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박물관에 이르면 가장 먼저 그 초콜릿 색깔의 독특한 건물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놀다가 제주시로 올라가는 길에서야 비로소 이전부터 꼭 들르고 싶었던 그곳, 초콜릿 박물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세계에 산재한 '초콜릿 박물관'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사실

압구정에 있는 '샤또 쇼콜라' 초콜릿 전문점에서였다. 밀크나 유지방이 텁텁하게 들어간 네*퀵 류의 초코

음료가 아니라 제대로 된 맛이 나는 진짜 초콜릿 음료가 맘에 들었고, 그제서야 제주도에 언젠가 왔을 때

눈으로 슥 훑었던 지명 하나가 떠올랐다. '초콜릿 박물관'.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입장하기 전부터 뭔가 시선을 붙잡는 것들이 많았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초콜릿 빛깔의

판타지스러운 성같은 본관 건물이 그랬는데, 저 색깔은 제주도 특유의 화산석인 '송이석'으로 건물을 지은

덕분이라 하니 왠지 초콜릿과 제주도는 은근 궁합이 절묘하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카카오 열매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있는 카카오의 신님. 신이라기보다는 '찰리와 초콜렛공장의 비밀'에 나오는 움파룸파족같은.

이곳이 어떻게 2010 '세계 10대' 초콜릿 박물관 중 하나로 선정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안내문에는 이곳의 초콜릿을

만드는 전 공정이 보여지는 작업장과 각종 초콜릿 아트 갤러리가 눈을 끈다고 되어 있다. 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트롤리도 있다고 하는데 결국 이건 박물관을 돌아보는 동안 못 보고 말았다. 여하간 중요한 건, 이곳에서

초콜릿을 직접 만들고 있을 만큼 애정도 깊고 열정도 대단한 개인이 이런 박물관을 만들어내었다는 것.

초콜릿의 맛에 영향이 있을까봐 전구역에서 엄격한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 마음이 느껴진다.

햐아. 건물 안에 들어가서 저 안에 초콜릿에 대한 무슨 내용들이 꽉 차 있을지도 궁금하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건물 자체를 좀더 즐기고 싶은 맘이 큰 거다. 초록빛으로 싱싱한 잔디밭과 드문드문

여유롭게 놓인 테이블도 그렇고. 초록색과 초콜릿색의 뚜렷한 대비가 웬지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어렸을 적 읽었던 '찰리와 초콜렛공장의 비밀'이란 소설에선 그야말로 어린 아이의 상상력과 식욕을 마구

자극하는 온갖 기기묘묘한 초콜릿들이 등장했었다. 그렇지만 그 다채로운 초콜릿의 향연 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이었던 건 아랍의 어느 왕자를 위해, 단단한 초콜릿으로 성을 만들고 안의 인테리어도 전부 초콜릿으로,

심지어 초콜릿으로 만든 수도꼭지를 틀면 마시는 초콜릿이 나오게 했다던 전설 같은 이야기. 이 성이 딱 그렇다.


마구 신나서는 건물을 사방에서 요모조모 뜯어보기도 하고, 잔디밭을 여기저기 찔러보며 걷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잔디밭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보기도 하고. 완전 신난 기분이 그대로 찍힌 듯한 사진 한장.

아마도 이제 슬슬 저 안에 뭐가 숨어있을지 궁금함이 극에 달한 시점, 초콜릿 박물관 입구를 향해 달음박질하던

참이었던 거 같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건 중세 유럽의 완전무장한 철갑주의 기사. 한손엔 가문의 문양이 그려진 방패를 쥐고,

다른 한손엔 칼을 쥐고 초콜릿 박물관을 수호하고 있었다. 뭔가 그 기세만으로 따지면 십리 밖에서 바람타고

넘어온 극미량의 담배연기조차 쫄아서 발걸음을 돌릴 듯.

철갑의 기사를 지나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바로 카카오. 하얗게 속이 꽉 차 있는 카카오는 아직 익지 않은 카카오로

녹색의 껍질을 두들기면 둔탁하고 속이 찬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 카카오는 최고 품질의 초콜릿을 만들 때 쓴다는

크리올로(criollo) 종이라고.

4-5개월 쯤 지난 카카오. 아직 조금 덜 익어서 껍질의 색깔은 노랑색을 띄고 있지만 크기는 약 20센티미터나

되고 무게도 500그램 가까이 된다고 하니 얼추 모양새는 잡힌 셈이다.

 

그렇게 익지 않은 카카오가 한 6개월 지나면 껍질이 불그스름하게 바뀌고, 두들기면 속이 비어있는 맑은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달고 신 맛이 나는 작은 씨가 삼사십개 들어있는 익은 카카오의 모습. 저 씨를 가지고 여러모로


가공해서 만드는 게 일반적인 초콜릿의 제조 방법이라고 한다.

