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해수욕장 아래 외옹치해수욕장, 그즈음에 잡은 펜션에서 자전거를 빌려 속초를 돌아보기로 했다. 속초해수욕장을 지나고

 

아바이마을을 지나고, 청초호를 지나 영금정까지. 그리고 내친김에 영랑호까지 한바퀴 돌아보고 다음날 설악산 울산바위에 올라

 

점심삼아 먹을 닭강정을 살 닭갈비 시장통을 들르는 코스. 11시쯤부터 타기 시작해 아바이순대로 점심먹고 돌아오니 6시쯤?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수 밖에 없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잔뜩 응축시켜 에센스를 풀어낸듯한 짙푸른 바다.

 

 역시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만끽하려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최고인 거 같다.

 

몇번을 왔던 사랑나무, 이제야 이게 어디에 붙어있는 건지 방향감각이 제대로 잡혔다.

 

 청초호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가로뉘인 청호대교.

 

 

아주 옛날, 이전에 걸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날씨도 엄청 구려서 비를 맞고 걸었던 기억.

 

 다리 위에서 굽어보는 청초호 안쪽의 속초시내 전경. 누군가의 요트가 잔잔한 물결을 일렁이며 진입하는 중이다.

 

 

 그리고 갯배. 탑승료가 200원, 작년엔가 왔을 때는 아저씨가 직접 힘을 쓰시며 줄을 끌었던 거 같은데 이젠 모터가 힘을 쓰나보다.

 

아바이 순대마을에서 막걸리와 아바이순대, 그리고 오징어순대로 넉넉하게 배를 채우곤 가까운 카페로. 카페에서 발견한

 

조그마한 메모지 한장의 글귀가 눈길을 잡아챈다. 속초바다는 하늘이 녹아내린 '파이란 아이스크림'. 파아란이 아니라 파이란.

 

최민식과 장백지의 그 영화, 먹먹해지는 그 영화의 느낌이 바다로 전이되는 느낌.

 

속초에까지 와서, 이렇게 좋은 날씨에 실내에 있을 수는 없다 싶어 이내 일어나 바닷가를 잠시 거닐다가 발견한 표지판.

눈이 펑펑 쏟아지다 못해 눈보라가 맹렬하던 서울의 하늘과는 달리, 나몰라라 새파랗기만 하던 가평의 하늘.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천조각 퍼즐로 짜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렵다. 반복적인 문양과 미묘한 색감의 변주.

 

 

강아지들이 눈보면 완전 신나서 펄쩍펄쩍 정신줄 놓고 나댄다더니, 정말 그 끝을 보여준 누렁이 한 마리.

 

문득 얌전한 틈을 타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뭘 알았는지 늠름하게 카메라를 응시해주신다.

 

 

마당에 놓인 테이블 위에 눈이 두껍게 내려앉았다가 슬슬 녹고 있다.

 

 

NEX-5R의 일러스트레이션 필터를 적용해 촬영해 본 몇 장의 샘플들. 꽤나 재미있는 효과라서 자꾸 써보게 된다.

 

 

이런 느낌, 뭔가 거칠게 붓질을 한 느낌같기도 하고 굵은 윤곽선을 따라 형체만 잡고 나머지는 뭉개버린 느낌이 색다르다.

 

침실 옆에 깔린 핑크빛 커튼이라거나 비즈 장식, 그리고 굵은 매듭이 잡힌 매무새가 이쁘다.

 

 

마당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과 외바퀴 수레. 엊저녁까지 눈을 치우는데 썼는지 눈이 가득 담긴 채 바닥엔 장갑이 한 짝 널부러졌다.

 

 

계속되는 일러스트 샷들. 펜션 옆 진입로를 비추는 등 주변에 소복하니 내려앉은 하얀 눈과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들.

 

 

눈이 녹고 다시 얼어붙은 바닥에 갇혀버린 단풍잎 한 장.

 

 

그리고, 펜션 앞으로 흐르던 비실거리던 개울 위론 꽁꽁 두껍게 얼음장이 얹혔다. 제법 겨울 풍취가 동한달까.

 

 

더위가 한풀 꺾이던 9월, 커튼을 너풀거리게 만들던 살랑바람이 마냥 상쾌하기만 하던 그 때의 안면도.

 

서해의 바다 풍경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바다맛이랄 게 없는 굉장히 지지부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야트막한 갯벌을 품은

 

그 어슴푸레한 분위기는 또 나름의 맛이 있지 싶다. 바다라는 게 꼭 시퍼러둥둥 깊고 진한 느낌만이 아니라는 식의 웅변.

 

 

새까맣고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가 졸졸졸 사람들 발꿈치를 따라다니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까만 눈이 반짝반짝.

 

그러면서도 겁은 많아서 막상 정면으로 사람을 마주보진 못하고 한발 떨어져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간밤에 생겨난 이 모래무더기들은 어느 게가 싸지른 똥무더기들인고.

