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건담 #gundam #decal #unicorn #데칼지옥 #밴시노른 데칼 지옥의 문이 열리고 앙골무아 대왕이 내려오리니.

숨은 그림찾기하듯 조금씩 눈에 띄긴 하지만 거의 미미한 만큼의 차이를 가져오는 데칼 작업, 그래도 그 자그마한 데칼과 디테일들이 모이면 이렇게 큰 변화를 실감케 한다.

#건담 #유니콘 #밴시노른 #건프라 #완성 #gunpla #gundam #mg #unicorn MG급 건담을 제대로 전개해두려면...받침대가 필요한 건가 역시...

#건담 #프라모델 #유니콘 #반시노른 #gundam #plamodel #개봉박두 이제 무기류를 장착한 반시노른.

그렇게 가오나시상을 만난 밴시노른은 대혈투를 벌이게 되고...

 

용산 아이파크몰 6층, 도무지 올 일이 없는 이 곳에서 전시중인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최근 스튜디오 지브리가 더이상의

 

창작을 하지 않고 기존 작품들만을 관리하는 형태로 사실상 제작 중단 선언을 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던 터라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어마무시하도록 길게 늘어선 줄, 대기표와 티켓을 함께 받아들고 한시간여 근처를 배회하다가 겨우 입장.

 

지브리의 작품들이야 워낙 많고도 유려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총 여섯 개의 작품이 선정되어 일본을 제외하고는 최초로 전시되었다.

 

동선상 맞닥뜨리는 첫째 작품은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여긴 내 비밀의 정원이야.

 

막판에 이웃나라 왕자로 변하는 허수아비,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반전과 센스가 묻어있는 캐릭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두번째, 모노노케 히메. 혹은 원령공주라고도 하는 작품.

 

 스크린 너머 신비로운 표정으로 숨어있는 신. 그리고 바위 틈에 붙어있는 정령들.

 

 

 

산은 숲에서, 난 다타라에서 살면 되잖아. 함께 살아가는 거야.

 

세번째 작품,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아직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었던 90년대말 대학교 영화동아리에서 상영할 때 봤던 영화.

 

 

 늘 변신에 실패하는 캐릭터가 저녀석이었던 거 같다. 다른 주위 녀석들은 모두 변신에 잘만 성공하는데,

 

저녀석은 아무리 레버를 돌려봐도 당황하거나 뻘쭘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는 이미지인 걸 보니 기억이 맞는 듯.

 

 

 

 그리고. 역시 뭐니뭐니해도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저 귀여운 꼬마소녀 메이의 입체적인 뒷태.

 

 

무려 삼십여분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함께 할 수 있는 토토로의 포토존.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가 일심단결.

 

 

 

 정말 잘 꾸며져 있었던 게, 토토로와 메이가 처음 조우하는 그 신비로운 나무등걸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틈새를 통해 배가 불룩거리는 토토로를 볼 수 있었고, 메이가 뒤쫓던 조그마한 두 녀석도 훔쳐 볼 수 있던.

 

 

 이웃집 토토로의 마지막 장면. 아픈 엄마가 누워있는 병원 창문턱에 옥수수를 살며시 놓아두고 돌아가는.

 

다섯번째, 무려 홍돈! 붉은 돼지라는 타이틀로 번역되어 나온,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품.

 

어떻게 하면 당신에게 걸린 마법을 풀 수 있을까?

 

 

 

 전쟁으로 휘몰아치는 세상에 홀로 여유롭고 낭만적인 돼지 포르코, 그가 숨겨둔 조그마한 파라다이스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수상 비행기에 대한 로망, 아무도 없는 모래톱 위 삼각텐트와 파라솔, 그리고 자그마한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돋게 한 영화.

 

마지막 여섯번째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지브리의 애니가 애들용이 아니라 어른용임을 다시금 각인시킨 영화.

