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서 동백섬으로 들어서기 전, 벌써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 5월초의 해수욕장이 눈이 부시다.

 

 

 이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나무데크가 잘 갖춰졌던 거 같지 않은데, 동백섬을 한바퀴 빙 둘러 걷기 편한 길이 생겼다.

 

 

 

해운대 백사장이 멀찍이 보이고, 이제 사람들은 개미만한 점 모양으로 추상화되어 버린 거리.

 

 

 등대 앞에는 먼옛날 이 곳을 '해운대'라 이르며 큰 바위에 한자로 새겨놨다는, 그렇지만 지금은 다 마모되어 버린 채

 

흔적만 남은 글씨가 몇 자 있고, 멀찍이 대마도와 오륙도가 보인다는 곳을 향한 망원경이 몇 대.

 

 

 그리고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였던가. 멀찍이 광안대교가 보이고, 앞에는 시퍼런 부산 앞바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이전에 친구들과 밤에 술기운을 빌어 걸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쥐고서, 유유자적 홀로 걸어가는 참이다. 기억이 분명친 않지만 훨씬 정비가 잘 된 길. '갈맷길'이라 한다.

 

 

 커다란 관람차가 돌고, 그 앞으로는 어느 아저씨의 유유한 자전거 두 바퀴, 그리고 왼쪽으론 두바퀴 '구르마'.

 

 

 언젠가의 태풍이 저 바윗덩이를 여기까지 올려놓고 갔다나.

 

 정신없이 치대는 느낌의 간판숲 너머로 빼꼼히 관람차가 고개를 내밀었다.

 

 수변공원으로 회를 떠와서는 술 한잔 하고 계신 아저씨들. 파도소리가 캬아.

 

 

 이 건물은 도대체, 짜투리 공간도 버려두지 않고 온통 창문이다. 조금 징그럽기까지 한 외양.

 

 

 '갈맷길'이라고 코스를 잡아두고 드문드문 표지도 그려놨지만, 글쎄, 일단 너무 소란스럽다.

 

수출입항이 있는 항구도시답게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거침없이 내달리며 지르는 소음과 진동이 참.

 

 그래도 요트경기장에 내려앉는 따스한 봄볕을 쬐면서 꽃 한송이 요리조리 뜯어보기도 하고.

 

광안대교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바다를 내달리는 요트를 구경해주기도 하고.

 

해운대 신시가지 쪽에서는 어느 이쁜 모녀의 드라이브도 뒤따라주고.

 

 꼼짝도 않은 채 수면위의 찌만 바라보고 계신 어느 강태공 아저씨도 지나치고.

 

 그리고, 새로운 발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어블럭만 뒤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해운대 재래시장.

 

 툭툭 불친절하게 끊기곤 하는 짧고 엉성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뒤채이다 보면 나타나는 재미난 풍경들.

 

 

 떡집에서 널어둔 장갑과 앞치마가 새하얗게 뒤집혀있다.

 

낡고 변색된 슬레이트 지붕 위, 형광색으로 빛나는 신발끈과 신발.

 

그런 불퉁스런 골목길 중 어느 곳, 문득 세상이 90도쯤 기울어진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게 만들던 간판 하나.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 대략 두어시간 걸린 듯 하다. 쉬엄쉬엄, 설렁설렁 커피도 마시며 걸어서 그 정도.

 

 아직 5월초의 날씨건만, 이미 해운대엔 헐벗은 처자들이 바다에 입수를 하기도 하는 여름이 왔다.

 

 

그리고 묘하게 들뜨고 살랑이는 해변가의 풍경 속에서 유독 튀던 아저씨 한 분.

 

금속탐지기를 둘러메고 자신의 작업장 혹은 직장일 해운대 백사장을 한뼘한뼘, 진지하게 거북이행보중이시다.

 

 

 

태국 꼬싸멧의 아침, 조금은 흐린 남국의 겨울 하늘이었지만 잔잔하게 찰박거리는 바다 위로 금비늘이 번뜩거렸다.

 

벌써부터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를 감각하고 있는 커플.

