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에서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싶다면, 절대 강추하고 싶은 곳인 만타나니 섬의 수중 풍경.

 

스노클링을 할 때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바닷속 풍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물도 굉장히 맑았고

 

고기들도 엄청 많았고, 게다가 물속의 산호들도 굉장히 아름다운 형체를 잘 유지하고 있었고.

 

급기야 어느 정도 바닷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보니 나중에는 이게 바닷속인지 지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실제 현실인지 볼거리 많게 잘 만들어진 무슨 3D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

 

 

photo by SONY TX-30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1 아트페어,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다는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다.

코엑스 주위 강남권에 회사도 많고 하니 잠시 짬을 내어 구경나온 회사원들도 적잖이 보였다. 네이버에서

세운 아트월 중 하나인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을 유심히 감상중인 어느 회사원의 뒷모습이 진지하다.

이번 아트페어의 스폰서인 네이버는 곳곳에 아트월을 세워두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QR코드를

읽어서 해당 작가의 작품들을 좀더 자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었다. 포토월이란 단어는

많이 익숙하지만, 아트월(Art Wall)이란 단어는 처음 들어본 거 같은데 참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이제 많이 유명해진 이동기 작가의 '아토마우스'도 아트월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고, 마를린 먼로의 얼굴이

어슴푸레 드러나는 모자이크 그림도 눈길을 모으고 있었고.


이번 아트페어는 9월 22일부터 26일, 그러니까 다음주 월요일까지 코엑스 1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약 17개국의 200개 가까운 갤러리가 참여했다나, 총 작품수가 5천점에 이른다니 왠만한 미술관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던 거 같다. 뭐, 미술관 전시회처럼 주제가 명확하고

이야기 흐름이 있는 전시는 아니고 갤러리들이 소장한 예술작품들이 우르르 쏟아진 셈이니 보다보면

살짝 소화불량에 걸릴 듯한 느낌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재미는 쏠쏠하다.

이렇게 맘에 드는 작품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감상하며 저게 뭘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그런 궁금증이 어깨에 잔뜩 얹힌 채 매료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목이 뭐더라, the sunny day? 뭔가 해피한 날의 표정이긴 한데, 가슴엔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이 꼽혔다.

표정과 액션, 형상과 제목간의 모순으로부터 뭔가 궁금증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love였던가, 비슷한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온몸에 하트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여자의 눈매가 저리도 앙칼진건

뭘까, 사랑의 흔적만 온몸에 남기고 뒤돌아서는 남자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나 지난 사랑을 그리는 안타까움일까.

이것도 맘에 들었던 것 중에 하나. 제목이 unmasked였던가. 마스크를 벗어던지듯 얼굴껍데기를 온통 벗겨버린

듯 근육과 지방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 그렇게 얼굴껍데기가 벗겨지고 나니 오히려 모든 표정이 지워진 채

그야말로 무표정한 모습이다.

요새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회화 소재 중에서 한국적인 미감을 물씬 풍기는 재료가 바로 자개. 색감도 그렇고

반짝반짝하는 광택도 그렇고,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이다.

입체의 형태는 시각에 따라 하트로 보이기도 주머니로 보이기도, 혹은 그저 평평한 평면으로 보이기도 한다.

신기한 재료들, 철사망을 어떻게 매만져야 저렇게 갈기를 휘날리며 내닫는 말의 형상이 떠오를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저 초현실적인 그림에선 나뭇이파리나 털들이 왜 툭툭 그림 밖으로 튀어나와 붙어있는 건지.

저런 분방한 상상력도 경탄스럽지만, 그런 상상을 저렇게 작품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그 능력도 부럽다.

일견 엉성하게 만들어지다 만 듯한 손, 심지어 손가락도 세 개 밖에 없는데다가 질감도 굉장히 거친데,

그게 또 이렇게 뭔가 절절해보이고 짙은 감성이 담긴 느낌을 던져준다.

이런 식으로, 숫자던 구체적인 물체-단추니 포크 따위-를 터무니없이 큰 사이즈로 재현하는 작품들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버린 거 같다. 색감까지 알록달록 이쁘긴 한데, 왠지 이건 0부터 9까지

일괄구매해야 할 거 같다. 그치만 실제로는 숫자 하나만 구매해서 소장할 수도 있다더라는.

눈에 익고 친숙한 사이즈를 확 바꿔버림으로써 뭔가 미감을 자극하는 방식은 회화에서도 등장한다.