 

이야기의 단초가 되었던 기묘한 음식점 거리가 실은 어느 홍등가를 그대로 따서 쓴 거라던가. 성인을 위한 메타포가 넘쳐난다.

 

 그 앞에 선 센 혹은 치히로. 시야를 꽉 붙드는 불룩한 온천탕 건물의 외곽선이 소녀의 뒷모습을 더욱 가냘프게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남우주인공은 사실 소년이자 용인 하쿠, 그렇지만 모두에게 더욱 깊이 각인된 녀석은

 

역시나 가오나시. 아, 아, 거리는 이녀석의 단말마같은 의사표현은 왠지 이런 폭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다.

 

 왠지 적적하고, 슬프고,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무척이나 여리고 상처투성이일 거 같은 가오나시.

 

무턱대고 사랑을 갈구하며 먹어치워버리고는 결국 고스란히 되짚어 토해내버리는 모양새가 참 딱했던 거 같다.

 

그렇게 총 여섯 개의 작품, 그 배경과 캐릭터들의 조형들을 꼼꼼히 둘러보니 대략 한시간반. 토토로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린 시간을 포함해서니깐, 얼추 한시간이면 내용을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싶다.

 

 바깥에는 하얗고 동그란 스티커를 자유로이 쓰도록 해서, 이렇게 지브리의 캐릭터들이 각자 알아서 그려서는

 

벽면에 붙여 넣도록 해놨는데, 은근히 잘 그리는 사람도 많고 몇장의 스티커를 활용하는 창의력 돋는 사람도 많고.

 

 제2롯데월드몰에 지브리 캐릭터상품샵이 들어선다는 거 같은데..여긴 왠지 언제 무너지지나 않을까 싶어

 

나중에 가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언제고 무너지거나 가라앉거나 물이 들어차거나 비행기와 부딪히거나.

 

현실에선 그럴 때 나타나 구해줄 하쿠도 없고, 낭만돼지 포르코도 없고, 토토로도 네코버스도 없으니.

 

 

 

몇가지 새롭게 발견한 캐릭터 상품들. 그 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엔진이 되었던 저 악마 녀석이 그려진

 

후라이팬이 은근히 탐나던데, 계란후라이도 왠지 더 맛나게 구워질 거 같고 말이지.

 

 

[초대장 배포(100장)] 화투패 좀 아시나요? 에서 '2010 서울 인형전시회'의 작품들을 조금

소개했는데, 그 이외에도 꽤나 재미있는 인형 작품들이 많았다. 우선 수많은 셀레브리티들.

007 요원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 안무, 한 동작으로 김연아임을 단번에 알아채게 했다.

시크릿가든, 현빈과 하지원의 인형. 슬쩍 올라간 현빈의 입매와 하지원의 동글한 눈이 이쁘다.

성균관 스캔들의 등장인물들이 황토담 앞에 분분이 서 있다. 이 드라마를 모르니 패스.

그리고 카라~ 한때 뭇남성들의 눈을 고정시켰던 '미스터'의 엉덩이춤 의상이다.

2NE1의 네마리 곰이 날씬한 자태를 도도하게 흔들어주는 센스. 복실한 얼굴털이 매력적이다.

빅뱅 테디베어들, 원색의 칼라풀한 옷차림, 그리고 음..글쎄, 남자는 관심없으니 패스.

그리고 업! 할아버지와 똥똥한 꼬맹이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이자 치히로인 소녀와 '가오나시' 괴물이 얌전히 열차를 탄 장면.

은하철도999의 철이와 메텔, 그리고 차장 아저씨..였던가. 워낙 어렸을 때 본 만화라.

파란요정을 만난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푸르스름한 피노키오의 낯빛과 요정의 파란 머리칼의

색감이 참 이쁘다. 근데 왠지 피노키오와 '마지막 잎새'쯤이 묘하게 섞인 느낌.

퇴화해서 형체만 남은 듯한 팔다리를 늘어뜨린 염소의 므흣한 웃음이란. 피노키오 이야기의 일부.

