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 적응 못하는 한국인

한겨레|입력2012.04.15 20:50|수정2012.04.15 22:40

 

[한겨레] 중국동포,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여성 등 국내에 거주하는 특정 지역 출신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감정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미 2007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지역 출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한편, 실업과 사회 양극화로 고조되는 불만이 저임금 노동시장을 채우고 있는 이들을 향한 질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커지는 피해 의식

수원 여성 살해사건 뒤 중국동포 추방운동까지 '일자리 잠식' 인식 한몫

인권침해·차별 여전

이주여성 국회 진출 불구 임금체불 등 빈번히 발생 "범죄집단 모는 건 위험"

지난 13일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소름 돋는 외국인 노동자들, 어린 여학생 강제 헌팅 장면'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지하철역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추정되는 남성 3명이 한국인 여학생으로 보이는 여성 2명에게 치근거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번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에서 중국동포가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중국동포 운영 상점 불매운동이나 중국동포를 추방하자는 내용의 청원운동이 포털에서 전개되기도 했다.

최황규 서울중국인교회 목사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인 총격 사건이나, 수년 전 일어난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 총격 사건 때도 미국 사회는 한인들을 비판하지 않았다"며 "다문화·다민족 사회 경험이 적은 우리나라는 개인의 범죄를 집단으로 모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실업난과 사회 양극화에 따른 불만도 깔려 있다. 2008년 한 포털에 개설된 다문화 정책 반대 카페는 15일 현재 회원이 8500여명이다. 이 카페의 소개글을 보면 '다문화는 후진국의 값싼 인력과 우리 서민을 저임금 경쟁시키려는 자본가들의 음모다. 이는 가난한 서민에겐 재앙이다'라고 돼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민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한다는 우려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건설업·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는 측면이 있지만, 전체 경제규모나 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내국인들이 꺼려하는) 일자리를 채워주는 부분이 크다"며 "직업을 잃은 일부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하겠지만, 전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확대해석을 사회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 이자스민(35)씨가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자, 이에 대한 반감이 인터넷 등을 통해 생기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여성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겪는 인권침해·차별을 본질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보여주기 식으로 일부에게만 시혜를 베풀거나 지원을 몰아주는 정책 위주로 펴다 보니, 서민들은 그 집단 전체가 수혜를 받는다고 생각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실업과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불만 등에서 비롯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무시·차별은 외국인 범죄의 원인이 돼 사회 갈등을 일으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범죄율은 2007년 대비 131% 늘었다. 지난 6일엔 한 중국동포가 못 받은 임금 때문에 다투다 직업소개소장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해 "임금 떼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 중국동포들이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며 "그들이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kmlee@hani.co.kr

 

 

*                                                               *                                                          *

 

이 기사에 달린 오천개가 넘는 댓글들, 그리고 추천수가 미친 듯이 많은 댓글들...먹고 사는 팍팍함에 외국에서 밀려들어온

 

저임금 이주노동자로부터의 위협이 일부 사실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이빨을 드러내고 맹렬하게 혐오하는 모습은 끔찍하다.

 

생활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한 그들의 분노가 정당하긴 하지만, 그건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사회적 안전망의 붕괴로

 

인한 것이며 최근의 자극적인 사건들은 한국 경찰력의 무능력이나 기초 치안의 공백을 탓할 일이지 외국인 노동자 전반에

 

대한 것은 아니니까. 방향을 잘못 잡은 분노는 쉽게 눈에 띄고 만만한 상대에게로 향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을 토하며 '진보'인 양 하고 MB를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런 비난과 반대를

 

이자스민, 그리고 외국인 이주노동자에게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 외국인 노동자 이주정책은 워낙 복잡한, 경제와 문화,

 

사회적 측면에서 살펴야 할 부분들이 많고 세밀하게 다듬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그 기본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고, 지금처럼 이렇게 무작정

 

이빨 드러내고 백색테러라도 벌일 듯 막말 퍼레이드를 벌이는 게 호응받고 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정말.