귤이니 콜라병이니 따위를 향해 진격하거나 공격중인 군인들의 모습이 연작으로 담겨있던 어느

한국 작가의 작품들은 그런 베이스에 나름의 아이디어를 얹어 고유한 특징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인듯.

전통 회화와 오브제들이 바둑판무늬로 짜여져서는 설치미술작품이 된 거라고 해야 하나. 특히 저 노랑 버스랑

말 인형이 맘에 든다.

굉장히 다양하고 신기한 작품들이 그득한 전시장 안에서 문득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처럼 생긴 물고기가

둥둥 허공에서 유영하는 모습이란 그렇게 초현실적이진 않았다. 요샌 저런 'R/C 생선풍선' 있구나. 그런

정도의 감흥. 그치만 다시 생각해보면 저거 꽤나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눈에 띄던 조각들. 아니지, 이걸 조각이라 하기도 그렇고 음..걍 미술작품, 이라는 게 무난하겠다.

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마나 거짓말을 해댔길래 코가 저렇게 낭창낭창하도록 길어졌을까.

풍선아트를 그대로 굳혀놓은 듯한 저 선명하고 발랄한 색감의 작품은 분명 내가 이름을 아는 작가의

그것 같기도 한데. 이름을 까먹어서 잘난 척할 타이밍 1회 상실. 뭐, 이름 외우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


금과 은으로 장식된 듯한 새하얀 마차랄지, 삼륜차랄지, 바이크랄지. 가만보면 좌석 등받이 쪽에 붙은

조그만 모니터에서 뭔가 사람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저렇게 낮은 곳에 있어서야 지나는 사람들의 부주의한 발길에 밟히면 어쩌려고. 하얀 모래가 깔린 가운데

허우적대고 있는 두 사람, 뭔가 개미지옥이나 사막의 구덩이같은데 빠진 절망적인 상황 같다.

그리고 뭔가 반복적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저 녀석들이 있었다. 눈과 입, 아마 실제

사람의 눈과 입을 따서 투영시킨 거 같은데, 쉼없이 꿈벅거리고 말하고 하품하는 그 형체가 기괴했다는.

그리고 이런 클래식하고도 반가운 작품을 소장,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도 있었다. 당대에는 획기적이고도

참신했겠지만 이미 그 뒤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그의 작품은 뭔가

손때묻고 오래되어 따스한 온기가 도는 낡은 기계의 느낌이 난다. 오래된 재봉틀이나 빈티지스러운

바이크에서 느껴지는 그런.


나 같으면 BMW에 이런 식으로 도색을 하진 않겠다. 차는 참 이쁜데 말이지.

정말이지 전시장은 너무도 광활했다. 사람도 무척이나 많았지만 워낙 넓고 천장도 높아서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았고, 그렇게 전시장 한가운데서 방황하다가 작가들이 붓을 흩뿌리며 작품을 만드는 것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미술 시간에 저렇게 붓에 물감 찍어서 휙휙 뿌리는 건 참 재미있었는데. 


중세시대 귀족들을 희화화하는 걸까, 커다란 목장식을 벌통으로 바꿔놓고는 얼굴 곳곳에 벌을 붙여놓은

작품도 있었고,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을 촬영하곤 이리저리 매만진 작품 앞으로 온통 분해되어 버린

바이올린의 조각들이 가까스로 서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인도네시아던가, 그 나라의 정치 상황과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런 사회성 짙은

작품들도 더러 있었다. 폴리스 라인 뒤에서 죽어 나자빠져 있거나, 그 라인을 의식하며 권력에 대한 충성을

허둥지둥 맹세하거나, 혹은 라인을 밟고 경계에 선 사람의 모습까지. 내 맘대로 읽어낸 거지, 실제로 무슨

의미를 담고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센스가 넘치는 회화들. 안 그런 것들이 없었지만 특히 저 사이클 장면을 그린 그림이 와닿았다.

부시와, 테레사수녀와, 달라이라마가 레이싱 중이다.
 

눈이 시뻘개진 나무 늘보가 괴물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해가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있는가 하면,

그림 아래쪽에 창을 내고 알루미늄을 붙여선 공간을 틔워버리고 나비 두마리를 날려보고 있는 그림도 있었다.

그리고 칠판처럼 배경이 그려진 그림 위에 저런 뜬금없는 고추를 그리거나 명함을 오려붙이고, 낙서를 마구

해서는 마치 학예회날이나 만우절날, 혹은 교생 떠나가는 날의 칠판을 그대로 떼어온 듯한 그림도.