 

 

 

빠른 속도로 떠오르는 태양, 조가비 껍데기들 틈새로 잘도 비집고 쏘아지는 햇살.

 

 

금비늘이 번뜩이는 파도가 쓸고 간 해변 모래사장 위에는 금모래가 남았다.

 

그리고 어느틈엔가 리조트 앞바다의 단조로운 풍경 속으로 틈입해 들어오는 고기잡이배들.

 

 

태국 꼬싸멧의 동부 해안가, 핫 싸이 깨우(보석모래 해변)에서 아오 힌콕(돌 언덕 해변), 그리고 아오 파이(대나무 해변)이란

 

이름으로 이어지는 그곳에서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우선 아침 겸 점심. 탁한 색깔로 바래버린 먼지투성이 팬이

 

머리 위에서 빙빙 돌아가는 길가의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로 토스트, 햄과 베이컨 등.

 

텔레비전이 있는 음식점을 들어갈 때마다 꼭 한번씩은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를 봤던 거 같다.

 

여전히 한국의 촌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시골 상회같은 느낌으로 번다한 음식점의 카운터.

 

그리고 꼬싸멧 동부해안의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쉽게 구분하기 쉽지 않은 어느 해안으로 들어가는 길목.

 

아마도 아오 힌 콕과 아오 파이의 사이쯤이랄까, 사실 해변의 이름이 중요하진 않다.

 

이렇게 하얗고 보드랍고 고운, 밀가루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법한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쉴 수 있다면.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천을 파는 아저씨가 온몸을 칭칭 가리고서 모래사장을 산책중이셨고.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파라솔과 긴의자들은 따끈하게 덥혀지는 중이었으며.

 

비로소 자리를 잡고 돌아본 주변 풍경은 정말이지..

 

구아바니 망고니 코코넛을 바구니에 담고 팔러다니시는 행상아주머니도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주시고.

 

 

어느 중년의 부부는 양산을 하나씩 받쳐들고서, 한손엔 신발을 덜렁거리면서 나란히 백사장을 거닐고 있었다.

 

 

모래사장이 워낙 하얗고 깨끗해서 더욱 맑고 투명해보이는 바닷물.

 

 

바닷물이 이런 파스텔톤의 에메랄드빛이랄까, 청록빛으로 반짝거리는 데야 뭍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거다.

 

 

잠시 뛰어들어 파도랑 놀다가 다시 파라솔 아래로 들어오면 파라솔에 걸러진 기분좋은 햇살이 몸을 말려준다.

 

이런 풍경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지만 잘 모르겠고. 크흠.

 

 

해가 슬금슬금 중천으로 오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내몰렸나보다.

 

그러고 보니 긴의자 옆에 적힌 저 태국문자, 이국적이고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슬슬 많이 보인다 싶더니 패러세일링 하는 사람도 계속 보이고, 멀리 나간 배들도 많아진 듯 하다.

 

파라솔 이용료를 걷으러 다니는 아주머니의 움직임은 살짝 부산해진 거 같지만 역시 여유롭기만 하다.

 

 

파라솔 아래서 뒹굴, 청록빛 파도 아래서 뒹굴, 하다가 슬몃 몸을 일으켜 술을 찾으러 가는 길.

 

술집에는 시계를 걸어두지 않는다더니, 여긴 그래도 시간은 봐가며 마시라고 하나보다. 저 온갖 류의 신의 물방울들은 어쩌고.

 

꽁무니에 태국 국기를 펄럭이며 앞코를 들썩들썩, 벌름벌름하는 게 어지간히 배고픈 모양새다. 내달리는 모터보트.

 

숨은 쉬고 있나, 걱정될 정도로 몸을 운신하지 못하던 검둥개 녀석. 만사 귀찮거나 어지간히 나른한 게다.

 

 

꺄아..이런 물빛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패러세일링이나 스노클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찾아다녀주시는 서비스.

 

흠..찍으려던 게 뭐였냐면..저 푸른 바다..

 

아니면 이렇게 의자까지 갖고 다니시는 간식 파는 아주머니 아저씨.

