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비색청자전(1-3부), 청자 변기의 호사로움.

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시중인 청자들 중 특히 4부, 국보급 명품들을 하나하나 조곤조곤 살펴보면서

 

담아본 사진들을 중심으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딱히 말을 더할 것도 표현할 것도 없는 듯.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모델 주다하, 김미혜, 박시현, 정주미 등등.

 

 

 

 

 

 

[초대장 배포(100장)] 화투패 좀 아시나요? 에서 '2010 서울 인형전시회'의 작품들을 조금

소개했는데, 그 이외에도 꽤나 재미있는 인형 작품들이 많았다. 우선 수많은 셀레브리티들.

007 요원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 안무, 한 동작으로 김연아임을 단번에 알아채게 했다.

시크릿가든, 현빈과 하지원의 인형. 슬쩍 올라간 현빈의 입매와 하지원의 동글한 눈이 이쁘다.

성균관 스캔들의 등장인물들이 황토담 앞에 분분이 서 있다. 이 드라마를 모르니 패스.

그리고 카라~ 한때 뭇남성들의 눈을 고정시켰던 '미스터'의 엉덩이춤 의상이다.

2NE1의 네마리 곰이 날씬한 자태를 도도하게 흔들어주는 센스. 복실한 얼굴털이 매력적이다.

빅뱅 테디베어들, 원색의 칼라풀한 옷차림, 그리고 음..글쎄, 남자는 관심없으니 패스.

그리고 업! 할아버지와 똥똥한 꼬맹이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이자 치히로인 소녀와 '가오나시' 괴물이 얌전히 열차를 탄 장면.

은하철도999의 철이와 메텔, 그리고 차장 아저씨..였던가. 워낙 어렸을 때 본 만화라.

파란요정을 만난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푸르스름한 피노키오의 낯빛과 요정의 파란 머리칼의

색감이 참 이쁘다. 근데 왠지 피노키오와 '마지막 잎새'쯤이 묘하게 섞인 느낌.

퇴화해서 형체만 남은 듯한 팔다리를 늘어뜨린 염소의 므흣한 웃음이란. 피노키오 이야기의 일부.

꺄아~ 고양이 인형 완전 사랑스럽더라는. 저 경직된 얼굴 근육은 금세라도 씰룩댈 듯.

폴스미스 스타일의 테디베어들, 곰팅이들 생긴 건 어슷비슷하다고 해도 천의 색깔과 느낌에

따라서 참 다르다. 저 세쌍둥이 곰돌이들조차도 약간씩 분위기가 달라서.

전시관 안쪽에 꾸며져있던 북극의 한 귀퉁이, 솜처럼 새하얗고 복실해 보이는 북극곰들이

단란한 한 가족처럼 모여있는 풍경이다.

아마도 1톤트럭 뒤를 꽉 채워서 실려왔을 거 같은 거대한 곰돌이 한 마리. 그 밑에 사람이라도

깔리면 옴쭉달싹도 못할 만큼 육중한 녀석이 제법 귀엽다.

수십 개의 부스에 나와있는 인형 전문업체들, 자리에서 직접 이렇게 계속 인형을 만드는 분들도

많았고, 둘러보는 손님들한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토이스토리3'에 나왔던 그 인형들이 우르르 모였다.

이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드는 표정과 분위기, 볼터치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뭔가

공포영화의 좋은 소재로 쓰일 수 있겠다 싶은 아이들.

강백호의 왼손은 그저 거들 뿐이고,

승리의 후레시맨은 왼손으로 비를 가리고 있다.

스파르타쿠스는 조금 닮았지만 그 살기와 단단함이 조금 부족하다 싶고,

인형의 집은 굉장히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온기가 없다. 인형들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그래서

따뜻하고 포근한 재질로 만든 인형들이 더 정감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자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보다 복실복실한 털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더 좋은 거다.

그래서 약간은 섬뜩한 아이들. 구체관절인형의 일종인 듯 한데, 소녀의 몸매가 풋풋하다.

포셀린, 도자기를 구워 인형과 옷을 모두 고슬고슬 만들어낸 건데 저 레이스의 화려함도 그렇지만

저 매끈한 도자기 피부. 그리고 저 각선미..훙훙.


이건 아마도 구워내기 전의 인형인 걸까. 굉장히 정교하고 여리여리한 디테일이 인상적.

이런 것들도 은근히 많았는데, 가뜩이나 사람을 많이 닮은 인형은 섬뜩하거나 무서울 때도 있거늘

굳이 저렇게까지 무섭게 할 건 뭐람. 그러면서도 그 생생함이나 신기함에 눈이 자꾸 가는 거다.

이런 따뜻하고 귀여운 인형이 사실은 좀더 내 취향에 가깝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몽실몽실한.

아 물론 이런 인형님들도 대환영. 어렸을 때 바비인형도 갖고 놀았던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전시기간이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딱 연말연시 분위기가 절정인

타이밍이라 그런지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많았다. 산타클로스 인형은 케잌 위에 올라가는

여느 자잘한 설탕인형과는 비교도 안되는 크기인데다 이쁘기도 하다.

