두바이 공항, 아랍지역의 허브 공항으로 손색이 없는, 참 넉넉하게도 배치된 의자들. 환승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 대만원을 이루는 저녁 시간이면 이조차 턱없이 모자라서 바닥에도 여기저기 모포를 깔고 잠을 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공항이기도 하다.

면세점을 돌다가 만난 꼬맹이들. 쪼만한 녀석 둘이 자기 키만한 카트를 각각 끌고 가는 모습이 우스웠다.

한쪽에는 F1에선가 우승했다는 경주용차량이 전시되어 있던.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던 10월이라고 했지만, 사실 아랍쪽에서는 가끔 이런 배너 서있던 것 말고는

딱히 분위기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국가적으로 아예 해외에 나가면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라고

지침을 줬다고 하지만, 우리 일행 중에도 마스크를 계속 하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마스크를 치워버린

경우가 있었다는.

두바이에서 사우디 리야드로 향하는 비행기, 엔진에도 뭔가 캘리그래피가 그려져/써져 있었다. '하느님/하나님/

알라/부처/신/자연/조상님/조로아스터'가 보우하사, 엔진에 불이 나거나 중간에 꺼지지 않게 해주시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게 해달라는 의미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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