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차이나타운에서 이십분 정도 남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red dot design museum.


매년 디자인이 출중한 제품들에 수여하는 상인 레드닷 어워드를 받았거나 그에 준할 만큼 훌륭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인데, 아직 한국사람들한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와있는 듯)



이쁜 빨강색으로 온통 칠해진 맵시있는 건물이 멀리서부터 눈길을 끈다. 


그 건물 전체가 뮤지엄인가 했지만 그렇진 않고, 이렇게 생긴 샵을 포함해 일층을 쓰고 있었다. 샵에도 디자인이


살아있는 제품들을 꽤 많이 전시, 판매하고 있었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패스.


샵 안을 둘러보고 이렇게 생긴 문을 지나 뮤지엄으로 입장. 입장료는 성인 8싱가폴달러, 학생 4싱가폴달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시품은 이제 꽤나 널리 알려진 이 시계.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들이


시계를 감촉하는 것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계다. 가운데서 뱅글뱅글 도는 쇠구슬이 시침이던가.


그리고 3D 퍼즐형태로 조립분해할 수 있는 반지. 



디자인이 매끈한 자전거다 싶더니 역시. BMW에서 만든 자전거.


목하 국내에서도 대유행중이라는 인디언텐트의 원조. 



눈꽃 모양의 육각형 부품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전등갓.



싱크대라거나 주방용품에 대해서도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은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보관 및 활용이 용이하도록 고안된 물병으로 장식된 한쪽 벽면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입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디자인된 타일로 꾸며진 한쪽 테이블 위엔 올해의 레드닷 수상작 도록이.


갈수록 기계적 아름다움에 대해 눈이 돌아가는 건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이런 식의 나염이 살아있는 의자라거나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미려한 휠은 누가 봐도 이쁘지 않으려나.



제품들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빙 둘러선 가운데 공간에는 기업 디자인과 포스터 작품들이 전시.



중간중간 한국어도 보이고 한국에서 쉽게 접했던 것들도 보였는데 예컨대 AP통신의 한국어 버전 명함 시안이라거나


NHN의 환경친화적 명함 아이디어 시안이라거나. 


그리고 현대차에서 진행했던 전화기-우산 디자인 아이디어도 전시되어 있었다. 전화기를 쓰기 편한 우산, 이라는


컨셉을 생각해 내는 것도, 또 그걸 어떻게 구현시킬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모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각종 전시회라거나 공연, 아니면 공공 목적에 부응하기 위한 포스터들. 꽤나 많고 한장 한장 디테일한 설명이 있었지만


몇몇 눈길을 잡아끌던 아이들만 사진으로 담아봤다.


포토그래퍼들을 초대해 강연을 연다는 걸 고려한 포스터. 사진기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피아노학원의 포스터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 블라인드를 피아노 건반인 듯 어루만지는 장면들로 가득.


전쟁과 평화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의 포스터. 전쟁시와 평화시의 레드크로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으랴만은 한장의 이미지는 백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 얼음에 갇힌 꽃이라면 어떨까.


혹은 쇠고랑으로 구속받는 꽃의 이미지라면 어떨까. 


와인의 맛과 향과 색을 포스터에 담고 싶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코카콜라의 광고나 디자인적 요소들은 이미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전히도 이렇게 신선할 수 있는 거다. 워낙 깊이


각인되어 버린 로고 디자인의 일부만을 활용해서도 바로 코카콜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유려한 디자인.

이건 내가 사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던 아웃도어 용품. 가볍지만 단단하고 심플한 테이블과 의자.


이제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 애플의 제품들이 예술품인 양 전시되어 있는 건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예술 작품처럼 핀 조명을 맞으며 홀로 서 있어도 전혀 주눅들거나 허름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니.


이 시계를 샵에서 팔길래 사고 싶었는데. 돈이 웬수랄까나.ㅋ


그리고 모빌처럼 모양이 변화하는 전등갓. 꽉 오무리고 있을 때도 활짝 열려 있을 때도 빛이 좋다.


스토케(Stokke)의 각종 아기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BMW의 차량용 베이비시트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대나무로 만든 안경같은 것도 있고.


다소 민망하지만 참신하고 단아한 형태의 성인용품도 전시되어 있어서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GPS기능이 내장되어 지갑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지갑.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인 아이템.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렇지만 세련된 플루트. 중학교 때 싸구려 모양 플라스틱 단소로 맞았던 기억이 왜 나는 거지.


디지털 저울이 자체에 내장된 여행용 캐리어.


아주아주 매끈하게 생긴 알루미늄 책꽂이. 


해바라기 모양의 샤워기.


집에서 조립해서 쓸 수 있는 컴퓨터. 예전엔 라디오를 조립하는 키트가 있더니 이제 컴퓨터 조립 키트가 파는구나.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꼼꼼히 볼 만한 아이템들이 한 가득. 그래도 세시간 정도면 충분했던 거 같다. 


