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동남아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고. 배를 타고 섬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말은 맞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코타키나발루는 5개의 섬이 모여있는 툰쿠 압둘라만 해상공원을 위시하여

 

만타나니 섬을 뺴놓고는 말할 수 없는 여행지. 에메랄드빛 바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만타나니 섬인 것 같다.

 

가는 길은 조금 어려운 편인 게, 만타나니 섬은 코타키나발루에서 차로 두시간여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있는 데다가

 

어느 포인트에선가 보트로 갈아타고는 이런 황토빛 강을 따라 내달려서 본격 바닷길로 나서게 된다.

 

 

 

이때만 해도 전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얼마나 더 가야 만타나니 섬이 나타나는지도 감이 없던 상태..

코타키나발루의 인심이란 게 어찌나 좋던지, 모터보트로 빠르게 달리다가도 옆에서 고기를 잡고 계신 듯한

 

동네 주민을 보면 속도를 완전히 떨어뜨리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곤 했다.

 

어르신 고기는 많이 잡히나요, 많이 잡히긴. 어디 가나 개똥이, 손님들 모시고 섬에 갑니다~ 이런 대화가 오갔으려나.

 

배로 약 40분 정도, 거의 바이킹이나 후룸라이드 류의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으로 내달리다 보면

 

온몸이 흠뻑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만다. 그리고 떠나온 육지가 보이지 않을 즈음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작된다.

 

  

만.타.나.니.

 

 

 

이정도 거리에다가 접근성도 떨어지다 보니-차타고 배타고 해야 하나-아무래도 만타나니는 투어로 올 수 밖에 없겠다.

 

게다가 이렇게 잘 차려진 식당에서 부페로 나온다는 점심도 꽤나 괜찮았고.

 

  

 

넉넉하게 있는 긴의자라거나 해먹, 그리고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장비들 덕분에 그야말로 지상낙원.

 

게다가 큰 칼로 툭툭 썰어내어 빨대 하나 꼽아주면 끝인 코코넛도 이렇게 잔뜩 쟁여두었다.

 

 

이런 에메랄드빛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걸까.

 

 

시시각각 그리고 시야 각도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바다 빛깔. 우선 한차례 스노클링을 마치고 인근에 산호무더기로

 

형성된 산호섬 가서 두번째 스노클링을 하는 길에 찍은 사진.

 

 

이렇게 산호들이 잔뜩 퇴적되어서 만들어진 조그마한 언덕이랄까 섬에 내려주고는, 딱딱하고 뾰족한 산호에

 

발아파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내츄럴 마사지라며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이다.

 

 

하아..어찌나 아름다운 물빛깔이던지. 지겹도록 이런 바다를 보았을 아저씨는 스노클링하라며 승객들을

 

풀어놓고는 물수제비를 뜨고 계신다. 저렇게 이쁜 바다에 대고 돌팔매질이라니.

 

어마무시하게 많던 물고기떼들. 방수카메라를 미리 준비해서 잔뜩 수중 풍경을 찍어놨지만 그건 다음 포스팅에.

 

 

 

각 삼십여분씩 두번의 스노클링을 마치고 다시 섬의 식당으로 돌아가는 길,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런 어처구니없도록 환상적인 빛깔. 넘실거리는 파도조차 몽환적이다.

 

부페로 나온 점심, 새우와 닭날개튀김, 나시고랭과 밥, 약간 똠양꿍같은 느낌의 생강국이 나왔는데

 

워낙 격렬한 물놀이-스노클링-을 즐기고 나서인지 굉장히 맛있게 싹 비우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해안가를 거닐며 쉬고 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소 한마리. 파란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새하얀 모래로 삼분할된 풍경에 불쑥 들어선 불청객치고는 하는 짓이 귀엽다.

 

 

만타나니 섬에서 구비하고 있는 스노클링 장비들, 그러니까 물안경, 구명조끼, 오리발 등을 대여해주는 곳.

 

애초 투어 내용에 왕복 교통, 점심 부페와 스노클링 장비 대여료가 포함되어 있으니 그냥 받아오면 된다.