 

 

(개인적으론 이건 새누리당이 이번 19대 총선을 압승, 과반승한 것 만큼이나 역겨운 일이고, 결국 이게 우리나라의

 

수준이란 생각이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문제, 다문화문제가 어쨌던 한국사회가 맞이하는 큰 변화의 일부라는 점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에 이슈를 선점당한 것 역시 아이러니하고 어처구니없긴 마찬가지.)

 

 

 

 

 

 

 

 

 


2010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작년과 마찬가지로 광주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인지라 첨단쌍암공원, 빛고을 시민문화관, 금남로공원, 그리고 구도청 바로 옆의 쿤스트할레에서

삼일동안의 일정이 꽉 차 있는 거다. 이번 포스팅은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쿤스트할레, 혹은

아시아문화마루라 불리는 장소에서 벌어진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현장 스케치.

 




 

폐컨테이너 수백개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아시아문화마루, 월드뮤직페스티벌 첫날 저녁에는 이곳에서

세계 각지의 뮤지션들 사이의 네트워킹 파티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둘째날, 아직은 해가 중천에

떠있는 상황에서 먼저 구경가본 쿤스트할레 건물은 커다란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성과 같은 느낌이다.

밤이 되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 확 바뀌어버린 분위기. 내부에는 맥주 등 간단한 음료를 파는 펍이 있고

공연을 보러 온 외국인들이 제법 많아져서 그런지 낮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공연장 2층에 올라 1층을

내려다보니 아직 공연 전이라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들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이날 저녁의 첫공연,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붙여 커다란 빅 컨테이너 박스처럼 만들어진

공연장을 꽉 채운 사람들이 적당히 무질서하게 놓인 간이의자에 앉아 무대를 향했다. 열맞춰 늘어서지

않고 되는 대로 편하게 놓인 좌석 배치가 맘에 들었다.

이번에 새로 앨범을 냈다는 가수, '야야'라는 한국가수의 첫무대였다. 다소 마른 체형의 그녀는 의외의

파워풀한 보이스로 분위기를 돋웠고, 음악에 한껏 취한 채 가볍게 폴짝폴짝 뛰며 노래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관객들을 무대 앞으로 몰려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는 무대 앞까지 밀려나가 노래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쿤스트할레의

커다란 컨테이너 공간이 삐걱거리며 음악에 맞추어 출렁이기 시작하던 순간, 어디선가 들고온 도라에몽

얼굴모양의 커다란 가방이 가면처럼 얼굴 앞에서 춤추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객들도 없진 않았다. 조그만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라거나, 2층 오른켠의

난간 가까이에 선 채 두주먹 불끈 쥐고 아래 무대를 응시하고 있는 교통경찰의 인형. 저 초점없고 생기없는

눈동자가 제복을 입은 채 뜨거운 열기를 풀풀 내뿜는 무대를 내려보고 있다는 이질적인 실감 그 자체가

왠지 무대를 즐기는 사람들의 흥분을 더욱 고조시켰던 거 같다.


그리고, 자칭 '지구음악'을 한다는 다국적 밴드 수리수리 마하수리. 그들의 인상적인 노래와 연주는 모두를

거의 무아지경 상태로 몰아놓고 있었다. 국적 불명의 다양한 악기와 창법, 전혀 생소한 멜로디를 자유로이

구사하는 그들이야말로 월드뮤직페스티벌에 딱 맞는 라인업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곳 쿤스트할레, 아시아문화마루는 꼭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아니어도 나름 광주의 문화예술을 위한

요람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9월, 10월, 공연 일정이 꽉 차 있었고, 주류와 비주류를

굳이 가를 것도 없이 다종다기한 스타일의 공연을 위해 열려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긴 애초 컨테이너를

활용해 이런 공간을 만든 것부터 꽤나 참신하고도 도전적인 마인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그런 발랄하고 열려있는 마음가짐이 광주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이끌 주된 동력 아닐까.

밤이 깊어가는데 오히려 관객들은 숫자상으로도, 그들이 내뿜는 열기로도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디제이 시코(DJ Cyco), 전혀 디제잉에 문외한인 내 막귀에도 그의 믹싱은 뭔가 달랐던 거 같다.