 

 

꽃지해수욕장 인근의 해변을 잠시 산책하다가 배가 고파졌으니, 안면도에 왔으면 역시 대하.

 

 

이쁜 선홍빛으로 익어가는 새우들의 팔딱거림이 잦아들고, 파라솔을 가게 앞에 늘어세운 가게 안쪽 깊숙히 비밀의 문이 보인다.

 

 

새우깡 따위 던져주는 거 받아먹고 사는 비둘갈매기가 아니라, 진짜 바다냄새 풀풀 풍기는 포스를 풍기는 갈매기떼들.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 이 나무 사다리는, 어느 배에서 떨어져나간 걸까. 머리를 바다에 처박고 한없이 뭔가를 그리는 듯 하다.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빨갛고 파란 물풀들이 나무처럼 모래밭에 버티고 섰다.

 

그러고 보니 멀찍이 배 한척이 지나고, 여기는 뭔가 바다 속에 초원이나 숲처럼 녹색의 띠가 사방으로 얽혔다.

 

 

 

 

속초에서 만난 이번 겨울 마지막 눈. 청초호 너머 보이는 눈덮인 설악산 자락이 웅장하다. 희끗희끗한 색감하며.

어딘가로부터 달려와 네바퀴 자국을 뚜렷이 남긴 채 어딘가에 멈춰 선 승용차 한 대, 그리고 들고 나는 바퀴가

어찌나 많았는지 마구 붓질된 듯한 주차장 입구.

차바퀴들이 굴러간 까만 궤적은 그대로 행인의 길이 되었다. 더이상 아이가 아닌 사람들은 눈을 피해 걷는다.

띄엄띄엄 놓인 건물들 사이엔 그대로 맨 땅거죽이 드러나있다. 까만 까마귀들을 품었다가 훠이 날려보내는 하얀 눈밭.

하얀 눈을 뒤집어쓴 주택 몇채가 추위를 견디려는 듯 다닥다닥 붙어서 온기를 나누고 있기도 하고.


빨갛고 파란 지붕 위를 남김없이 덮었을 하얀 눈이 조금씩 미끄러져 내리는 3월 초의 속초. 곧, 봄이다.




작년 10월에 제주도 출장을 가서 머물렀던 펜션. 제주 컨벤션센터와 가까워서 좋기도 했지만, 일단 통나무로 이쁘게

지어진 2층짜리 펜션이 넘 이뻐서 좋았다. 더구나 2층은 뾰족한 세모꼴 천장이 그대로 살아있었다는.

펜션 자체도 이뻤지만, 앞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귤밭이 정말. 2008년 10월 말께의 노란 제주도 귤밭.

워낙 귤나무가 무성한 잎사귀들을 달고 있어서 무슨 정글 속에 노란 귤 한 박스쯤 쏟아 부어놓은 듯한 느낌.

신라호텔이었던가, 여기 전복죽이 아주 맛있다는 이야기에 죽 한사발씩 먹고 산책삼아 걸었던 호텔 정원.

수영장 바닥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건 참 멋진 아이디어였던 거다. 시원해 보이고, 맑아 보이고, 그래서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파랑물이 일렁일렁. 옆에 있는 파라솔들 역시 매력도 아닌 '마력' 아이템.

신라호텔 뒷길 산책로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길래, 그래? 이랬더니 여기에 바로 그 쉬리 마지막 장면을 찍은

벤치와 언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휘적휘적 걷던 중에 마주친 (징그러운) 잉어떼들.

옛날 이야기 중에 물에 빠진 사람을 물고기들이 수면으로 떠밀어올려 살았다거나, 적들에게 쫓기던 와중에

물고기들이 물위로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어 큰 강을 건널 수 있다거나. 이걸 보면 왠지 있음직한 일이다.

어디 한번 먹다 죽어봐라, 하는 심정으로 먹이를 뿌려댔을 거다 분명히.

그러고 보니 이 날도 꽤나 흐렸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지는 해안가. 깜장이 현무암

울타리를 넘어서는 초록빛 싱싱한 풀밭에 들꽃이 지천이었다.

이게 바로 '쉬리 벤치'. 한석규와 김윤진이 나란히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When I dream..

그러고 보면 '쉬리'란 언젯적 작품이냐..1999년이었을 거다. 근데 쉬리의 영문명이 Swiri라는 건 방금 알았다.


일망무제의 바다, 터무니없이 큰 물웅덩이를 눈앞에 두고 있으면 왠지 막막해지기도 하고, 멍해지기도 하고, 그렇다.

해변을 따라 제주도에서 흔치 않을 모래사장이 곱게 이어져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억새가 깃발처럼 나부꼈다. 호텔 시설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도, 단지 산책로를 걷고 쉬리 벤치에

한번 앉아 보는 것도 괜찮다 한다. 지나는 길에 잠깐 차 세우고 걸어봄직한, 짧막하지만 꽤나 이뿐 산책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