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포츈쿠키가 사실 중국의 전통과자가 아니라 바로 이 곳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발명품이었다는 건 조금 서프라이즈. 1800년대 후반에 이곳에 정착한 중국인들의 영악한 상술이라고.

 

 차이나타운의 좁은 골목통을 헤집어 발견한 포츈쿠키 공장, 조그마한 창고 같은 건물 안에 과자 냄새가 가득하다.

 

공장 개방조차 허투루 보아넘기지 않는 중국인들의 감각은, 사진 촬영을 원하는 이에게 50센트를 부과중이었다.

 

 

그야말로 장인의 손놀림, 쉴새없이 재게 놀리는 손가락 틈새로 얌전히 접힌 포츈쿠키가 살포시 내려와 앉는다.

 

그리고 한켠에는 쿠키 안에 들어가야 할 행운의 메시지. 장인들의 손 안에 하나씩 집혀서는 쿠키 안에 빨려들고 있었다.

 

 

두어명의 직원들이 쉼없이 쏟아내는 포츈쿠키는 대체 어디까지의 시장을 커버하는 걸까. 해외 수출도 하려나.

 

한곁에는 어느 정도 열기가 빠져나간 바삭한 포츈쿠키가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었고, 어느 정도 쌓인 쿠키는 봉지로.

 

 그러고 보면 정말 내부에 별다른 건 없는데, 그래도 50센트 주고 슬쩍 들어가서 한번 둘러볼 만은 한 듯.

 

 

 

 

꾸스꾸스, 예전에는 조나 수수, 뭐 그런 걸로 만든 음식인 줄 알았었다. 알고 보니 밀가루를 오돌도돌 뭉쳐서

빳빳하게 건조시켜서는 주머니 속에 담아 낙타에 싣고 다니는 거라고 했다. 부패도 막고 이동에도 간편하며

조리도 쉽도록. 지혜롭도다.

조금씩 깔리기 시작하는 코스 메뉴. 알제리는 프랑스의 피식민 경험 때문인지 빵이 꽤나 맛있었다.

양고기가 꽉 차있었던 조르바, 라는 이름의 튀김요리. 양고기의 육즙이 울컥울컥 배어나오던.

잘 삶아진 수육처럼 나온 양고기 덩어리. 그리고 그 옆에 일견 밥처럼 보이는 하얀색 알갱이들이 바로 꾸스꾸스.

양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먹는 양고기는 확실히 한국에서와는 맛이 다르다. 그만큼 많이 소비되니

신선한 고기가 쉼없이 공급되는 탓도 있을 거고, 레시피와 조리사의 한계도 있을 거고.

그 위에 이렇게 소스를 뿌려준다. 걸쭉한 카레같기도 하지만 그런 향신료의 냄새가 강하지는 않고. 보슬보슬한

꾸스꾸스가 더욱 부드럽고 달콤고소하게 느끼게 해주는 도우미랄까. 양고기의 혹시 모를 퍽퍽함 역시 한결

덜어내 주는 소스의 위엄.

수분을 잔뜩 빨아들인 밀가루 알갱이들이 고소하게 입안에서 깔짝깔짝, 씹는 식감도 독특하고 은근 배도 꽉

차게 불러오는 음식. 더구나 스테미너에 좋다는 양고기와 함께니 한끼 식사로 더할나위없던 알제리 꾸스꾸스.

알제리가 또 프랑스로부터 넘어온 와이너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던데, 함께 마셨던 알제리 와인도 꽤나

괜찮은 맛이었다.

거기에 더해, 죽도록 달디달던 알제리의 디저트 쿠키들. 아랍쪽을 다니며 아무리 맛보아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디저트류의 그 아리도록 단 맛. 어찌나 단지 한입 베어물면 귓속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면

너무 구라라는 게 티가 나려나.




갓 구운 따뜻한 쿠키와 브라우니 빛깔의 가구가 약간은 낡고 헤진 느낌으로 느슨하게 배열된 곳.

잔잔하게 나오는 노래에 야 좋다, 하다가 어느 순간 책읽기나 다이어리쓰기에 몰입하면 금세 귓전에서

지워진 채 조용히 자신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


저런 식으로 길쭉이 내려다보는 전등에서 따스하게 쏟아져내리는 백열등 불빛도 좋고. 눈앞에는

읽고 싶은 책 한권과 다이어리, 펜 하나, 그에 더해 커피 한잔 정도면 딱 좋겠다.

그치만 현실은 시궁창.  내 마음속 까페엔 불이 꺼졌다. 내일 행사 한 건. 내일모레부터 삼일간 같은 종류의

다른 행사 한건. 그리고 나면 토요일에는 최종시험. 까페에서의 유유자적한 시간을 그리는 건 가뜩이나

월요병에 시달리는 스스로를 위무하려는 아스라한 백일몽. 


@ Spring comes, Rain f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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