누구의 입버릇을 빌건대, "내가 추석 연휴 때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4,5,6을 전부 봐서 아는데," 스타워즈의

캐릭터들은 정말 그 풍요롭고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서, 이렇게 예술작품으로 환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들이다. 다스베이더의 가면 너머 숨어있는 그 깊고도 복잡한 심경, 그걸 그대로 전유해서

예술 작품 자체에 깊이를 얹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타워즈 자체가 수많은 아티스트의

소재가 될만큼 강력하고 매력적인 자극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거다.


여하간, 다스베이더를 소재로 삼은 저런 작품들, 아..하나 갖고 싶다. 스타워즈 빠돌이가 되어버렸다.

최근 인터넷에서 실사판 화투패라고 돌고 있는 것도 있던데, 그것도 제법이었지만 이렇게 뭔가 메카닉의 느낌이

담긴 화투판도 괜찮은 거 같다. 심지어 비광의 저 냥반은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거 같다.ㅋ

한국 작가 누구더라, 의 태권브이는 맨발로 당나귀를 타고 있다. 태권브이의 저 입모양은 이모티콘으로 따지면

-0-, 이런 느낌을 주는 거 같아서 재미있다.

저런 그림 참 좋다. 도발적인 자태와 눈빛, 흘러내린 머리까지. 나중에 집에 걸어두고 싶은.

그리고 이런 툭 까내리는 메시지도 좋다. 다짜고짜 뻐큐란다.

모네의 그림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무질서해 보이는 수많은 붓질이 한송이 수련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처럼. 이 여인의 얼굴 그림 역시 가까이 들이대면 이런 조악해 보이는 어설픈 동글백이가

수없이 숨겨져 있었던 거다.


사진 작품들도 제법 있었다. 익히 알려진 배병우 작가의 작품들 말고도, 저런 작업은 어떻게 한 걸까.

어린왕자의 B612처럼, 조그만 별에서 벚꽃나무가 거침없이 뻗어나가 우주를 채웠다.

그리고 아마도 수많은 도장들을 모아서 프레임 안에 채운 게 아닐까 싶은, 크기도 높이도 모양도 내용도

전부 제각각인 것들이 모여서 커다란 직사각형의 작품에선 무슨 디오라마같은 입체감이 느껴진다.


뭐라더라, 설명을 들었는데 대도시의 밤풍경을 내려다보면 이렇게 혼란스럽고도 화려한 이미지일 거라

했던가. 작가가 실제로 그런 걸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딱 보면 정말 혼란스럽기는 하다.

예술은 늘 최신의 과학 기술과 성과를 또다른 표현수단으로 받아안고는 했다. 3D 아트는 그런 의미에서

조금 늦은 건 아닌지 싶을 정도다. 안경을 썼더니 너무 어지러워서 패스.


이거...레이 아닌가. 아니면 다른 변신물의 캐릭인가. 모르겠지만 일본 애니에서 뛰쳐나온 게 분명한

저 소녀가 캔버스 위에 그려져 있다니, 저런 작품도 유쾌하니 맘에 든다. 사방에 뭔가 변신중이라는

듯한 범상치 않은 기운이 휘감겨 있는 것도 맘에 들고.

중국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요새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더니 꽤나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모습을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시니컬하게 담고 있는 그들의 작품 중에 특히나

너무도 적나라해서 눈에 확 들어왔던 작품. 색감도 굉장히 선명하고 멀리 떨어져 조그매보이는

천안문 광장 앞에 당당히 선 하이힐 신은 쪽쪽 곧은 다리들이 인상적이었다.


거칠게나마 한바퀴 돌아보고 나오니 훌쩍 지나 있는 시간,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로 너무 많은

전시물들이 있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어서 본인 깜냥에 맞춰서 즐기기에 딱 좋은 기회일 듯 하다.



영화, 참 쉽게 만들었구나 싶은 게 첫 소감.


요새 3D가 트렌드라니까 한번 오토바이 경주씬이나 괴물이 육박하는, 쪼끔 맛보여줄만한 장면 좀 넣어주고,

여름 휴가 혹은 방학을 맞이한 관객들 많을 테니 일단 안전하게 '액션 블록버스터' 간판 내걸어주고,

한국에서 좀체 안 된다던 SF 크리쳐 영화장르를 '괴물'이 깼으니 비슷한 수준에서 괴물 하나 빚어내고,

그리고 빵빵한 투자사와 배급사 확보해서 온동네 영화관 다 확보해냈으니 훨씬 유리한 출발선에 선 데다가,

마지막으로 개봉 일자나 개봉 과정에서의 막판 작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노이즈마케팅까지.