꺄아~ 고양이 인형 완전 사랑스럽더라는. 저 경직된 얼굴 근육은 금세라도 씰룩댈 듯.

폴스미스 스타일의 테디베어들, 곰팅이들 생긴 건 어슷비슷하다고 해도 천의 색깔과 느낌에

따라서 참 다르다. 저 세쌍둥이 곰돌이들조차도 약간씩 분위기가 달라서.

전시관 안쪽에 꾸며져있던 북극의 한 귀퉁이, 솜처럼 새하얗고 복실해 보이는 북극곰들이

단란한 한 가족처럼 모여있는 풍경이다.

아마도 1톤트럭 뒤를 꽉 채워서 실려왔을 거 같은 거대한 곰돌이 한 마리. 그 밑에 사람이라도

깔리면 옴쭉달싹도 못할 만큼 육중한 녀석이 제법 귀엽다.

수십 개의 부스에 나와있는 인형 전문업체들, 자리에서 직접 이렇게 계속 인형을 만드는 분들도

많았고, 둘러보는 손님들한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토이스토리3'에 나왔던 그 인형들이 우르르 모였다.

이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드는 표정과 분위기, 볼터치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뭔가

공포영화의 좋은 소재로 쓰일 수 있겠다 싶은 아이들.

강백호의 왼손은 그저 거들 뿐이고,

승리의 후레시맨은 왼손으로 비를 가리고 있다.

스파르타쿠스는 조금 닮았지만 그 살기와 단단함이 조금 부족하다 싶고,

인형의 집은 굉장히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온기가 없다. 인형들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그래서

따뜻하고 포근한 재질로 만든 인형들이 더 정감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자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보다 복실복실한 털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더 좋은 거다.

그래서 약간은 섬뜩한 아이들. 구체관절인형의 일종인 듯 한데, 소녀의 몸매가 풋풋하다.

포셀린, 도자기를 구워 인형과 옷을 모두 고슬고슬 만들어낸 건데 저 레이스의 화려함도 그렇지만

저 매끈한 도자기 피부. 그리고 저 각선미..훙훙.


이건 아마도 구워내기 전의 인형인 걸까. 굉장히 정교하고 여리여리한 디테일이 인상적.

이런 것들도 은근히 많았는데, 가뜩이나 사람을 많이 닮은 인형은 섬뜩하거나 무서울 때도 있거늘

굳이 저렇게까지 무섭게 할 건 뭐람. 그러면서도 그 생생함이나 신기함에 눈이 자꾸 가는 거다.

이런 따뜻하고 귀여운 인형이 사실은 좀더 내 취향에 가깝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몽실몽실한.

아 물론 이런 인형님들도 대환영. 어렸을 때 바비인형도 갖고 놀았던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전시기간이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딱 연말연시 분위기가 절정인

타이밍이라 그런지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많았다. 산타클로스 인형은 케잌 위에 올라가는

여느 자잘한 설탕인형과는 비교도 안되는 크기인데다 이쁘기도 하다.

인형 전시회가 벌어지는 코엑스몰에서 인형옷입고 홍보중인 아저씨-누나-형-동생님.

요즘처럼 찬바람 씽씽 부는 겨울에는 그래도 꽤나 할 만한 아르바이트 자리일 거 같다.






기치조지역에서 지브리 스튜디오, 산책로를 지나 미타카역으로. 미타카역 근처에 '에도도쿄건축공원'이 있으리라

생각했던 건 가이드북에서 '기치조지/나카노' 지역으로 묶인 곳에 지브리 스튜디오랑 같이 묶여있어서 지레

그렇게 오해했던 거지만, 사실은 꽤나 멀다. JR 추오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데 대략 삼십분.

미타카역에서 JR 추오선을 타고 '무사시고가네이(武藏小金井)'역에 내려 버스를 잡아타야 한다.

