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님, 아디오스님을 비롯한 많은 이웃분들이 책 나눔을 함께 열심히 하고 있다며 저를 여러 곳에 칭찬해 주신 덕분에,

토요일 하루 종일 집에서 노닥대다가 밥먹고 설거지하고 포스팅 좀 하다가 이렇게 다시 한번 책을 나누고자 번쩍, 하고

칼을 빼들었슴다. 이번엔 총 다섯 가지, 제가 리뷰를 써놓은 것이 세 권, 아니 써놓은 것이 두 권 되겠네요^^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스콧 피츠제럴드, 문학동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시대에 영합한 골동품의 묘한 향내.

그는 불후의 거장이 되겠다거나 인간의 변함없는 뭔가를 글 속에 간직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당대의 욕구와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선도하고 또 따르려는 욕심을 가졌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당시 유행을 선도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식의 농담을 했는지, 어떤 유희를 즐겼는지 살아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당대를 넘어 불변하는 뭔가를 끝내 쥐어내고 시대를 버티어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시대에 오체투지하듯
몸을 던져 흐름에 완전 영합함으로써 시대를 넘어서는 작품도 있기 마련인가 보다. 살짝 풍기는 노인네의 구렁내같은
골동품의 냄새도 이정도면 오묘한 향수 축에 끼워줄 수 있다.


#2.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수다)


[대한민국표류기] 술한잔에 친구먹음 딱 좋겠다.

아직 말랑말랑하다고, 적어도 말캉말캉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의 (영화평론을 포함한) 에세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내 속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런 말랑말랑함이 필연적으로 동반할
(꼰대 세계의 눈으로 본, 가치평가가 담긴) '불완전함'과 '불안정함', 그런 '질풍노도'의 표류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말랑대며 살고 싶은 내가 그랬듯.


#3. 배려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배려 - 6점
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배려] 마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배려.
 
굳이 어떻게 성공할지,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지 캐어묻는 책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삶의 기본기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이 책의 말대로, 받기 전에 먼저 주는 배려는 나와 상대방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원칙이며 사회의 기반이 된다.


#4.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책 썸네일

개인적으로 베르나르는 '개미'가 가장 좋았고 그다음부터는 좀 내리막이 아닌가 싶은데요. '나무'도 그랬고,
이책 '파피용'도 그랬고, '타나토노트'도 그랬고. 어쩌면 그의 작품명 짓는 센스가 부족한 건지도 모릅니다.
타나토노트나 파피용, 대체 이름만 갖고는 무슨 소재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파피용은
더이상 미래가 없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태운 비행선의 이름입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인간이 가진 본원적인 폭력성, 사회적 특성..들이 거대한 비행범선 내에서 되살아나, 급기야 인류 최초의
아담과 이브가 또다른 지구에 정착하는 데에까지 이르죠.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무작정한 호감이나 기대가
없다면 더욱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5. 괴물 1, 2. (이외수, 해냄)



2002년, 5년만에 나왔던 이외수의 장편소설입니다. 81개로 이루어진 각 장의 등장인물들이 치밀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나 글투가 이외수스럽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연쇄살인범의 뒤를 쫓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잠이 쉽사리 오지 않는 어느날밤, 침대에 기대앉아 보기 딱 좋은 책입니다.


청방법!!


비밀댓글로 남기시는 게 편하시겠죠? 개인정보를 로봇들이 퍼나르는 시대라니까요.ㅎㅎ
1)"성함, 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와, 2) 왜 이 책을 받고 싶으신지, 이 책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말씀을
남겨주시면 제가 빠른 등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 앞에 뭐라뭐라 살짝 낙서처럼
끄적여 보내드려도...괜찮죠?
뭐, 그런 식으로 온라인의 존재감을 오프라인으로 연장해 보려는 가냘픈 손짓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기본적으로 삼일정도 신청하신 분 중에서 제 맘대로  선정하도록 할께요, First come, first get의 룰은 참고만 하지요.

제일 중요한 점!!

