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중에 '지 말 묘하게 바꿔가며 논점을 흐리네 어쩌네'하는 말 나오지 않는 정도로 이전 글,

'키작은 남자가 루저'라는 말도 못하게 하는 하이에나들. 을 요약해 본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에 집요하게 해명을 요구하고 뒤를 캐는 것, 후속보도가 줄줄이 나오는 게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뻔뻔하거나 '독특하구나' 이러면 되지 그렇게 흥분할 일인지 모르겠다. '미수다'같은 오락물, 그리고 그런 오락물 출연자에. 물론 덜 자극적이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이상형, 취향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봐줄 수는 없을까. 내 상식에 반하고 불쾌하지만 그러려니 하지 뭐, 이렇게 여유있게 넘어갈 줄 수는 없냐고 묻는 거다.

그녀의 발언으로 갑자기 '루저' 인증되는 것도 아니고(방송에 나와 한마디하면 그 말이 대번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들도 세뇌되듯 '키작으면 루저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미 그런 분위기와 시각이 엄존한다면 이번 일로 그런 전반적인 기풍을 지적해야지 일 개인을 깐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 기사를 업데이트하고 재생산하는 기자들, 그녀를 비방하고 인신공격하는 악플러들, 심지어는 개인정보와 방송 후 후속 움직임까지 포스팅하는 사람들까지, 굉장히 가학적이고 비겁한 반응들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게 감정을 촉발하고 해소하는 대응들은 결국 인터넷 자원과 대중의 관심을 소모시키는 좋은 수단으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댓글들이 꽤나 많이 달렸지만 미처 다 댓댓글을 달지 못하는 점은 양해해 주시면 좋겠고, '하이에나'와 '열폭'

이란 단어에 자극받은 분들이 적지 않은 거 같은데 매 문단마다 언론의 부추김, 선정적인 재생산을 지적했고

이른바 '하이에나' 중 맨 앞에 기자를 언급했던 것처럼 주로 그쪽에 맞춰진 비난이었다. 물론 일부 '한량과

불만증환자들'에 대한 비난인 것도 분명하다. 그냥 어이없네, 라는 댓글 하나 단 사람이 아니라 집요하게

적극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댓글러들 말이다.


댓글들을 보면서 좀 어지러웠다. 워낙 입장들도 다르고 온도차도 커서, 게다가 중간중간 글을 제대로 읽고서

다는 건지조차 알 수 없는 쌩뚱맞은 댓글과 욕으로 도배된 댓글까지. 때론 꽤 설득력있고 새롭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신 댓글도 있었는데, 바로 답을 못했을 뿐이지 의도적으로 무시한 건 아니니 이해해 주시길.

어떤 글을 올린다 해도 모든 댓글다신 분들에 대한 적확한 댓댓글이 될 수는 없을 거고, 일부 댓글러들에

해당하는 댓댓글삼아 질문지를 올려본다. 혹은 이번 일로 생각해 볼만하지 않을까 싶은 문제들이기도 하니,

그냥 한번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Q1. 오락물 프로그램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 발언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발언으로 '키작은 남자'에 대한 없던 편견이 생겨날까요, 혹은 존재하던 편견이 강화될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락 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이 갖는 실질적 영향력, 파급력이라는 것을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Q1-1. 어쩌면 분노하는 몇몇 분들이 말씀하셨듯 애초 품고 있던 키에 대한 열등감이나 패배감을 건드린 게 문제인 건 아닌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에 발언이 나갔으니만치 욕먹을 짓 자초한 거긴 하지만, 지금처럼 매체마다 실시간 보도하는 수준으로 커져버리는 게 '비례의 원칙'에 부합할까요.

Q1-2. 실제 대부분 누리꾼들의 '루저 놀이'는 그녀의 발언을 희화화하고 희롱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냥 놀림감으로 소비되는 것일 뿐이겠지만, 그것 역시 너무 가혹하고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지는 않으시는지요?

Q2. 기분이 나쁘지 않을리야 없지만, 그 발언자를 집요하게 '단죄'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 말고 다른 식으로 풀 수는 없을까요? 취직시, 만남시 키와 같은 외모를 따지는 사회 분위기라는 게 단순히 말로 내뱉지 못하게만 아우성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말이죠.(단순히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여주는 댓글 하나 단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파장을 재생산하고 반응을 키우는 언론, 몰입해서 개인정보를 드러내고 생중계하는 몇몇 사람들, 기본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말부터 하고 보는 악플러들 말입니다.)

Q3. 오락물 프로그램과 그 출연자는 시청률과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성 떡밥을 쉼없이 던지는 게 상례입니다. 더구나 오락 프로그램 촬영시엔 우선 자유로이 발언하고 정교하고 의도적인 편집에 따라 적당한 수준에서 정돈되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갈수록 그런 '선'을 넘는 방송들이 빈발하고 있죠. 시청률 경쟁입니다. 오히려 문제는 방송사에 겨눠져야 하는 거 아닌지요?

Q기타. 한국에서 쓰이는 '루저'라는 단어가 미국 본토에서 쓰이는 'loser'와 같은 의미를 가질까요? 초등학생들도 세워대는 세번째 손가락의 의미가 미국의 그것과는 다르고, 이미 '장기하'라는 가수의 등장 때 루저문화의 등장이니 어떠니, 나름의 사회적 용례와 의미가 부여된 건 아닐까요. (그녀의 '루저' 발언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그 단어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는 분들이 있어서 생각해 본 질문입니다.)

몇 가지 미처 더 정리하지 못한 생각해 볼 법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이 정도로 총총.