가이드북('클로즈업 도쿄')의 설명을 그대로 따오자면,

"JR 추오선 무사시고가네이武藏小金井 역 하차. 북쪽 출구 北口의 개찰구를 나와 오른쪽으로 10m쯤 가면 육교가 있다. 육교를 건너면 바로 밑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2/3번 정류장에서 세이부西武 버스를 타고 5번째 정거장인 고가네이코엔니시구치小金井公園西口에서 내린다(170엔, 5분). 버스 진행 방향 뒤쪽의 횡단보도를 건너 고가네이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에도도쿄건축공원의 표지판이 보인다. 도보 7분"

무슨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지령을 따랐다.

무사시고가네이武藏小金井 역에서 버스정류장은 쉽게 찾았다. 버스정류장에서 하야오가 그려 공원에 선사했다는

그 애벌레 캐릭터가 굼실대고 있었다. 그리고 다섯번째, 고가네이코엔니시구치小金井公園西口 역도 보였다.

글자로 써진 걸 읽으면 머릿속이 온통 굼실굼실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일단 믿고 따라나서니 생각보다 쉽다.

그렇지만 역시 멋도 모르고 그냥 찾아나서긴 쉽지 않겠다, 생각보다 여기까지 찾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후쿠오카에서도 그랬지만, 일본의 교통 체계는 참 정확하다. 몇시 몇분에 정류장에 도착할지를 저렇게

명기해 두다니. 손님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본인과의 약속이기도 하렸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뭔가 예측가능한

스케줄을 원한다면 저런 명확한 시간표가 있음 정말 좋을 듯. 정말 일분의 오차도 없이 도착한 버스.

다섯 정거장이라 그냥 서 있었다. 하차벨에 적힌 꼬불꼬불한 히라가나를 눈을 붙잡았다. 올해 초에 그래도

일본어 공부 좀 해본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업도 듣고 그랬는데, 히라가나 외우려다 포기해버렸댔다.

쓰는 건 참 이쁘긴 한데, 글자에 무슨 규칙도 없고 무조건 외우고 봐야 하다니 원. 그 법칙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외운 후에 일본어 문법을 따르면 될 텐데, 그 법칙 자체를 수용하질 못하겠다. 넘 자의적이란 느낌.

하기야 한국어도 마찬가지지만, 어려서 생각없을 때 일단 틀을 받아들이고 말았으니. 외국어 못 해먹겠다. 쳇.

굳이 가이드북의 설명을 한단어 한단어 유심히 살필 필요도 없었다. 다섯 번째 정류장에서 내리니 사방에서

화살표가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애벌레녀석도 사방에서 슬금슬금.

가는 길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들 때 여기로 자주

산책을 왔다더만, 여기까지 걸어온 걸까 싶다. 한적하고 조용한 게 산책하기 좋긴 하겠지만, 이건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부터는 넘 멀다.

고가네이코엔小金井公園은 에도시대부터 벚꽃으로 유명하던 곳이라 한다. 울창한 나무들이 뜨거운 도쿄의

햇살을 온몸으로 가려주며 시원한 바람의 냉기를 보존하고 있었다. 에도도쿄전축공원은 이 고가네이코엔의

안에 있는 또다른 공원. 공원 속의 공원인 셈이다.

에도도쿄건축공원의 입구. 입장료가 없는 고가네이코엔小金井公園 내의 테마공원인 셈이니 빈틈없이 둘러쳐진

울타리 윤곽선이 두드러졌다.

공원의 내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 배경이 모여있는 에도도쿄건축공원.

건축공원을 돌아보고 나와서 기념품 샵에서 발견한 사진들. 왼쪽의 저 사람은 하야오, 맞는 거 같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얼굴없는 요괴, 가오나시'다. 이거 그림이나 합성이 아니라 실제로 찍은 거 같은데, 대단하다.

이렇게 무슨 코스프레하듯 가오나시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면, 지브리 스튜디오나 여기 에도도교건축공원이나

모두 무료통과는 물론이고 꽤나 환대받지 않았을까. 일본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를 온몸에 받았을지도. 나도 담엔.

