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히 따지면 놀랍지는 않은 상황.

 

그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바심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치세 시작.



패인은 크게 두 가지 아닐까. 근본적으로 보수로 경도된 한국사회의 지형도는 차치하고,

 

인구비례로도 보수화된 투표자층도 차치하고, 선거 국면에서만의 패인을 따져보면

 

1. 민주당의 비전없음과 무사안일함. 2. 취향화된 'personalized network'밖에 되지 않는 SNS에 대한 과잉기대와 의존.

 


1. 민주당의 무능함과 무책임함.

 

그것이 안철수 현상을 부르고, 멘토 열풍에 힘입은 안철수의 아마추어식 진단에 힘을 실었으며, 결국 그의 한마디한마디에

 

선거판이 흔들리게 허용하고 말았다. 붉은 색을 선점하고 나선 영악한 새눌당의 선거전략과 아젠다세팅에 제대로 한번 반격조차

 

못한 채 '안철수 현상'만 바라보고 치고 나가지 못했다. 안철수 현상 뒤에는 민생과 유리된 정치,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

 

당면한 삶의 조건을 개선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음에도, 안철수만 보았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듯, 사실상 안철수와의 단일화 실패. 안이 다시 움직이긴 했다지만 이미 극적이고 감동을 주는 단일화 따위,

 

국민의 염원을 받아안을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는 안철수가 나눠져야 할 비판.

 

 

그렇지만 역시 포인트는, '안철수 현상'을 봐야 할 순간에 '안철수'만 보았다.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민주통합당 나부랭.

 

 



2. SNS라는 안경의 편향과 키보드워리어식 역량소진.

 

범 진보..민주당과 그 왼쪽, 그리고 '상식'을 표방한 시민들과 연예인급 셀렙들의 SNS에 대한 환상이 여전했다.

 

이미 트위터는 각자의 취향에 따른 개인화된 언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전의 선거들에서 경고되었었지만 별무소용.

 

인증샷을 나누고 이벤트를 하고 RT를 하고. 그래봐야 이미 취향과 정견에 따라 분류된 사람들끼리만 돌고 도는 정보들이다.

 

물론 SNS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SNS에서의 소통이 진짜 소통인 양, 그게 전부인 양 거드름피웠던

 

모습들 아닐까. SNS를 믿고, SNS의 인기도를 업은 안철수를 믿고, 막판까지 민주당이 안일했던 거 같아 하는 말이다.



소통은 기본이었다. 소통보다 중요한 건 컨텐츠. 민주당(과 왼편)은 컨텐츠도 부실한데 소통조차 '전근대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새눌당에 뒤지고 말았다. SNS안에서 의제가 돌고도는 것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뭐가 되었건 공세적인 이슈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냥 SNS의 젊은이들은 우리편이야, 이런 자위에 기대었던 거 아닐까.

 



* 대통령 한 명이 해먹어봐야 얼마나 해 먹을까. 그냥 전임 대통령이 해먹은 거 지켜주고, 지가 또 해먹겠지. 역설적으로 그 끝에는,

 

제3세계중 예외적인 경제적 정치적 성장을 이루었다던 한국이 애초 가야 할 곳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남미형, 주변부 자본주의국가의 정글.

 

 



이명박근혜의 십년. '잃어버린 십년'의 하프타임이 지나간다.

 

 

 

왠만하면 이제 눈감고 귀막고 입다물고 살려고 해도,

 

이명박근혜의 십년을 각오하고 닥치고 있으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씨밤바들아.

 

 

오죽하면 새누리당에서까지 현 정부의 입장을 비난할까.

 

이명박과 졸개들이 말하는 '국익'이란 건 Korean interest가 아니라

 

아무래도 U.S. interest인 듯.

 

 

그들에게 '국민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G20같은 허장성세의 말잔치로 가오를 잡으며,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 한탕 크게 해치우려는 생각 같은 것들. 무지무지 많다.

 

 

국민의 건강 나부랭이는 후순위도 한참 후순위.

 

정부가 책임져? 까고 있다.

 

 

 

 

 

 

 

#1. 은근과 끈기가 미덕인 나라라서 그런가. 새누리당의 선전과 낮은 투표율은, 민통당의 삽질과 기타등등에도 비롯하고

 

결국 이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래도 진보신당은 살아남길 바랬는데.