관객들도 그런 마음이었던 걸까. 의자를 버려둔 채 모조리 무대 앞까지 달려나가 음악에 몸을 맡겨버렸다.

그렇게 밤늦도록 이어지던 쿤스트할레의 실내 공연. 월드뮤직페스티벌을 빛내는 각국의 전통 음악을

소개하는 공연도 좋았고 아시아의 아이들이 하나된 모습으로 노래하는 모습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페스티벌을 진정 즐길 수 있으려면 이런 야밤의 뜨거운 공연이 빠질 수는 없는 거다.

 

그리고 쿤스트할레를 거점으로 벌어졌던 아시아 문화주간 행사 중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던

'플리마켓' 이야기를 빼놓을 수도 없다. 인근의 광주 문화예술인들이 전부 모인 듯 직접 만든

예술작품이나 소품들을 갖고 나와 좌판을 벌인 모습도 보였고, 캐리커쳐로 쓱싹 얼굴을 그려주는

아티스트도 있었으며, 국적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옷가지들을 들고 나와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꼭 뭔가를 사서가 아니라, 그 옆에서 팔고 있던 케밥을 씹으며 두리번두리번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그 자체로 쏠쏠하게 재미지던 플리마켓.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나온 것도 아니다. 직접 그리고 오려붙여 만들었다는 카드를 두 장 사서 마켓 귀퉁이의

빈자리를 찾아 쭈그려 앉았다. 바닥에는 목이 기린만큼 긴 강아지가 꼬불꼬불 그려져 있었고, 그 얼굴 위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아이들이 묘기를 펼쳐보이고 있었고. 뭐랄까, 쿤스트할레의 분방한 외양 만큼이나

분방한 분위기를 사방으로 퍼뜨려 이런 사람들을 모아들였구나 싶은 느낌.

 


낮에 보았던 아시아문화마루, 쿤스트할레의 텅빈 공연장은 바야흐로 월드뮤직페스티벌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아시아 문화의 교류,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광주의 원대한 포부가 이곳에서부터

응축된 에너지로 아시아 국가들로 뻗어나가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아시아'로 분류되는 지역에는 수많은 국가와 민족들이 존재하지만, 그 다채로움 속에서도 종종 의외의

유사성이나 공유점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사진 속 삿갓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데, 한국에서

방랑시인 김삿갓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것은 베트남에선 볏짚으로 만든 '능라'라는 이름의 전통

모자라고 한다. 한중일 삼국은 물론 동남아 전역에서 공유되고 있는 이 삿갓, 혹은 능라의 디자인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점이 바로 아시아 문화의 매력 아닐까.


위의 능라를 쓰고 공연을 구경하는 아이들은 전라도 광주 일대에서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동안

벌어진 '아시아문화주간' 행사 때의 모습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음악, 미술, 영상, 춤, 문화 등 5대 장르에서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교류하고 나아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는 비전을 천명했었다. 가장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당장 한국에 늘어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거주외국인들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씻고 화합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당장 저렇게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적 유전자를 한몸에 지닌 아이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니까 말이다.



ㅇ 다문화 정치로 하나되는 아시아! (아시아 문화이해강좌)

'제1회 아시아 문화주간' 행사는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아시아창작공간 네트워크, 아시아문화이해 공개강좌,

아시아문화포럼, 아시아 청소년문화축전 그리고 아시아어린이합창단 등 여섯꼭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

전북대에서 있었던 아시아 문화이해공개강좌, 왜 아시아문화를 주목하는지, 지금 한국과 아시아는 얼마나

가까워져버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강의였다. 


한-몽 수교20주년이 된 2011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약 3만명, 2008년에 귀화한 '이라'씨는

한국 최초의 다문화 정치인으로 현재 경기도 의원으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한국에 다문화 정치인이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2011년 현재 이미 130만명(인구의 2.2%)에 달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있는 걸 감안하면

정치 무대에 나서는 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한국의 국제결혼이 2004년 이래 매년 10%이상 증가추세를 보인다며, 특히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비록 전국에 200여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수혜층은

고작 전체 다문화가정의 30%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앞선 '능라'를 쓰고 있는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원만하고 자연스럽게 융화되려면 정말 갈 길이 멀지 싶다.