 

투어요금은 여행사 따라서 190~280링깃까지 다소간 차이가 있었는데, 인당 190링깃으로 쇼부치는데 성공.

 

다음에는 스쿠버 다이빙을 해봐야겠다. 동남아의 이토록 이쁜 바다에서 좀더 안정적인 호흡으로 깊이 들어가보고 싶다.

 

섬 한켠에 쌓인 구명조끼들.

 

두시간여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섬을 돌아다니거나, 바닷물에 들어가(스노클링 장비는 모두 반납했으니) 가볍게

 

놀거나, 혹은 해먹이나 긴의자에 누워 망중한을 즐길 수 있었다. 천국같던 시간.

 

 

 

 

그리고 아무래도 여긴 적도에 인접한 지역이다 보니 정오가 지나면서부터는 굉장히 뜨거운 햇살이 쏟아진다.

 

자칫 컨디션이 망가지거나 새카맣게 타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일.

 

 

 

이런 바다에 대고 '에메랄드빛' 운운하는 것도 참 진부하고 둔탁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형용불가, 촬영불가의 그런 빛깔 앞에 압도되어 버리고 말았던 시간.

 

 

만타나니 섬을 뒤로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던 참에, 강기슭에 서 있는 새하얀 나무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미니버스에 다시 탑승하기 전, 간단한 간식처럼 제공되었던 코코넛 과자랄까 빵이랄까.

 

코코넛 과육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어서 보기보다 꽤 맛있길래 몇번이나 리필해서 배를 채우고 말았던 간식.

 

 

태국요리의 두드러진 봉우리 하나랄까,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똠양꿍'.

 

현지의 타협하지 않는 맛에는 생강과 온갖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거침없이 뿜어나오는.

 

꼬싸멧의 밀가루 모래사장에 길게 누워 마시던 코코넛 쉐이크.

 

 

그리고 태국의 이러저러한 해물볶음밥. 도대체 이들의 이름은 외우려고 해도 외우기가 넘 어렵다는.

 

웨스턴 스타일의 아침을 먹었을 때도, 유난히 진하고 샛노랗던 노른자위가 박힌 태국의 계란이.

 

역시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있던 매우몹시 맛나던 태국식 커리.

 

그리고 하얀 살이 가득 차있는 게와 커리가 범벅되어 있는 요리.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태국에 와서 한번은 꼭 먹어보아야 할 망고밥. 망고와 코코넛밀크와 동남아쌀밥의 심플한 조합이지만 맛있다.

 

또다른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 네모난 곽에 담긴 형태의 볶음밥이라거나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꽤 진하게 내려주던 맛있는 커피. 이른바 커피벨트가 지나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인접한 나라여서 그런지 맘에 들었다.

 

 

 

 

 

 

태국 중부의 국립공원 휴양지 꼬싸멧, 역삼각형 모양 자그마한 섬의 무게중심쯤에 있는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코발트빛 바다.

 

하루 300바트짜리(약 11,000원) 스쿠터를 대여해서 거의 산악 오토바이 수준으로 역동적인 코스를 내달린 후에

 

도착한 뷰포인트, 사실은 섬의 남단까지 가보려 했지만 비포장의 산길이 워낙 울퉁불퉁해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제법 높은 지대까지 올라와서 자그마한 섬이 온통 눈 아래, 게다가 이런 각도로 굽어보니 바닷물 빛깔도 훨씬 깊고 푸르다.

 

돌아오는 길에 섬의 동쪽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비치를 하나씩 돌아보며 쉬엄쉬엄, 음료도 마시고 바다도 보고.

 

저 서양 아저씨는 바다를 바라보며 태극권을 하는 듯 한참동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모래보단 돌로 이루어진 해안인 듯, 잠시 앉아서 코코넛 주스를 홀짝홀짝.

 

꽃과 양산으로 장식된 코코넛 열매엔 물이 그득 담겨있었고, 하얗고 탱글한 젤리 역시 두껍게 붙어있고.

 

해변에선 어느 서양인 커플이 영화를 찍고 있는 중.

