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거다.

시간이 지나면, 탐욕스런 열대의 녹색식물들이 

깨어진 돌틈새, 벽돌의 홈들을 후벼파며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 뿌리는 동강난 부처의 머리를 휘감으며 인간이 만든 것들을 무화하기 시작할게다.


리셋.


그게 두려워서, 사람들은 매일매일 사다리를 걸치고 탑에 올라 눈곱처럼 끼어있는 잡풀들을 베어낸다.

공든 탑은 무너지고, 삶을 다한 건축물들은 사라지는 게 맞지 않을까..


뇌사상태에 빠진 고대의 사원들. 고대의 신성함.

p.s.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는 아빠는,

스스로 지구 표면을 조각하는 조각가로 여기신다고,

이번 여행에서 말씀하셨다.


비록 커다란 건물이 아니고, 스카이라인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지표를 변화시키고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물론, 엄마는, 아무리 그래도 '노가다'는 염증이 난다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