걸음을 뗄라 하면 금세 새로운 뭔가가 발길을 붙잡는다. 입구에서부터 걸음을 떼놓기가 쉽지 않을 만큼

풍부한 이야기거리와 볼거리를 갖고 있다는 느낌. 입구 천장에 그려진 그림과 카카오 나무 화분이

묘한 현실감을 부여하며 3D 입체영상처럼 창세기의 한대목을 재연해 냈다.

최초의 초콜릿은 지금과 같은 딱딱한 판형이나 응고된 형태의 모양이 아니라 마시는 형태였다고 한다.

고대 중앙아메리카대륙에서 처음 시작된 '마시는 초콜릿'은 이후 대항해시대에 유럽으로 건너가며

왕실이나 귀족층의 고급 음료로 큰 인기를 끌며 점차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이라고.

그래서 현재까지도 멕시코나 중남미에서는 전통으로 내려오는 도구들을 동원해 마시는 초콜릿을 일상에서

즐겨마신다고 하는데, 그들의 조상은 무려 기원전 십여세기 이전으로 올라가는 시절부터 그렇게 가까이에서

카카오 열매를 활용한 음료를 즐겼다는 거다. 심지어는 종교의례에까지 가미되어 제사장의 피와 카카오를

섞어마시는 일도 있었다니, 뭔가 하늘과 땅을 잇는 신비의 음료라고 생각했는지도.

그렇게 초콜릿에 대한 동서고금의 역사를 살피고, 어떻게 유럽을 거쳐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수많은 전시물들과 설명을 지나, 초콜릿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Q&A 공간이 있었다. 원래

알고 있던 사실도 있었고, 전혀 처음 듣는 사실도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웠던 것들 몇개만.

Q. 초콜릿은 여드름을 유발하나요? A. 아닙니다. 유발하지 않습니다.

Q. 초콜릿은 최음제의 역할을 하나요? A.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음..딱 떨어지는 답변은 아닌 거 같아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뭐 아즈텍의 왕들이나 카사노바 등이

많이 먹었다니까 나도 많이 먹어야겠다..가 아니라, 많이 먹여야겠다, 가 맞으려나 그럼? 여하간.


과학적인 뒷받침이랄까, 카카오는 다양한 흥분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익히 알고 있는 카페인,

근데 이게 카카오에 들어잇는 줄은 몰랐고. 테오브로민과 테어필린이란 흥분제 성분도 있다고. 물론

다른 설명에 나와있듯 초콜릿의 성분이 마약같은 중독에 이르려면 몸무게 60킬로그램의 성인이 하루

11킬로그램씩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니 과히 걱정하거나 유의할 수준은 아닌 거 같다.

그렇지만 박물관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공간은 바로 이곳, 크리스마스 룸. 방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진 데다가, 온갖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그득하게 채워져있고 크리스마스 케잌을 꾸미거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음직한 초콜릿류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던 거다.


심지어 푸른 잔디밭이 창밖 가득 펼쳐진 유리창 위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다가,

누구라도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무늬가 귀엽게 박혀있는 테이블

보까지.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때였지만 이 방만은 유독 사람들이 몰려서 떠날 줄을 모른 채 사진찍기에

열중하고 있더라는.


케잌 장식에 사용되는 각종 초콜릿과 설탕 공예 작품들, 그리고 이런저런 초콜릿 브랜드들이 판촉에 나서며

만들었을 장난감들까지도 저렇게 많이 수집해 놓았다. 근 30년동안 전세계 천여개에 가까운 초콜릿 샵을

돌아다니고 백여개가 넘는 초콜릿 공장을 방문했다는 박물관장의 열의 앞에 새삼 감탄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녹인 초콜릿을 부어 형체를 만드는 몰드. 돼지니 원숭이니, 심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복잡하고

커다란 것에 이르는 수십개의 몰드가 유리장 안에, 벽면에 열지어 늘어서 있었다. 실제로 여전히 초콜릿을

만들 때 쓰이기도 한다는 이 몰드들도 유래한 나라의 문화와 미적 감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니

주화나 지폐, 우표처럼 꽤나 의미있고 흥미로운 수집목록이 되는구나 싶다.

초콜릿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 중에, 그리고 초콜릿 브랜드 중에 '고디바'를 빼놓을 수는 없는 거다.