인형 전시회가 벌어지는 코엑스몰에서 인형옷입고 홍보중인 아저씨-누나-형-동생님.

요즘처럼 찬바람 씽씽 부는 겨울에는 그래도 꽤나 할 만한 아르바이트 자리일 거 같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좀더 걸어들어가면 영추문이 나온다. 가을을 맞이한다는 그 문과 마주보고 있는 거리에는

자그마한 미술관들과 까페들이 거창한 간판도 없이 숨어있다.

늘 그 동네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건 회칠이 벗겨진 담벼락에 그려진 여리여릿한 나무 한 그루. 더이상 회칠이

벗겨지지도 않고 딱 저만한 공간 속에서 나무는 호젓하다.

그 옆에 붙은 '보안여관', 한때 안기부에 조사받으러 불려다니던 피조사인들이 애용하던 곳이었다던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허름한 뽄새와 왠지 모를 시간이 켜켜이 쌓인 포스를 늘 눈에 담고 갔었다. 마침 전시가

있어서, 카메라 뚤레뚤레 흔들며 구경질 시작.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로 인형을 만드는 작가분이 1층과 2층을 모두 쓰며 작품을 전시하고, 또 계속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솔방울, 잔가지, 마른꽃대궁, 씨앗..담담하고 조신한 색감이 맘에 든다.

여관(으로 쓰였던) 건물 내에 붙어있던 재미있는 표어. "미성년자는 입장해서도 안 되고 입장시켜도 안됩니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들마다 숨겨진 보물처럼 꼭꼭 감춰진 작품들.

빼꼼히 열린 방문 틈으로 창을 휘두르는 기사도 보이고, 다소곳한 매무새의 아가씨도 보이고.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온통 낡고 헤진, 그리고 지저분한 여관의 내음이 물씬하면서도 나뭇가지니 마른 잎사귀

따위로 잘 갈무리된 느낌이다. 사실 이렇게 오래되고 우중충한 건물, 더구나 그야말로 갑남을녀가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관이란 곳은 청결함이라거나 말끔함과는 워낙 멀리 떨어진 곳 아닌가. 예술작품과는 더더욱.

솔방울과 마른 콩깍지 따위로 만들어낸 순간. 조그마한 새끼가 커다란 새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순간이다.

우연찮게 여길 들르기 직전에 돌아봤던 곳은 대림미술관, 커버 아트의 대가라는 로저딘의 회고전을 봤었다.

'Dragon's dream'이란 제목의 그 전시를 보고 나서 막상 여기서 또다른 형태의 용을 만나다니 신기했다.

이제 끝. 한번 설렁설렁 돌아보기 딱 좋은, 부담없고 재미있는 전시인 거 같다. 마치 전시작품들과 작가를

수호하듯 카랑카랑한 자태로 1층을 지키고 있던 (아마도) 샤먼.

그리고, 전세낸 듯 혼자 기대앉아서 해가 저물도록 책을 읽다 돌아온 통인동의 어느 까페. 정말 요새 까페하기

참 쉽다. 대충 짝이 맞지 않고 이가 어긋나 보이는 가구들 잔뜩 들여넣음 끝..이랄까. 사실은 이런 분위기 참

좋은 거 같다. 게다가 노래 선곡도 넘 맘에 들었던 게, '베란다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 그리고 '루시드폴'

앨범이 고스란히 순서대로 공간을 채웠었다.

그리고 굉장히 맛있던 갓구워낸 초코 브라우니, 그리고 에스프레소.

조그마한 병이 쟁반에 같이 나왔는데, 첨엔 시럽이려니 생각했다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럼 이 녹색식물떼기는

왜 꼽아둔거지. 그냥 데코레이션으로 꼽아둔 건가. 아님 그냥 화병인 걸까. 뭔지 모르겠더라.



한 네시간동안, 노래에 흠뻑 취해 책 한권을 홀딱 다 읽고는 나왔다. 노래 참 잘 들었어요, 하고 나왔다.




용산참사 2개월이 지났음에도 도무지 지지부진한 채 '망각'되기만을 기다릴 뿐인 듯한 상황을 보다 못한 만평

그리시는 분들이 나섰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보았었다. 그래서 내 다이어리에 남았던 짧막한 메모 한 줄.

"3.27-4.9. 용산gaja전. 이대 1번출구방향 공정무역카페 '티모르'".

메모를 따라 찾아간 '티모르'는 자칫 놓치기 쉬울만큼 조그마한 입구를 따라 오르면 2층에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었다. 전시회를 까페에서 어떻게 한다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아주 단순했다. 벽면을 따라 빼곡히 만평들을

걸어놓았고, 까페에 오르는 계단 양옆에도 크게 프린트된 만평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리를 잡기 전 그림들을

따라 한바퀴 까페를 돌았다.

