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던데 제법 볼만한 광경이었다. 아름다운 성당과 더불어 멀리부터 순례해 오는 듯한 사제들과 수사들이
파리 시내 가운데서 압도적인 경건함을 피워올린다.
대리인들. 이미 미사를 보려는 교인들은 성당 안에 만석이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하느님-혹은 신-의 이미지 역시 서양 백인남성의 그런 이미지 일색이었다가, 얼마전부터
그런 성상이나 성가에 대해 '한국적' 시즈닝이 가해졌다고 알고 있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예수님, 국악풍의
성가라는 건 바람직한 변화인 거 같긴 하다.
상징하는 온갖 악세사리와 기호들, 그와 나의 공통 인식기반이 되는 문화적 컨텐츠들. 예컨대 천지창조니
부활이니 하는 신이 역사한 사건들에 대한 경외감.
그런 건 모두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들의 외피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 법정스님 선종 후 터져나온
봉은사 명진스님에 대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외압설에 대해 '종교인이 정치색이 심하다'느니, '모든 걸 버리고
조용히 하라'느니, 따위의 조언을 주고 받는 사람들은 종교적 신성함과 종교적 의미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법정스님이 4대강 사업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던 건 어떨까. 세상에 뒹굴며 세속에서 힘쓰는 게 곧
'더러워지고' '신성함을 해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정숙하게 걸러진 햇살, 십자가에 집중된 조명, 파이프오르간의 장중한 선율과 울림까지
미사 참여의 목적이 아닌 '구경'의 목적으로 들른 사람들조차 위압한다.
미사는, 프랑스어로 진행되어 뭔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글로리아, 아멘, 이정도? 근데
말을 못 알아들어도 하울링 심한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신부님의 낮고 단정한 음색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혹은 신성한 느낌이었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높고 공간이 넓은 성소를 짓기란 요새 세상에 불가능하니, 파이프 오르간의 성스러운 효과음 역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 연출되어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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