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에 한뼘 창을 낸지 꽤 되었지만, 막상 그 곳을 채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인가 속안에서는 디글디글 끓어오르고 있다고 느꼈지만 워낙 비비 꼬인채 엉켜버린 탓이다.
그건 아마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변신한지 6개월간 내 생활 패턴, 동료집단, 그리고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어야 할 지와 같은 자기 규정에 대한 대대적인 격변이 있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격변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며, 심지어 실제로 그러한 '격변스러움'에 대해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단지 좀더 나태해지고 삶에 대해 건방져진 내 자세가 문제일지도.
농담처럼 그렇게 얘기했던 적이 있다. 내가 글을 올릴 때는 무언가 외롭고, 힘들고, 고민이 많은가보다
생각하면 된다고. 분명한 건 난 여전히 그러한 방식으로 삶을 느끼며 채워나가고 싶단 것, 불과 몇 개월만에
감각하기와 사유하기..랄까, 느끼고 생각하는 작업에 잔뜩 낯설어지고 있는 지금의 속도가 정신없이 두려웠다.
주절주절 글쓰기가 멈춰져 갔고, 하루의 키워드가 나열된 일기가 멈춰져 갔으며, 달력을 보니 어느새 6월말.
직장선배 A는 한국 사람들은 20대에 직장에 들어와서야 5춘기를 겪는 거라고 했다. 말이 좋아 5춘기지
사실은 청소년기부터 지체됐던 4춘기가 그제서야 터져나온 거라면서, 왠지 씨익 웃었다. 재수없어. 마치
지는 성숙해서 (남들과 달리) 일찍이 겪었다는 양, 또 다른 직장새내기들의 고민을 몽창 싸잡아 '4춘기'의
재림 그 뿐인양 단언하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난 그저 늘 갖고 있던 고민들과 사유 방식들을, 새로운 내 코스튬인
'직장인' 버전에 맞춰서 조정하는 중인 거다.
황망하게 쳐달려가는 하루하루, 다시 시간의 고삐를 잡으려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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