자신의 백성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기려는 성주에게 선처를 호소하던 젊은 고디바 부인이, 옷을 벗고

말을 탄 채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성주의 삐뚤어진 요구에 그대로 응하였다던가,

그대로 행한 부인의 결심도 대단하지만 그때 문과 창을 모두 걸어닫은 채 그녀를 지켰다는 마을 사람들

역시 대단하긴 매한가지다. 아름다운 이야기에 걸맞는 맛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고디바.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그런 유서깊고 정평난 초콜릿 브랜드가 생겨날까. 한국인에게 초콜릿은 꽤나 새롭고

낯선 음식이었을 거다. 한국전쟁 때 미군으로부터 받아먹은 초콜릿 한 조각의 기억이 무한히 재생되는가 하면

그 이전 명성황후가 초콜릿을 좋아했다는 기록은 수입품으로 그녀의 눈을 홀리려던 일본의 계략이었다느니

그런 악의적인 해석이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세계 10대 초콜릿 박물관에 들어가는 수준의 박물관이 한국에 있다는 건 정말 놀랍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일천한 역사를 딛고서 순전히 박물관장의 개인적인 열의와 노력으로

이런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것, 그리고 초콜릿 제조에 대해서도 세계적 수준으로 훈련받고 노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계속해서 이 곳이 발전해 나가 나중엔 '고디바'와 같은 명성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유리벽 너머 작업장에서 초콜릿 만들기에 열중한 저들의 손놀림과 눈빛을 보니 더욱.

초콜릿 제조실 안에는 초콜릿 품질 관리를 위해 절대 관람객들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다지만, 따뜻하게 녹여진

초콜릿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는 유리벽 너머까지 침투하기가 거침이 없다. 달달하고 사랑스런 분위기.

좀 뜬금없지만, 아~ 이래서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구나, 단번에 납득하고 말았다.


순수 초콜릿으로만 제작되었다는 수공예품들. 신데렐라, 곰돌이 인형, 에펠탑 등등이 한쪽 코너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꼼꼼이 살펴볼수록 그 정교함이나 세련된 터치에 감탄하고 마는 것들이었다.

저런 건 아까워서 먹을 수도 없다지만 그 짙고 먹음직스런 초콜릿색깔과 향기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전세계에서 팔리고 있는 고급 초콜릿 선물박스들을 모아두었던 곳에도 볼 게 참 많았다. 비운의

다이애나비를 추모하는, 혹은 그녀의 결혼을 축하하는 초콜릿 박스도 인상적이었고, 오즈의 마법사

오리지널 버전인 듯 보이는 캐릭터들이 그려진 양철가방 모양의 초콜릿상자도 재미있었다.

이 곳에서 만들고 있는 초콜릿들을 전시, 판매하는 샵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박물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마당 반대쪽에 온실같은 게 보여서 슬쩍 가봤더니 카카오나무를 직접 기르고 있는 온실이라는 거다. 아니,

한국의 기후에 카카오나무가 자라는 게 가능한가 싶어서 꼼꼼이 안내판을 읽었더니 역시 생육 조건은 절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겨우 싹을 틔우고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설명, 언젠가

'의지의 한국인이 키운 카카오나무에 달린 카카오빈으로 달콤한 초콜렛을 만들 그날'을 그린다는 마지막

문장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보통 20년 내지 30년 정도의 수령이 된 나무가 가장 좋다니, 그때쯤이려나.


돌아나오는 길. 사실 요새는 예전과는 달리 고급 초콜릿을 파는 샵도 많이 늘었고 수제 초콜릿에 대한

수요도 많이 늘어난 거 같다. 그래도 아직 한국의 초콜릿 소비량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지만, 수천년 이래 인간에게 달콤쌉쌀한 맛을 전해준 초콜릿이 사랑과 열정, 도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온 것처럼 한국에서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거 같아서 다행인 거다.


사실 초콜릿이면 무조건 아리도록 달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처음에 99% 초콜릿이니

다크 초콜릿이니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원. 그런 점에서 이곳

초콜릿 박물관은 한국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을 만끽하도록 도와주는 좋은

공간인 거 같다.

* 아, 그리고 하나 더. 보통 '초콜렛'이라고 많이 쓰는데 이 박물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초콜릿'

이라고 적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맞춤법 관련 규정을 확인하니, 놀랍게도 '초콜릿'이 올바른 표기.

많은 걸 배우고 돌아가게 해주는 제주 초콜릿 박물관이다.ㅋ




인천공항세관 세관장과의 인터뷰가 예정된 자리,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름다운 다리를 가진

아이들 소녀시대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알고 보니 인천공항세관의 홍보대사로 임명장을

받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최근 좀더 대중적으로 친근하고 살갑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인천공항세관에 딱 맞춤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녀들이 몰고 다니는

한류열풍을 감안하면 얼마나 자주 일본이니 중국으로, 해외로 들고 나겠는가. 여러모로 딱인 캐스팅.

세계최고의 관세행정, 인천공항세관의 비전

세관장님은-비록 그때 소녀시대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악수를 나눈 분은 아니었지만-그런 문제의식을

뚜렷하게 공유하고 있으신 분이었다.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세관행정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데

막상 홍보가 제대로 안 되어 이해를 잘 받지 못하고 심지어 협조하기를 거부하거나 기분나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본인의 짐을 왜 함부로 뒤지고 열어보느냐는 건데, 사실 갈수록

몰래 밀반출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많아지는 추세거든요. 세관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께 널리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관장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민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데는 그만한 자신감이 밑받침된 거다.