출장으로 싱가폴을 갈 때마다 자주 들른다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전시품들도 규칙적으로 바뀌니만치 갈 때마다


만족스럽다고. 다음에 또 싱가폴 갈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뮤지엄이다.




굉장히 재미도 있어 보이고, 의미도 커 보이고, 그런 캠페인이라 생각이 되어서 회사 내에서 사람을 모아서

단체신청을 했습니다. 다들 뭔가 갈증이 있었던지 순식간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오늘 오전에

공지를 띄우고 오후에는 단체 신청까지 마감할 수 있었던, 꽤나 뿌듯했던 일이었습니다.


이 참에, 블로그 공간에서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로거 개개인이 참여의사를

표명하고, '블로거'라는 단체명으로 단체 신청을 하는 거죠. 뜨개질에 서툰 사람들을 위해 강사분이 나와서

교육도 시켜준다고 하던데, 까페 같은 곳 하나 빌려서 교육받을 겸 블로거들 서로 얼굴도 보고, 한데 모여서

꼬물딱꼬물딱 모자인지 뭔지도 떠보구요. 뭐, 좀더 원대하게 가자면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 같은데 모여서

동시에 뜨개질하기 기네스기록을 세운다거나, 여러가지 아이디어야 있지만 워낙 날씨가 추운데다 거기서

'평화적으로' 뜨개질하는 것조차 허용될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블로거들의 송년/신년회 오프라인 모임,

이벤트로도 꽤나 매력적인 일 아닐까요^^


우야튼, 아마도 이 블로그에 담긴 글 중 최초로 '-니다' 체로 쓰인 듯한 이 방만한 '간보기'용 글은 이만 총총.

아래는 저란 사람도 회사에선 이런 곱디고운 말투를 쓴다는 인증용 펌글.(나름 사회생활 잘한다능.)ㅋㅋ


* 회사 공지란에 올린 뜨개질 캠페인 '제안문'.

그야말로 혹한의 추위 속에서 각종 송년회와 연말 모임 일정들 잘 소화하고 계신지요?

맨날 마음속으로만 챙기던 주위 사람들을 이렇게 일년에라도 한번씩 얼굴맞대고 앉아 눈마주치고

술잔부딪히고 하면서 모든 분들이 몸도 마음도 따뜻한 연말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마냥 따뜻할 것만 같은 아프리카에서도 저체온증으로, 얼어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무려 20%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아침저녁 심한 일교차로 인한 폐렴과 저체온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 들어보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이라는 게 있더라구요.

"하나의 모자가 한 생명을 살린다"는 취지로, 애기들 모자를 하나씩 뜨개질해서 아프리카로 보내자는

캠페인입니다. 그에 대한 더 자세하고 깊이있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홈페이지 : http://www.moja.sc.or.kr/)

모자 하나로 생명 하나를 살릴 수 있다니 어떻게든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어떻게든 해보고 싶지만 뜨개질 같은 거 해본적도 없고 손가락 끝에 재봉질을 하지 않음 다행이다, 하시는
 
분들도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뜨개질 하는 방법을 주위 사람들에게 배우며 하하호호 더욱

정겨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닐까요? 모자가 채 아프리카까지 건너가기 전에도 이미 우리부터 훈훈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모자뜨기 방법이 동영상으로 설명하고 있으니 방법은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봉사동호회에서 연말연초, 따뜻한 아프리카를 생각하고 따뜻한 아이들의 체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연말기획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ㅇ 언제까지 신청하나요?

  - 2009. 12. 31까지 신청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ㅇ 언제까지 모자를 만들어야 하나요?

  - 2010. 2월 말까지 취합하여 아프리카 말리로 보낸다고 합니다. 봉사동호회에서 1월말까지 취합하면 될 것 같습니다. 

ㅇ 모자만들 재료는 어디에서 구하나요?

  - 모자뜨개질KIT(신생아살리기 후원금 일부 포함)가 12,000원이라고 합니다. 동호회에서 이중 상당액을 지원할 예정이나 정확한 지원액은 참여신청자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ㅇ 모자가 아니라 넝마를 만들면 어떡하나요?

  - 말씀드렸듯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25년간 뜨개질만 해온 "뜨개질의 달인 미싱 xxx씨"가 특별 집체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웃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문득 눈에 띈 지구살리는 법, <샤워를 하며 소변을 보자>라는 캠페인을 보았습니다.

에이 뭐야, 이미 실천하고 있는 거잖아~ 라는 식으로 넘기려는데, 재기발랄한 댓글들이 눈에 띄었어요.

