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버스정류장, 시계탑이 고고한 건물 앞에는 비바람에 낡고 닳은 번호표가 하나씩 내걸려 있다.

 

'양지바른 알프스'라는 슬로베니아, 그중에서도 '알프스의 눈동자'라 불리는 블레드로 가는 버스를 타러 온 참이다.

 

 

블레드 호수로 가는 버스는 7번 플랫폼에서 출발, 나보다 앞서 머리하얀 할머니 한분이 그야말로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

 

슬로베니아의 다른 도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네 조각으로 기울어있는 신호등은 가시성을 높여주지 않을까. 더 안전할 듯.

 

오토부스나 포스타야, Autobusna Postaja. 슬로베니아어로 버스 정류장..이란 뜻이려니. 크로아티아에서는 '오토부스니 블라블라',

 

Autobusni~~ 가 버스 정류장이었더랬는데, 비스무레하다.

 

 

정류장 주변 풍경. 아무래도 이렇게 반듯반듯 특징없이 서 있는 슬로베니아 신시가의 모습은 과거 공산주의 블록에

 

속했을 때의 정형화되고 실용적이기만 한, 그리고 집체적이랄까, 그런 표현이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블레드 호수로 달려가는 버스. 슬로베니아의 교외 풍경은 신시가의 반듯하고 인공적인 미감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블레드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안개가 짙어지고 꾸물꾸물해지는 게 날이 안 좋다. 그리고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 교통

 

버스로 왕복 3시간(편도 1시간반), 버스는 정류장에서 30분 간격으로 있음.

 

버스는 고속 직행버스가 아니어서, 중간중간 정류장마다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고 한다. 그 정류장 중 하나에서 발견한 아저씨.

 

아직 이른 오전시간인데 벌써 벌겋게 취하셨다. 와인병을 옆에 두고, 한 손에는 담배를 끼우고 옆엣 아저씨들과 열띤 이야기중인

 

그를 빨간 쓰레기통에 그려진 아저씨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한시간 반을 여유롭게 달린 완행 버스는 드디어 블레드 호수, '알프스의 눈동자'에 도착!

 

 

 

 

인천국제공항 ▶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by air (1시간 20분)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이내 후쿠오카 상공에 진입했다. 티웨이항공사를 이용했으니 기내식은 기대도 안 했는데,

 

그래도 크로와상과 주스로 요기는 할 수 있었다. 비행시간, 1시간 20분. 오전 10시 5분 발, 11시 25분 착.

 

후쿠오카는 삼사년전 한번 시내를 돌아봤고, 이번엔 온천 마을로 손꼽히는 유후인을 섭렵하고 싶었다.

 

공항에서 바로 유후인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할 예정이었으니 마음이 조금 급하다.(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by Shuttle Bus(공짜, 15분 소요)

 

유후인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는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1층에서 바로 잡아탈 수가 있다. 우선 해야할 것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국내선 터미널로 가는 셔틀버스를 잡아타는 것. 국제선 터미널에서 화물창고를 지나

 

국내선 터미널로 향하는 공항 내 셔틀버스는 대략 15분 정도 소요된다. 이용료는 공짜.

 

도쿄 같은 대도시들도 그렇지만 후쿠오카 역시 한국인 여행자들이 돌아다니기에 무지 편하다. 전철이나 공항, 백화점 같은

 

주요 시설물에는 전부 영어와 한글이 병기되어 있다. 셔틀버스에서도 훌륭히 제공되는 안내방송을 따라 후쿠오카 국내선

 

공항에 일단 짐과 함께 내렸다.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  버스티켓 창구

 

국내선에서 후쿠오카 인근 지역으로 이어지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미 여기저기 줄을 서 있었다.

 

셔틀버스 내린 곳에서 얼마 걷지 않아 쉽게 고속버스 티켓 판매소를 찾을 수 있었다.

 

창구에 대고 물었다. "유후인, 욘마이킷뿌". 유후인 왕복을 위한 2명의 티켓을 세트로 파는 티켓을 '욘마이킷뿌'라고 한다.

 

(유후인 ↔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하카타버스터미널, 텐진버스터미널 중 선택 가능)

 

두명의 왕복 티켓이니 총 네 장을 8,000엔으로 살 수 있는데, 별개로 사게 되면 편도에 약 3,000엔 전후인 듯 하니

 

4,000엔 가량 할인되는 셈이다.

 

어라, 영어가 짧은 차표 아저씨가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위의 시간표를 가리킨다.

 

여기서 유후인으로 출발하는 고속버스는 11:04, 12:04, 13:14, 14:04..이렇게 한 시간에 한대 꼴인데, 12:04분 걸 타면

 

딱 되겠구나 했는데 이미 만차란다. 예약을 사전에 하고 온 단체여행객들이 있었는지, 해서 13:14분 차로 예매.