올해로 인천공항은 세계공항평가에서 6년째 1위를 고수해왔는데(2006-2010), 평가항목 중 입출국에

소요된 시간이라거나 로지스틱스, 세관업무에 대한 부분들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입출국하려는

승객들은 당연히 빠르고 간편한 절차를 선호할 테니 최대한 편의를 고려하면서도 업무에도 빈틈없이

해왔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인천세관의 비전이라는 '세계최고의 관세행정'이 예사롭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인천공항세관

회의실 한쪽에 붙어있는 포스터에는 이달의 관세인이 자랑스럽게 내걸려있었다. 북한산 마약을

몰래 들여오려던 사건을 적발해낸 분이 5월의 관세인으로 선정되었는데, 실제로 요새 특히 마약을

밀반입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져서 마른명태의 뱃속이나

만두속에 꼭꼭 채워오기도 한다고. 그보다도 더 놀라웠던 사실은 히로뽕 관련 사건의 60-70%를

세관에서 적발하고 있다는 점. 경찰만 법망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세관 관련해서 여러가지 기사들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외국에 나갔던 대사가

돌아오며 상아를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이야기, 금괴 수억원어치나 수백만달러를 지니고 들여오다

걸렸다는 가십성 기사들이 있었는가 하면, 비아그라 수십만정을 들여오려다 걸렸다거나 녹용이니

뱀을 대량으로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기사들은 이제 너무도 익숙해진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인천공항세관

그리고 하나더, 최근 기사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내용이었는데, 단속된 가짜상표 상품들을
 
상표를 지우고 외국이나 국내의 다문화가족, 보훈원등에 기증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런

상표법위반 상품들이라 해도 그대로 폐기처분하거나 소각처리하는 건 자원의 낭비인 거 같다

싶어서 참 잘하는구나, 고개끄덕이며 읽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더욱 반갑다.


단속하면서 인간적으로 안타깝거나 곤란했던 적도 적지 않다고 한다. 외환을 밀반출하는 단속

사례중에서 조선족이나 이주노동자분들이 제법 많은데 그분들은 송금했을 때 자칫 다른 사람이

돈을 채가거나 사고가 생길까 싶어 직접 들고 나가신다는 거다. 발각되더라도 7-8% 벌금을

뗄 생각으로 그렇게 들고 나가시는 분들의 사정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인천공항세관은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시작되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여태까지 공항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인천공항세관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
 
같다는 게 세관장님의 말이다. 2012년에 핵안보정상회의도 있고, 한미/한EU FTA 등의 비준이

가시화되면서 세관 차원에서도 더욱 철저하고 확실한 행정업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출화물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분내외, 수입화물도 1일이내로 소요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앞으로 좀더 단축시키되 확실한 검역 및 관세행정은 기본이란다.

마지막으로 세관장님이 당부한 이야기는 다름아닌 '인터넷이야기'였다. 인터넷에 보면 세관에

걸리지 않고 고가의 의류나 상품들을 들고 오는 법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와 팁들이 있지만

그런 거 전부 엉터리니까 절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짐들은 전부 엑스레이

스캔을 거치며 몇중의 검색과 비공식적인 검사를 통해 여행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그 소지품을

체크하게 되므로, 괜히 박스버리고 택떼고 영수증버리고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굳이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려거나 인천공항세관을 시험해보려는 게 아니라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법의 테두리 내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소지하는 게 좋겠다. 면세범위는 미화400불

이내, 구매범위는 미화 3000불 이내라고 하니까 참고하면 좋을 듯.

인천공항세관, 다리부터 눈에 띄는 소녀시대를 홍보대사로 삼은 건 정말 잘한 일이지 싶다.

여태까지도 그러했듯 참 열심히 일하고 계시구나 싶고, 앞으로도 더욱 할 일이 많으실테니

그런 이쁘고 튼튼한 다리, 건각(建脚)으로 건승하시길 바란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6년 연속(2005-2010) 1위를 달성했고,

지금까지 누적 여객이 2억명을 넘어선 명실상부한 국제 허브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 공항이다.

국제여객운송은 세계 11위, 국제화물처리는 세계 2위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하니 평소엔 아무

생각없이 해외로 떠나고 돌아오던 공항이 새삼 다시 돌아보이는 순간이다.


그렇게 세계로 들고 나는 관문에 있는 것이 바로 인천공항세관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라는 인천공항세관, 휴대품을 통관하면서도 참 신경써야 할 게 많겠다. 아무래도 이런

일은 열심히 해도 잘 티도 안 나고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확연히 두드러지는, 그런 일인 거다.

