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까지 와서 굳이 차이나타운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가기로 했다.

 

망고빙수가 유명하다는 집에 가보고 싶었고, 거리를 온통 중국 내음 물씬하게 꾸며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여기서부터는 차이나타운이야!'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역시 거리에는 중국으로부터 흘러나온 마오쩌둥 배지니, 시뻘건 어록집이니, 아니면 저렇게 뭔가 신기하지만

 

조금은 조잡한 상품들이 가판 진열대마다 그득그득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차이나타운은 어느 나라에 가나 비슷한 분위기, 싱가폴이나 샌프란이나, 아니면 동남아 어디가 되었건.

 

 

그래도 다닥다닥 어깨를 겯고선 건물들의 모양새라거나, 많이 퇴락한 채 곧 벗겨질 듯한 페인트들의 느낌은 역시 좋다.

 

하늘을 종횡하며 가로지르는 홍등도 좋고.

 

망고빙수. 이제 한국에도 많은 빙수 브랜드와 스타일들이 들어와있으니 굳이 새로울 건 없었지만, 망고 함량이 굳.

 

 

그리고는 싱가포르를 들른 사람이면 누구나 들른다는 점보레스토랑으로.

 

 

점보 레스토랑 앞에서 바라본 강 너머의 풍경. 마침 수륙양용배가 지나고 있다.

 

 

여기가 점보. 한자로는 진기할 진에 보물 보,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중의적인 영어 이름 잘 지었지 싶다.

 

워낙 손님이 많이 달리 예약을 하지 않는 한 하나의 커다란 중국식 라운드테이블을 다른 손님들과 나눠쓰게 된다.

 

내가 앉았던 데만 해도 무려 네 개 팀, 아홉명의 인원이 저 테이블을 함께 썼더랬다.

 

점보 레스토랑의 시그너쳐 메뉴, 칠리 크랩.

 

그리고 그에 못지 않다는 페퍼 칠리 크랩.

 

새우볶음밥도 맛보고.

 

칠리크랩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한결 더 찰지게 무르익는 빵까지.

 

음식 사진은 잘 안 올리지만 여긴 한번 남겨둘만 하다 싶어, 메뉴마다 한장씩 열심히 찍어두었다.

 

 

태국요리의 두드러진 봉우리 하나랄까,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똠양꿍'.

 

현지의 타협하지 않는 맛에는 생강과 온갖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거침없이 뿜어나오는.

 

꼬싸멧의 밀가루 모래사장에 길게 누워 마시던 코코넛 쉐이크.

 

 

그리고 태국의 이러저러한 해물볶음밥. 도대체 이들의 이름은 외우려고 해도 외우기가 넘 어렵다는.

 

웨스턴 스타일의 아침을 먹었을 때도, 유난히 진하고 샛노랗던 노른자위가 박힌 태국의 계란이.

 

역시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있던 매우몹시 맛나던 태국식 커리.

 

그리고 하얀 살이 가득 차있는 게와 커리가 범벅되어 있는 요리.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태국에 와서 한번은 꼭 먹어보아야 할 망고밥. 망고와 코코넛밀크와 동남아쌀밥의 심플한 조합이지만 맛있다.

 

또다른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 네모난 곽에 담긴 형태의 볶음밥이라거나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꽤 진하게 내려주던 맛있는 커피. 이른바 커피벨트가 지나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인접한 나라여서 그런지 맘에 들었다.

 

 

 

 

 

배고픈 시간대를 대비해 홍콩에서 먹었던 자잘한 것들 모음. 유명한 주스점에서 몇 번을 사먹었던 망고주스.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선착장 창밖으로 바라보며 한 장.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의 에그타르트를 검색하면 무조건 일순위로 나오는, 온갖 포스팅이 즐비한 곳.

 

그런만큼 사람들도 줄을 서서 에그타르트를 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위치가 바로 찾기 쉽지는 않았던.

 

그래도 그 노릇노릇한 색깔과 입천장을 벗겨내도록 뜨겁던 에그타르트는 정말 맛있었다. 홍콩 총독들이 반할만 하더라는.

 

팍앤샵이니 리앤펑이니 하는 홍콩의 리테일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맥주들. 더구나 홍콩은 주류에 세금이 붙지않아

 

한국에서 홍콩으로 들여온 맥주들이 한국에서 살 때보다도 쌀 정도라고 한다. 밤마다 영국, 덴마크, 러시아 등지의 처음 보는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던 홍콩의 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콩공항에서 떠나기 전 공항 내에 있던 제이드 가든에서 먹었던 샤오롱바오.