이번 만평전은 용산, 그리고 가자지구의 참사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용산 문제는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살이 귀결되기 마련인지라, 이명박을 직접 때리는 만평이 대다수였다. 입구에서 마주쳤던 이 사진작품은,

뚜비,나나, 뽀 버전 보라돌이 이명박..정도 되려나.

올해 2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비판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를 맹렬히 공격했을 때의 이야기를 담은 만평이다. 당시 이스라엘 집권당에서 코앞에 닥친 총선을 위해,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총풍'을 불어오기 위해 가자지구의 피바람을 일으켰다는 날카로운 지적. 역시..절묘하게

핵심을 짚은 그림은 살짝살짝 빗겨나가며 주절대는 몇백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사진 한 컷, 그림 한 장, 그리고 짧막한 촌철살인의 대사 몇 마디. 까페 안에 전시된 만평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용산참사, 그리고 가자지구의 그칠날 없는 피바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정제되고 압축된 프레임 속에서

거의 유사한 지위의 집단으로 나타난다.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를 부정당하는, 약자. 

그 반대편에 선 것은, 탱크와 총칼과 콘테이너박스로 무장한..스스로 합법화한 폭력 집단.

단지 한 컷짜리 만평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이미 한번쯤 본 기억이 있는 프레시안의, 경향의, 그리고

죄송스럽게도 이름조차 생경한 각종 지역신문의 네컷짜리, 혹은 그보다 긴 컷을 가진 만화들도 있었다.

마침 내가 갔을 때엔 까페 안에 사람들이 없어서 맘편히 돌아다니며 전부 구경할 수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면, 그 자리 윗켠에 붙은 만평들을 보는 건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을 거다.

까페 '티모르'는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원칙에 입각해 재배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 근처에 이런 까페가 있다니, 주말에 혼자 커피 한잔 시키고 앉아서 책 한권 늘어지게 보기 좋은

곳인 듯 하다. 만평들을 보는 것 외에 예기치 못하게 얻은 또 하나의 소득.

원래 만평가분들이 구경온 사람들의 캐리커쳐도 무료로(!) 그려준다고 읽었어서, 카운터에 물어봤더니

그 분들은 어제그제 계시다가 오늘은 안 나오셨다고 한다. 자못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으니 일단 한구석의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자그마한 수첩이 낙서장, 혹은 메모장의 소임을 띄고 동그마니 놓여 있었다.

요런 게 바로 만평 아닌가. 조금만 더 시의성 있는 이슈를 공간 내에 넣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저 근육과 주름살이 꿈틀대는 이명박의 얼굴을 보라. 둘러멘 삽자루 하며. 어느 센스높으신 분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혼자 메모장을 첨부터 끝까지 구경하는 내내 킬킬거렸다.

테이블 위에 낙서장과 함께 놓여있던 필통..이랄까. 엉성하게 깍인 몽당연필 세자루가

차곡차곡 메모장에 더해지고 있겠지.

내가 자리잡은 테이블 위에 내려뜨려졌던 귀여운 새모양 장식.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빨강새가

둔탁하니 길지도 않은 날개를 활짝 핀 채 테이블 위를 날고 있었다. 이슈가 이슈이니만치 때론 살벌하고

독하다 싶은 만평들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띌 수 밖에 없던 귀엽고 앙증맞은, 속 편한 빨강새.

이런 식인 게다. 용산을 밟아버린 용역, 견찰, 검찰, 그리고 그 위의 돈다발로 사자머리인양 치장/위장한

개발사업자(x데) 개 네마리가 서로 학학대며 붙어먹고 있는 그림. 더욱 가관인 건 그 개 네마리뒤에 붙은

검은 쥐 한마리가 '사랑했읍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단백질 팽팽하게 곤두선 넓적다리 아래에는

꼬물대다가 이리저리 밟히는 '벌레'들의 꽥꽥대는 소리. 빨강새의 핀트가 나가버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정말 잔혹하달까, 그림이..그리고 세상이.

만평들로부터 눈을 돌려 창밖을 내려보니 꽉찬 3월의 햇살이 유유하다. 내 맞은편으로 아까운 줄도 모르고

떨어져내리는 햇볕이 빛과 어둠의 영역을 가르지만, 까페 안에는 온통 용산과 가자지구를 '망각'으로부터

구출해야 한다는 외침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햇살이 좋은, 여느 때와 별다를 바 없는 날에도 사람이 죽고,

기억에서 밀려 또다시 죽곤 하는 거다.

그냥, 가슴이 답답해져서 나왔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이슈들, 이제는 왠만한 건으로는 놀라거나 분노하지도 않을 만큼 굵어져버린 신경줄,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세상이라 사람 몇 명 죽어나간 건 고작 한 달짜리 단기기억으로 족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어쩜 계속 이 문제를 잡고 시비거는 사람이 '쪼잔하고 순진해 빠진,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라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미안한 척이라도, 립서비스라도 해줄 생각않는 그 오만함과 막장스러움은

역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 3. 27 ~ 4. 9 "용산 GAJA 전", @ 까페 '티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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