많이 부끄러워하실 것 같아 전부 세심하게 닉넴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있습니다. 파리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각얼음을 부어넣는다거나,

철망이나 플라스틱망을 깔아넣는다거나, 동글백이 나프탈렌을 수 개 깔아놓아도 해결되지 않던 '튀는 XX방울'에

대한 새롭고 급진적이며 경이로운 해결책, 가히 신의 창조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의 그것은 바로! 두둥(again)
아아, 파인애플을 썰어넣은 모양이랄까요, UFO 출현형태 중 많이 노출되기로 소문난 바로 그 신비롭게 '구멍난

원기둥'형태, 가운데를 공략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를 꿰뚫고 있는 그 날카로운 통찰력이 구현된 궁극의

나프탈렌입니다! 그렇게 가운데를 공략해도 물방울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것을 자연스레 막아주는 저 배려심깊은
 
구멍이라니. 아...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생각나게 만드는 감동의 나프탈렌입니다ㅜ 저 완만한 구멍의 생김 역시

가이없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시간의 흐름, 아니 액체류의 씻김에 순응하는 호연지기의 자세를 그대로 현현하고

있네요. 아아...감동이어라.


이정도면 나프탈렌의 신 아닐까 싶습니다. 일견한 것만으로도 손끝부터 발끝까지 저릿저릿, 인간 지성의 한계가

없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걸 고안한 사람은 아마도 아인슈타인의 화신이 아닐까요.

일단 눈물을 닦고, 감사한 마음으로 바지춤을 내리고 경건하게 자세를 잡습니다. 아아아...좋아라, 키모치이이...

응? 여튼. 첫째, 물방울이 튀지 않습니다. 전부 구멍안에 가두어져 차분하게 흘러내리네요. 둘째, 성취감을

자극합니다. 구멍을 조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없던 오줌도 나올 지경입니다. 셋째, 나프탈렌이 신속하게

녹아내리며 공기를 정화합니다. 청결한 화장실의 기본은 향취겠죠. 넷째, 변기가 깨끗하게 유지됩니다.

물방울이 튀지 않고, 게다가 저 작은 구멍안으로 대부분 수렴되니 위생상 효과가 탁월합니다.


이거, 대박 아이템 아닐까요?? 혹 실제 사업상 이 아이템을 활용코자 하시는 분은 자유로이 하시되,

제게 스톡옵션 쵸큼만 넘겨주시거나, 집 한 채만 사주셔요^^;;;;;


저녁때 기자 친구를 만났다.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그리고는 다른 친구들의 근황을 묻고,

레드망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이러저러한 기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전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가 파면당한 법무관이 알고 보니 같은 과의 친한

일년 후배였다는 깜놀한 소식에서부터, 누군가는 누구와 사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무지 외로워하고

있다는 잡다한 소식까지. 장자연 리스트에서부터 박연차 리스트까지.


난 그에게 모종의 부탁을 했고, 그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내게 뭔가를 요구했다.

기사거리를 내놓으랬다. 거북아 거북아 기삿거리를 내놓아라 아니 내어놓으면 구워먹으리.

정말 머리를 짜내어 십여가지의 아이템들을 제시했지만, 번번이 '킬'.


요새 고층빌딩을 많이 세운다는데, 실제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생리적 변화와 어려움을

취재하면 어떨까. 그건 47층에 근무하는 당신의 민원성 아이템이니까 킬.

요새 무급휴가를 많이 내보낸다는데 그들이 휴가기간에 알바를 한다더라. 이미 많이 팔린 소재니까 킬.

어디 보니까 1인시위하고 있던데 그거 취재하면 어떨까. 사안의 중요성이 떨어지니까 킬.

음식점들에 비치된 명함 응모함이 조작되어 단골에게 사은쿠폰이 발급되는 거대한 음모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걸 밀착취재하면..시끄러, 킬.

출근길 지하철이 차간 간격조정으로 멈출 때마다 마이크로 삑삑대며 퉁명스럽고 시끄럽게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그런 건 애초 의도였을 고객 서비스 마인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거 같은데..메트로 홈피에 올려, 킬.

인턴을 뽑아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라고 하던데 내가 일하는 데서는 아주 잘 관리하고 있어서 어찌

한번 나를 취재하러 오면 어떤지. 그런 청탁성 아이템은 꺼져버려, 킬.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머리도 안 말리고 물 뚝뚝 흘리면서 서있는 아가씨들 있는데 그건 제2의 개똥녀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귀신녀'정도로 조어해서 취재해봐. (이 대목에서 잠시 무진장 한심하단 눈빛 작렬)

제2롯데월드 올린다던데 그걸 한번 더 파보면...아니다, 이미 그건 나올 얘긴 다 나왔고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야 모..그래서 (용기를 잃고) 스스로 킬.


올킬.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나의 부탁은 소멸되어 버릴 뻔 했으나, 그나마 하나가 그럭저럭 살아남은 덕에

아직 간당간당 목숨은 붙어있는 상태다.

코엑스가 길거리 캐스팅의 명소 중 한 곳이라고 하던데, 한번 하루종일 버티고 서서 그럼직한 아가씨들

취재해 보는 건 어떨까. ...끄적끄적. 그렇게 살아남은 하나.


기자 안 하길 잘했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빈곤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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