아, 게다가 뻔뻔스럽게도 마지막에 슬쩍 우겨넣은 뜬금없는 7광구에 대한 '민족주의 마케팅'..역겹더라.


뭐 다 좋다. 이야기의 개연성이고 흡인력있는 전개고 나발이고 간에, 아마도 이 영화가 따르고 싶었던 듯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간지나는 껍데기만 따르고 싶었다 치더라도, 재미는 있어야 할 거 아니냐 말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봉준호의 '괴물' 때보다 발전한 CG기술이라도 현란하게 과시하던가, 뭐라도 스케일크게

뻥뻥 터뜨리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지원이 인상쓰고 뛰어다니는 것 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렸을 적 봤던

'에일리언1'의 시고니 위버가 보여줬던 연기나 그 영화 자체의 아우라와는 전혀 비교조차 불가한 수준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 영화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실수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괘씸하다는 생각을 지울 길 없어 굳이 영화평을 적는 것. 비슷하게 생긴 괴물딱지가 나오는 것 빼고는

봉준호의 '괴물'이 도달했던 해석의 다양성이나 세상에 대한 은유 같은 깊이보다는 그저 이런 괴물 한번

만들어내서 뛰어다니게 할 수 있어, 를 과시하는데 그치는 '디워', 혹은 '용가리' 쪽에 가까운 얼개와 스토리다.

애초 그런 수준의 영화라고 딱 깨고 이야기를 했으면 괘씸하지나 않지, 무섭지도 긴장감 돋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괴물이 뛰어다니는 걸 보며 뭔가 크게 낚였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그나마 3D로 보지 않은 게 다행.


이런 영화, '피할 수 없는 놈과의 사투'가 시작된 게 아니니까 엔간하면 피해가는 게 좋겠다.






선뜩하고 찰져보이는 피부, 윤기를 잃어버린 머리카락, 사망 시간이 한참 지난 듯 빳빳이 경직된 팔다리,

게다가 근육들이 수축하면서 보기 흉하게 벌어진 몇 군데의 칼자국과 가슴과 배를 따라 Y자로 열었다가

두꺼운 실로 다시 꿰메진 자국까지. 섬뜩한 시체가 눈앞에 있다.

이 진짜같은 시체는 사실 '그림자 살인'에서 쓰였던 소품인데, CGV송파와 가든5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4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중 특수효과 전시를 위해 사람들 눈앞에 나타난 것. 요모조모 꼼꼼히

뜯어보면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전에 국립과학수사원에서 경험했던 시체의 선뜩함과

냉기를 풍기고 있었다. (음식의 미학-부검 견학의 감상.)

으윽..아무리 모형이란 거 알아도 이런 건 좀. 성글고 뒤엉킨 머리칼하며 온몸에 묻어있는 피칠갑하며.

무엇보다 이렇게 유리관 안에 핏덩이를 담아놓았다는 게 제일 자극적이다.

가운데와 오른쪽의 머리는 알겠다. 대충 목을 잘라서 성문 앞에 내걸거나 죽창 위에 꼽거나 할 때 쓰는

특수분장 소품일 거다. 근데 왼쪽의 저 포효하는 원숭이는 뭐지. 스타워즈 소품인가.;

왠지 누군가를 닮은 여성의 머리도 유리관에 담겨있다 싶었는데, 한참을 눈싸움하다 보니 누구랑

닮았다고 생각했는지 떠올랐다. 왠지 김민희 많이 닮은 듯.

그리고 말의 모형까지. 코가 금방이라도 벌름거릴 듯 리얼하긴 한데, 털이 너무 광택이 없다. 경마장의

준마들과 비교하기엔 영양상태가 안 좋은 건지 발육상태가 별로인 건지.

특수분장 전시를 해둔 곳을 나와서 둘러보다가, 3D 바닥벽화 작업을 해놓았다고 하는데 이게 왜 3D지?

바닥에 그려놓았으니 원근감이 아무래도 느껴지기야 한다만은 아무래도 요새는 아무데나 3D란 단어를

갖다 붙여놓는 게 아닌가 싶다. 슈렉이나 쿵푸팬더, 지니가 다들 넘 아저씨스럽게 나왔단 것도 불만.

'3D'바닥벽화에서 못내 아쉬웠던 마음을 단번에 털어내주던 그래피티들, 몽글몽글 귀여운 동물들이

단체 사진찍듯 우글대며 모여있었다.

좀더 전형적인 그래피티, 글자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거라 하지만 어느새 글자로서의 형체나 기능은

소멸하고 추상화된 그림이 남는다. 어릴 적부터 그래피티를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는데. 흑.