사람들은 그저 이렇게 출입국할 때 자신의 짐만 찾아서 나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 거다. 그 짐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안전한 건지, 혹시 건강을

해치거나 환각제류의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자칫 위험한 폭발물이나

도검류의 물품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혹은 반출입이 제한된 일정금액 이상의 외환이 들어있진

않은지. 굉장히 많은 것들을 확인해야 한다. 게다가 각자의 일정에 맞춰 빠르고도 편안한

와중에 그런 것들을 체크해야 한다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거다.


인천공항세관은 동북아 물류중심인 인천공항에서 연간 230만톤의 수출입화물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뉴스에도 났지만 그와중에 걸리는 비아그라 등의 불법 의약품 120만정을 일일이

세기도 하고,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시스템을 통해 365일 언제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걸러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나.


그 와중에 해외여행자나 항공화물을 이용한 반사회적인 밀수, 또는 마약류의 밀반출을

잡아내고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다. 미처 몰랐는데, 국내 마약 유통등의 마약범죄

대부분, 그러니까 약 7,80%를 인천세관이 잡아내고 있다니 정말 그 단속능력이 탁월하다.


당장 눈앞에서 그런 단속 현장이 펼쳐진 걸 보는 것도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가방에 저렇게 멜로디가 커다랗게 울려펴지는 노랑색 자물쇠가 채워진 사람들은 공항을

나서기 전에 저렇게 한쪽 구석에 마련된 정밀 검색대에 가서 내용물을 샅샅이 조사받게 되는

거다. 그렇게 노란 자물쇠가 채워진 건 사전에 씨씨티비나 여러 경로를 통해 불법, 탈법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된 짐들에 대해서 보다 철저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미 공항에 들고나는 짐에 대해서는 100% 엑스레이 검사가 시행되고 있으며 무작위의

추가적인 검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한번 제대로 알아둠직한 정보.

ㅇ 반출임금지 물품

 - 국헌, 공안, 풍속을 해치는 서적, 비디오테이프, 씨디 등

 - 정부기밀을 누설하거나 첩보활동에 사용되는 물품

 - 화폐, 채권 기타 유가증권의 위조품, 변조품, 또는 모조품


ㅇ 신고대상 물품

 - 면세범위 초과 물품/판매할 물품과 회사에서 사용할 물품

 - 총포, 도검류, 석궁 등 무기류, 실탄 및 화약류, 유독성 또는 방사성 물질

 - 필로폰, 헤로인, 코카인 등 마약류 및 오남용의약품

 - 미화 1만불을 초과하는 외화, 원화 또는 여행자 수표

 -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및 그 제품(상아, 웅담, 사향 등)

 - 동물, 식물, 과일, 채소류 등 농림축산물

 - 위조상표 부착 물품(가짜 상품)



이 분의 짐가방에서 나온 건 사향성분이 들어있는 우황청심환이었다. 신고대상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및 그 제품'에 해당되어 해당물품이 끄집어내어지고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순순히 조사에 응하고 적발된 내용에 대해서 법적인 조치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부정하거나 거세게 저항하고 본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세관의 검사에는 소극적으로 응하거나 뭔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하기 마련이라, 이렇게

추가적인 엑스레이 검사를 받도록 하거나 가방을 열어 보일 것을 요구하는 경우 고함을 지르고

저항하며 휴대품 검사직원과 말싸움,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거다.


그 와중에 직원분으로부터 들었던 재미있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사례 하나를 소개하자면,

세금을 내라며 가방을 계속 뒤지고 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우던 사람과의

곤혹스런 상황이 지속되던 중 어찌어찌 확인을 하고 조치를 하였으나, 이후 세관직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거나 절대 가만 안둔다며 윗사람의 이름을 대라고 하는 등 그야말로

딱 한국적인 상황에 처했던 거다. 얼마나 곤혹스러웠을지 상황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그냥, 평소에 우리가 경찰이나 공권력의 역할을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듯이 인천공항세관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법에 저촉되거나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기 전에는 전혀

우리의 행동이나 짐가방을 구속할 일이 없을 테니까, 마치 공기처럼 평소에는 그 중요성이나

역할을 전혀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분명히 알아두는 게 필요하겠다 싶다.


ㅇ 여행자 휴대품 면세범위

 - US$ 400

 - 주류 1병(1리터 이하, US$ 400 이하)

 - 담배 한보루(200개피)

 - 향수 60ml


ㅇ 출국시 신고대상 물품

 - US$ 10,000 초과 외화, 원화 등 지급수단

 - 고급시계, 카메라, 귀금속, 보석, 모피, A급 골프채 등

 - 수출신고 수리된 물품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보급판 문고본) - 10점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동아시아

신화란 뭘까. 고대인들에게 신화가 뭔지를 알려면, 신화와 함께 그들이 세계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프레임을 제공했던 종교와 비교해 보는 게 필요하다. 종교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세계, 삶의 고단함 혹은 무의미함을 버티어낼 수 있는 환타지의 세계를 그려내