하야오가 선사한 에도도쿄건축공원의 마스코트인 애벌레 녀석도 기념품 인형으로 이렇게 팔고 있었고,

그 밖에, 이런 귀여운 고양이 인형들도 왜인지 팔고 있었다. 건축공원하고는 그다지 상관없는 듯 한데.

캐릭터를 이렇게 치밀하게 이용하는 그 아이디어가 넘 좋은 거다. 모처럼 하야오가 만들어준 캐릭터를 그냥

썩히는 게 아니라, 기념품샵 봉투에도 넣고, 그 봉투를 봉하는 테이프에도 넣고. 감탄해 버렸다.

에도도쿄건축공원을 나서는데, 눈앞의 잔디밭이 온통 꺼뭇꺼뭇하다. 뭔가 했더니 모두 까마귀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왔던 마녀도 아침이 되면 까마귀로 변신해 성을 떠나고는 했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한번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건 참 쉽다. 대충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디서 길을

건너거나 방향을 꺽어야 할지도 대략의 감이 오는 거다. 그러면 주변이 보인다. 눈앞을 새하얗게 만드는 햇살에

뽀송뽀송 말라가는 사이좋은 빨래들 같은 것도.

버스 정류장.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오는 길이 제법 솔찮이 시간도 걸리고, 교통비도 적잖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지만, 도쿄까지 왔는데 교통비 몇 푼 아낀다고 여길 스킵하는 건 좀 아닌 듯. 게다가 여기저기 인증샷만

남기고 떠나는 여행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세상을 동경한다면.

에도도쿄건축공원의 맵. 서쪽존까지도 돌아볼 걸, 하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동쪽 존만으로도 넘 많은 것들을

보고 말았다. 하야오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느낌을 가득 받아 올 수 있었던 공원.

가이드북 말고 공원 팜플렛에서 발견한 또다른 루트.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






일본 애니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작할 당시 산책하러 즐겨 찾던 에도도쿄건축공원.

도쿄 시내에서 옮겨온 27채의 20세기 전후반 건물들이 대충 동쪽 구역과 서쪽 구역으로 나뉘어 산재해 있는데,

대충 동쪽 구역은 서민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보이는 건물들이 모여 있다. 역시나,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에 주로

차용한 배경들도 동쪽 구역의 건물들. 치히로의 부모가 돼지로 변한 식당, 센의 숙소와 일터인 목욕탕, 그리고

가마지이가 목욕탕 약초물을 달이던 방, 센이 바다를 건널 때 탔던 열차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와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라 하야오가 산책삼아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곤 하지만, 사실 부실하게

소개된 가이드북만 따라 오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여정이었던 것도 사실. 관리동에서 입장권을 끊으면서 여기까지

오로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었던 건물들을 직접 보겠다며 꾸역꾸역 찾아온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말았다. 입장료는 400엔.

에도도쿄건축공원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애벌레는 다름아닌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한다. 참 복받은 공원이다. 에도도쿄건축공원에 찾아올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이 미타카역에서부터 이 캐릭터가

그려진 버스 정류장을 찾아 캐릭터가 그려진 버스를 타고 캐릭터가 많이 그려진 즈음에서 내리는 것. 그렇게

도착한 '고가네이(小金井)공원' 안에 위치한 에도도쿄건축공원을 찾는 것 역시 캐릭터를 찾아나서기.

입장권을 확인한 후 실외로 다시 나서는 길, 건축공원 안내팜플렛이 세 종류로 비치되어 있었다.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조선말 버전. '에도도쿄건조물원'이란 건 한국어라기보단 조선말에 더 가까운 표현인 거 같은데.

하얀 햇살이 쏟아지는 밖으로 나섰다. 커다란 안내판 옆에서 길안내를 도와주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친근하게

다가서선 안내판 위에서 푸닥대며 돌고 있던 바람개비를 하나 선물해 주셨다.