락카 스프레이들이 잔뜩 늘어선 채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그래피티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림만큼이나

알록달록한 사람들. 원래 그래피티는 누가 보지 않는 새 보통 야밤을 틈타 후딱 작업하고 도망가는 게

묘미일 텐데, 평소 그런 거에 익숙한 이들이 사람들이 멀쩡하니 구경하는 앞에서 작업하려니 어색하진

않으려나. 스프레이로 저렇게 생생한 그림을 그리고 남겨놓는 솜씨는 역시 참 대단해 보인다.

그래피티에 열중한 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니, 생각보다 꽤나 힘든 작업이겠다는 생각이다.

벽면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림으로 메꾸려면 무릎을 꿇고 바닥에 거의 쓰러지다시피 해서 그려야

하고, 위에 그릴 때는 사다리 끝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사다리를 조금씩 옮겨가며 다시 올라야

할 테니 꽤나 번거롭고 피곤할 거 같다.

온갖 과일이 매달려 있는 과일나무와 가지, 옥수수가 날개달고 날아다니는 벽화는 빨간 지붕과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사람들이 은근 쉼없이 서서 사진을 찍던 포스트 하나.

영상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직접 아이들과 함께 벽돌에 그림이나 글씨를 그려넣으면 그 벽돌로

작은 집을 쌓아올리는 행사도 있었다. 한 꼬맹이가 자신이 만들었던 벽돌이 어딨는지를 찾는듯

몇 분째 유심히 벽돌 한장 한장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그 옆에, 특수분장 체험관 옆으로 마저 이어지던 석고상들. 근데 인물들이 어디서 많이 보았던 듯

낯익은 면면이다. 이 둘만 해도, 모르겠다고? GOD의 멤버 중 두 명이라고 하면 바로 감이 오려나.

석고상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그녀의 이미지는 소녀였다가 '난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게' 되어버린. 박지윤이다.

워낙 개성있는 마스크를 가진 배우, 최민식.

이 두 사람도 뭐, 딱 보면 각이 잡히는 얼굴이다. 라디오스타의 두 스타. 안성기와 박중훈.

아무래도 여성의 경우는 조금 더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거 같다. 헤어스타일과 화장이 갖는 비중이 워낙

큰 탓인지도 모르겠고, 그녀들의 웃는 얼굴에 익숙해 있는지라 이런 눈감은 무표정한 얼굴은 어쨌든

실제로 낯설고 어색한 탓인지도 모른다. 위에는 김윤진, 밑에는 고 최진실. 최진실은 좀 많이 낯설다.

사실 이렇게 석고로 마스크를 뜨는 건 데드 마스크가 그 기원 아닌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죽은 이의

얼굴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도로 죽은 이의 얼굴을 정제한 후 석고를 부어 만드는 게 데드 마스크인데

이렇게 영화 배우들의 얼굴을 석고로 뜨는 건 어디에 쓰려나. 마네킹을 만들거나 대역배우 가면을

만드는데 쓰는 건가.

왜 만들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빡빡 대머리에 아무 분장도 되지 않은 그들의 얼굴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뭐, 딱히 잘생기지도 않았네. (나랑 비슷하게 생겼네), 뭐 요런 턱없는 망상이

스물스물 자라났달까. 그래놓고 거울보면 왠 오징어가 있을지도.




#1. 둘 다 모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는 게 굉장히 맘에 들었다. 용맹무비한 바이킹이 등장하니까 그런

정도 상처쯤이야 별일 아니라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애니에서 이 정도 결말이면 꽤나 인상적이다.


#2. '투슬리스'는 왠지 토토로와 슈렉고양이가 퓨전한 녀석 같다. 슈렉고양이 하니까 생각나는데, 요새 광고중인

'슈렉 포에버'에 나오는 녀석은 완전 투실투실해져 있었다. 수컷이었을 텐데, 상상임신중?


#3. 아바타 이후 3D가 대세가 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었지만 몇 개의 영화들이 나가떨어졌다. 덕분에 좀더

세련되고 편한 3D 안경의 보급을 기대했던 난 실망하고 말았지만, 이 영화는 다시금 그 기대에 불을 지폈다.



#0. 사실, 영화의 스토리나 메시지는 분명치 않고 의식적이지도 않다. 아바타처럼 적당한 기존의 이야기를

뒤섞고 약간의 변형된 영웅을 등장시킨 정도랄까. 또 아바타처럼 성공적이기도 하다. 3D의 기술을 만화적인

차원에서 백퍼센트 활용한 작품인 듯.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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