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전시기간은 경과된지 오래이나, 찍어둔 사진들과 '호박'을 위해 포스팅.

 

 

 

 

그녀의 호박 찬가는 이토록 담대하고 거창하며, 근본적이었던 것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를 볼 때 찍어둔 화장실 표시 사진. 국적을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왠지

내 자의적인 느낌으로는 프랑스풍의 분위기가 배어나는 것 같은 남자와 여자의 표시가 인상적이다.


좀 자세하게 살펴보면, 남자와 여자 모두 입이 그려져 있지 않고 눈은 동그란 점 하나로 처리되어 있어서

조금 시크하고 멀뚱해 보이는 표정이긴 하다. 그치만 남자는 역삼각형, 여자는 타원형의 얼굴로 표현해 두었고

몇가닥의 굵은 머리결이 중력의 힘을 거스른 채 남자는 뾰족뾰족 섰고 여자는 펄렁펄렁 나부끼고 있달까.


그런 율동감 때문인지 시크한 표정이 그렇게 거리감을 주지는 않는 거 같다. 뭐, 예술의 전당이 가진

전반적인 분위기, 웅장하고 거대한 대리석 기념물의 느낌을 감안하면 저 정도면 무난한 듯.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음악 분수 주변에서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며 바글바글하던 모습.






9월 17일, 18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유키 구라모토의 콘서트. 매년 크리스마스에 한국을 찾아 콘서트를

여는 그가 이런 계절에 오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in a beautiful season'.


그의 음악을 처음 알았던 건 중고등학교 때, 광화문 교보문고 옆 즐겨가던 뉴에이지 샵이랄까, '책방 정신세계'란

곳에서였다. 피라밋이니 펜듈럼이니 수정구니 범상치 않은 물건들을 팔던 그곳에서 틀어주던 노래는 대금산조,

명상음악, 그런 류였는데 여느 때처럼 바닥에 철푸덕 앉아 이책저책을 읽던 어느 날 유키 구라모토를 만났던 것.

그 이후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씨디도 사고 그러다가 한동안 잊혀졌던 유키 구라모토를 다시 만났다.

닥스훈트를 연상시킬 만큼 몸통이 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무려 30여곡 가까이를 연주하던 그와의

두시간여에 걸친 조우. 떠듬거리는 한국어로 곡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주고, '한국어 어려워요'를

연발하면서도 경쾌한 재기발랄함과 센스있는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공연은 꽤나 유쾌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의식이랄까, 테마는 바로 이것.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이것저것 앞뒤를 재지 않고, 미래를 앞서 걱정하거나 과거가 따라와 방해하도록 틈을 주지 않고,

여하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후회없이.


그의 콘서트에서 연주된 곡들이 삼십 곡에 가깝긴 했지만 일년에 앨범을 하나씩 발매하고 있는 그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감안하면 실제 내가 기억하고 있고, 유튜브에서 구할 수 있는 음악은 역시나 적잖은

시간의 세례를 거쳐 검증된 곡들이다. 특히나, Lake Louise...첫 소절을 듣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그리고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에서 특히 명성을 쌓는데 일조한 Romance,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Meditation..등등 이날 콘서트에서 연주되었던 곡들 중에서 구할 수 있는 클립은 전부 긁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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