 

 

#2. 가장 큰 승리자는 MB, 그리고 박근혜. '이명박근혜'란 단어가 승인받은 셈이니까. 박근혜 대통령여왕폐하가 강림하시겠구나.

 

 

#3. MB 4년차에 이런 결과라는 건, 지금이야말로 절망할 때라는 거다. 애써 괜찮은 척 '새누리당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

 

라느니 따위 말장난하지 말고. 승리한 새누리당과 죄씻김받은 MB의 강고한 지지층에 절망하고, 또 반대편의 오합지졸 세력들과

 

여러모로 제한적인 그 지지층에 절망하고.

 

 

#4. 패배에 대한 귀책사유를 여기저기서 찾나본데, 아직 그 '패배'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공약수조차 찾지 못하겠다.

 

선거가 끝나도록 '반MB' 이외의 공약수를 키워내는데 실패한 야권의 무능은, 사실 그 역사가 길고 오래다.

 

 

#5. 말뿐인 '반MB' 구호의 거품이 걷혔다. 누구나 씹고 다니는 게 유행이던 껌조각이 공급과잉에 이르자 일부는 그에

 

음모론과 집단주의를 짬뽕시켜 더욱 자극적인 껌이나 팔고 다니다가 금배지 줏어먹을 뻔하고.

 

 

#6. 분명한 사실 하나, 연초만 해도 새누리당은 굉장한 위기감에 휩싸였었다는 거. 뭐 하나 제대로 해명하고 책임진 것도 없이

 

4/11이 왔는데, 심지어 계속 악재가 있었음에도, 그들이 과반수를 넘보는 제1당으로 건재하다는 건..지금은 절망할 때란 거다

 

 

#7. 김용민 패배와 기타 이슈에 대해 언론의 노골적 편향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애초 그가 세습받은 공천이 원죄.

 

거리의 재담꾼이 얻은 인기를 선거에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겠다 여겼던 얄팍한 계산 혹은 무개념 역시.

 

 

#8. 나꼼수가 스마트폰처럼 사람들을 감각적이고 '스마트'하게 만들어 성찰하고 숙고하는 힘들고 난망한 정공법을 기피하게

 

만들었다면, 민통당과 통진당은 스마트하지도 못한데 각자의 정공법을 대중에게 한목소리로 전달하는데 철저히 실패했다.

 

각자의 정공법이 애초 있는지도 의문.

 

 

#9. 이토록 대안없는 민통-통진당 연대에나마 표를 준 사람들의 갑갑함과 열망을 봐서는 그들 지도층에 분노가 치밀고,

 

이토록 대안없는 정당만 짝사랑하며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이 표를 주지않은 그들 '보수적인' '진보'지지층에 분노가 치미는 거다.

 

 

#10. 박근혜 대통령여왕폐하가 납실 거 같다. 빨간당과 '이명박근혜'의 견고한 지지층에, 무능하고 무기력하며 배부른

 

민통당-통진당 지도층에, 대안도 못내놓는 그들만을 짝사랑하는 민통당 지지층에, 그리고 투표조차 나서지 않게 되어버린

 

뿌리깊은 무기력과 냉소에 절망해버렸다.

 

 

#11. 더 짜증나는 건, 박그네가 우야튼 현 정치인들 중 대중에 소구하는 정치적 감각이 돋보이고 있다는 점. 단순히 애비의

 

후광만은 아니란 거다. 그 와중에 투표율도, 투표결과도 모든 게 이지랄인데다가, 대안이 될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은 해체..

 

 

#12. 투표결과가 51:49던 99:1이던 이긴 자가 국회에 입성한다. 이제 4년간은 이 결과로 만들어진 국회가 굴러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대통령을 만들어낸들 얼마나 뭘 할 수 있을까. 만들어내봐야 노무현의 내외적 한계가 그대로, 혹은 그이상일 텐데.

 

 

#13. 4년간 누적된 MB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심을 날려버릴 정도로 무능력하고 무기력했던 야권.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건

 

아마도 이런 걸 말하는 거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환영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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