 

그리고 무를 갈아 버섯과 고기를 섞어 만들었다는 요상한 모양의 딤섬.

 

대만여행 갔을 때 만났던 레스토랑 糖水, 알고 보니 홍콩에 본점을 둔 홍콩 브랜드의 레스토랑이었다.

 

대만과 일본에도 해외지점을 두었을 정도로 잘 나가는 레스토랑이라는데 전반적인 음식들도 괜찮지만

 

레스토랑 이름 그대로 달달한 디저트류가 특징적인 듯. 특히나 하트 모양 망고 푸딩이 탱글거리는 모습이란.

 

Noodles with Wontons in Soup. (45HK$)

 

Wontons with Spring Onions (66HK$)

 

Fried Flat Noodles with Beef in Satay Sauce (75HK$)

 

 

Steamed Egg Custard Buns (25HK$)

 

Steamed Prawns and Pork Dumplings (35HK$)

 

Chilled Mango Pudding (25HK$)

 

 

 

 

 

 

방콕의 시장통에 선 레깅스 모델. 굉장히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 채 공중부양 둥둥.

태국의 마네킹 모델은 우리나라의 마네킹들처럼 그렇게 바싹 마르지는 않았나보다.

아니면 아마도 레깅스의 신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바람을 양껏 불어넣은 걸까.

고작 네 개 마네킹을 걸었는데 행거가 꽉 차버렸다. 근데 저걸 보면서 수영장에 끌어안고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난 뭐지.;; 구명용으로도 딱일 거 같은데. 방콕을 휘감고 도는 짜오프라야

강에 누군가 빠지기라도 하면 슬쩍 들고 와 던져주면 되겠다.

대책없이 '공주풍'인 원피스들도 있었다. 강렬한 핑크빛의 원단과 레이스에 휘감긴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같은 공주님들이 우아하게 스마일. 저런 건 입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얼얼한 형광핑크에 눈이 아파 시선을 돌렸다. 그랬더니 눈을 찌르는 직사광선을 비늘처럼

반짝거리며 나부끼는 태국 깃발들, 게다가 만국기 아래에서 번쩍이며 발색하는 형광파랑,

형광핑크, 형광초록의 택시들.

어라..저건, '품바'라고 읽어야 하는 건가.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하는

각설이타령의 품바 그건가. 근데 저 그림은 또 뭐지. PUMBA를 품바, 각설이라 읽어야 하는

건지 아님 뭔가 영어 단어에 뜻이 있는 건지 문득 혼란에 빠져버렸다.

옆골목으로 무작정 꺽고 들어갔다. 허름한 건물 아랫도리로 쭉 늘어서 있는 노랑색 파라솔들이

산뜻하다. 노랑 간판들이 번쩍 서있는 곳에서부터 노랑색 파라솔들을 지나 돌돌돌, 굴러오는

노랑망고 파는 노랑모자 아주머니. 잘 익은 노랑망고도 맛있지만 덜 익은 파랑색 망고도 꽤나

맛있었는데. 그렇게 달지 않고 산뜻해서 목이 마를 때 아작아작 씹어먹으면 딱이었다.

주차를 한 건지 방치를 한 건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차들이 범퍼에 범퍼를 붙인 채

어느 골목 한 켠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뜨끈하게 덥혀진 본넷 위에는 누군가 작업할 때

끼는 목장갑이 몇 짝 나뒹굴고 있었다. 말리려고 한 건지 버리려고 한 건지, 차나 장갑이나.

다시 재활용할 건지 아님 버려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가게 옆 벽면에서 발견한 외계인의 신호. 쭈꾸미별에서 온 듯한 외모,

이미 '아기공룡 둘리'에서 본 적 있는 그 외계인이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웃고 있었다.





융캉제 가는 길, 햇살이 박살난 채 사방으로 흩뿌려진 도로 위를 스쿠터로 달리기엔 너무 엄혹하다. 여자들은

긴 옷을 따로 걸치거나 팔토시를 하거나, 잠바를 거꾸로 걸쳐 입거나 해서 노출을 최대한 피하려고 애쓰는 게

뻔히 보인다. 게다가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달리곤 있지만, 아무래도 태양을 피하기는 힘든 듯.

융캉제라는 곳은, 가이드북을 아무리 보아도 대체 뭐하는 동네인지 딱히 감은 오지 않던 그런 곳이었다.