중앙구역에는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의 생가나 관련 건물들이 복원되어 있었다. 짧고 단호하게 끊겨진 일본

전통 가옥의 처마는 볼 때마다 나름의 미감이 떠오른다. 여기 건물들은 모두 실제로 사람이 살던 건물들, 도쿄가

쉼없이 개발되고 발전해나가면서 밀려나가고 지워지기 마련인 옛 가옥들을 옮겨둔 것이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민속촌 같은 곳에서 느껴지곤 하는 휑하고 선뜻한 기분은 덜한 거 같다.

건물 안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미리 받았던 비닐봉투에 신발을 담아 들고 가야 한다. 건물마다 자리를 잡고

마치 터줏대감같은 포스로 건물에 얽힌 이야기나 설명등을 해주시는 (듯한) 자원봉사자 할아버지들이 정다웠지만,

아쉽게도 일본어는 '와까리마셍' 정도나 읊조리는 앵무새인지라 그분들이 숨겨둔 이야기 대신 창 밖 경치만

열심히 보았다. 좋네 뭐.

일본, 도쿄에서는 까마귀를 꽤나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하라주쿠의 메이지신궁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까마귀들이 떼지어 날아다니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옛 건물들만 집결시켜 둔 것이 아니라

주변 풍광까지 고려하고 이렇게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배경까지 안배하여 보존해 둔 공원이니, 모이는 게 비단

까마귀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고풍스런 가로등이 듬직한 발톱을 한껏 드러낸 네 발로 땅거죽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것도 그 언젠가의

도쿄 거리를 밝혔던 가로등인 걸까. 저런 가로등이 비추는 거리라면, 운치가 1.2배쯤 상승할 듯.

계속해서 동쪽 구역으로 가는 중이다. 공원이 생각보다 커서 동쪽 구역만 돌아보고 나와도 다리 꽤나 아프겠다

싶은 정도의 규모랄까. 이런 하천도 품고 있으니.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는데, 문득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괴이쩍은 터널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게 한 줄기 불어왔다. 풍경이 흔들렸다.

그리고 덜컥 등장한 기차. 어이, 이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토리 라인하고는 좀 다르다구. 노란색깔이

어울리는 건 솜털 보송한 유치원 꼬맹이들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열차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애니 속에서

나왔던 열차도 물론 노란색이긴 했지만, 애니 속 열차와 비스무레한 것이 이렇게 전시되어 있으니 새삼 감탄.

실제 시부야에서 긴자까지 운영되던 열차란다. 더 놀랬다. 하루 이용자가 130여만명에 달했다는 이 전차는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근 반세기동안 운행되었다가 퇴임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바로 이리로 온 걸까.

차내로 들어와보니 깔끔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게, 금세라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손잡이를 잡은 채 빼곡하게

꼽혀 있어도 하나도 안 이상할 듯. 센과 가오나시가 저기쯤 앉았었다.

그리고 커다란 목욕탕 건물을 앞에 두고 좌우로 벌려진 주점, 꽃집, 문구점, 음식점, 상가 등등. 동쪽 구역의

중심가인 셈이다. 드문드문 보수 중인 건물들도 보인다.

옛 건물들을 모아두고, 이렇게 식물들을 기르고 사람의 손을 거치며 다시금 생명을 얻는다. 사람으로부터 유리된

채 건물들이 박물관 속 유물처럼 차갑게 굳어버리거나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괴물같은 것으로 변해버리는

경우에 비하자면 정말 멋진 공간.

치히로의 부모가 음식에 홀려 돼지처럼 먹다가 진짜로 돼지가 되어버린 그 음식점의 모델이 되었다는 건물.

딱 보니 알겠다. 저 의자에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앉아서는 양손으로 한껏 음식을 그러쥐고 그야말로 우걱우걱

먹어대다간, 주변을 돌아보던 치히로가 돌아왔을 때에는 부모님은 간데없고 살찐 돼지 두마리가 허부적대고

있었던 곳이다.