1. 받으시게 될 분은 다 읽으신 후에 리뷰를 포스팅하고 제게 트랙백걸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2. 책을 또다시 다른 분께 날개달아
주실지 말지는 받으시는 분 마음입니다. 본인이 소장하시려면 소장하셔도
무방하다는 이야기지요. 다만 가능하다면 본인이 소장한 다른 책 중 한권을
이런 방식으로 나누시면 더욱
기분이 좋아지시지 않을까 싶네요^-^* 아, 어디까지나 이는 제 희망사항일 뿐 강제는 아닙니다.
나눔이니까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먹히면 죽는다. 내 군생활을 시작하면서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학부에 남아있기 쪽팔리다 싶어 사회에 쭈뼛대며 나섰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먹히면 죽는다. 이전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점은, 이제는 그 다소 부담스런 비장감을 덜어낼만큼의

여유로움도 챙기고 싶었다는 정도.


그도 그랬나 보다. 허지웅.

허지웅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가 프리미어 기자라는 것도, 종종 시사지에서 마주쳤던 좋은 글들에 달린

바이라인에 그의 이름 석자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나와 거의 비슷한 동년배라는 것은

더더욱.


그는 여전히 자신이 어리다며, 생리적 나이와 관계없이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이 '울었다'는 고백을 겁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먹히면 죽는다'는 결기에 더해 가오를

좇는 센스까지 갖추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꼰대와 야메 마초가 되길 거부하며, 한걸음한걸음 자신의

힘으로 살고 있다. 분노하고, 사랑하고, 의욕하며, 울기도 잘 울고, 난잡하다는 평에 안도한다.

'대한민국표류기'에 활자화된 그는 아직, 여전히 말랑말랑한 사람인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씩 딱딱해진다. 대학에 들어와 기고만장해지면서, 이삼년 대학다니고는 '캠퍼스의 낭만'을

실컷 즐겼다며 취직 준비를 하면서, 군대를 다녀와선 세상의 부조리함에 만성화되면서, 대학을 졸업할

때쯤엔-특히 요새 이른바 88만원 세대들은 더더욱 어쩔 수 없이-옹이구멍만한 눈으로 밥벌이구하기에

매달리면서, 사회에 나와선 나름의 방식으로 익힌 처세술과 가면 뒤에 숨어서. 언제 딱딱해지기로

결정했느냐, 시간의 문제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앞서거니 뒷서거니 어른을 자처하며

에스컬레이터 위의 삶을 취한다.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참 쉽지 않아졌다고 생각했다.

회사원을 만나 연애하는 것이 학교 때와는 또 다르다는 이야기야 익히 들었지만 비단 연애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 역시도 그런 면이 없잖겠지만,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딱딱해진다. 이미 타인에 대한 신뢰나

기대감에 적잖이 상처입어서일 수도 있고,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생각해서일 수도 있겠다. 얄포름해지고, 둔감해지고, 물기가

말라버린 느낌.


그런데 그런 생각은 기실, 대학 들어왔을 때도 생각했던 거다. 대학 들어왔을 때는 대학 친구들과

고등학교 친구들을 비교하며, 그 이전에는 고딩/중딩 친구들과 불알 친구들을 비교하며. 사회

친구들과 대학 친구들을 비교한 후에는 또 누구와 누구를 비교하게 될까. 그러고 보면, 딱딱해졌다고

생각했던 그들 중에도 술 한잔 하며, 커피 한잔 하며 수다를 떨다보면 의외로 여전히 말랑말랑한 구석이

온존함에 놀랍고도 반가웠던 적이 있다. 말랑말랑한 사람들과, 딱딱해져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속은

여전히 말랑대는 사람들과, 정말로 딱딱해져 버린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와중이다.

아직 말랑말랑하다고, 적어도 말캉말캉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의 (영화평론을 포함한)

에세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내 속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런 말랑말랑함이

필연적으로 동반할 (꼰대 세계의 눈으로 본, 가치평가가 담긴) '불완전함'과 '불안정함', 그런

'질풍노도'의 표류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말랑대며 살고 싶은

내가 그랬듯.


ps. 개인적으로 정말 한번 만나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첨엔 비슷한 나이의 그가 이런 책을 냈다는

사실에 살짝 질투도 느끼고 괜히 치기어린 구석은 없나, 꼬투리 잡을 거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만,

조금씩 그의 글들을 읽으며 99% 싱크로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만난다면 특히나, 흡사 하나의

세계였던 그녀가 허물어지면서 그가 느꼈던 결락감을 지금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도 묻고 싶고.


대한민국 표류기 - 10점
허지웅 지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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