왔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온 대로다. 당위론적이고 목적론적인, 인간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재구성된 세계는 비록 그들에게 맑스가 말한 것과 같은 '마약'이 되어줄지언정 날 것의 현실

세계를 파헤치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대면하고 탐구하는 걸 두고 과학이라고도 하고 철학이라고도 하지만,

저자는 다름아닌 신화에 그 근본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한다. 별들과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위치라거나 자연의 질서, 인생의 의미 등에 대한 현실적인 통찰력과 분석이 신화 속 은유와 이미지에

담긴 채 후세로 전달되어 왔다는 거다. 그 안에는 먹기 좋게 설탕으로 코팅되거나 듣기 좋게 위로와

소망이 뒤섞인 환상이 존재하지 않으며, 더러는 냉혹하고 잔인하게 인간의 욕망과 어두운 이면까지도

까발리기도 하는 게 신화. 그래서 저자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를 '신화 VS 종교'의 큰 그림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이미 고대인들이 폭넓게 공유했던 신화로부터 오늘날 인류가 꽃피운 과학과 철학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 전세계의 신화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복잡한 사유와 사고 논리의 원형이랄 수 있는

것들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신화래봐야 특정 지역의 특정 부족에서나

공유되는 애매모호하고 흐릿한 민담 비스무레한 거겠거나 생각했던 '곰의 자손'이 무식했던 거다. 

일본의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인 저자는 이에 대해 북아메리카와 유럽, 일본과 아시아의 여러 신화들에서

공유되는 이미지와 상징들이 어떻게 연관되고 동일한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다름아닌 '신데렐라' 이야기.


신데렐라 이야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전파되기 이전에도 이미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로

유럽 곳곳에 남아있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나 뉴기니, 중근동, 심지어

중국에서도 신데렐라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전승되어 왔다는 건 어떨까. 물론 조금씩의 변형이나

강조점의 차이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전승되는 사회 배경의 차이라거나 사람들 관심사의

차이에서 비롯될 뿐 신화적 상징과 정연한 사고와 메시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는 거다. 중국에서의

신데렐라, '섭한' 역시 신발 한짝을 놓고 도망나오며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신데렐라 패러디 '누덕누덕

기운듯한 피부의 소녀' 이야기 역시 신발에 대해 세심한 묘사를 공유하고 있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가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어떤 부분을 주목했는지에 대해서 시시콜콜 반복하는

것보다 책을 읽고 싶은 맘을 동하도록 여백으로 남겨두는 게 나을 거 같다. 다만 다짜고짜 그의

흥미로운 결론으로 점프해 들어가자면, "신데렐라가 춤을 춘 곳은 저승 세계였으며, 그녀가 놓고 간

신발 한 짝은 그녀에게 새겨진 저승세계의 각인이고, 그것을 찾기 위해 왕궁에서 저승사자를 보낸 것"

이란 거다. 글쎄, 이렇게만 적어두면 뭐가 이렇게 황당해, 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로서는 저 결론이 꽤나 합리적이고 일리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구나 신화라는 것이 갖고 있는

깊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으니, 그 정도로 머릿속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책이라면

강력 추천함직 하지 않은가.



또 하나, 요새 이런저런 식으로 동화를 뒤집어 패러디하거나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교정하는 시도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정말 제대로 된, 게다가 재미까지 보강한 패러디가 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경박함이나 현세적 속물성, 여성의 수동성, 외모지상주의 같은

부분까지 굉장히 비판적인 시각에서 재구성한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이야기는, 그전까지 알아왔던

신데렐라 이야기를 뛰어넘는 깊은 감동을 남긴다. 패러디라기보다는 오히려 신화의 원형에는 훨씬

가깝게 접근한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p.s. 검은괭이2님께서 문득 선물해주셨던 책 한 권. 왠지 내가 좋아할 거 같아 검괭이님께서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셨다 했는데, 대체 어딜 보고 그런 판단을 내리신 건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매우

정확한 판단이셨다는. 역시 '웃고 즐기는' 별자리 이야기꾼이신지라, '물병남자'인 내 취향이나 흥미를

잘 파악하고 계셨던 걸까나.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 알라딘 11월 이달의 TTB에 선정되었습니다.






이태원에서 자주 가게 된 이란 음식점이 있다. 저번 주에 놀러갔던 날은, 마침 그 전날 K방송국이던가에서 방송이

나간 다음이라며 굳이 찾아온 손님들도 있었더랬다. 처음 이곳에 갔을 때는 막 문을 열었던 터여서 주인아저씨가

한국어에 무지 서툴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유창한 분이 서빙도 맡고 계셨다. 저~기 테이블 위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물담배 기구. 거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페르시안 아트. 흔히 이란을 아랍국가로 오인하거나 중동국가로 분류하긴 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아랍국가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정체성과 인종적 특성을 가진 나라가 이란이다. GCC, 그러니까

최근 한국과 FTA 협상 중인 걸프연안국가 22개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언젠가 한번

여행하고 싶은 나라라는 사실.