 

(인천에서 10:05분 출발,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11:25분경 도착, 입국수속하고 짐찾고 셔틀타면 12시 전후로 도착)

 

버스티켓 구매 ▶ 승차장 확인

 

이게 바로 유후인행 욘마이킷뿌. 앞의 두장이 유후인행 티켓, 뒤의 두장은 나중에 유후인에서 돌아올 차편을 끊을 때

 

필요한 티켓이다. 유후인역 앞의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에서 저 티켓을 보여주고 원하는 시간대의 버스를 끊으면 된다.

 

티켓을 사고 가만히 보니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유후인. 탕포원, 湯布院, YUFUIN이구나.

 

그리고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하나. 바닥에 노란 색으로 줄이 그어져 있고 각각의 라인에는 행선지가 적혔다.

 

이런 식으로,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라인 안에서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거다. 애초 티켓에

 

좌석이 지정되어 있으니 줄을 미리부터 서 있을 필요는 사실 없으니 공항 안에서 가볍게 편의점을 들러 군것질이나 조금.

 

 

 

딴짓할 시간(화장실, 편의점, 공항 전망대..)

 

간단히 요기할 거리를 찾는데 역시 일본은 올 때마다 신기한 거리들을 찾게 된다. 볶음라면이라고 해야 하나, 묘한 느낌의

 

라면을 렌지에 덥혀서 따끈하게 먹고, 무려 '스파클링 두유'를 마시며 잠시 공항 벤치에 앉아 쉬었다.

 

그리고 공항 화장실에 들렀는데 이렇게 색색깔로 구분되어 있다니. 색감도 맘에 든다. 

 

후쿠오카 국내선 터미널 ▶ 유후인 by 고속버스 (1시간 40분)

 

정복을 차려입은 아저씨가 마이크를 들고는 들고 나는 버스의 행선지를 외치며 승객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유후인행

 

버스 올 시간이 다 되었고, 유후인행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에는 사람과 짐들이 꽉 차있었다.

 

 

고속버스라곤 하지만 중간중간 서서 사람들을 태우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이 버스의

 

종점이 바로 우리가 갈 곳, 유후인 역이다. 2시간에 가까운 탑승시간이 좀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휴게소를 쉬거나

 

그런 일은 없다.  

 

휴게소를 굳이 들르지 않는 건, 이렇게 차 안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가 이용하는 건 못 봤지만

 

화장실만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도 아니고 고작 2시간 남짓한 버스 여행이었으니 뭐.

 

그리고 다른 일본의 버스 요금 시스템처럼 구간별 운임이 쉼없이 늘어나고 있던 안내창이 붙어있던 버스 앞.

 

유후인 도착! ▶ 숙소

 

유후인에 도착해서 맨 처음 담은 풍경. 조그마한 동사무소보다도 작은 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우리를 맞이했던 건

 

흰구름 동동 이고 있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반짝거리며 굴러내리는 햇살과 시원하게 내리부어지는 청신한 바람.

 

 

 

우선 숙소에 전화를 걸어 픽업을 요청하고는 잠시 주변을 돌아봤다. 유후인 역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왕복 이차선의

 

조그마한 차로는 아마도 유후인의 메인로드인 듯 하고, 그 양쪽으로 이어지는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앞으로 둘러볼 곳들. 여느 고만고만한 세계의 도시들과는 달리 작고 살가운 풍경에 두근거리고 있는데 마차가 지나간다.

 

 

 

* 후쿠오카 - 유후인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터미널

유후인 버스터미널(유후인 역)

 1  12:04 13:48 

 2

 13:14

14:58 
 3

 14:04

15:48

 

 

* 유후인 - 후쿠오카 (텐진 버스터미널 - 하카다 버스터미널 - 후쿠오카 공항) 

  유후인 버스터미널(유후인 역) 

후쿠오카 버스터미널(하카다)

 1  08:35  10:53 
 2  12:20  14:38
 3  13:50  16:08
 4  14:35  16:53
 5  15:20  17:38
 6  16:20  18:38
 7  17:00  19:18

 

 

 

 

 

 

속초 해변의, (내맘대로 이름붙인) 사랑나무. 사랑이 주렁주렁.

저 생선의 이름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폴짝 뛰어올라 등대를 집어삼키려는 타이밍에 사진 한장.

겨울날의 바다는 잔망스러운 파도 앞에서 다들 멈춰서 있는 느낌이다. 벤치도, 감시탑도, 바다를 찾은 사람들도.

바다가 거칠어져 쓰나미가 몰려오면 바로 코앞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 가까운 이마트까지 도망가라는 안내판.

고놈 참 잘 생겼다. 사람들이 쉼없이 번갈아 사진을 찍어대는 틈새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본 사랑나무.



짧막한 겨울해가 저문지 오래라고 해봐야 아직 지방 소도시를 향한 고속버스는 고작 두시간

달렸을 뿐. 출발시간은 16시 30분, 16시 40분.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쪼르르 모여 앉아서는

주홍빛 백열등 아래 뜨거워진 심장박동소리를 가누고 있었다.




@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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