 

해안에서 다시 비포장도로로 올라가는 길, 정글 한가운데로 스며들어가는 느낌이다.

 

24시간동안 빌려서 열심히 타고 다닌 125cc 혼다 스쿠터. 기름은 일단 만땅 채워주던데, 섬 내부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절반도 채 닳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골목 어귀에선가 만났던 용 그림. 화려한 색감의 용 두마리가 입을 쩍 벌린 채 지키고 섰다.

 

동쪽 해안가에는 방갈로나 값싼 숙소가 많이 모여 있었는데, 그런 숙소들을 가리키는 표지들.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서쪽 하늘.

 

 

 

둥근 홍등이 주렁주렁 내걸린 장대들이 맥주병이 놓인 테이블들 사이에 가로수처럼 불을 밝혔다.

 

 

몇걸음 내딛지 않아 바다에 들어가 파도랑 놀다 온 사람들이 물을 뚝뚝 흘리며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

 

자그마한 해안 모래사장 곳곳에 색색의 조명들이 불을 밝히고 한줌의 사람들을 꼬드기는 시간.

 

 

 

순식간에 까맣게 불살라진 하늘 아래 점점 휘황찬란한 느낌으로 번뜩거리는 노랗고 붉은 등불들.

 

 

앙코르 톰 내부를 비롯, 앙코르왓 유적군 모두에 화장실은 이런 식으로 안내되어 있다. 허름한 안내판만큼 화장실도

허술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글쎄. 화장실은 꽤나 깔끔한 편이다.

앞에 관리인이 목욕탕 티켓파는 곳처럼 앉아 있고, 여자가 다가오면 왼쪽, 남자가 다가오면 오른쪽을 손짓한다.

앙코르톰 사원이란 사실 가로 3킬로, 세로 3킬로의 거대한 성곽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쪽 중심부에 늘어선

바이욘, 바푸온 등과 같은 사원과 궁전터 등이 실제 앙코르톰이 품고 있는 유적들인 거다. 마치 크메르 왕의

집약된 중앙집권 권력을 반영하듯 하나로 응축된 사원들과 궁전들, 그런 유적들이 뭔가 하나로 눈이 모이는

집약식 볼거리라면, 뗍 쁘라남이나 쁘리아 빨리라이는 슬슬 산책하며 이리저리 휘휘 둘러보기 좋은 그런

분산식 볼거리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뗍 쁘라남, 이라는 이곳은 돌로 잘 포석이 깔아진 이 길이 인상적이었다. 잔뜩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한 줄기

잘 다듬어진 돌길을 걷노라면, 가뜩이나 여행객도 드물어 호젓한 이곳은 고요한 산책로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뒤편으로는 이렇게 야자수를 큰 칼로 썰어 빨대를 꼽아주는 자그마한 행상도 있다. 물이 꽉 들어찬 살풋

덜 익은 코코넛은 칼이 닿자마자 찍, 하고 물을 내뿜고 만다.

대불좌상이 놓여있는 산책로의 끝. 그 오른쪽으로는 스님들이 묵고 있는 요사채..가 있다고 한다. 불상도 최근의

것인지 색깔이 아직 싱싱한 돌멩이다.

실제로 지금 꾸려지고 있는 사원인지 감색 옷을 입은 스님이 앞에 앉은 두 사람 등목을 시켜주고 있다. 시원하게

물을 뿌려준 스님, 그리고 시원하게 사방으로 튀기는 물방울. 아니 근데 오른쪽 사람은 여자였었나...?

사람이 살고 있음이 틀림없는 집. 우리네 시골 집 툇마루와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분위기.

앙코르왓 내부에서 기거하고, 수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다. 이렇게 펌프질을 해야 물이 나오는 수돗가도 있고.

거대하고 묵직하고 '케케묵은' 사원들이 가득해 보이기만 하던 앙코르왓 내부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저 봉곳한 궁둥이와 허리라인이 예술이다. 도무지 저 엉덩이로부터 흘러넘치는 마력같은 매력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함께. 무릎을 굽히고 두 팔을 쭉 펴고 엉덩이를 있는 힘껏 뒤로 빼고 경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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