(추가 : 이란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시아파 이슬람교의 영향이 크다는군요. 서아시아 소재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

페르시아의 본산이기도 했던 이란은 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페르시아계라고 합니다.  BlogIcon sephia 님 감솨!)

이란의 전통 요구르트음료와 인도의 난과 비슷한 빵. 요구르트 음료는 시원하면서 살짝 까끌까끌한 모시같은 맛이랄까,

뭐 실제 모시적삼을 물었을 때 나는 그런 맛이란 게 아니라, 깔끔하고도 시원한 맛이었단 얘기.

하나씩 접시가 늘어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양고기 케밥. 양고기가 냄새도 없고 기름기도 많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저게..이름이 뭐였더라. 양고기 스튜같은 건데, 난에 싸먹으면 무지 맛있다. 색깔이 잘 살지 않아 좀 칙칙한

느낌이 있는데, 실은 무지무지 먹음직스러웠다는. 담엔 메뉴판을 찍어놔야겠다..이렇게 교훈 하나 얻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서 왠지 아쉬웠다. 사실 음식이 위장을 자극해 뇌에 '배불러배불러 고만 처먹어'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너무 빨리 먹어버린 탓이었지, 결코 양이 적지는 않았다. 그저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닭고기 샌드위치(라고 불렸던가).

닭고기랑 야채가 꽉 차있어서 한입 베어물면 입안이 뿌듯해졌다.

먹고 나니 물담배가 땡긴다. 사과향기의 연기를 뽈뽈 대며 머금었다 뱉었다 그렇게 유유자적하고 싶었다. 문득

터키, 이집트, 그리고 알제리에서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올라서, 한 대에 무려 10,000원이나 한다는 물담배를

주문했다. 물담배 기구...에...그러니까 물담뱃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싶은데, 거기에 장식된 문양이나

그림들을 구경하면서 불을 쟁였다.

 

물담배는 마약이 아니다. 마약류로 취급되지도 않고, 그냥 담배연기를 물에 한번 걸러서 피우는 거라고 생각함 될 듯.

근데 표정은 무슨...뽕쟁이 같다.ㅡㅡ; 한 30분동안 뻐끔대다 보면 저렇게 된다. 마음이 놓이고, 정신이 쇄락해지며,

육체의 온갖 자잘한 질병과 만성적인 빈궁함이 치유되는 느낌. 캬아.


★ 물담배의 원리!!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플라스크 실험 그림을 구글해 보다가, 도무지 안 되겠어서 스스로 그려보았다. 짜잔~*


위에서 불타고 있는 apple-flavour의 물담배용 담배숯이랄까. 한 삼십분쯤 지나니 하얗게 불타버렸다.


이란 음식 전문점을 배경으로 한 물담배의 고고한 자태. 한 대 땡기시면 언제든 시도해보시길.






다합에서 밥을 먹을 때 찾아왔던 새끼고양이가 있었다. 반가워서 버터바른 빵이나 딸기잼바른 크레페조각같은 걸

던져주다 보니 다음 식사 시간에도 알아서 찾아왔댔다. 스스럼없이 옆에서 세수도 하고 눕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까 전번에 제대로 쓰다듬어줬구나, 하는 확신이랄까.ㅋ 내 허벅지가 만든 그늘에서 편히 웅크리고

쉬고 있는 고양이를 보며, 내 가슴 속에 올려놨던 고양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나도 누구 한사람 대략

품어줄 만큼은 큰 거 같다고. 그래도 이제 내 호흡에 버거워 주위 사람들 못 챙기거나 신경못쓰는, 소중한 사람을

못 품어주는 일은 없을 거라는 나름의 자신감이 생긴 거 같다.

카이로-시와-알렉산드리아-아스완-룩소-다합-카이로..

마지막을 향해 가는 여행, 카이로를 향해 10시간 버스를 달렸다. 자리가 저번보다 훨씬 편했는지라 문제없이 내내

잘 수 있었다. 어제 중간에 한 잠 자주지도 않고 바다에서 쉼없이 놀았던 게 생각보다 많이 피곤했던 듯. 사실

밤새 달리는 동안 버스는 몇 차례나 멈춰서곤 했었다. 참 이놈의 동네 차도 널럴하게 몰고 다닌다고 생각하며 이왕

멈춰선 김에 해뜨는 거나 보자고 생각했다. 첨에는 아무 이유없이 바다일 거라 믿었던 길 양쪽, 어둠이 양껏

웅크리고 있던 그곳이 실은 먼지 뽀얀 황무지란 사실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할 즈음, 군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앞에 멈춰섰던 차를 샅샅이 뒤지고 우리차로 온 참이었다. 모든 짐을 다 꺼내놓고서 하나하나 풀어

헤치며, 가방검사를 하고 있었다. 이건 무슨 생쇼인가, 하고 있는데 결국 내 차례가 다가왔다. 아무리 이집트가

관광객을 보호하고 관광산업을 지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을 온동네에 풀어놓은 경찰국가라고 해도 왠 소지품검사?

