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싸멧, 섬 안으로 들어오고 나면 물가가 아무래도 조금씩 올라가는 데다가 환율 역시 조금 불리해진다.

 

몇군데 환전소를 들러보던 차에, 어느 환전소 앞 문간에 떡하니 드러누운 이 고양이 녀석. 완전 요염요염하게 널부러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넘어가야 하나 고양이랑 잠시 놀아줘야(잠을 깨워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환전소 안에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며 고양이 깔개를 근심스레 내려다보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이심전심.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 녀석은 날 밟고 가쇼~ 라는 투로 에라 모르겠다며 몸을 나른하게 부려놓았다.

 

참고삼아, 2013년 2월 초 태국 꼬싸멧의 환전소 환율표. 환전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저 수준인 듯.

 

미국 달러화의 경우 작은 액수의 지폐와 큰 액수의 지폐가 환율이 다르다는 점은 확인해둘 만 하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백억천억조십조백조...무려 백조짜리 지폐다.

2011년 한국 국가예산이 채 300조원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단순히 숫자에

줄줄이 늘어붙어있는 동그라미 숫자만 세도 무려 14개.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숫자다.


얼마전 어떤 뉴스에선가 짐바브웨에서 2008년경 쓰이던 이 미친 고액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인터넷을 뒤져서 덥썩 구매해버렸다. 당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있었고

화폐개혁이 이루어지기 전 한 반년정도 실제로 쓰이다가 폐지되어 버린 화폐라고 한다.

백조원, 아니지 정확하게는 백조 짐바브웨 달러(ZWD) 지폐 말고도 오십조 ZWD,

이십조 ZWD와 십조 ZWD가 기본으로 통용되었던 사회라니 아마도 빵 하나 사는데

십조 ZWD, 물 한병 사는데 이십조 ZWD, 뭐 이런 식 아니었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화폐 도안이나 인쇄 품질도 엉성하다는 느낌이 있다. 물론

빛에 비추어보았을 때 앞뒤에 인쇄된 그림이 딱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거나 종이 속에

숨어 있는 그림, 정교하게 인쇄된 금박띠 따위 위조를 방지하는 장치들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돈 만드는 사람들도 얼마나 한심했을까. 대체 돈 뒤에 저렇게 쓸데없이 동그라미를

많이 붙여서 어따가 쓰나 싶었겠지.

다행히 지금 짐바브웨 화폐는 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차원에서 유지되고 있는 듯 하다.

세계 모든 화폐간의 교환비율을 알 수 있는 사이트(www.xe.com)에서 찾아본 짐바브웨

달러의 미국 달러와의 교환비율은 361.9. 1 USD가 361.9 ZWD란다.

그 정도면 짐바브웨 돈이 한국 원화보다 값어치가 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한국물가도

갈수록 가파르게 치솟아 쓸데없이 동그라미가 너무 많이 붙고 있다는 지적, 그래서 화폐개혁,

동그라미를 제거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이상하게 고액권만

자꾸 만들어내고 있다.

정확하게 따져보자면 1 ZWD는 대략 3원. 만약 이 비율 그대로 저 백조+오십조+이십조+십조의

짐바브웨 달러를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80조 곱하기 3이니까...540조원. 아이쿠. 대충 한국이란

나라의 이년치 예산은 되겠다. (물론 저 짐바브웨 달러는 화폐개혁 이전의 돈들이니 아마도

국가 예산은 커녕 내 하루치 용돈이나 되려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돈이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시리 마음이 뿌듯해지고 부자가 된 듯한 느낌.

로또를 사는 것보다 저걸 사두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마음의 평화를 불러일으키는 백팔십조 짐바브웨달러.





드디어, 구글에서 수표가 왔다. 4월중에 100달러를 넘어섰고, 5월말에 발송된다는 것까지 알고 기다리다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도착했다. 무려 캐나다에서 온 우편물이다.

음..말하자면, 이 수표는 구글 애드센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수입인 거다. 질문 있으면 저쪽에 문의하라는데,

딱히 다른 질문은 없고...대체 왜 이리도 돈이 찔끔찔끔 쌓이냐는.

딱히 뭔가 백달러를 지급받으면 해야겠다, 고 생각한 건 없었다. 그런지라 더욱 이 연두빛 수표가 배불러 보이는지도.

그치만 요새같이 환율이 엉망이어서야. 언제 바꿀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그전에 이 돈갖고 뭘 할 지부터.


1) DSLR 지르는데 보탠다.(여전히 제 카메라는 고작 하이-엔드급 CANON S5 IS.)

2) 색소폰 사는데 보탠다.(Music is my life~랄까..ㅋ)

3) 이번달 왠지 벌써부터 엥꼬가 나다못해 마이너스로 치닫는 재정에 녹여넣는다.(월급날=용돈날은 20일..ㅜ)

4) 음......여름휴가비에 녹인다...?(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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