사실 한국인의 '단일민족'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한국에 있는 700여개 성씨 중에 440여개는 외국에서

귀화해서 만들어진 성씨라고 하는데 당장 이라씨의 성도 성남이씨로 새로 만들어졌다니 귀화성씨는 점점

늘어날 게 뻔한 거다. 점차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건, 정책과 시스템 차원에서의 지원과

더불어 다른 아시아국가에 대한 이해와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ㅇ 한국 다문화가정의 공연들 (@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아시아 문화주간 중 벌어지는 월드뮤직페스티벌에는 세계적인 아시아 문화예술가들도 많이 오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과 2세들이 꾸미는 공연들도 적잖이 준비되어 있었다. 8월의 끝물,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는 광주 쌍암공원에서 태국과 베트남의 민속춤을 추는 이주여성분들.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 양산을 든채 맨발로 무대에 올라선 태국 출신의 그녀들이다.

잠시 그녀들의 공연을 감상. 그렇게 프로페셔널하지는 않지만 갖춰입은 무대의상도 확실한 데다가

미소의 나라 태국에서 오신 분들답게 계속 방긋방긋 웃음을 잃지 않는 게 매력포인트. 프로 댄서들처럼

손으로 맺는 수인 하나하나가 깔끔하고 우아한 느낌은 아니지만 한국에 살고 계신 얼마 안 되는 분들로

이런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감탄할 만 하다. 


뒤이어 베트남에서 온 분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베트남의 삿갓, '능라'를 들고서 전통 무용을 보여주는

그녀들의 몸짓 역시 아마추어의 느낌이 역력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대에 오른 그녀들의 용기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졌다. 한편 무대 아래로 내려온 태국 출신 공연자분들 옆으로 다가온

아이들이 보였다. 내 자리 옆에서 엄마의 공연을 박수치며 구경하던 꼬맹이들, 금세 엄마한테 달려가서

손잡고 말걸고, 당연한 말이지만 여느 한국의 가족 모습과 하나도 다를 거 없는 모습이다.

태국과 베트남의 민속춤 공연을 준비한 곳은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 이 곳과 연계되어 각국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공연에 나갈 사람을 뽑았다고 한다. 이미 라인업은 어느 정도 짜여있어서

올초 부처님오신날에도 공연을 했다는 사무국장님 말씀. 공연 시작 전 무대 뒤에서 계속 연습을 함께

하며 틀린 곳을 교정해주고 격려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서로 얼굴 마주하며 일상적으로 부대끼다 보면 한국 내의 다문화 가정들이 자연스레 기존

한국 가정들과 허물없이 지내게 되는 거 아닐까. 이러니저러니 차가운 책상머리에서 짜여지는 계획이나

아이디어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건 이렇게 서로 섞여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피부색이니 국적이니 언어가 다를 순 있지만 그 밑에 숨은 '사람'이 보이게 되는 건 이런 와중일 거다.

그렇다고 그런 아시아문화의 적극적인 교류나 화합이 각 나라와 각 민족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가리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될 일이다. '아시아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있기 전 리허설 장면과 실제

공연의 모습. 아이들의 눈코입은 똑같은데,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연습할 때보다 각자의 전통을 드러내는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아래 모습이 더욱 각자의 개성도 살고 그림도 풍성하니 화려하다.

국내에 있는 다문화가정의 유소년 중에서 경쟁을 거쳐 선발된 50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다문화어린이

합창단이라더니 실력도 단연 뛰어나다. 아리랑이나 다른 영어 가사의 노래들을 부를 때 화음도 들을 만

했지만, 아이들의 표정이나 몸짓들이 잘 가다듬어진 게 꽤나 준비했겠다 싶다. 국내에 있는 다문화가정

인구의 60%가 유소년, 그러니까 그들의 2세라고 했었다. 이 아이들을 차별없이 고난없이 얼마나 잘

품어줄 수 있는지가 그야말로 한국의 '국격'을 재는 바로미터와 같을 거라 생각해 본다.