어쩌면 다합에서 다른 곳으로 마약이나 다른 물건들이 밀반입될까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황무지를

가로지르는 길 한구석에 몰아세워진 채 가방을 줄세워 차례로 열고 있는 모습이란 좀 씁쓸하다.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도 다들 툴툴대며 불만가득한 표정이면서도 여권 보여주고 짐 풀어주고.


내 차례는 금방 지나갔다. 어디서 왔냐고 묻고는 여권만 보고 가버렸다. 하긴 혼자서 40명분 가방을 일일이

뒤지는 게 얼마나 짜증났겠어. 조금 후에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난 다시 편하게 잠들었다. 이번엔 아까보다

조금은 더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어느 순간부터 문득 눈에 띄지 않아서 발을

쭉 뻗었다. 그가 잡히지 않기를 기원했다.




www.idoser07.blogspot.com


"19일 이 인터넷 사이트는 항불안성, 항우울성, 마약성, 진정제, 성적흥분 등 모두 10개 부문으로 나눠 73개의 아이도저 MP3 파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마약성 부문에서는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등 모두 28가지의 마약을 느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파일을 들으면 해당 마약을 흡입한 것과 같은 환각 증상을 준다는 것."(09.02.19. 헤럴드경제)


사이버 마약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대체 뭘까 싶어서, 우연찮게 알게 된 싸이트에 접속해 들어갔더니 수십개의

트랙이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단다. 다소 시간을 잡아먹는 광고를 기다려 다운을 몇 개 받아서 들어보았더니

이게 뭔가 싶다. 중학교 다닐 때던가, 옆친구가 쓰던 엠씨제곱을 잠깐 빌려 들어본 느낌이랄까.


"사이버 마약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알파 파장(7~13Hz)과 지각과 꿈의 경계상태로 불리는 세타파(4~8Hz), 긴장, 흥분 등의 효과를 내는 베타파(14~30Hz) 등 각 주파수의 특성을 이용해 사실상 환각 상태에 빠져들게 하는 것으로 일명 ‘아 이도저(I-Doser)’로 불린다." (09.02.19, 헤럴드경제)


계속해서 삐이이이이~ 하는 소리가 약간의 파동을 치며,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쉼없이 들려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살짝 꾸룩꾸룩거리면서 전혀 다른 파동과 빠르기로 옮겨가기도 하고.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어찌 마약을

느낄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미 우리는 뇌파에 자극을 주어 집중력을 강화하거나 긴장을 풀어주거나

할 수 있다고 공인된 기계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 않나. 뭔가 효과가 있겠거니, 참고 계속 들어봤다.

10분짜리 음악..이랄까 소리..랄까 다 끝나갈 때쯤 소리가 귓전을 쨍-하고 울리며 점점 고조되어 갈 때엔 뭔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만약 이게 맞다면 정말 약한 것 같다.

기껏해야 빈 속에 말보로 레드를 두 대쯤 연달아 피웠던 느낌 정도? 아님 PVC파이프를 갈아 만든 듯한 중국산

담배를 소주와 함께 피우는 정도? 스트롱버전도 있다니 나중에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고.


뭐랄까, 어렸을 적 '전생여행'이라는 책을 사며 부록으로 전생으로의 퇴행이 가능하다는 정신과의사의 최면테입을

열심히 들어 보던 때가 자꾸 기억이 났다. 누워서 릴랙스하며 발끝부터, 손끝부터 긴장을 빼고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가지려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숙면을 취하고 말았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도 나름 부작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문에선가, 신문에서 봤다는 친구의 입을 통해선가,

혹은 그 친구에게 들었다는 친구의 입을 통해선가, 어느 학교 학생들은 그걸 시도하다가 최면이 깨질 않아 병원에

실려 갔다느니, 심각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느니..모든 것들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제쳐

놓더라도, 이렇게 뇌파를 직접 자극해서 감각을 상상시키는 시대가 오다니. 여기에 약간의 3D 입체영상만

구비된다면 마치 공각기동대에서 나올 법한 한 장면 아닌가 싶다. 가상이 실제를 조금씩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우려거니와, 살짝 머리가 아픈 거 같다. 하갸 실제 마약류도 두통이 수반된다고

들었지만.



뭐, 어쨌든 한번은 되었다 싶을 때까지 들어볼 생각이다.

생각있는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길. 누굴 해하는 것도 아니고, 방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요 머.


요런 것도 있는데, 글쎄..궁금하신 분은 시도해 보시길. 정말 그 표정부터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관련기사 : '사이버 마약' 아이도저 급속 확산중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2/19/200902190199.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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