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상태 훌륭해보이는 400년전의 대포가 그랜드 리스보아 카지노호텔을 겨누고 있는 곳은 몬테 요새 위의 공원.

 

그야말로 마카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포인트다.

 

길 찾기가 조금 쉽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지만, 대충 오르막길이겠거니 하고 어림짐작으로 밟은 길이 그대로

 

몬테요새로 올라가는 길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대체 어떤 요구조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카오에는 유난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문화재들이 많다.

 

몬테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건물 정면만 남겨진 벽면이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

 

그리고 이렇게 공원이란 쓰임에 걸맞게 이쁜 꽃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기도 한 이곳은 거의 마카오인들의 휴식처라고.

 

 

이 곳에는 총 22문의 400년전 대포가 성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데, 실제로 사용된 건 17세기에 딱 한번 뿐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함대가 공격해왔을 때, 단번에 함대의 탄약고를 폭파시켜 승리로 이끌었다나.

 

 

 

 

 

 

 

 

세나도 광장에서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는 길, 아무래도 눈길가고 재미있어 보이는 길을 좇아 걷게 된다.

 

하얀 바닥에 정교하게 불규칙한 모양의 검은 타일을 붙여 기하학적인 문양을 피워냈다.

 

그리고 해마와 물고기들이 물을 뱉어내는 그럴듯한 분수대 하나. 그 뒤로 보이는 체크무늬 건물벽이 인상적이다.

 

 

고만고만한 골목에서 서로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 이쯤 되면 왠지 반가워진다.

 

빗물에 씻겨 개나리색 벽면의 색감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참이다. 그 앞의 벤치 하나가 동그마니.

 

마카오에서는 광둥어가 주로 쓰이지만 북경어와 포르투갈어도 병용되고 있다고 한다. 영어는 거의 못 본 듯 하다.

 

성당앞에는 꽃무늬라거나 성서에 인용된 알파니 오메가 같은 기호들도 있지만, 이렇게 물결무늬가 치는 것도 좋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던 참, 아무래도 이 쪽은 아닌 거 같아서 몇사람을 잡고 길을 물었으나 영어가 정말 안되더라는.

 

무슨 오토바이 주차를 이렇게 잔뜩 해놓은 거주 구역은 또 처음 보는 거 같다. 대만에서도 인도에서도 못 본 진풍경.

 

 어느 막다른 골목 언저리에 꾸며져 있던 사당. 토지신에게 복을 비는 곳인가 싶다.

 

 

몬테 요새로 가려던 참이었으니, 계속해서 오르막길이 나오면 왠지 맞겠다 싶었다. 온통 새장처럼 철창을 두른 건물을

 

가운데 두고 갈라져나가는 삼거리에서 주저않고 오르막길을 택한 이유도 그런 거였다.

 

 

흔히 강화와인이라 부르는 이것, 보통 10도를 오르내리는 와인보다는 훨씬 높은 도수의 fortified wine이다. 무려 20도.

포르투갈에서 처음 만들어진 강화와인은, 배를 통해 와인을 수출/수입할 때 중간에 상하는 걸 막기 위해서 일부러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버리면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와인보다도 향은 좀더 끈적하면서도 강렬하게 달콤하고, 맛 역시 레드와인을 응축시킨 건가 싶을 만큼

진하고 사치스럽도록 화려하다. 대개의 레드와인이 가진 달콤함이나 매콤함, 쌉쌀함이나 새콤함이란 게

세필로 언뜻언뜻 그어진 가느다란 선에 비긴다면, 강화와인의 맛이란 그 선들이 모조리 bold처리된 느낌이랄까.

특히나 단 맛이 많이 강화되어서 대체로 이 술은 식후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일종의 디저트 삼아. 화려함이 지나쳐
 
그 미묘함과 섬세함이 다소 죽어버린다 느낄 때에는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도의 도수란 것도 매력적이다. 한잔 가득 따라 놓으면 잠들기 전 몇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정도랄까.

그렇지만 보통 강화와인을 찾는 날의 마음가짐이란, 상콤하고 발랄한 '양가집 규수'같은 와인을 마다하되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헤롱대는 눈빛의 '날잡아잡수' 위스키나 꼬냑도 피하고 싶은 날이어서 한 잔으로 끝나기가 쉽지 않다.

고혹적인 자태로 가끔, 잊지 않을 만큼의 방심한 눈빛을 쏘아주시는 달콤한 님과 만나고 싶을 때 마시게 되는 술이라서,

한 잔이 또 한 잔을 부르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고 나면 하룻밤이 훌떡 지나버리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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