어제 댓글달아주시던 분들-특히 입에 걸레무신 분들-전부 뭐하시는지.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 나온 여대생 하나가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했댄다. 그리고 인터넷과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포털마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 파문' 어쩌구 하면서 아주 신났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말 한마디에 모두 열폭중이시다. 루저라는 단어에 예민하거나, 아니면 '남자의 키'라는

남성들의 스트레스 요인과 자격지심을 건드렸기 때문이거나, 둘 다이거나.(혹은 언론의 부추김/오바질이거나.)


경과를 굳이 자세히 살필 필요야 있겠냐만은, 그녀가 애초 대본에 있던 내용이었다는 해명을 하고 이에 대해

방송작가 측에서 반박을 하면서 일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제2의 개똥녀파문으로 번질 것 같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난무하고, 프로그램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한 거라는 추측도 더해지고, 신나서 들들 볶아대는

여론이지만 늘 그렇듯 기껏해야 며칠 시끄럽고 말 일이다.


애초 이런 일에 계속 해명을 요구하고 뒤를 캐는 것 자체부터가 우스운 일이지 싶다. 키 작은 남자가 루저라고

생각하면 안 되나. 방송은 안 보고 그저 몇 개 언론이랍시고 뻥튀기에 자기복제만 해대는 기사들을 봤지만

그렇게 문제될 발언인지 잘 모르겠다.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단

게 사실이라면, 그냥 본인의 생각이다. 키작은 남자가 싫은가부지, 본인 키보다 큰 남자를 찾고 있나부지,

그렇게 넘기면 될 일 아닌가. (참 기자들 기사 쉽게 쓴다. 그것도 힘없는 사람 하나 십자포화로 때려 가며.)


뭐 말투가 좀 싸가지 없었는지도, 표정이나 뉘앙스가 영 띠꺼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방송을 직접 보고
 
인용된 문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받았대도 마찬가지다. 그냥 좀 뻔뻔하구나, 혹은 독특한 개념을

갖추고 계시구나, 이러고 말 일이지 뭘 그렇게 흥분을 할 일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미녀들의 수다'같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뱉어지는 대사들이 사려깊고 올곧기만을 바랬던가 말이다. 공익적이고 도덕적인 발언만 나오는

교육방송을 보고자 하는 건 아닐 테고, 그녀에게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물 것도 아닌 거고.


남자의 키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사항, 개인의 취향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본인의 기호와 취향을 이야기한 것

뿐이다. 물론 좀 덜 자극적이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랑은 좀 다르고 불쾌하지만 그러려니 하지 뭐, 그렇게 넘어갈

만큼의 여유도 없는 건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고 당장 남성으로서 자신이 '루저'로 낙인찍히는 것도 아니고,

그녀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그리고 자신이 어필하려는 여성들-이 대번에 그런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도 아니잖나. 그녀의 마인드를 책임지고 고쳐줄 것도 아니고 당장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닌데, 왠 밴댕이 속알딱지같은 열폭인가.


물론 많은 여자들이 남자의 키에 예민한 게 사실이고 하나의 냉정하고 분통터지는 기준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녀는 단지 그러한 트렌드 내지 풍조에 편승해

발언한 것 뿐인 거다. 저변에 깔려있는 분위기와 여성들 일반의 '입맛'이 문제라면 문제인 거다. 말을 안 한다고

지적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이 경우에도 그녀가 이렇듯 십자포화의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키에 민감한 건 오히려 남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딱히 남자가 자기보다
 
작아도 개의치 않는 것 같던데. 상대적으로.)


사실 언론에서 그려내듯 그렇게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은 못 봤다.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다니 어떤

의미로던 '차암~ 대단하다'는 반응, 혹은 방송에서 이특이 반응했던 것처럼 "나도 그쪽 관심없거든요"라는 식의

맞대응 정도를 봤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반인의 돌출 발언, 돌출 행동에 너무도 가혹하고 각박하게

'열폭'하는 사람들과 언론이 늘 있어왔던 것은 사실인 것 같아 안타깝다. 이거 원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안주감 오징어처럼 짝짝 찢어발겨져 잘근잘근 씹혀진다. 힘있는 사람이어도 이렇게 집요하게 흠집내고 갈구고

꼬투리를 잡을까. 굉장히 가학적인 세상이고, 비겁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별 것 아닌 일을 떠들썩하게 키워내어 이득을 볼 사람들이 누군지 생각해봤다. 자극적인 기사로 조회수를

손쉽게 낚아내는 기자들, 누군가 씹을 거릴 만들어내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오지랖넓고 시간많은 한량들,

시대가 선사한 공허감과 분노를 풀길 없어 간편하고 무해한 씹을거리만 찾아대는 불만증환자들. 그들은 모두

하이에나같다. '발톱사이에까지 털이 나있는' 혐오스럽고 야비한 짐승이다. 자기보다 약하고 병든 동물만

사냥한다는 하이에나-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처럼 비겁하다.


그리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궁극의 수혜자들이 있을 거다. 80년대 3S-섹스, 스크린, 스포츠-정책이나
 
오락물과 적당한 먹거리-먹잇감-의 조합을 의미하는 티티테인먼트라는 조어가 발휘하는 힘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회/정치적인 공적영역으로부터 유리시키려고 쉼없이 노력하는 권력자들. 개똥녀니 뭐니, 그런 자극적이지만

별반 공동체에 기여할 것이 없는 이슈들로 인터넷 자원과 진득하지 못한 대중의 관심을 소모시켜버림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권력자들. 무대 앞에서 일개 여대생이 다구리당하고 있을 때 키득대고 있을 장막 뒤의 '보이지

않는 손', 그들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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