활짝 펼쳐진 메뉴판 옆에 도꾸리도 하나 나와있고, 주홍색 알전구 조명도 들어와 있는 게 금방이라도

주방 안쪽에서 누군가 '이럇사이' 하며 반겨 나올 거 같다. 혹은 이 자리엔 방금까지도 치히로와 부모들이

앉아있었는지도.

일본인들의 디테일함이야 익히 알려져 있는 바지만 정말, 이 주점을 더욱 사람냄새나게 만들어주는 건 이런

자그만 조화 한 송이. 자신의 가게를 꾸미고 손님을 불러모으겠다는 식의 생각 없이 이런 치장을 엄두나 낼 수

있을까 모르겠다.

가게 바깥에는 어제 장사한 흔적인 듯 빈 병들이 삼엄하게 꽂혀 있었다. 이래서야 원, 치히로 부모님이 아니라

나라고 해도 당장 의자에 철푸덕 앉아 음식부터 주문하고 볼 판이다.

그리고 치히로가 센으로 이름이 바뀐 채 일하게 되는 목욕탕의 모델이 되었다는 커다란 대중 목욕탕.

애니에 나오듯 그렇게 으리으리하고 커다란 건물은 아니고 조금 천장이 높은 단층 건물인데, 그 건물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살리고 뻥튀기해내어 애니 속 모습을 가공해 낸 건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옷바구니. 목욕탕 안을 이런 기회 아니고선 또 언제 찍어보겠나 싶어, 또다시 신발을

벗고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고 덥썩 안으로 들어왔다.

남탕은 됐고, 여탕으로 직행. 보통 일본의 목욕탕은 오른쪽이 남탕, 왼쪽이 여탕이라는데 여긴 뒤바뀌어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여하간 여기는 바뀌어있다는 것. 글쎄, 장난기 심한 주인남자가 여자남자가 습관에 이끌려

덜컥 문열었다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 아닐까. 혹은 응큼하고 연기잘하는 남자손님들을 좀더

불러모으려는 고도의 상술일 수도. "어익후 깜짝이야, 남탕인 줄 알았네요. 반갑습니다. 차라도 한잔?" 정도.

여탕 내부에 걸려 있는 그림들. 이런 그림들, 실제 여기가 목욕탕으로 쓰이던 때에도 걸려있었을까. 요새 시대에도

여탕엔 이런 그림이 걸려있나. 아무리 어릴 적 기억을 되짚어도 내가 가본 여탕엔 이런 야시시한 그림은 없었던

거 같은데. (아쉽게도.)

나무판을 이어붙이고, 쇠로 된 테두리를 감아 만든 고풍스런 물바가지. 얼룩이 여기저기 서려 있는 게 정말

쓰이던 걸까 싶은 상상을 계속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조그맣지만 야무지게 딴딴하게 생긴 나무의자도.

남탕엔 저울이 없던데, 여탕에만 있었다. 그것도 개씩이나. 슬쩍 올라갔다가, 얼추 비슷한 수치로 홱 당겨지는

바늘에 놀라 얼른 내려와 버렸다. 아..살 빼야되는데. 회사생활 2년차까지만 나름 선방했는데 올해가 문제.

목욕탕 뒤뜰..이라 해야 하나. 그리 넓진 않은 툇마루 밖으로 석등이며 이끼서린 돌덩이며 요리조리 꺽인 나무들,

보기 좋은 정원이지만 조금 이상하달까. 목욕하고 여기서 차라도 한잔 하고 갈 기세의 정원이다. 정말 그때의

목욕탕이 저랬다면, 현대인이 과거의 인간들보다 행복하다는 건 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한개 추가.

보드랍고 가벼운, 낭창한 이파리를 풍성하게 드리운 버드나무에 바람이 불었다. 목욕탕 우측의 건물은

구두방이라던가, 그냥 분위기로 족했다. 하나하나 굳이 문열어서 확인할 곳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 그때의

인기척을 듣고 바람소리를 감각하며 거닐어 보는 곳. 하야오가 이 곳을 즐겨 산책한 이유를 알 거 같다.