ㅇ 아시아청소년문화축전, '아시안비트'

그런 다문화에 대한 감각, 아시아문화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주축은 역시 우리들의 청소년.

전국의 청소년, 대학생들과 국내 유학생이나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등이 모여서 만들어낸 공연 '아시안비트'.

무슨무슨 스탄으로 끝나는 서남아시아에서부터 몽골초원을 거치고 동남아시아를 거쳐 동북아의 한국으로,

제각기의 피부색과 신체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아이들이 허물없이 웃고 깔깔거리며 공연을 준비하더니

막상 무대 위로 올라가니 굉장히 진지해졌다.

아이들이 공연을 마치고 손에 손 맞잡고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성별의 차이도, 국적의

차이도, 나이 차이같은 것도 모두 넘어설 수 있는 단단한 인간애를 키워나갈 수 있기를. 수월에서 왔다는

방글라데시 출신 슈학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 8년이나 일했다는 그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는데, 아시아문화를 아우르는 축제인 아시아문화축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최소한 아이들끼리는 서로 오해나 편견이 많이 줄어서 더욱 화합하는 분위기가 될 거 같다고.



ㅇ 아시아문화정보원 준비관 &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


금남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나타나는 전남구도청, 그 옆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정보원

준비관'은 이런 아시아문화를 고취하고 서로간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하드웨어의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된 곳이라고 한다.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유산 중의 공통된 부분들을 발견하고 이를 아시아 전체의

문화자원으로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아카이브의 역할인 셈이다.

아시아청소년들이 아시아문화정보원에 대한 설명도 듣고, 서로의 문화적 차이와 배경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받고 있다. 한쪽에 이렇게 마련된 강의장이나 세미나실은 앞으로 이 곳을 허브로

삼아 벌어진 다양한 차원의 학술제나 문화행사를 염두에 둔 듯 한데, 이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각국이

모두 윈-윈하는 공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자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카이브도 구축하여 검색이 가능하고, 전시관 내부에선

아시아를 묶는 키워드가 되는 문양들, 상징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가 하면 직접 베틀의 문양을

짜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가 어떻게 그 비전을 키워왔으며 얼마나 발전시켜

왔는지를 보여주는 홍보관을 구경했다. 구도청 옆의 쿤스트할레, 컨테이너 수백개를 활용해 만들었다는

'아시아문화마루' 건물에는 아시아문화주간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광주는 이미 십여년전부터 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심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차근차근 인프라를

갖추고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넓혀가며 이렇게 '제1회 아시아 문화주간' 행사를 열기에 이른 것이라고.

앞으로 2023년까지 내다보는 장기 비전에는 광주의 고유한 가치, 아시아평화예술도시의 꿈과 함께

아시아문화교류도시의 꿈이 더해지고 있었다.

홍보관 내부의 전시물들과 광주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네트워크 속에서 아시아 각국의 주요

도시들을 밝히고 있는 전구 불빛들. 2014년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완공되어 아시아문화교류의

중심공간으로 활용될 거라 하니 올해처럼 광주 일대 여기저기에 산재된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불편은

없을 거 같다. 광주의 오늘, 아시아문화의 오늘보다 내일을 그리게 되고 기대하는 이유다.

아직 '아시아문화', 그리고 아시아문화를 교류하고 화합하는 공간으로서의 '광주'라는 곳은 전부

채워지지 않은 공간과 같아 보인다.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아시아문화를 운위하기 이전에 한국사회의

문화 자체도 아직 척박하고 아시아에 대한 이질감이나 심지어 적대감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많은 것을

짚어 보아야 할 거 같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몽골출신의 다문화정치인 1호 이라씨가 이야기했듯,

이미 한국의 제도나 사회분위기 자체가 많은 부분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일지, 내년의 '제2회 아시아문화주간' 행사가 궁금해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