융캉제라는 묘하게 거칠고 리드미컬한 이름 역시 상상력을 자극할 뿐 그 공간에 대한 아무 힌트도 주지 않았고,

사실 가이드북엔 여기의 '빙관', 망고빙수만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었고.
이렇게 허름하고 푸근한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온갖 음식점과 샵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어서, 뭐랄까

대낮 버전의 야시장이랄까,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쯤 되겠지 싶은 느낌.

골목을 거닐다 발견한 오편함, 아마도 빨간 게 급행, 파란 게 보통 우편을 위한 함인 건가. 그렇게 보기에는

양쪽 모두 구멍이 두 개씩 있어서,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색깔 빼고는 대체로 쌍둥이스러운 두 개의 우편함.

융캉제의 어느 골목에서 마주친 체게바라와 마오쩌둥의 초상, 이런 식의 제3세계 혁명지도자들을 기리는 샵은

동남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타이완 타이페이에서도 만날 줄이야. 근데 사실 이 샵에서 파는 물건들이 이

두 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는.

그리고 또다른 혁명가, 오사마 빈 라덴의 초상도 다른쪽 귀퉁이에 붙어있었다. 미국의 골칫덩이, 세계의 불안정성과

폭력성을 자신의 폭력으로 폭로하는 그는, 테러리스트이자 혁명가라 불릴 만 하다.

그렇게 걷다보니 저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굳이 가이드북을 꺼내들 필요도 없겠다. 노란 색깔로 칠해진 벽면,

우글거리는 사람,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빙관(아이스 몬스터)'. 융캉제의 보석.ㅋㅋ

의자가 몇개 있긴 하지만, 편안히 앉아서 먹을 공간조차 없어서 대부분 입석이다. 높다란 테이블 위에 망고빙수를

올리고 허겁지겁 먹는 걸 보고, 대체 뭐길래 이렇게들 줄 서서 먹는 걸까 했는데 먹어보니 알겠다. 망고도 잔뜩

들어있고 얼음도 곱게 갈려있고,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이렇게 메뉴판에는 꽤나 여러가지가 나와있기는 한데, 대부분 같은 걸 시켜 먹는 거 같다. 130NTS짜리

망고밀키프리즈, 밑엣줄 가운데 망고 듬뿍 얹혀있는 그림. 타이밍이 되면 두 번쯤 먹고 싶었던.

빙관 앞에서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조금 걸으려다 보니 바로 옆에 이런 조그마한 놀이터 같은 공원이 있었다.

테이크아웃으로 시켜서 여기 앉아 먹을 걸 그랬단 생각이 살짝. 그치만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나오면 커다란

투명 플라스틱 컵안에 꾹꾹 담아주어서, 거기서 바로 먹을 때처럼 용기에 이쁘게 담겨나오진 않는단 단점이 있다.

딱 봐도 남국의 식생이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흐느적대며 바람에 너풀거리는 생기잃은 잎사귀들도 그렇고,

열기를 감당치 못했는지 으깨진 생두부처럼 찌글거리는 건물도 그렇고. 그 와중에 싱싱한 건 어린 아이의 웃음.

택시 타고 융캉제를 빠져나오는 길, 융캉제는 정말 뭐가 딱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동네. 내가 짧게 돌아다닌

탓이 크겠지만, 그냥 주택가가 모여 있는 동네에 음식점이나 옷가게 따위가 좀 쏠려있더라 하는 정도. 아,

딘타이펑 본점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는데 굳이 찾아가 볼 생각은 안 들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의 증명서라고나 할까, 택시 뒷좌석에 앉으면 바로 보이도록 조수석 뒤쪽으로 걸려있었다.

타이완의 택시기사 자격증은 요렇게 생겼구나, 해서 한방.

야자수가 미끈하게 자라난 바깥 풍경. 여전히 뱃속에선 망고가 얼음물에 담겨 출렁이고 있어서 마냥 좋던 오후.

그리고 슬쩍 가이드북에서 봤던 듯한, 으리으리해 보이는 처마와 붉은 기둥이 인상적이었던 호텔이 스쳐갔다.

그리고 어딘가쯤에서 발견한 사당. 은근 이런 사당이 도처에서 눈에 띄는 게, 부와 행복을 위해 유연하게 어디라도

기대고 빌 수 있는 중국인, 대만인의 실용성이랄까 유연성을 보여주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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