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여기며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 정도로 생각하는 일이야 왕왕 있다지만, 그리고 300년쯤
나이먹은 나무가 그렇게 아주 희귀한 건 아니라지만, 정작 이 나무에는 용이 꿈틀거리는 문신이
그려져 있었던 거다.
수형이 눈에 들어온 건 한참동안이나 굵은 가지 두 곳에 그려진 그림을 훑어본 다음이었다.
노랑색 몸통에 파란 갈기를 가진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치솟는 그림이 마치 조폭들
등짝에 그려진 문신처럼 살짝 으스스하기도 하고, 굉장히 멋져보이기도 하고.
나무 거죽이 벗겨져 매끈하게 드러난 속살이 자칫 밋밋하고 부족해 보일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 빈 공간을 화려한 색감의 그림으로 채워넣고 나니까 오히려 더욱 당당해진 느낌.
남아 있어 '양반마을 안동'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이런 멋진 마을 지킴이
나무를 갖고 있으니 아무래도 다른 마을들보다 훨씬 외부의 나쁘고 삿된 것들로부터 잘 버티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 안동 가일마을.
'[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 > Korea+DP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키장에서 윷놀이하기. (4) | 2010.12.09 |
---|---|
이런 공연은 처음, 안동 양반댁에서 만끽하는 예술공연. (2) | 2010.12.06 |
호수 위로 벼락처럼 내리치는 나무. (2) | 2010.12.03 |
옷을 지어입을 수 있는 종이, 조선종이를 만드는 안동한지공장. (2) | 2010.11.30 |
따로 또 같이, 진정한 개판.jpg (4) | 2010.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