이 건물도, 그렇게 풍족한 마음으로 살살 거닐던 차에 우연찮게 발견했다. 자칫 놓쳤으면 사실 아쉬웠을 거 같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마지이 영감이 기다란 여덟개의 팔로 약초를 다듬던 그 공간. 치히로가 일을

시켜달라며 무작정 찾아들어갔던 그 공간. 애니메이션 속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지만, 애니와는 다르게

여긴 문방구점이었다는 사소한 사실 하나만 다르다.

한쪽 벽면에 뺴곡한 서랍은 대략 300여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붓, 벼루, 먹 등의 문방구들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고스란히 담겨 있을지, 꽤나 궁금했지만 차마 함부로 손댈 수가 없어 궁금증을 꾹 눌러 참았다.

아귀가 딱딱 맞는 조그마한 서랍들이 300여개나 된다니, 더구나 백 년 가까이 사람손에 길들어 반질하게 윤도

나고 은은한 나무색이 더욱 살아난 그 느낌이 너무 매혹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천장부터 바닥까지 채워진

서랍들이 실재하는 걸 두고 손이 마음대로 쭉쭉 늘어나는 가마지이 영감을 상상해 내다니, 역시 하야오.

다른 구역들, 화장품 가게도 있고, 음식점도 있고. 그리고 왠지 바람에 휘청휘청댈 것만 같은 얄포름한 외피에

쌓인 건물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그럴 듯한 풍치.

자전거 달구지가 삐걱, 소리내며 막 멈춰선 듯한 가게 앞. 어디까지가 진열되고 연출된 소품이고 어디까지가

정말 이 공간을 꾸려나가는데 쓸모있는 일상의 것인지가 도무지 불분명하다. 그냥, 2010년의 일본과 1900년

어느 어간쯔음의 일본이 마구 뒤섞인 채 새로운 느낌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커다란 월계관 사케병이 둥글게 둥글게 모여서 있는 술집. 하얗게 탈색된 채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허물어져

내리는 라벨이 시간의 엄연한 흐름과 사람의 쉼없는 손짓을 가늠케 해준다.

이 곳에서 다시 만난 저울들, 신기하게 생긴 저울들이 두개 세개씩 놓여 있는데, 예전엔 술집에서 술을 저울에

담아 팔았던 걸까. 주전자를 들고 가면 주전자에 담아서 그램수로 팔았나..사케를 무슨 막걸리마냥 그렇게

팔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꽃가게도 있고, 비록 조화지만 햇볕을 담뿍 받아 싱싱한 생화에 못잖은 자태를 과시하고 있는 걸로 보아 이동네는

당장이라도 몇 가구 이사와서 생활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술에, 음식에, 목욕탕에, 그런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 더해 꽃과 화장품까지 커버되는 동네면 뭐.

돌아 나서는 길, 금칠이 화려한 사당같은 건물이 하나 있었고, 그럴듯한 건물, 그렇지만 용처를 잘 가늠할 수

없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서쪽 구역을 좀더 돌아보았어도 꽤나 재미있었을 거 같은데, 이미 오전부터 지브리

스튜디오를 잔뜩 걸었는데다가 동쪽 구역만 돌아보아도 솔찮이 시간이 소모되어 어느새 해가 살짝 기울고

있어서. 슬슬 빠져나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에도도쿄건축공원, 그 안을 돌아다니며 계속 한 손에 들고 바람맞히던 바람개비, 주위에 커다란 건물도 없고

거침없이 휘감기던 바람을 떨쳐내고 가까운 나무에 접붙이기 해버렸다. 나중에 이 나무에서 바람개비가

잔뜩 돋아나진 않을까, 아님 물과 양분을 쭉쭉 빨아먹고 이 바람개비가 거대하게 피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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