 

그러고 보면 파라솔 아래 긴의자 밑에는 예기치 않게 강아지들이 숨어있다. 곳곳에 숨은 강아지를 찾아라.

 

그치만 다시 시선은 푸른 바다..로 쏠리고.

 

서양 꼬맹이들은 왜케 인형처럼 귀엽게 생긴 건지, 금새 커버리고 징그러워지겠지만서도.

 

어느 험난한 시절엔가 목을 잘린 불상이런가, 해변 들머리에 놓여있던 부처의 미소가 은근하다.

 

MEDITATION이란 글자 왼쪽에 이렇게 내리깔고 있는 눈매도 인상적이고.

 

그러고 보면, 여기서 이렇게 목걸이도 꿰고 팔찌도 꿰는 이네들의 눈매가 저 그림이랑 닮았다. 순하고 정신적인 느낌.

 

꼬싸멧의 동쪽 해변,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굴려대며 보낸 한나절.

 

달리 해야 할 것도 보다 중요할 것도 없던 그런 더할나위없던 시간.

 

 

태국 꼬싸멧, 역삼각형 섬을 둘러 하얗고 고운 백사장이 끊이지 않는 천혜의 휴양섬.

 

넉넉한 잎사귀가 짙은 그늘을 드리운 아래 색색의 긴 의자가 사람들을 유혹하던 그 곳.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일랑 시크하게 무시해주고 긴의자 아래 자리를 잡고는 아침 댓바람부터 퍼져버린 검둥개 한 마리.

 

강릉 앞바다가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 호텔. 대체로 경포해수욕장이나 그 옆의 사근진해수욕장에 인접한 호텔/모텔들은

 

바다쪽 오션뷰와 경포호쪽 마운틴뷰 중에 하나를 골라잡게 되는데, 이 곳 같은 경우는 높이나 위치나 딱 바다 옆이다.

 

창가 밖 테라스에 나가 아래를 굽어보면 용궁민박집도 보이고, 담백하고 고졸한 기와지붕과 색색으로 널린 빨래를

 

몽창 삼켜버릴 듯한 파도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밀려들어오고 빠져나가고.

 

비치 하우스라고 적힌 간판의 '스'를 가만히 보면 나름의 센스랄까 미감이 느껴져서 훈훈하기도 하다.

 

해안도로와 바다 사이, 갈수록 쓸려나가며 좁아지기만 한다는 모래톱에 바닥을 뉘이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파랗고 벌겋고 희끄무레한 단층 민박집들이 쪼르르 늘어섰다.

 

 

 

이리저리 창밖으로만 둘러봐도 속이 탁 트이는 동해바다 풍경.

 

다음날 아침, 졸린 눈 부비며 테라스로 나가 게으르게 몇 방 찍어본 일출 사진. 날이 흐려서 조금 찍다가 말았지만.

 

언제고 이런 풍경을 가진 방이라면 와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 몸이고 마음이고 금세 충전될 거 같다.

 

호텔방을 나와 잠시 해변가를 산책하다 눈에 띈 들꽃 한 무더기. 11월 중순이니 제법 추웠는데 지지 않았다.

 

지지 않은 건 노랑 꽃잎들 말고도 싱싱한 젊음들 역시. 저러다 따뜻하게 덥혀진 방에 들어가면 바로 뻗겠지만서도.

 

아무래도 겨울 바다란 건, 이렇게 휑한 게 정상이다. 일말의 로맨스나 낭만을 꿈꾸지만 이내 차갑게 몸이 식고 마니까.

 

 

조금 차로 내달려 강릉초당순두부마을을 가다가 만난 텅빈 들녘. 어느새 산너머 가라앉는 해가 단말마의 비명을.

 

뙇. 하고 내지르다.

 

바다를 옆에 끼고서, 잠시잠깐의 침묵도 존재하지 않도록 파도소리가 우르릉거리며 맥놀이 중인 곳이기도 하지만.

 

살짝살짝 변주되며 쉼없이 이어지는 파도소리가 어느 순간 먹먹하게 사라져버리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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